2024-09-24

NCCK 기독 사회운동 100년 재조명…CBS 다큐 ‘다시 쓰는 백년’

NCCK 기독 사회운동 100년 재조명…CBS 다큐 ‘다시 쓰는 백년’

NCCK 기독 사회운동 100년 재조명…CBS 다큐 ‘다시 쓰는 백년’
입력2024.09.23. 오후 6:30

박효진 기자




올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NCCK는 단순히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었다. NCCK는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호흡해 왔다. 또한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1960년대부터 산업 선교를 통해 노동 운동의 씨앗을 뿌렸고 분단 극복을 위한 민간 통일 운동에도 앞장서온 기관이 바로 NCCK였다.

CBS는 올해 창사 70주년을 맞아 NCCK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사회운동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백년(연출: 반태경 PD)’을 제작해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방송한다.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와 사회 신조

‘에큐메니칼 운동’은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1800년대 후반 기독교가 한국에 전래된 이후, 서양 각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들과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에큐메니칼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의 근대화를 위한 다양한 연합과 일치의 노력을 이어왔다. 그들은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선교지 예양 협정(Comity Arrangement)을 체결하고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에 이어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조직하며 세계 교회사에서도 드문 일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는 기독교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1932년에 ‘사회신조’를 발표했다. 이 신조는 기본적인 인권 보장을 위한 차별 금지, 남녀 평등, 노동 현장의 개혁, 사회 보장의 필요성 등 그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고 시대를 앞선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원로 사학자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이에 대해 “기독교가 단순히 내세의 천국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세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회신조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유신 독재에 맞서 내기 시작한 예언자적 목소리

1937년 일제에 의해 해산된 조선기독교연합공의회는 해방 후 한국기독교연합회로 재건되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한일 협정 반대 투쟁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NCCK는 삼선 개헌과 유신 독재 이후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십자가를 지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이 된 사건은 1973년 남산 부활절 연합 예배였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유신 헌법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최초의 사건인 ‘남산 부활절 연합 예배 사건’을 다룬다.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었던 故 박형규 목사의 생전 육성을 비롯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조명한다. 또한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돼 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목요 기도회’와 NCCK 인권위원회의 의미도 되새긴다.

고난받는 이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던 NCCK




1970년대 동일방직과 YH무역 해고자들, 1980년대 양심수 그리고 1990년대 해고 노동자들까지, NCCK가 위치한 종로5가는 고난받는 이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다. 엄혹한 군부 독재 시기에도 이어진 목요 기도회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호소와 항의의 장이됐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NCCK 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NCCK 아카이브에 업로드된 25,000여 장의 사진 중 엄선된 자료를 통해 기독교 사회 운동의 역사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1970년대 말 인권 주간 연합 예배에서 기도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신한 김종태 열사의 장례식에서 설교하는 문익환 목사 그리고 1980년대 초 목요 기도회에서 열정적으로 연설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십자가를 지다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한 후 사회 운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던 1980년대 초반, 기독교는 세계 교회와 함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이삼열 박사는 “군부 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치 상태와 전쟁 위협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민주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느꼈다. 그때 기독교가 나서서 통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1984년 일본 도잔소 회의와 1986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등을 통해 통일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던 NCCK는 1988년 2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 즉 ‘88선언’을 발표했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88선언 기초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삼열 박사 그리고 당시 논의를 이끈 김상근 목사(당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안재웅 목사(前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총무) 등의 회고를 통해 한국 교회의 통일 운동에 대한 노력을 재조명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

88선언 이후 기독교계의 분열은 심화됐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전됨에 따라 NCCK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 운동의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의, 평화, 생명을 위한 십자가를 붙들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종전 평화 운동, 노동 운동, 기후 정의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활동가들의 모습을 담아냈으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싸우는 ‘옥바라지선교센터’와 같은 새로운 기독교 사회 운동의 씨앗들도 함께 소개한다.

역사 다큐멘터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




‘다시 쓰는 백년’에는 영화배우 강신일 장로와 싱어송라이터 황푸하 목사가 참여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교회와 사회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 온 강신일 장로는 1부 ‘다가올 미래’의 프리젠터로 나섰다. 그의 호소력 있는 음성은 1980년대 초반까지의 NCCK 역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그리고 옥바라지선교센터 운영위원장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을 펼쳐 온 황푸하 목사는 2부 ‘기억될 미래’의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해고 노동자와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설교와 노래로 함께해 온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황 목사가 작사∙작곡한 ‘우리는 오늘도’ 등 다양한 노래들이 다큐멘터리 곳곳에 삽입돼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다시 쓰는 백년’을 CBS와 공동 기획한 NCCK 김종생 총무는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교회에 많은 과제를 던져줄 것이며 NCCK가 새로운 백년의 역사를 맞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CBS의 반태경 PD는 “정의 평화 생명을 위해 한국 교회가 걸어온 100년의 역사를 다큐멘터리로 정리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이 작품이 에큐메니칼 운동을 고민하는 다음세대에게 유익한 영상 교재로 활용되길 기도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시 쓰는 백년’은 오는 24일과 25일 CBS TV를 통해 방송된다. 방송 직후 CBS Joy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전편이 공개되며 NCCK 유튜브 계정에서는 영문 자막 버전도 업로드될 예정이다.


박효진 기자(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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