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8

두루마기 차림의 월남, 대쪽같은 기개 고스란히

두루마기 차림의 월남, 대쪽같은 기개 고스란히
두루마기 차림의 월남, 대쪽같은 기개 고스란히
입력2021.04.28. 오전 3:02
장창일 기자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 50대 후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 발견
원본보기옥성득 미국 UCLA 교수가 최근 공개한 월남 이상재 선생의 미공개 사진. 옥성득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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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이상재(1850~1927) 선생이 50대 후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사진이 최근 세상에 나왔다. 옥성득 미국 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가 ‘모펫 컬렉션’에서 찾은 사진은 지금까지 나온 월남의 사진 중 가장 젊었을 때 찍은 것으로 강직했던 그의 성품이 잘 드러난다.

모펫 컬렉션은 미국북장로교 한국선교 책임자이던 새뮤얼 A 모펫(1864~1939) 선교사의 셋째 아들 새뮤얼 H 모펫(1916~2015) 장로회신학대 협동학장이 소장하고 있던 한국선교 사료를 저장한 데이터베이스로 수만 점의 문서와 사진 자료가 있다.

옥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방대한 양의 사료가 있는 모펫 컬렉션에서 발굴한 월남의 새 사진은 그가 복음을 받아들인 뒤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월남의 사진을 통해 그의 삶과 신앙, 나라 사랑 정신을 새롭게 연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굴된 사진은 기존에 알려졌던 월남의 증명사진과 구도는 비슷하지만 표정과 두루마기의 주름 등이 미세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촬영 시기가 앞섰으며 화질도 좋다. 사진 뒷면에는 월남과 가까웠던 제임스 S 게일(1863~1937) 선교사의 영문 메모도 남아있다.


월남의 사진 뒷면에 게일 선교사가 쓴 메모. 옥성득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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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교회 초대 담임목사였던 게일 선교사는 한국인보다 먼저 한국어를 연구한 학자이자 고전 번역가다. ‘갓(God)’을 ‘하나님’이란 표기로 확정한 것도 그였다. 월남을 존경했던 게일은 평소 월남을 ‘성자(saint)’로 칭송했다.

게일은 “이상재. 양반이자 미국 워싱턴 외교관. 매우 총명하며 게일 목사로 인해 기독교에 흥미를 가진 그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썼다. 월남은 1887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된 뒤 1888년 1월부터 11월까지 근무했다.
월남은 1903년 한성감옥에 투옥됐을 때 요한복음을 읽던 중 예수를 만났다. 함께 갇혔던 이승만 전 대통령도 그의 신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개종 후에는 양반들이 출석하는 교회였던 연동교회 교인이 됐으며, 1904년 게일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았다. 이후 월남은 게일과 YMCA 활동을 하면서 청년들에게 희망을 제시했다.

옥 교수는 “악필이었던 게일 선교사의 필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메모가 월남의 사진 뒤편에 남았다”며 “게일은 월남을 한국의 유교와 기독교가 만든 최고 이상적인 학자요 성인으로 존경했다. 월남을 미국의 누군가에게 소개하기 위해 쓴 메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월남기념사업회에서도 이번에 발굴된 새 사진을 반기고 있다. 월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명구 월남시민문화연구소 연구소장은 “처음 공개된 사진으로 그동안 알려졌던 사진 중 가장 젊었을 때 촬영됐으며 월남의 강직한 성품이 담겨 있는 게 무엇보다 인상 깊다”며 “그동안 너무 고령에 찍은 사진만 남아있어 후대가 월남을 초라한 노인으로만 기억하는 게 무척 아쉬웠다. 앞으로 월남의 공식 사진을 이 사진으로 교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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