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7

알라딘: 민주화와 종교 - 상충하는 경향들 2012 강인철

알라딘: 민주화와 종교


민주화와 종교 - 상충하는 경향들  | 한신종교문화 9  
강인철 (지은이)한신대학교출판부2012-12-14

책소개

민주화 이후 시기에 진행된 종교-정치-국가 관계 양식의 변동, 그리고 정치엘리트-종교엘리트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부터 2012년 11월까지 25년 남짓 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정치과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권위주의와 독재의 시대를 뒤로한 채 민주화 과정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갔다. 다섯 정부들이 이 시기에 연이어 등장했고, 두 차례에 걸쳐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실현되었다. 이 책은 “민주화 도정(道程) 위에 놓인 종교들”과 관련된 여러 측면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상충하는 경향들

1장 멀고 굽은 길: 포스트 민주화 시대의 종교, 정치, 국가
1. ‘87년 체제’의 성취와 한계
2. 민주화와 종교: 변화에 대한 규범적 기대
3. 규제와 탈규제
4. 차별과 평등화
5. 정치화와 탈정치화
6. 종교 균열의 다층성과 파급력

2장 규제와 탈규제(1): 규제의 완화 혹은 지속
1. 탈규제 혹은 규제 완화
2. 기존 규제 장치들의 지속
3. 소결

3장. 규제와 탈규제(2): 새로운 규제 양식들
1. 삶의 질과 종교 규제: 빛 공해, 납골시설, 주차난
2. 건축 관련 종교 규제: 규제와 탈규제의 뒤섞임, 혹은 악순환
3. 의도치 않은 규제: 개발, 재개발?신도시, 장묘정책
4. 소결

4장 차별과 평등화
1. 평등화
2. 재차별화 혹은 차별 심화
3. 누가 차별을 문제 삼는가?: 쟁점화의 주체에 따른 상이한 결과

5장 거대한 소수: 불교와 ‘종교차별의 정치’
1. 종교차별 정치의 양면성
2. 거대한 소수
3. 탈이념적 파당정치
4. 갈등의 동학과 조직통합
5. 소결

6장 선거와 종교(1): 영남 불교도, 강남 크리스천
1. 선거정치 활성화와 종교의 정치적 가치?효용 증대
2. 종교의 정치적 힘(1): 영남 불교도
3. 종교의 정치적 힘(2): 강남 크리스천

7장 선거와 종교(2): 새로운 정교유착을 향하여
1. 종교, 선거판을 흔들다
2. 정교(政敎) 관계의 부분적 역전과 신정교유착의 가능성
3. 소결

<제2부> 성역과 성역정치

8장 이행기의 성역정치
1. ‘한국적 성역’의 형성과 성역정치
2. ‘민주화 성지’의 화려한 재등장: 명동성당과 기독교회관
3. 성역 효과와 몰려드는 사람들
4. 민주화 이행기의 성역정치: 1987∼1992년

9장 절정기의 성역정치: 1994∼1995년
1. 1994년의 법난(法難)들: ‘3?29법난’과 ‘4?10법난’
2. 1994년 6월의 철도노동자 1차 농성: 기독교회관, 명동성당, 조계사
3. 1994년 7∼9월의 철도노동자 2차 농성: 명동성당과 조계사
4. 1995년의 한국통신 노동자 농성: 명동성당과 조계사

10장 성역의 공고화와 자발적 해체
1. 정치인들의 딜레마와 성역의 공고화
2. 성역정치의 퇴조
3. 성역의 자발적 해체: 명동성당의 사례
4. 성역의 상업화
5. 성역정치의 종언?
6. 결론

<제3부> 종교지형의 정치적 재편

11장 그리스도교지형: 보수화로의 압력
1. 1980년대 크리스천의 비판적?진보적 정치의식
2. 크리스천의 중산층화: 보수화로의 압력?
3. 그리스도교의 보수화를 촉진한 요인들
4. 천주교 사례: 위로부터의 점진적 보수화
5. 소결

12장 개신교지형: 보수 헤게모니의 확장
1. 개신교 진보 그룹의 보수화: NCCK와 회원 교단들
2. 보수 교단들의 변화
3. 보수 개신교 내부에서 개혁세력의 성장 요인
4. 진보와 보수의 수렴?
5. 소결

13장 불교지형: 개혁세력의 약진, 통합-균열의 동학
1. 변화의 과정: 개혁세력의 성장과 종권 장악
2. 1990년대 불교의 정치적 대전환
3. 종단개혁 이후: 현실과 전망
4. 연대와 분열: 문중, 계파, 종책모임
5. 결론

<제4부> 종교정치의 새로운 양상들

14장 종교권력과 시민사회의 충돌: 국가와 사회의 역할 교환
1. 종교의 권력화: 역사와 차원들
2. 반(反)종교권력: 다양한 주체, 다양한 전략
3. 반권력의 논리(1): 종교 권력화의 딜레마와 공신력 위기
4. 반권력의 논리(2): 민주화의 영향, 도전 주체의 형성
5. 소결

15장 이명박 정부와 종교정치
1. 대통령선거와 개신교
2. 국회의원선거와 기독교정당
3. 사회운동: 촛불시위와 그 이후
4. 보수 개신교와 정권의 유착: “고소영-장동건 정부”와 “체인징 파트너”
5. 개신교-불교 균열의 확대
6. 소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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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인철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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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현재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종교에 대한 역사사회학’과 ‘사회.정치.문화에 대한 종교사회학’을 지향하면서, 한국의 종교정치, 종교사회운동, 종교권력, 개신교 보수주의, 북한 종교, 종교와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군종제도 등을 주로 탐구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한국 시민종교 연구에 주력했다.

지금까지 열네 권의 단독저서를 출간했다. 2019년 1월 《시민종교의 탄생: 식민성과 전쟁의 상흔》과 《경합하는 시민종교들: 대한민국의 종... 더보기
최근작 : <5·18 광주 커뮤니타스>,<시민종교의 탄생>,<경합하는 시민종교들> … 총 2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 책은 ‘민주화 이후’ 시기에 진행된 종교-정치-국가 관계 양식의 변동, 그리고 정치엘리트-종교엘리트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부터 2012년 11월까지 25년 남짓 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정치과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권위주의와 독재의 시대를 뒤로한 채 민주화 과정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갔다. 다섯 정부들이 이 시기에 연이어 등장했고, 두 차례에 걸쳐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실현되었다. 이 책은 “민주화 도정(道程) 위에 놓인 종교들”과 관련된 여러 측면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다.
민주화 이행이 시작된 이후의 종교정치(politics of religion)는 중요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그럼에도 ‘민주화와 종교’, 더 구체적으로 ‘민주화 시대의 종교정치’라는 주제는 현재까지 거의 연구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전반기까지 한국의 종교-정치-국가 관계에 대해서는 그리스도교지도자들의 민주화운동이나 군사정권의 종교탄압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연구가 축적되어 있는 편이나, 1980년대 말 이후의 종교-정치-국가 관계를 다룬 연구는 현재로선 아주 드물다. 1980년대를 연구 대상 시기로 삼은 연구들이 간혹 발견되지만, 대체로 1970년대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포스트 민주화 시대’(post-democratization era)에 한국의 종교-정치-국가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관해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학문적 결핍 현상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정치적 중요성이 감소했음을 반영하는 것인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1980년대 말부터 정치인들은 선거 전략에서 종교조직을 매우 중시하게 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러한 것처럼 보인다. “영남 불교도”나 “강남/분당 크리스천”과 같은 종교의 공간-계층적 분화 현상이 선거정치 활성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불교.개신교.천주교의 3대 종교가 선거정치의 절대강자들로 떠올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선거에서의 지지를 대가로 다양한 종교지원 정책들을 약속하는, 이른바 ‘종교공약’도 등장했다. 반세기 이상의 단절 끝에 ‘종교정당들’도 다시 출현했다. 3대 종교의 최고지도자들이 새로 취임한 주요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의 예방(禮訪)을 빠짐없이 챙기는, 오로지 국립현충원의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만이 누려온 호사를 함께 즐기기 시작한 것도 민주화 이후 새로 나타난 풍경이다.
그 뿐인가. 1987년 이후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로 추방 받고, 온갖 사회적 약자들이 저마다의 억울한 사연들을 안고 몰려들었던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1994년 봄 김영삼 정부가 비호하던 서의현 총무원장 세력을 축출한 후, “깨달음의 사회화”를 표방하고 본격적인 사회참여에 뛰어든 불교(조계종)도 있지 않은가? 2003년 이래 대규모 시국집회의 단골 주역이 되고, 마침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장로를 이승만.김영삼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 ‘장로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개신교 보수세력은 또 어떠한가? 장삼과 가사를 차려입고 반듯하게 도열한 승려 1만 명을 비롯하여, 무려 20만 명의 불자들이 구름처럼 가득 찬 가운데 2008년 8월 27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던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는 또 무엇인가?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사상 초유의 화려한 불교 스펙터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지 않은가?
“민주화 시대의 한국 종교정치”와 관련된 다양한 차원과 쟁점들을 체계적.심층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로 이 책을 내세울 만하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전’의 종교-정치-국가 관계에 관한 연구들은 대개 종교들이 민주화 과정에 미친 영향, 혹은 종교들이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정도와 원인에 주목했다. ‘민주화 이후’를 다루는 이 책에서는 반대 방향의 인과적 영향, 즉 민주화 과정이 종교-정치-국가 관계에 미친 영향과 변화 그리고 민주화의 종교정치적 함의에 초점을 맞춘다. 민주화는 보다 ‘직접적으로’ 종교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다른 다양한 매개변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종교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진보적인 그리스도교지도자들은 1970∼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주도함으로써 한국 민주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민주화운동에 나선 이들보다 훨씬 많은 종교지도자들은 권위주의 정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국 민주화에 기여했던 종교계는 아직도 ‘민주주의의 공고화.심화’에 기여하고 있는가? 오히려 그 반대가 사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민주주의적인 가치.규범.제도의 확산과 정착 속도에서 종교 영역이 다른 사회 영역들에 비해 훨씬 뒤쳐진다면, 나아가 2000년대의 ‘종교권력 담론’이 보여주듯이 종교 영역이 민주화의 질적 발전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권력집단 중 하나로 부상한다면, 이야말로 역설적인 현상이 아니겠는가?
종교지도자들이 민주화에 큰 공을 세운 외국의 많은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민주화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종교의 정치적 역할이나 비중은 급속히 감소하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도 종교의 정치적 역할.비중 감소 현상이 비교적 명료하게 확인되는 영역들이 존재한다. 민주화운동, 인권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도시빈민운동, 시민운동 등 ‘사회운동’ 영역, 그리고 정당과 정치단체들로 대표되는 ‘정치사회’ 영역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민주화 이후의 한국에서 종교의 정치적 역할과 비중이 과연 축소되었는지는 의심스럽다.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종교정치가 활성화되는 양상 또한 뚜렷하고 현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교차별 정치, 보조금의 종교정치, 성역정치, 개발과의 전쟁, 세금분쟁 등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허다한 종교정치 형태들이 ‘민주화 이후’ 시기에 만개(滿開)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이 종교-정치-국가 관계에 미친 영향이나 민주화의 종교정치적 함의는 결코 단순하게 이해될 수 없다는 점이 이 책에서 거듭 강조되고 있다. 그것은 다양한 방향의 구조적 경향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교차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아직 상당한 유동성을 내장한 채 계속되고 있다. 정치나 경제 영역과 비교할 때, 종교 영역에서 민주화의 진행과정이나 영향은 상당히 다른 양상, 다른 내용, 다른 템포, 다른 음조(音調)를 드러냈다. 민주화 시대 종교정치 연구의 지체 현상도 1980년대 말 이후의 종교-정치-국가 관계가 이전에 비해 한층 복잡해졌고, 어떤 일관된 흐름이 뚜렷이 가시화되지 못한 탓이 큰 것 같다. 종교별.교단별 정치적 입장의 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전에 발견되던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한 양상과 대조적으로, 1990년대 이후에는 결코 단순하게 서술될 수 없고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도 포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민주화 이후의 종교-정치-국가 관계에서 발견되는 ‘상충하는 경향들’을 다루고 있다. 제2부에서는 민주화 이후 급격히 활성화되었다가, 이후 퇴조와 부분적 해체의 조짐을 보이는 ‘종교정치적 성역’과 ‘성역정치’를 해부한다. 제3부에서는 불교.개신교.천주교의 3대 종교를 대상으로 ‘종교지형(religious terrain)의 정치적 재편’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서는 종교-정치-국가 관계의 미래상을 가늠해볼 수도 있는 ‘새로운 양상들’을 시민사회와 종교권력의 충돌,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급속히 재활성화 된 종교정치 양상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모두 7개 장(章)들로 구성된 1부(“상충하는 경향들”)에서는 민주화와 종교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개관하게 된다. 민주화가 종교 영역에 탈규제-규제, 탈정치화-정치화, 평등화-차별화라는 상충하는 구조적 압력과 유인을 동시에 제공하고, 그로 인해 종교-정치-국가 관계의 복합성과 유동성이 증폭된다는 것이 1부의 요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1부에서 저자가 개진하는 핵심 주장은 다음 네 가지 명제들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 민주화는 종교에 대한 국가 개입의 축소(탈규제), 국가 종교정책의 평등화(종교차별의 축소), 종교의 탈정치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규범적인’ 기대를 낳는다. 둘째, 몇몇 영역들에서 민주화 이후 탈규제, 평등화, 탈정치화의 흐름들이 ‘실제로’ 그리고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 셋째, 그러나 민주화 이후 규제 강화, 차별 심화, 종교의 재정치화처럼 ‘규범적 기대와 충돌하는’ 양상과 흐름들 역시 동시에 등장했다. 넷째, 이처럼 탈규제-규제 강화, 평등화-차별화, 탈정치화-정치화라는 상충하는 추세와 흐름들이 함께 발현되고 뒤섞이고 모순적으로 공존함으로써, 민주화 이후 종교-정치-국가 관계의 복합성과 유동성은 전례 없이 증가되었다. 마치 비틀즈의 노래 제목처럼, 지난 25년 동안 한국의 종교정치는 ‘멀고도 구불구불한 길’(The Long and Winding Road)을 거쳐 온 느낌이다.
2부(“성역과 성역정치”)에서는 탈규제.탈정치화 경향과 충돌하는 성역정치 문제를 상세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시민사회와 대중에 의해 ‘정치적 성지(聖地)’로 인정받는 몇몇 종교적 공간들을 ‘종교정치적 성역’으로 명명한다. 그리고 종교정치적 성역의 인정 여부를 둘러싼, 그리고 국가권력에 의한 종교 공간 침해를 계기로 촉발되는 종교-국가 간의 정치적 긴장, 갈등, 타협 등을 ‘성역정치’라고 부른다. 2부에서는 (1) 민주화 이후 ‘성역정치의 활성화’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는 것, (2)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딜레마’가 가중되어 ‘성역의 공고화’를 초래했다는 것, (3) 성역의 공고화 추세는 역설적으로 ‘성역정치의 퇴조’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 (4) 동시에 성역의 공고화는 ‘종교인들의 딜레마’를 가중시켜 ‘성역의 자발적 해체’로의 구조적인 압력을 조성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정치엘리트와 종교엘리트 쪽에서 각기 발생하는 “두 유형의 딜레마들”, 그리고 “성역정치의 활성화?성역의 공고화?성역정치의 퇴조?성역의 자발적 해체”라는, 서로 모순적으로 맞물린 과정과 요인들을 관찰하고 기술하고 해석하는 것이 2부의 핵심 과제가 된다.
3부(“종교지형의 정치적 재편”)에서는 종교지형의 정치적 재편 내지 재정렬(realignment) 현상을 집중 분석한다. 이 책에서 종교지형의 정치적 재편은 다음 두 가지를 의미한다: (1) 특정 종교 혹은 교단에서 발견되는, 정치적 태도와 행동패턴의 의미 있는 그리고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변화, (2) 종교권력구조의 대폭적인 변화, 즉 상이한 정치성향을 지닌 종교지도자 집단들 사이의 힘 관계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폭넓고 장기 지속적인 변화. 교단 내부의 종교권력구조 변화는 조만간 해당 교단 전체의 정치적 태도와 행동패턴에서도 후속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3부에서 일차적인 분석 대상은 3대 종교인데, 11∼12장에서는 그리스도교(개신교와 천주교)를, 13장에서는 불교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1987년 이후 혹은 1990년대를 놓고 볼 때, 종교들의 정치적 태도 면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각 종교들이 1970∼1980년대의 종교정치 패턴에서 벗어나 일제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1970∼1980년대의 약 20년에 걸쳐 형성되고 어느 정도 고착되었던 주요 종교와 교단들의 정치적 행동패턴과 태도 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민주화 이후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3대 종교 모두에게 우리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민주화가 정치적 태도와 행동패턴을 변화시키는 주된 동인 중 하나로 작동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
4부(“종교정치의 새로운 양상들”)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종교-정치-국가 관계의 “새로운 양상들”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그 하나는 국가를 대신하여 시민사회의 종교 영역 개입.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종교권력(권력화된 거대 종교들) 간의 충돌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보수 개신교와 동맹 관계를 형성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래 종교정치가 급격히 재활성화 되는 양상이다.
민주화 이후 종교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점점 축소되고 있고, 심지어 선거 국면에서는 일시적일지언정 종교-국가의 힘 관계가 역전되는 것처럼 보이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시민사회의 종교 영역 개입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그에 따라 종교와 시민사회 사이의 충돌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전부터 국가 규제력이 제한되던, 따라서 더욱 강한 권력화 경향을 보여 온 주류 그리스도교 교단들(특히 개신교)에 더욱 강하게 개입하고 있다. 종교에 대한 감시, 견제, 통제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 교환’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형국인 것이다. 이 경우 ‘시민사회’는 시민운동과 언론, 비록 조직화되지는 않았지만 공론 형성에 적극적인 네티즌들로 대표된다. 저자는 14장에서 시민사회가 종교-정치-국가 관계를 결정짓는 주요 변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편 이명박 정부에서의 종교정치 변동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1) 보수 개신교와 정치권력의 동맹 공고화, (2) ‘보수 개신교 편향’으로 인한, 과두적 종교부문 내부에서의 ‘균형 추구’라는 기존 종교정책 기조에서 일탈할 듯한 조짐, (3) 불교-국가, 불교-개신교 갈등을 중심으로 한, 종교정치(특히 “종교차별의 정치”)의 급속한 활성화. 여기서 ‘보수 개신교 편향’은 두 가지 종교적 편향의 결합이다. 하나는 3대 종교 중 개신교 편향이고, 다른 하나는 개신교 내부의 보수 편향이다. 후자는 이명박 정부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로 집결한 개신교 진보파를 배제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대표되는 보수 개신교와 연합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이 책은 <한국 기독교회와 국가·시민사회: 1945∼1960>(1996년), <전쟁과 종교>(2003년), <한국 천주교의 역사사회학: 1930∼1940년대의 한국 천주교회>(2006년),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 보수적 개신교의 정치적 행동주의 탐구>(2007년), <한국 천주교회의 쇄신을 위한 사회학적 성찰>(2007년), <종교권력과 한국 천주교회>(2008년)에 이은, 강인철 교수의 일곱 번째 저서이다.
이 책은 저자의 '한국의 종교정치' 5부작 가운데 첫 번째로 발표되는 저작이기도 하다. '한국의 종교정치' 5부작은 그 분량만 해도 A4 용지 1,560장이 넘는 대작이다. 이 책 <민주화와 종교>는 직후에 출간된 <종교정치의 새로운 쟁점들>과 짝을 이뤄 지난 25년여의 한국 종교정치를 세세하고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5부작의 나머지 세 권은 한국 현실에 부합하는 이론적 접근방법과 개념들을 만들어 소개하고, 해방 후 지난 67년 전체를 개관하면서 새로 고안해낸 이론.개념을 실제 사례들에 적용해보는 <한국의 종교와 정치, 국가: 1945∼2012>, 1945년 해방으로부터 미군정, 이승만 정권, 장면 정권을 거쳐 1961년 5.16쿠데타까지를 다루는 <종속과 자율: 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 1961년부터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거쳐 1987년 6월항쟁까지를 다루는 <저항과 투항: 군사정권들과 종교> 등으로, 2013년 봄까지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5부작이라고는 하나, 이 책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대상을 다루는, 저마다 개성과 완결성을 지닌 별개의 단행본으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이 책들에 어떤 순서나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출간 시기가 제각각인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하나하나의 책 안에서도 독자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순서를 무시하고 건너뛰면서 선택적으로 읽어도 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들에 “한국 종교정치 5부작” 정도의 느슨한 동질성과 유대는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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