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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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파친코 1
파친코 1   
이민진 (지은이),이미정 (옮긴이)문학사상사2018-03-23원제 : Pachinko (2017년)

편집장의 선택
"2017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오사카로 건너가 4대를 걸쳐 살아온 한국인들의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이 가혹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어야 했던 고난과 생존의 역사는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고 극적이다. 제목 '파친코'는 일본 거대경제의 한 축이면서도 사행산업이라 손가락질받는 경멸적 공간, 재일교포가 살아남기 위해 결국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굴레를 상징한다.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은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도쿄로 이주해 여러 명의 재일교포들과 만나면서 소설의 뼈대를 세웠다고 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이민자로 살아온 한국인이라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과 깊은 교감을 이뤄내면서도, 객관적 시선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서술한다. 지난해 미국 내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BBC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혀 큰 화제를 모았다.
- 소설 MD 권벼리 (2018.04.03)
시리즈이 책의 전/후속편 (총 2권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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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작품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민진은 그때부터 자이니치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에 겸허해진 이민진은 그때까지 써온 원고를 모두 버리고 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이민진은 그 치열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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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부산의 작은 섬, 영도 ‥11
한겨울의 방문자 ‥21
젊은 목사, 이삭 ‥33
운명의 남자 ‥45
몰래한 사랑 ‥57
한수의 고백 ‥75
신이 주신 선물 ‥85
신의 계시 ‥99
우동 두 그릇‥115
속죄와 용서‥131
떠날 채비‥143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153
첫날밤‥167
고난의 길‥179
경희의 꿈‥195
213엔의 빚‥207
엄마가 된 소녀‥219
혹독한 시련 ‥229
김치 아줌마 ‥241
새로운 일자리 ‥257
좋은 소식 ‥269
낯익은 사람 ‥285
12년 만의 재회 ‥301
농장 생활 ‥313
노아의 아버지 ‥333
사랑의 고통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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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인연‥47
두 남자의 사랑‥59
와세다 생활‥69
파라다이스 세븐‥77
모자수의 사랑‥91
후원자‥105
더러운 피‥115
노아의 선택‥127
파친코 직원‥139
유미의 고백‥151
갑자기 찾아온 죽음‥163
회상‥177
노아의 가족‥187
하루키의 비밀‥197
앨범 속의 글‥211
저주받은 피‥223
개목걸이‥235
엄마 냄새‥251
생일 파티‥261
감추어 왔던 진심‥273
엄마의 죽음‥285
더러운 꽃‥295
이기적인 여자‥303
남한 사람, 북한 사람‥313
특별한 상사‥323
진짜배기 미국인‥331
부당 해고‥343
미친 짓거리‥353
시작과 끝‥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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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 267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나 일본을 위해서 싸우는 재수 없는 개자식이나 다들 먹고살려고 애쓰는 만 명의 동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결국 굶주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P. 236 요셉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뭔가 더 위대한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아 가족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P. 226 복잡한 술집에서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며 던지는 농담 소리가 크게 울려댔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 중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 낯설고 살기 힘든 땅에서 가족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P. 159 선자는 이 모든 것을 한수의 이야기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복을 입은 개표원과 출입국 관리자, 짐꾼, 전차, 전기 램프, 등유 난로나 전화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자는 새로운 땅에서 싹을 틔워 햇살을 받으려고 곧게 피어나는 묘목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P. 39 선자가 웃을 때면 같이 웃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는 선자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딸을 맹목적으로 사랑했다. 선자는 어린아이였을 때도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일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마법사가 외우는, 혹은 영혼이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 찰스 디킨스 - 카르페디엠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카르페디엠


추천글

고국과 타국, 개인적 정체성에 관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묻게 하는 놀라운 소설이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인생 속에 녹아 있는 개인적인 욕망과 희망, 그리고 불행을 탁월한 수법으로 그려냈다. - 뉴욕 타임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작품이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는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책이다. 《파친코》는 뛰어난 소설가들 가운데서 화려하게 우뚝 선 이민진의 자리를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 주노 디아스 (소설가, 퓰리처상 수상작가, MIT 문예창작과 교수) 

이민진의 《파친코》는 훌륭한 작품이자 열정적인 이야기이며 위엄 넘치는 글이다. 또한 극히 읽기 쉬운 뛰어난 작품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고전적인 작품이며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것으로 믿는다. - 다린 스트라우스 (『Half a Life』의 저자) 

한 가족의 이야기가 전 세계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책이 바로 《파친코》다. 이민진의 소설은 처음부터 시작까지 눈을 뗄 수 없고, 교차하는 문화와 세대를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게 그려냈다. 놀라운 성취와 우아함, 진실이 가득한 책이다. - 에리카 와그너 (타임스)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도박 같은 재일교포의 삶

‘파친코’는 운명을 알 수 없는 도박이라는 점에서 재일교포들의 삶을 상징하는 좋은 은유라고 할 수 있다. 파친코 운영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줄 수는 있으나 야쿠자와의 연관성 때문에 폭력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일교포들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다. 편견으로 점철된 타국에서 ‘파친코’는 재일교포들에게 돈과 권력과 신분의 상승을 안겨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파친코》는 단순한 도박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파친코》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것은 곧 어려운 시기에 문제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역사가 우리를 망치고,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쳐도 국민들은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파친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희망과 극복이다. - 김성곤 (조지워싱턴대 석학교수) 

놀라운 작품이다. 디킨스와 톨스토이의 손길이 일본에서 살았던 20세기 한국인 가족에 스며들었다. 이민진의 《파친코》는 대부분의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과 사랑, 돈이라는 주제를 모두 다루면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 나라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단하면서도 고통스럽고 친숙한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제시한다. - 게리 쉬테인가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현대와 삼성, 김치밖에 모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특별한 작품은 기쁨과 비통함이 무엇인지 뚜렷이 증명해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더없이 가슴 아픈 인생 여정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완벽하게 풀어낸 잊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다정함과 지혜를 보여준 이민진에게 찬사를 보낸다. - 시몬 윈체스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8년 3월 23일자 '새로나온 책'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22일자 '책과 생각'
저자 및 역자소개
이민진 (Min Jin Lee)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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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1.5세로서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민진은 196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가족 이민으로 뉴욕 퀸즈에 정착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원산,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는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미국식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화장품회사 영업사원 출신이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처럼 전쟁의 공포 탓에 1970년대 중반 이민을 결행했다.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던’ 가난한 기억을 가진 이민진은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민진은 기업변호사로 일하며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6세부터 B형간염 보균자였던 그녀는 간이 나빠져 잘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글 쓰는 일로 복귀했다.

2004년 단편소설 〈행복의 축Axis of Happiness〉, 〈조국Motherland〉 등을 발표해 작가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2008년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발표, 한국을 비롯하여 11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전미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미국 픽션 부문 ‘비치상’, 신인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진의 소설적 뿌리는 이민을 토양으로 뻗어나간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난 것이 자이니치에 대한 호기심을 직접 탐사할 기회를 제공했다. 남편이 2007년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된 덕분에 그녀는 일본에서 4년간 살면서 소설 《파친코》의 뼈대를 세웠다.
이민진은 현재 미국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파친코 2>,<파친코 1>,<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 총 45종 (모두보기)
이미정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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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서강 방송 아카데미 번역 작가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인 베네트랜스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예술하는 습관』, 『파친코 1, 2』, 『고담의 신 2, 』『시간 여행』 등이 있다.
최근작 : … 총 6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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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린 대작!
차별받는 이민자의 투쟁적 삶을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장장 80년에 걸쳐 그려낸 재일 한국인의 가슴 아픈 역사!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자이니치들의
도전과 생존의 역사 《파친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수작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민진은 그때부터 자이니치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에 겸허해진 이민진은 그때까지 써온 원고를 모두 버리고 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이민진은 그 치열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현란한 문체 대신 행간의 의미를 함축하며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서사에 녹아 전해진다.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

《파친코》 속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한계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된 삶을 이어나간다. 삶은 모두에게나 고통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했다. 물론 그들은 조선에서도 평탄한 삶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그저 자식만큼은 자신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시대는 그들의 평범한 소원을 들어줄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러한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남편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정상인으로 태어난 딸 선자를 묵묵히 키워나간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는 안타깝게도 엄마 나이 또래의 생선 중매상 한수에게 빠져 결국에는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불행의 나락에 빠진 선자는 목사 이삭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구원을 받게 되고,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삭의 형 요셉 부부가 사는 일본의 오사카로 향한다. 일본에서 한수의 핏줄인 첫째 노아와 이삭의 핏줄인 둘째 모자수를 낳은 선자는 친정엄마인 양진처럼 여자로서의 인생은 잊어버린 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을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선자의 형님인 경희는 어쩌면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양진과 선자보다도 더 힘든 인생을 사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경희는 불임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남편에게 충실하며 가족들을 살뜰하게 보살핀다. 불의의 사고로 찾아온 불행 앞에서도 그 운명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수용한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강인한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편으로는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한 여성의 삶을 안쓰럽게 만드는지도 보여준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 세 여성들만이 아니다. 선자의 남편인 이삭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굴레에 묶여 있었고 경희의 남편 요셉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남자라는 자신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자의 소중한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이름을 가졌음에도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삶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다만, 이 두 아이는 그러한 현실을 각자의 가치관에 근거해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노아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공부에 파고들고, 모자수는 조선계 일본인에 대한 경멸과 괄시에 폭력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일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착실하게 일하여 많은 돈을 벌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이니치’라는 편견은 두 사람이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굴레였다.

진솔한 서사와 치열한 작가 정신의 승리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긴 세월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온갖 사건을 겪는다. 거기에는 사랑과 배신, 구원과 원망이 있으며 질투와 절망이 있었다. 그리고 인정받고자 하는 발악과 체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뿌듯함이 있었다. 《파친코》에는 작가 자신이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겪었던 감정과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했던 진솔한 노력이 잘 녹아 있다. 현실감 있고 민감한 이야기를 거시적인 배경과 굵은 플롯 구조로 풀어나간 《파친코》는 그렇기 때문에 대단한 흡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대표 매체 〈NPR〉은 “생생하고 흡입력 높은 《파친코》는 역사가 지우려고 하는 모습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하며 소설이라 믿기 힘들 만큼 현실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호평했다.
진부한 서사를 거부하고 정체성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한 이민진의 작가 정신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시대를 아우르는 대작 《파친코》를 만들어냈다.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 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탄생한 소설 《파친코》는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투쟁적 삶의 기록이며 유배와 차별에 관한 작품이다. 정체성에 관한 의문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필사적인 투쟁으로 힘겹게 얻은 승리를 통해 깊은 뿌리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어가는 이야기 《파친코》. 미리 이 책을 만나보았던 세계의 다른 독자들에게 그러했듯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과 만족을 안겨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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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구매
진찡 2020-06-15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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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하얗게 만든 손에 만져지는 이야기.
인물들의 삶과 하나가 되면서 또 거리를 두고 생각하게 된다.
올해 만난 놀라운 선물!  구매
kimyesung 2021-02-28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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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었네요
한줄읽고 생각하고를 반복했어요
작가님 고생 하셨어요  구매
rotjsans11 2021-02-18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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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는 그냥 드라마 사투리여
전라도에선 저런 사투리를 쓰질 안해!  구매
피무든광견 2021-02-0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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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선 순자였던 주인공이 2권 첫페이지부턴 선자..뭐지? 내책만 이런건가?  구매
iamzaca 2021-02-23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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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고통의 바다에서 새창으로 보기
 
기대작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그런 이물감이 느껴졌다.10년 전,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으로 첫 번째 장편을 발표한 저자는 조선에서 출발해서 일본에 거주하는 4대에 걸친 재일한국인 가족에 대한 서사시로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 출판사가 책의 표지에 떡하니 박아 놓은 대로 과연 ‘세계적 작가’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부산 영도에서 출발한 김순자 가족의 이야기는 신산하기 짝이 없다. 사실 식민지 시절 한국인들에게 먹고사니즘 만큼 중요한 게 없었으리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순자의 아버지 김훈의 삶은 조국을 일본에게 빼앗긴 식민지 백성의 심정을 절절하게 대변하는 문학적 장치에 다름이 아니다. 순자의 어머니는 존경하는 남편을 잃고, 어린 순자를 억척스럽게 키워나간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하숙집 주인 노릇을 하며 근근하게 먹고사니즘은 해결해 나간다.

 

외동딸 순자가 그런 어미의 기대대로 잘 자라났으면 좋으련만, 시장통에서 힘깨나 쓰는 부유한 건달 고한수를 만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유부남이자 오사카에 본부인과 아이를 세 명이나 데리고 있는 한수는 자신의 딸같은 순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다. 장애 유전이라는 문제점 때문에 딸이 과연 결혼할 수나 있을까 싶던 차에 순자의 어머니는 기가 막히는 상황을 처하게 된다. 시집도 안간 딸이 임신한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언제나 구원의 손길은 있는 법, 평양 출신 멋쟁이 백이삭 목사가 나서면서 순자 모녀의 문제는 일시에 해결된다. 물론 그전에 결핵병으로 죽어가던 이삭 목사를 순자의 어머니가 구해 주면서 백목사에게는 마음의 빚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아이를 가진 순자와 결혼해서 형 요셉이 자리를 잡은 오사카로 건너갈 계획을 세운다. 참, 그의 맏형 사무엘은 삼일운동 당시 죽음을 당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어째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기와 무염시태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가. 조선땅에서 한국인들이 당하는 고통의 역사는 유대인이 이집트땅에서 당한 환난과 그 궤도를 같이 하지 않는가.

 

물론 순자와 이삭의 일본행이 구원의 약속은 아니었다. 오사카 이카이노에 정착한 그들에게 행복의 순간들은 잠깐 뿐이었다. 만주침략으로 시작한 일본 제국주의는 미국을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에 뛰어든다. 백씨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요셉은 다른 가족들을 건사할 깜냥도 되지 않으면서 ‘김치 아줌마’가 되고 싶어하는, 아니 시장에 나가 직접 돈을 벌고 싶어하는 양반집 규수 출신 아내 경희를 억압하는 구시대 남편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 현지에서 차별과 경제적 무능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노아가 태어나고, 이삭이 신사참배 문제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는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순간도 등장한다. 기이한 점은 이삭의 죽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의 소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순자 가족의 일본 고군분투기의 뒷배경에는 노아의 진짜 아버지 한수의 조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수는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대리인 김창호를 투입해서 순자 가족을 구원한다. 일찍이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당차게 일본행을 선택했지만, 어쩌면 그것조차 한수가 모두 계획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패망이 가까워지면서, 미군의 공습이 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한 한수의 조언대로 순자 가족들은 한수가 준비한 시골 농장으로 이동한다. 요셉은 가장으로서 돈을 벌기 위해 나가사키로 향했다가 원폭 피해자가 된다.

 

파친코의 1부 <고향>에서 식민지 조국에서 일본행을 선택한 순자 가족의 고난이 그려진다면 2부 <조국>에서는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인 노아(Noah)와 모자수(Moses)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확실히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문득 한국어 번역에서는 구수하고 현란하게 전개되는 순자 아주머니의 부산 사투리가 과연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 지 궁금해졌다.

 

문제적 인간 요셉이 보여주는 캐릭터는 식민지 조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시민 스타일의 민중에 대한 스케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형 사무엘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할 생각도 없고,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그는 굽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일제에 협력하거나 부역한 것도 아니다.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 오로지 살기 위해 일본인 고용주 밑에서 일한 것이 부역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아내는 집에서 가장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가치가 붕괴되고 전도된 전후 일본 사회에서 새로운 세대의 그것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계화라는 점에서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는 캐릭터의 입체화, 내러티브의 전개 등에서 나무랄 데가 없을 것 같다.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고, 순자 가족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유발은 탁월했다. 다만, 한국 사람들이 읽는다면 과연 부산 영도에서의 생활과 오사카에서 순자 가족들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가 작가가 묘사한 대로였는지 같은 디테일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재미작가 출신이라는 점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이물감이 독서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참 글은 잘 썼는데 결핍과 괴리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저자가 소설 <파친코>에서 추구하는 문학적 핍진성이 재일한국인들에게만 벌어질 수 있는 유니크한 설정에서 벗어나, 글로벌리즘에 매몰되어 버리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독자로서 파친코 1부 <고향>은 충분히 흥미진진했다. 이제 다음 세대의 주자들인 노아와 모자수(그의 이름이 모세라는 점을 알기 전까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름인지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가 이어받을 2부 <조국>에서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뱀다리] 인스타에서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데, 참 표지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다. 꼭 이래야만 했는가.

[뱀다리2] 작가로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재니스 Y. K. 리의 두 번째 소설 <국외거주자>의 출간이 궁금해졌다. 왠지 나는 재니스 Y. K. 리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은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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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4-12 공감(23)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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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파친코 1 새창으로 보기 구매
서사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을 참 오랫만에 발견했다. 아마도 작가가 미국에서 영어로 쓴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한국문단에 있었으면 절대 이런 글 못쓴다. 조정래 이후 처음 같은 느낌^^4대에 걸친 굴곡의 한국사, 일본 이민사를 별다른 묘사나 기교없이 이야기만으로 이끌어간다. 번역글이지만 쭉쭉 읽힌다. 1권보다 2권에서 흥미가 좀 떨어지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된다. 약간 드라마같음ㅋㅋ요점은 첫 문장!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표지왜이래 #제목도별로
보물선 2019-05-22 공감(1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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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이 책을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새창으로 보기
⭐⭐⭐⭐☄
p11 -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마법처럼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문장들이 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 바로 그런 마법을 부린다.
전미도서상 최종후보까지 오른만큼 이미 이야기와 소재의 가치는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읽기 쉽게 쓰면서도 나선으로 돌며 소재의 핵심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힘이 있다.
#표지가이책을망쳐놨지만그래도상관없다
어린 시절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1.5세대 작가는 재일조선인을 다루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리고 그 묵직함에 새겨진 주름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고 강렬하게 풀어낸다.
어딘가는 비극적이고 어딘가는 희망이 샘솟는 이야기는 숙명으로 주어진 출생의 한계를 우화처럼 느껴지게도 하는데, 그만큼 재일조선인을 우리마저 이야기하거나 다루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영도의 하숙집을 운영하던 양진, 순자 모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순자가 고한수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잉태하고 젊은 목사 백이삭이 순자를 호세아의 본을 따라 일본으로 데리고 가면서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혼외자, 백이삭의 온정, 백이삭의 죽음 이후 전쟁과 고한수의 보살핌, 아들 노아와 모자수(moses)의 일본생존기,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이 겪는 근원적인 차별과 미국유학까지...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의 생존기는 20세기 한일관계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이민자들이 보편적으로 겪을 이민지에 갖는 애증의 심정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설득시키고 이해하게 해준다.
적응하고 동화해야 된다는 절박함, 생활과 환경에 대한 친밀감과 동시에 차별에 대한 고통과 동포애라는 연민. 외지로 떠났다는 이유로 재일조선인을 비난하면서도 수용하지 않는 한국.
① p27 - 모슬린 한복 조끼를 입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손을 놀려 머리를 쪽 지어 올렸다.
② p18 -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적어도 이름을 세 개 가지고 있었다.
② p95 -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순자를 중심으로 한 재일조선인 4대가 주인공인 이 대하소설의 제목이 <파친코>라는 사실이 이질적일 수도 있는데, 일본 최대 #파칭코 기업이 재일조선인 가족 기업 #마루한 이며 이 기업이 일본사회에서 조선 출신이기에 더 결벽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밖어 없었다는 사실, 또한 그 이질감이 일본 속 재일조선인을 그대로 증명해준다는 사실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시사점이다.
#파친코 #pachinko #minjinlee #이민진 #문학사상사 #문학사상 #minjinleepachinko #대하소설 #전미도서상 #nationalbookaward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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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쓰 2018-04-06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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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권 새창으로 보기
"디킨스와 톨스토이의 손길이 일본에서 살았던 한국인 가족에 스며든 (놀라운) 작품이다."

위의 평가는 이민진 미국 변호사의 이 작품을 두고 소설가 게리 쉬테인가드가 내린 것입니다. 확실히 가장 정확한 평가인 게, <올리버 트위스트>나 <어려운 시절> 등 대작에 묘사된 가장 힘든 계층의 고단하고 치욕적인 삶이 잘 드러났을 뿐 아니라, 그런 시련의 와중에도 오히려 빛을 발하는 인간애와 연대 의식이 페이지마다 스며 있기 때문입니다. 글쎄요, 우리 한국의 독자들은 예컨대 <토지>라든가, 선우휘 선생의 <노다지> 등 장편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하 겨레의 수난을 픽션 속에서 여러 번 접해 왔고, 주변에는 아직도 그 시절을 가장 아프에 살아 오신 분들이 여럿 생존해 계시기까지 하죠. 그래서 "또 그 얘긴가?" 같은 반응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안될 일입니다. 이런 민족 전체의 수난사에는 어떤 "면역 단계"란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일본이 그 국왕이나 정부 차원에서 허리 굽혀 통절한 사과를 한 후에도, 우리는 이런 수난과 모욕의 역사를 영혼에 각인시키고 미래를 펼쳐 나갈 의무가 있습니다. "용서는 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는 유대인들의 유명한 경구처럼 말입니다.

배경은 1930년대 전반 식민지 조선의 경상도 해안 지방입니다. 착하고 힘도 세지만 언청이에 몸이 비틀린 불구로 태어난 훈이는, 그 장애의 인자가 후손에까지 물려질까 두려운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혼사도 치르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하지만 그 양친이 너무도 사려 깊은 분들이고, 이처럼 알차게 인생을 살아온 분들에게는 어떤 식으로건 선행과 성실에 대한 보답이 이뤄지게 마련입니다. 양진이라는 선하고 심지 굳은 여인과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순자라는 딸을 낳습니다. 이 1권은 대체로 순자의 일생 전반, 즉 목사 백이삭과 결혼한 후 오사카로 건너가 그곳에서 겪은 온갖 질곡과 시련 가득한 여정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종종, 식민지 시절에 경제는 오히려 괜찮았다는 왜곡된 평가를 듣곤 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일단, 그 시절을 몸으로 살아낸 산 증인의 말을 우선 청취하고 뭘 평가해도 평가해야 합니다. 이민진 변호사가 물론 그 오래전 시절에 자신의 생 한 구간이라도 닿을 나이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생생한 묘사가 가능하려면 직접 증인에게 사연을 들었어야 가능하지 않았겠습니까?

창작 동기는 1989년 예일대의 어느 강연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내내 따돌림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학생의 사연을 들은 일이라고 나옵니다. 이 사건은 워낙 유명했고 당시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켜 KBS에서 특집 드라마로 제작, 방영하기도 했죠(이 변호사께서 강연을 들은 건 1989년이지만, 사건은 그보다 몇 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이 경험은 이 변호사가 아직 법대생 시절이었을 적이고, 이후 그녀는 일본계(이 점이 너무도 중요하군요) 미국인 남편(금융인 전문직)을 만나 일본에 건너가 살게 되고(오사카는 아니고 도쿄라고 하네요), 이후 관련자의 증언, 취재를 통해 이 장편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계라고 하면 우리는 아무 상관 없는 민간인에다가 괜한 증오의 시선을 보내는 못난 태도를 종종 봅니다만, 미국 사회 속 동아시아계 국외자로서 이 변호사 부부는 서로 결정적이다 싶은 정체감을 공유했겠으며, 대개 일본계 이민자들이 그러하듯 모국(고국)의 불의하고 추악한 과거에 대해 "미국 시민 다운" 공분을 느끼는 게 보통입니다. 이 소설에 보면 곳곳에, "이해심 깊고 마음 좋으신 부모님을 만난 복으로..'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이 변호사 역시 그녀의 양친, 남편 등 해서 주변에 참으로 선량하고 교양 있는 인맥을 둔 게 진정 축복으로 보입니다.

현대 한국인들은 강점기의 일본인이라 하면 예컨대 헌병 경찰이나 서슬 퍼런 차림새를 한 공권력 집행자 등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말 그대로 심을 식 자 백성 민 자를 쓴, 식민지에서 새 기반을 마련하려 든 민간인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 이방인들이 우리 터전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조선인을 노예처럼 부리고 차별 대우를 일삼으니 우리 조상들이 느꼈던 심회가 어땠겠습니까.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립, 번영할 수가 없죠. 또, 설령 입신 출세가 가능하다 해도 바로 동족이 저런 노예 상태에서 신음(이 표현은 카이로 선언에도 나옵니다)하는데 양심이 있다면 이를 외면할 수 없었겠고 말입니다.

이 장편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 마음이 많이 무거워질 듯합니다. 사실 디킨스의 장편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은, 물론 산업 사회가 빚은 고유의 모순 때문에 고통을 겪긴 합니다만, 그 중에는 누구의 탓을 할 수 없는 본인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든가, 혹은 아예 자신이 저지른 악행, 우행, 비행의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헌데 이 작품에선, 많은 이들이 순전히, 야만적인 이민족의 가혹한 통치 때문에 고생을 하고 모욕을 당합니다. 일본은 근대화의 명분을 내세우며 조선을 개화하겠답시고 이 반도에 상륙을 했으나, 그들이 여기서 자행한 건 상식을 벗어난 수탈과 저질스러운 지배 욕구의 충족 뿐이었습니다.

마치 심훈의 <상록수>처럼, 이 작품에도 다소 전형적이라 할 여러 순수한 사명감을 품은 개성들, 기독교 신앙에 충만하여 어렵고 딱한 이들을 구해 보려는 이상주의자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 단연 주목이 가는 이는 젊은 목사 백이삭입니다. 키도 크고 순수한 열정을 지닌 멋진  청년이지만, 이 당시 불치병으로 통했던 결핵을 앓는지라 그리 오랜 생을 누릴 수는 없는 불운을 안고 있습니다. 마치 <벤허>에서 나병이라고 하면 모든 이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듯, 이 시절에는 결핵이 그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하늘의 저주처럼 받아들여졌나 봅니다. 허나 현실의 그런 가혹한 족쇄가 자신을 옥죌수록 백이삭 목사는 더욱 자신이 믿는 종교에 순명합니다.

앞서 등장한 언청이(소설 속 단어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니 혹시 불쾌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의 딸 순자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책임한 늙은이에게 욕정 해소의 수단이 되어 아이를 배게 됩니다. 가뜩이나 불구자 집안에서 태어나 시집을 가기 어려운데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백이삭 목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신이 주신 축복입니다." 거 참. 목사는 또 이 아이(아직 태어나지는 않았으나)와 여인을 구원할 방법은 자신이 바로 여인과 결혼해서 뭔가 떳떳한 신분을 마련해 주는 게 유일한 길임을 알고, 지체 없이 실천에 옮깁니다. 이렇게 해서 백이삭은 오사카행 배에 오르게 되는데, 아무리 자이니치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고장이라고 하나 근본적으로 이곳 역시 일인들의 땅입니다.

번듯한 외모 덕분에 일단은 존중을 받으나, 입 한 번 떼는 순간 바로 조선인임이 들통 나 지독한 취급을 받는 현실. 이 와중에도 일인인 척 시늉하며 약삭빠르게 적응해 가는 조선인들도 많고, 그리 쉽게 속아넘어가는 일인들을 보며 그들이 기댄 우월감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지 조소를 보내게도 됩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행실로 조선인 전체가 욕을 먹지 않게 하라. 한 기독교인의 실수 때문에 전체 교단이 비난을 받지 않게 하라."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지만(이 변호사의 부친은 함경도 출신인데 이곳 역시 해방 전에는 기독교세가 강한 곳이었죠), 일본에서는 기독교가 마이너리티에 지나지 않고, 하물며 조선인이기까지 하다면 그 대접이 어떠했겠습니까. 고달픈 역정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하지만 여튼 함께 속죄(그동안의 무심함)하는 심정으로 페이지를 넘겨 가겠습니다. (2권 리뷰로 이어짐)

문학사상사에서 낸 책은 일단 호감을 갖고 읽는 편인데, 오탈자가 거의 없고 표지 디자인이 깔끔하며, 번역하신 분이 원 저자의 의도를 가장 잘 알 법한 분인 만큼 마치 처음부터 한국어로 쓰인 양 자연스럽고 토속적인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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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 2018-04-24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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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애플TV'에서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2018년에 발표했고, 지금 촬영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소설이 미국에서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었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소설이 미국의 주류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현상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이며, 그리 주목받지 못한 대상으로 100년을 살았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과 일본 거주는 20세기 초반의 비극적 역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의 기원이 있다. 1910년, 일본의 강제병합 이후 조선인의 삶은 고통과 울분, 비통의 연속이었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려던 조선인들은 가까운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하와이, 쿠바,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는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났다. 이렇게 떠난 조선인은 인종차별과 하층 노동자로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 근현대사의 시작은 비극이었다. 동학혁명이 일본군의 폭력에 무너지면서 민중의 삶은 짓밟히기 시작했고, 그것은 조선왕조에서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이 참혹한 것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당시 조선의 근현대사 배경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부산의 영도 바닷가에 살던 이름 없는 가난한 어부 부부에게 온전치 못한 몸을 지닌 아들 '훈'이 있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더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 양진이 부부로 맺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훈'이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몸은 튼튼했고, 듬직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너무 가난해서 입 하나를 덜기 위해 시집 온 양진은 시부모와 함께 힘든 시간을 지내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선자가 태어나고, 선자는 튼튼하고 야무진 여성으로 성장한다.

이 작품은 4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세대는 드라마틱하게 다른 삶을 살지만 등장인물들이 일본에 정착하면서 살게 된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재일조선인', 일본사회에서의 소수자로 당하는 차별, 멸시의 구조다. 주인공들이 일본에서 자기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일본의 '재일조선인' 정책과 조선인을 차별하는 사회적 공모가 강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의 구성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가난한 조국 조선을 자발적이든, 강제로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디아스포라적 삶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은 '실존적'이든 '이념적'이든 '경계인의 삶'으로 존재하고 있다. 역사 속의 집단이자 개인으로 디아스포라이면서 경계적 존재로 사는 사람들은 유대인과 재일조선인이 공통점을 갖는다. 유럽에는 '집시'도 있으나 그들은 단일한 민족 정체성을 갖지 못한 집단 유랑민이라는 점에서 유대인과는 또 다르다.

작품 제목인 '파친코'는 '재일조선인'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는 마치 유대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고리대금업자'를 떠올리는 것과 같다. 두 경우 모두 그 집단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이 아니며, 사회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인 '파친코'와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여성의 삶은 서로 만나는 지점이 없다. 즉, 이 작품은 여성의 서사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제목은 '재일조선인' 가운데서도 남성이 운영하는 '파친코'로 되어 있어 제목과 내용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이것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상징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성 서사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여성이어서 여성의 삶에 보다 공감과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삶은 물론, 가족의 삶을 구원하는 구원자적 존재로 등장한다. 여성은 늘 남성의 그늘, 발 아래, 뒤치닥꺼리, 조력자, 보조자 등으로 존재하지만, 길게 보면 남성을 품고, 기르고, 키우고, 성장시키는 구원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에서도 양진은 가난한 집 막내딸로 굶주리는 삶을 살다, 나이가 많고, 몸도 성치 않은 어부의 아들 '김훈'의 아내가 된다. 다행히 김훈은 장애가 있지만,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어서 양진은 가난 속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딸인 선자는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엄마와 두 사람의 일하는 여성과 함께 하숙을 치면서 성장한다.
선자가 고한수를 만나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평양에서 온 백이삭 목사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하고 정식으로 백이삭의 아내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면서, '재일조선인' 1세대의 삶이 시작된다. 백이삭의 형 백요셉은 이미 그의 아내 이경희와 함께 일본에서 정착했고, 이경희는 선자를 동생처럼 여기며 끈끈한 연대와 우정을 쌓아간다. 
고한수는 조선인이지만 일본인 아내와 결혼하고 세 딸을 두었고, 그의 장인은 야쿠자 두목이었던 것이 나중에 드러난다. 고한수 역시 장인의 야쿠자 조직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그는 평생 야쿠자로 살면서 돈과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선자의 남편 백이삭은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2년의 옥살이 끝에 결국 숨을 거둔다. 백요셉 역시 미군의 폭격에 화상을 입고 고생하다 죽는데, 남성들이 이렇게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도 '재일조선인'의 비극이라는 것을 작가는 드라마틱한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성(남편)의 부재로 곤란한 생계를 꾸리는 건 여성들이다. 경희와 선자는 김치 파는 행상을 시작으로 집안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김치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고, 김창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들의 김치를 전부 구입하겠다며 두 사람을 식당 주방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게 한다. 시간이 지나서 김창호의 뒤에 고한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설령 일찍 알았다 해도 경희와 선자는 그 주문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희와 선자에게는 아들 노아와 모자수가 있었다. 두 아이를 건강하고 떳떳하게 키우는 것이 삶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고통도, 굴욕도 참을 수 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의 부재로 성장하는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평생 힘겹게 일하는 엄마와 큰엄마를 보면서 엇나갈 수 없었다. 아버지의 부재는 곧 조국의 부재이기도 하다. 나라를 잃은 민족, 조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존재인 이들 '재일조선인'은 끊임 없이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버지' 고한수는 노아에게 고통의 근원이다. 이미 아내와 딸이 있는 그는 어린 선자를 좋아하고, 임신시켜 선자의 인생을 망친다. 그렇게 태어난 노아는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불행이며,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백이삭이 죽은 이후, 존재할 수 없는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 아버지가 사회에서 가장 비난받는 야쿠자라는 이유로, 자기의 삶을 방기한다.
이삭의 비극은 '재일조선인'이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 결과일까, 아니면 야쿠자를 부모로 둔 자식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절망과 자포자기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이삭의 자살은 '재일조선인'이 일본에서 뿌리내리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노아는 자신의 실존적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 그의 삶도 모순적이긴 마찬가지다. 그가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파친코 가게에 취업해 많은 돈을 벌면서 '아버지' 고한수가 보내준 학비를 다 갚고, 어머니에게도 많은 돈을 보낸 이후에도 그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여럿 낳아 기르면서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었다고 삶을 스스로 끝내는 것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애초에 결혼할 마음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이삭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건 분명하다. 아내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 극단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 해도, 이삭의 결정을 존중할 수는 있지 않을까.

모자수는 우연하게 파친코 업계에 발을 들여 놓지만, 이 역시 그의 존재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일본 사회에서 주류에 속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일본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사회에서 강하게 밀려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위험하거나 더럽거나 불법한 일일 수밖에 없다.
모자수를 파친코로 끌어들인 사람 역시 재일조선인 고로 씨였다. 성실하고 머리가 뛰어난 모자수는 빠르게 일을 배우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그는 고로 씨의 도움으로 파친코를 직접 경영할 뿐 아니라 가게도 늘리면서 막대한 돈을 벌기 시작한다.
모자수의 아내 유미는 모자수의 단골 양복점에서 일하던 미싱공이었으나 늘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가는 걸 꿈꾸던 여성이었다. 모자수와 결혼해 아들 솔로몬을 낳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데, 이런 크고작은 비극이 재일조선인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솔로몬은 부자 아버지인 모자수 덕으로 어려서부터 국제유치원에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일본으로 돌아왔지만, 일본인 상사에게 이용당하고 해고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으면서, 솔로몬은 아버지가 하는 파친코 업계에서 일을 하겠다고 자청한다.

'재일조선인' 4세대인 솔로몬이라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버지가 파친코로 돈을 벌어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고, 원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솔로몬의 위치였다.
하지만 솔로몬은 일본에 눌러 앉는다. 솔로몬은 할머니와 엄마, 아버지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자신 역시 '재일조선인'으로 3년 마다 지문을 등록해야 하는 차별을 당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재일조선인'이라 해도, 일본 사회에서 늘 변두리, 울타리 너머에 존재하는 이방인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외국에서 공부하고, 부모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살아온 솔로몬 같은 청년 세대가 '재일조선인'으로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결심은, 차별과 멸시의 땅, 고통과 비난이 발목을 잡는 일본 사회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재일조선인'은 불행한 역사를 만든 일본이 상상하지 못한 존재였지만, 일본 내부의 모순을 뚫고 성장하는 기형적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일본인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재일조선인'은 일본의 과거 침략과 범죄 역사의 살아 있는 증거이자 증인이며, 조선인의 의지와 투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존재 그 자체다.
'재일조선인'의 존재는 일본의 내부적 모순을 드러내는 한편, 모순을 첨단, 극대화하는 존재로 작동한다. 일본은 '재일조선인'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유효하며, '재일조선인'을 차별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일본인의 저열함, 야비함, 악랄함을 증명하기 때문에, '재일조선인'은 일본 양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동하고 있다.

작품에서 '재일조선인' 인물들 가운데 기독교와 관련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작품에서 백이삭과 선자가 만나는 대목은 어색하지 않다. 백이삭은 평양의 부잣집 둘째 아들로, 목사가 되어 일본에 있는 교회로 목회를 하러 가는 중이었다. 일본에는 이미 그의 형 백요셉이 아내와 함께 정착했고, 이삭을 불러들인 것이다. 
백요셉이 일본으로 가는 과정에서 선자의 부모가 하는 하숙집에 머물렀던 인연이 있었고, 요셉은 그 하숙집을 소개한 것이다. 그렇게 이삭과 선자가 만나는데, 선자는 이미 임신을 했고, 아버지인 고한수가 유부남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선자는 고한수와 결별한다. 선자는 이삭의 헌신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이삭을 사랑하지만, 이삭은 일본 경찰에 잡혀 고문당하고 일찍 사망한다.
이삭의 아들은 노아, 모자수이고, 모자수의 아들은 솔로몬이다. 일본은 기독교가 극히 미미한 존재인데, '재일조선인'으로 조선사람의 흔한 이름이 아닌, 성경에 나오는 이름을 차용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백이삭과 백요셉이 평양에서 온 기독교인이라는 점은, 미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 
평양은 미국 개신교 선교회가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으로, 당시 조선에서 기독교가 처음 뿌리를 내린 곳이기도 하다. 개신교 선교사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학교를 세우고, 조선사람을 교육시켰다. 교육과 목회는 서로 떨어지지 않았고, 공부를 잘 하는 조선인은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공부하도록 돕기도 했다.
따라서 조선의 근대화에 미국 개신교는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으며, 재미교포 작가인 이민진 작가는 작품 취재를 통해 '재일조선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 가운데 이 시기 평양의 개신교도를 취재했거나 자료를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읽으면서 독특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재미교포로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가서 성장한 사람이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기 때문에, 한글 문장과는 사뭇 다른 영어 문장으로 작품을 썼고, 그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면서 한국소설을 읽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은 분명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한국인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문장은 한국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구조로 짜여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의식구조는 이미 '미국인'으로 확고히 정립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그가 모국인 한국과 한국의 역사, 한국인의 고난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는 건 퍽 높게 평가하면서, 이민진 작가의 영어 소설이 한국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세계 문학의 보편성을 획득하기에 필요한 문장구조가 서양(미국)식으로 짜여지고 있는 것은 흥미를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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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은이),이미정 (옮긴이)문학사상사2018-03-23원제 : Pachinko (2017년)

400쪽
편집장의 선택
"2017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오사카로 건너가 4대를 걸쳐 살아온 한국인들의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이 가혹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어야 했던 고난과 생존의 역사는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고 극적이다. 제목 '파친코'는 일본 거대경제의 한 축이면서도 사행산업이라 손가락질받는 경멸적 공간, 재일교포가 살아남기 위해 결국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굴레를 상징한다.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은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도쿄로 이주해 여러 명의 재일교포들과 만나면서 소설의 뼈대를 세웠다고 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이민자로 살아온 한국인이라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과 깊은 교감을 이뤄내면서도, 객관적 시선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서술한다. 지난해 미국 내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BBC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혀 큰 화제를 모았다.
- 소설 MD 권벼리 (2018.04.03)
시리즈이 책의 전/후속편 (총 2권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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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작품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민진은 그때부터 자이니치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에 겸허해진 이민진은 그때까지 써온 원고를 모두 버리고 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이민진은 그 치열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목차

나쁜 조선인 ‥9
새로운 보스‥23
파친코 사장, 고로‥35
얽히고설킨 인연‥47
두 남자의 사랑‥59
와세다 생활‥69
파라다이스 세븐‥77
모자수의 사랑‥91
후원자‥105
더러운 피‥115
노아의 선택‥127
파친코 직원‥139
유미의 고백‥151
갑자기 찾아온 죽음‥163
회상‥177
노아의 가족‥187
하루키의 비밀‥197
앨범 속의 글‥211
저주받은 피‥223
개목걸이‥235
엄마 냄새‥251
생일 파티‥261
감추어 왔던 진심‥273
엄마의 죽음‥285
더러운 꽃‥295
이기적인 여자‥303
남한 사람, 북한 사람‥313
특별한 상사‥323
진짜배기 미국인‥331
부당 해고‥343
미친 짓거리‥353
시작과 끝‥365

감사의 말‥383
작품 해설‥389
옮긴이의 말‥395
책속에서
첫문장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 279 고생이라, 선자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신물이 났다. 그 외에는 다른 게 없단 말인가? 선자는 노아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해주기 위해서 고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자신이 물처럼 들이마셨던 수치를 견뎌내도록 가르쳤어야 했을까? 결국 노아는 자신의 출생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고생이 닥칠 거라고 ... 더보기
P. 248 우리는 추방당할 수 있으니까.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인생이란 저 아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니까, 그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지. 내 아들은 살아남아야 해.
P. 220 이 나라는 변하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없어.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달라진 게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새끼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어도 더러운 조선인 소리를 듣고. 대체 우리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P. 173 한수는 젊음과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는 젊은 소녀를 사랑하는 노인 마냥 선자를 열렬하게 사랑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P. 58 노아는 엄청난 일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무효로 만들고 노아가 시험에 합격하기 전으로 되돌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반짝거리며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냉큼 빼앗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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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고국과 타국, 개인적 정체성에 관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묻게 하는 놀라운 소설이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인생 속에 녹아 있는 개인적인 욕망과 희망, 그리고 불행을 탁월한 수법으로 그려냈다. - 뉴욕 타임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작품이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는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책이다. 《파친코》는 뛰어난 소설가들 가운데서 화려하게 우뚝 선 이민진의 자리를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 주노 디아스 (소설가, 퓰리처상 수상작가, MIT 문예창작과 교수) 
이민진의 《파친코》는 훌륭한 작품이자 열정적인 이야기이며 위엄 넘치는 글이다. 또한 극히 읽기 쉬운 뛰어난 작품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고전적인 작품이며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것으로 믿는다. - 다린 스트라우스 (『Half a Life』의 저자) 
한 가족의 이야기가 전 세계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책이 바로 《파친코》다. 이민진의 소설은 처음부터 시작까지 눈을 뗄 수 없고, 교차하는 문화와 세대를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게 그려냈다. 놀라운 성취와 우아함, 진실이 가득한 책이다. - 에리카 와그너 (타임스)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도박 같은 재일교포의 삶
‘파친코’는 운명을 알 수 없는 도박이라는 점에서 재일교포들의 삶을 상징하는 좋은 은유라고 할 수 있다. 파친코 운영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줄 수는 있으나 야쿠자와의 연관성 때문에 폭력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일교포들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다. 편견으로 점철된 타국에서 ‘파친코’는 재일교포들에게 돈과 권력과 신분의 상승을 안겨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파친코》는 단순한 도박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파친코》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것은 곧 어려운 시기에 문제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역사가 우리를 망치고,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쳐도 국민들은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파친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희망과 극복이다. - 김성곤 (조지워싱턴대 석학교수) 
놀라운 작품이다. 디킨스와 톨스토이의 손길이 일본에서 살았던 20세기 한국인 가족에 스며들었다. 이민진의 《파친코》는 대부분의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과 사랑, 돈이라는 주제를 모두 다루면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 나라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단하면서도 고통스럽고 친숙한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제시한다. - 게리 쉬테인가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현대와 삼성, 김치밖에 모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특별한 작품은 기쁨과 비통함이 무엇인지 뚜렷이 증명해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더없이 가슴 아픈 인생 여정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완벽하게 풀어낸 잊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다정함과 지혜를 보여준 이민진에게 찬사를 보낸다. - 시몬 윈체스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8년 3월 23일자 '새로나온 책'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22일자 '책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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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Min Jin Lee)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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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1.5세로서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민진은 196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가족 이민으로 뉴욕 퀸즈에 정착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원산,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는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미국식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화장품회사 영업사원 출신이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처럼 전쟁의 공포 탓에 1970년대 중반 이민을 결행했다.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던’ 가난한 기억을 가진 이민진은 ... 더보기
최근작 : <파친코 2>,<파친코 1>,<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 총 45종 (모두보기)
이미정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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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서강 방송 아카데미 번역 작가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인 베네트랜스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예술하는 습관』, 『파친코 1, 2』, 『고담의 신 2, 』『시간 여행』 등이 있다.
최근작 : … 총 6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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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감시 자본주의 시대>,<마크롱의 시련과 영광>,<가모가와 식당 4>등 총 369종
대표분야 : 일본소설 4위 (브랜드 지수 455,056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1위 (브랜드 지수 273,735점), 한국시 23위 (브랜드 지수 31,247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린 대작!
차별받는 이민자의 투쟁적 삶을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장장 80년에 걸쳐 그려낸 재일 한국인의 가슴 아픈 역사!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자이니치들의
도전과 생존의 역사 《파친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수작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민진은 그때부터 자이니치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에 겸허해진 이민진은 그때까지 써온 원고를 모두 버리고 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이민진은 그 치열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현란한 문체 대신 행간의 의미를 함축하며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서사에 녹아 전해진다.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
《파친코》 속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한계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된 삶을 이어나간다. 삶은 모두에게나 고통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했다. 물론 그들은 조선에서도 평탄한 삶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그저 자식만큼은 자신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시대는 그들의 평범한 소원을 들어줄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러한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남편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정상인으로 태어난 딸 선자를 묵묵히 키워나간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는 안타깝게도 엄마 나이 또래의 생선 중매상 한수에게 빠져 결국에는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불행의 나락에 빠진 선자는 목사 이삭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구원을 받게 되고,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삭의 형 요셉 부부가 사는 일본의 오사카로 향한다. 일본에서 한수의 핏줄인 첫째 노아와 이삭의 핏줄인 둘째 모자수를 낳은 선자는 친정엄마인 양진처럼 여자로서의 인생은 잊어버린 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을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선자의 형님인 경희는 어쩌면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양진과 선자보다도 더 힘든 인생을 사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경희는 불임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남편에게 충실하며 가족들을 살뜰하게 보살핀다. 불의의 사고로 찾아온 불행 앞에서도 그 운명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수용한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강인한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편으로는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한 여성의 삶을 안쓰럽게 만드는지도 보여준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 세 여성들만이 아니다. 선자의 남편인 이삭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굴레에 묶여 있었고 경희의 남편 요셉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남자라는 자신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자의 소중한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이름을 가졌음에도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삶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다만, 이 두 아이는 그러한 현실을 각자의 가치관에 근거해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노아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공부에 파고들고, 모자수는 조선계 일본인에 대한 경멸과 괄시에 폭력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일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착실하게 일하여 많은 돈을 벌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이니치’라는 편견은 두 사람이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굴레였다.

진솔한 서사와 치열한 작가 정신의 승리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긴 세월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온갖 사건을 겪는다. 거기에는 사랑과 배신, 구원과 원망이 있으며 질투와 절망이 있었다. 그리고 인정받고자 하는 발악과 체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뿌듯함이 있었다. 《파친코》에는 작가 자신이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겪었던 감정과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했던 진솔한 노력이 잘 녹아 있다. 현실감 있고 민감한 이야기를 거시적인 배경과 굵은 플롯 구조로 풀어나간 《파친코》는 그렇기 때문에 대단한 흡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대표 매체 〈NPR〉은 “생생하고 흡입력 높은 《파친코》는 역사가 지우려고 하는 모습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하며 소설이라 믿기 힘들 만큼 현실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호평했다.
진부한 서사를 거부하고 정체성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한 이민진의 작가 정신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시대를 아우르는 대작 《파친코》를 만들어냈다.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 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탄생한 소설 《파친코》는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투쟁적 삶의 기록이며 유배와 차별에 관한 작품이다. 정체성에 관한 의문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필사적인 투쟁으로 힘겹게 얻은 승리를 통해 깊은 뿌리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어가는 이야기 《파친코》. 미리 이 책을 만나보았던 세계의 다른 독자들에게 그러했듯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과 만족을 안겨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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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순자였는데, 왜갑자기 2권에선 선자로 바꿔버린건지..... 순자가 더 한국이름같고 친숙한데 이미정씨는 번역할때 통일좀 해주세요ㅡㅡ  구매
야꿍이 2021-03-0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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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새창으로 보기
 

 

 

 

1권을 읽는데 3일이 걸렸는데, 2권은 보름이 걸렸다. 물리적으로 다섯 배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사실 두 번째 권도 금세 읽었다. 다만 그 사이에 다른 책들을 기웃거리느라 더 시간이 필요했을 뿐.

 

전쟁이 끝났어도 재일 자이니치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었다. 노아는 생부 고한수의 금전적 지원으로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에 진학해서 원 없이 공부를 하게 되었고, 모자수는 고로 사장 밑에서 성실한 파친코 매니저가 되었다. 두 형제는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성장했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가난과 비극은 피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양진과 순자,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자이니치 4대에 대한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차별이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었건만 일본인들은 그들을 같은 일본 사람으로 대우해 주지 않았다. 자이니치들에게 가난과 범죄 그리고 냄새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고 차별했다. 이민진 작가는 일본 사람들을 비난하는 캐릭터로 역시 같은 조선인으로 미국에서 진짜배기 미국 사람으로 자란 솔로몬의 여자친구 피비를 통해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조용하게 전파한다. 일본은 여전히 전쟁 중에 벌어진 범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어쩌면 그 점이야말로 일본이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여전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남아 있는 이유가 아닐까.

 

또 한편으로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어 수년 마다 지문날인을 하고 외국인 거주자 신분으로 살아야 하는, 원칙적으로 외부세계와 차단되어 살아야 하는 수많은 자이니치들에 대한 고찰이 그대로 소설에 묻어 있다. 모자수로 대변되는 아버지 세대들은 돈을 벌어 그런 차별의 벽을 뛰어 넘고자 하지만, 민족이라는 이름의 낙인은 쉽사리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난과 범죄는 많은 자이니치들을 파친코(나는 왜 ‘빠찡꼬’라는 표현과 어감이 더 마음에 드는 걸까) 사업에 뛰어들게 했고, 차별의 순환 그리고 대물림은 계속됐다.

 

아무리 신분을 세탁해서 세계 유수의 대학인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인 회사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자이니치들은 일본인 지배계급에게 철저하게 이용되는 소모품일 따름이다. 솔로몬과 그의 특별한 상사 가즈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 그러니까 이 세상에 단순하게 진행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솔로몬이 어쩌면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꿈꾸던 자신의 어머니 유미의 소망대로 일본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그럴 바에야 미국에 건너가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 대한 이해 불가는 어쩌면 원수의 나라에서 극심한 차별을 견디고 사는 자이니치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의 그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같은 조선인의 후예였던 피비도 솔로몬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솔로몬의 삶에 느닷없이 개입했던 진짜배기 일본인 하나의 몰락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저주 받은 운명을 한탄하던 노아의 죽음은 예상했던 바여서 그런지 충격이 덜했던 것 같다. 다만, 노아가 죽은 다음에 그가 남긴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비치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그것도 작가가 의도한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 사는 자이니치들에 대해 아는 바가 일천해서인지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이물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어판에 등장하는 순자의 부산 사투리가 과연 영어판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도 자못 궁금하다. 한국을 출발해서 일본으로 배경으로 한 미국소설 <파친코>는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정의할 수 없는 불편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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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4-27 공감(1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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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권 새창으로 보기
1권에는 순자, 백이삭, 또 그의 부모(백이삭의 장인 장모) 등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졌더랬고, 이 2권에선 순자가 원래 배었던(?) 아기, 그 후에 백이삭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기, 그들이 장성해서 낳은 아이들이 커서 벌어지는 굴곡 많은 사연이 길게 이어집니다.

여러 대(代)의 굵직한 희비극이 교차하는 장편을 읽다 보면 핏줄의 기질과 업보가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구나 같은 감회에 마음이 숙연해질 때가 많습니다. 대체로 이런 소설들은 전대(前代) 인물들이 뒤로 갈수록 비중이 급격히 적어지거나 아예 자취도 없이 퇴장하는 수가 많아서 아쉬웠는데, 이민진 변호사의 이 작품은 1권의 주요 인물들이 2궝에서도 계속 얼굴을 비추며 일관된 주제를 부각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백이삭은 1권에서 폐결핵을 앓았기에 얼마 못 살리라는 예상을 (작품 속의 인물들이든, 작품 밖의 우리 독자들이든) 다들 할 수 있었죠. 이 2권에서는 폐결핵이 아니라 그 외 다른 중병들(후유증이나 합병증일 수 있죠)을 계속 앓다가 중반부쯤에 가서 죽고 맙니다. 백이삭과 순자네 집은 가뜩이나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고 그 형 요셉네도 마찬가지였는데, 맏아들 노아는 공부를 꽤 잘 하는 아이였고 조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만으로 와세다 대 입학 자격을 따 냅니다. 이 집안에서야 당연 경사로 여길 만했습니다. 노아의 백부 요셉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한수에게 찾아가 후원을 부탁하려는 집안 의견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파친코를 운영하는 고로 사장의 호의를 구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갑니다. 지금이야 첫손을 다투는 명문이지만 와세다 대학은 사실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 학생이 입학금이나 기타 기여를 할 재력 있는 집안 출신이면 넉넉히 받아 주었습니다(그래서 나이 좀 드신 분들은 와세다[조도전] 대학 알기를 좀 우습게 압니다). p111에서 "그토록 위대하고 전설적인" 같은 평판은 좀 과장된 면도 있습니다.

고로 사장은 그 앞에서 잠시 나왔었죠. 노아의 이부 동생인 모자수는 자기 형(이부형인지는 물론 몰랐겠으나)이 갓 대학에 입학할 무렵 벌써 사회에 한 발을 디뎌 돈깨나 버는 어린 매니저 노릇을 하고 다닙니다. 형이 공부에 대단한 적성을 지닌 것과 대조적으로, 동생은 뭘 외운다든가 계산을 꼼꼼히 해 내는 일과는 아주 담을 쌓았습니다. 그렇다고 바보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머리가 잘 돌아가며 구변이 매우 좋습니다. 옷도 잘 입고 덩치도 크고 힘도 꽤 쓰며 잘생긴 편이라 여성들에게 인기도 얻는 편이죠.

이 모자수를 고로 사장이 꽤 잘 본 겁니다. 고로 사장의 모친이 제주도 해녀 출신이라는 건 이 2권 전반부에서 암시됩니다. 그렇다고 반쯤 같은 조선인 혈통 때문에 모자수에게 끌렸냐 하면, 고로 사장은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닙니다. 세상사 이치에 훤하고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모자수가 풍기는 활력과 총기를 알아보고 이런 애를 종업원으로 매장에서 굴려야 장사가 잘 된다는 확신이 유일한 동기였을 뿐입니다. 녀석이 똑똑했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써 준 것이지, 무슨 핍박 받는 조선인 처지가 불쌍했더거나 동병상련의 심경 같은 한가한 소리는 이 사람 앞에 씨알도 먹힐 리 없습니다. 1권에서 너무도 암담하고 절망적이며, 그 와중에서도 사람만 좋은 이들이 대거 등장해서 독자의 마음이 좀 어두워질만 했다면, 2권은 활력 있는 자본주의 경제를 일찌감치 성공적으로 도입한 일본 땅에서 악착 같은 몸부림으로 살아남고 적응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소설의 재미를 더합니다.

앞서 말했듯 모자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는데, 고로 사장에게 고용된 것도 지아키라는 처녀(예쁘긴 하나 지나치게 남자들에게 꼬리를 치고 다니는, 그렇다고 딱히 처신이 아주 값싼 것도 아닌)를 돕다가 (가뜩이나 조선인이라고 차별 받고 감시의 대상이 되는 판에) 경찰 손에 입견될 뻔한 걸 그가 관여해 구해 준(지역 유지였으므로) 사건을 계기로 해서였습니다. 고로 사장의 매장에서도 모자수는 단연 여직원들에게 주목 받았는데, 모자수가 고른 건 유미라는 직원이었고, 둘이 잘 어울린다며 사장의 축복까지 받습니다. 안타깝게도 유미는 2권 중반부에서 (이 매력적인 여성에 대해 좀 길게 이야기가 이어질 줄 기대했으나) 교통사고로 죽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주 건강하고 영민한 아들 솔로몬은 혼자 살아남습니다. 미국 크로니클 타입 대중 소설에서 사실 자주 봐 오던 전개이고 다만 인물과 배경이 한국, 일본 등으로 바뀌어서 이색적으로 다가왔을 뿐 어딘가 좀 익숙한 진행이긴 합니다.

모자수의 이부 형 노아는 와세다 대학에 드디어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데, 우리 독자들은 다 알지만 사업가 고한수가 저 순자를 현지처 삼아 희롱하다 낳은 아이죠. 학교에서 그는 오만하고 리버럴 기질 가득한 아키코를 만나 뜨거운 사랑에 빠집니다. 아키코는 사실 학교에서도 제멋대로의 기질 때문에 교수에게 찍혔던 판인데, 앞으로 교수에게 잘 보여 학계 진출을 은근 염두에 두는 노아로서는 이런 학생을 가까이해서 유리할 게 없었습니다(정치적 고려). 출신 성분상 노아 같은 조선인에 친근감이나 연정을 느낄 이유가 없는 아키코의 화통한 처신에 반해, 노아는 장래 생각도 그만 놓아 버렸던 거죠. 이 과정을 한 챕터 정도로 처리하는데 조금 빠르다는 느낌도 들지만 역시 유사 장르에서 익히 보던 패턴입니다.

노아는 어느날 아키코에게, "난 니가 나쁜 조선인이 아니고 좋은 조선인이라 생각하며, 이런 멋진 조선인을 우리 엄마아빠에게 보여 줄 수 있어서 행운인 듯해."란 말, 또 "고한수란 사람은 사실 니 아빠 아냐? 너무 닮았던데. 그리고 우리 아빠도 못 버는 그런 엄청난 수입을 어떻게 올리니? 야쿠자겠지 아마." 란 말을 듣고 바로 그녀와 헤어집니다. "니네 생각대로, 우리 조선인들은 이처럼 한순간에 돌변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그 다음 서술이 충격적인데, "나쁜 조선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나쁜 조선인으로 본다는 말이나 같은 뜻으로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노아의 깨달음이었습니다. 역시 똑똑하죠. 노아가 또 충격을 받은 건, 그전까지만 해도 고한수 사장이 왜 자신을 돕는지 깊이 생각 않고 넘어갔는데, 아키코 말을 들으니 그제서야 진상이 확 납득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날 즉시 어머니인 순자씨에게 모든 걸 추궁하고, 고 사장의 진짜 직업이야 순자씨 본인도 모르니 뭘 확인해 줄 것도 없었겠으나 여튼 노아는 학업이고 뭐고 모든 걸 때려치우고 종적을 감춥니다.

고로 사장은 나이도 좀 젊은 편인데 유독 순자 아주머니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그 아들인 모자수에게도 잘 대해 줍니다. "모자수"는 영어 Moses를 일본어로 읽은 것이며, 한국 이름은 백모세입니다. 예전 1980년대 중반에 200m 육상 스타였던 에드윈 모지스 때문에라도 익숙해진 이름이죠. "보쿠(白)" 같은 일본식 독음이나, "반도" 등 재일교포들의 창씨 성을 접할 때마다 우리 독자들의 마음이 짠해올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 초반부에 위안부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고, 한국전쟁은 그리 깊이 안 다뤄지며 "싸움이 나는 통에 (고향인) 부산 영도에 가 볼 수도 없다"는 정도로 언급되는 정도입니다.

영국계 청교도나 네덜란드계 신교도가 초기에 이민 와 시스템을 발전시킨 미국에서, 예컨대 아일랜드계니 그보다 훨씬 뒤의 이탈리아계니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았습니까. 게으르다, 성질이 급하고 감정적이다, 폭력적이다, 등등.... 이런 편견 패턴이 일인들이 식민지 조선 사람들을 대한 태도에도 그대로 전이되어, 예컨대 이런 소설에서 인물들의 입을 통해 표현, 재현돠는 건데.... 문학 작품(혹은 영화)를 통한 전염일 수도 있고, 근대화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하는 행태를 보고 일인들이 그대로 따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파친코는 첫째 모자수가 고로 사장의 매장에 취업한 도박장이기도 하고, 확률을 기막히게 조정하여 손님들로부터 최대 이익을 뽑아내는 고로 사장의 수완이 화려하게 꽃피는 상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또 모자수의 이부 형인 노아가 학교를 그만두고 취업한 곳이 바로 어느 파친코의 경리직이었기에, 이 기묘한 생을 살아가는 두 형제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주친 산업의 교차점이기도 하죠.

사실 이 소설에서 무작정 일본인들이 악마로 그려지진 않습니다. 집단으로서 다가오는 일본인은 한없이 잔혹하고 비이성적인데, 개개인은 인간적이고 푸근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많은 듯 묘사됩니다. 반면 조선인 역시, 우리 동포이고 같은 상처를 안았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이해와 지지를 얻고 들어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성품부터가 한없이 비뚤어졌거나 거친 본색입니다. 개개인의 선의/악의와 무관하게, 큰 틀에서 사람 운명을 갈라놓는 건 그래도 역사의 모순과 체제의 의도입니다. 차별과 억압의 기제가 얼마나 많은 개인과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성실한 개인들은 또 어떤 식으로 치열하게 이런 시련을 극복해 가는지 이 장편은 잘 그려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5권 정도 분량으로 이야기를 더 상세히 늘렸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모자수와 노아 두 형제 이야기만으로도 두 권치 사연이 충분히 나올 듯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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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 2018-04-2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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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새창으로 보기
<파친코>의 저자는 1989년에 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우연히 듣게 된 예일대학 초청 강연에서 '자이니치'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됩니다.

식민지시대에 이민 온 조선계 일본 사람들이나 그들의 후손을 일컫는 '자이니치'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일본에 사는 외국인 거주자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인 세대들에게는 명백한 차별적 용어입니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겪는 법적, 사회적 차별의 역사는 오래됐으며,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이 소설에서 조선계라는 이유로 졸업앨범을 훼손당한 중학생 남자아이가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은 실제 사건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소설에 나온 많은 이야기들이 조선계 일본인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실화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거의 30년에 걸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왜 제목이 파친코일까, 궁금했는데 순자의 두 아들은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파친코에서 일하게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이유는 조선인이기 때문. 그래서 조선인들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파친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순자의 두 아들은 똑같이 파친코에서 일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합니다. 노아는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길, 모자수는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길.

노아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나중에는 그만큼 노아의 고통이 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만약 노아가 조선인이라는 게 알려졌다면 일본인 아내와 아이들은 분명 차별과 고통을 겪었을테니까. 노아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저주라고 여길 정도로 순결한 이상주의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지킬 방법은 죽음뿐이라고 여겼습니다. 자살은 나약한 의지의 표출이 아니라 처절한 고통의 결과였고, 가족을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고 생각합니다.

모자수는 아들 솔로몬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국제학교를 보내고 미국 유학까지 보내며 뒷바라지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돌아온 솔로몬은 여전히 조선인이라서 차별당합니다. 솔로몬은 깨닫습니다. 아무리 부자가 된다 해도 일본에서 조선인은 이방인이라는 걸. 그러나 자신은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걸.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늘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은 남들에게 고통을 주고도 정작 그 고통이 뭔지 모르는 끔찍한 사이코패스... 결코 구원받지 못할... 파친코는 누군가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한 수단일 수도 있구나...



"장로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하나님의 의도를 믿었지만,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95p)



근래 사할린 동포를 찾아가 한끼 먹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도 역사를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머나먼 타국으로 강제 징용되었던 조선인들과 그 후손들의 삶.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현실의 장벽. 이제는 아픈 역사를 보듬고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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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2018-04-30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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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일본에 4년 간 살며 쓴 작품이라 현실감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오클댁 2021-04-0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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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파친코 2 새창으로 보기 구매
뒤는 좀 지루하다
친절한박선생 2021-04-1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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