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김파란 톨스톨이와 도스토옙스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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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Violet Song 선생님 댓글에 대한 답글


"톨스토이는 모스크바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았다는 것도 둘이 만나지 못했던 이유중 하나였을지도 몰라요. 지금도 기차로 12 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그 옛날에는 한번 만나기도 힘들었을 듯 " - 송 선생님의 댓글

송선생님 말대로 톨스톨이와 도스토옙스키는 서로 생활하고 활동한 지역이 달랐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아시아에 걸쳐 있어 영토가 광활한 나라다. 동쪽의 블라디보스크부터 서쪽의 페테르부르크까지 광활하다.
쇼비에트 초기에 만들어진 영화 제목처럼 딱 세계의 "6분의 1'이다. 연방이 헤체된 지금의 러시아만 하더라도 세계의 8분의 1 정도다. 이 지리적 광활함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에서 '영혼의 광활함'으로 변모한다. 그러니 송선생님 말씀처럼 이 지리적 거리로 인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교류를 못했다는 가정은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또 두 사람 삶의 궤적도 묘하게 엇갈린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유학 간 도스토옙스키. 시골에서 태어나 카잔으로 대학을 진학한 톨스토이. 청년기에 톨스토이가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를 오가며 지낸 적이 있지만, 공교롭게 그때는 도스토옙스키 일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베리아 유형기였다. 그 후 시베리아 유형에서 귀환한 도스토옙키가 페테르부르크를 거주지로 삼는 데 반해 톨스토이는 낙향해서 이스나야 폴랴냐의 지주가 된다. 톨스토이는 도시를 정말 싫어했는데 그 중 페테르부르크를 제일 싫어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면서 이 두 작가의 삶의 궤적이 묘하게 엇갈린다 하더라도 정상급 작가들이 활동하는 문단은 좁다.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매우 중앙집권적인 나라여서 문화의 중심도 정해져 있었기에 그 당시 동료 작가들과 평론가들은 물론 출판업계의 편집장들, 또 사회 유명인사들 등 두 작가의 지인들은 다 서로 친분이 있었다. 게다가 아내들끼리는 출판업으로 정보를 주고받느라 만난 적이 있었다.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리얼리즘 문학의 3대 작가가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다. 이들 작가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가 1856~ 1880년까지라고 보면 서로의 존재를 안 기간이 30여 년인데 둘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같은 모임에 참석해서 한 공간에 머물렀지만 톨스토이의 소개하지 말라는 요청에 이 두 작가는 인사도 하지 못했다(도스토옙스키의 아내 안나의 회상에 나옴) 그때 도스토옙스키는 톨스토이와 인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도스토옙스키는 톨스톨이를 매우 특별히 여겼지만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휘몰아치는 살인자들의 고통스러운 심리가 곧 작가의 내면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고 도스토옙스키 역시 병적인 인물이라고 느껴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작가의 만남이라는 가정을 내세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작가들의 '질투'가 아니라,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았던 작가들이 어떤 자리에서 세상을 보고(세계관) 자신이 속한 사회를 쓰는 궤도를 잡는지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겉으로는 피하고 주시하지 않는 듯해도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 그들이 자신들이 선 자리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자신과 반대에 서 있는 작가들의 목소리도 같이 읽으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작가 일기>에 실린 시론적인 글을 보면 도스토옙스키가 대단한 국수주의지라는 걸 알 수 있다. 슬라브주의자에다 반동주의자로서의 면모도 강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아내도 (두 번째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인간으로서 위대하지 않았다고 했듯이 인간 도스토옙스키와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다르다. 그건 톨스토이도 다르지 않다. 귀족이었던 톨스토이는 하녀들, 집시들, 농가의 처녀들을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였다. 톨스토이는 동물적 성적 욕구에 굴복해 방탕한 생활을 하고 여기서 오는 죄의식 때문에 평생을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뉘우쳐 울었지만 그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병을 치료받으러 다니면서 자신의 육체에 대한 혐오감, 고통 그리고 부끄러움이 만들어 낸 고독 속에서 톨스토이는 처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위대한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부끄러움을 같이 느끼면서 그 고통을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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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경 and 185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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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bin Hong
만나지 않는게 좋았을 겁니다
2
김파란
홍기빈 예 맞습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모두와 교루했던 투르게네프와의 관계를 보면 진짜 서로 모르는 척 지냈던 것이 다행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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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zabeth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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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세상 때가 묻을수록 톨스토이가 별롭니다. 소냐 부인이 안 됐다 싶어요. 저도 별 수 없는 속물이거든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남에게 못 할 짓 하지 않고 살면 된 거 아닌가 해요.
김파란
홍윤진 맞습니다 선생님
Violet Song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인간이죠.
5
김파란
Violet Song 예 부끄러움을 모를 때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거 같습니다
김진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좋은 글 감사.
2
김파란
김진 제가 늘 고맙습니다
Sehoon Oh
마지막 문단은 문학강의실에서 모두가 외우면 좋을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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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Sehoon Oh 선생님 잘 지내시죠
선생님 고맙습니다^^
왕정수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파란 replied
 
1 reply
한성우
역대급 해설에 녹아내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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