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8

전지윤 | 우크라이나 민중은 러시아의 야만적 침공에 굴하지 않고 저항

(5) 전지윤 | Facebook
Feb 28
지금, 우크라이나 민중은 러시아의 야만적 침공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을 규탄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연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강력하다. 반전평화 운동진영만이 아니라, 정치적 지향이나 진영을 넘어서 이런 목소리가 넓게 퍼져나가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중에서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의 주장과 태도는 몇 가지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들은 러시아의 패권적이고 팽창주의적 시도를 강력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다. 갑자기 반제국주의자들로 변신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이것은 전적으로 타당하고 공감할 주장들이다. 지나치게 러시아만 악마화하는 점은 있지만 말이다.
둘째, 이들은 책임과 원인이 러시아에 있으므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분명히 비판하지 않으면서 젤린스키 정부만 탓한다면, 침략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여지가 있다. 물론, 그런 의도에서 젤린스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러시아를 ‘해방군’이라고 부르는 일부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ㅠ)
셋째, 이들은 이번 사태에서 나름의 교훈을 끌어낸다.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에 매달려서는 안 되고, 더 강력한 군사력으로 무장하면서 전쟁과 선제타격까지 준비해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고, NATO 가입처럼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확실히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내가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이 젤린스키 정부의 정책과 대응에 대한 어떤 비판적 지적에도 거부감을 보이며 ‘NATO 가입과 군비증강을 추진한 젤린스키에 대한 비판은 곧 러시아 푸틴 옹호와 전쟁의 정당화’라는 왜곡되고 과장된 프레임을 짜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비일관성과 이중규범이다.
만약 위의 세 가지 입장과 태도가 전부 다 적절하다고 가정하고 그것을 다른 비슷한 경우에 그대로 대입해 보자. 패권을 추구하는 힘있는 강대국이 힘없는 작은 나라의 주권을 무시하고 온갖 그럴듯한 명분으로 침공을 해서 전쟁을 벌이고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섰던 가장 최근의 사례로 돌아가서 말이다. 바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다.
이 경우에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이 일관성이 있다면 첫째, 미국의 패권적인 시도를 강력 비판하고 반대해야 했다. 둘째, 이라크 후세인 정부와 아프간 탈레반 정부에 대한 비판을 우선 뒤로 미뤄야 했다. 셋째, 군사적 무장과 군비증강을 통해서 미국의 침공에 대비하려던 이 나라들의 시도를 지지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떠했을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우파 정치세력과 족벌언론들은 미군을 ‘해방군’이라고 부르며 침략과 전쟁을 지지했고(지금 러시아를 ‘해방군’이라고 부르는 일부의 태도와 똑 닮았다), 이라크와 아프간 정부의 잘못과 문제만을 폭로하고 비판했고, 이 나라 정부들의 문제점과 무기 개발을 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미국의 주장을 옹호했다.
나아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레짐체인지’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주장에 동조했고, 심지어 이 전쟁에 우리나라가 파병해야 한다고 앞장서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 정부가 머뭇거리거나 전투병 파병은 피할 때조차 더 강력한 대규모 파병과 전쟁 지원을 주장했다.
만약, 지금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푸틴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한다면 어떨까? 우크라이나 민중은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당시에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병한 한국을 보면서 중동의 민중들이 느꼈을 심정이다. 여기에 지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이 지금부터라도 일관성을 보였으면 좋겠다.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폭격을 비판했듯이, 앞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약소국 폭격과 침공을 반대하고 규탄했으면 한다.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그 날에 미국은 소말리아를 폭격했고,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각각 예멘과 시리아를 폭격했다.
또 일관성이 있다면 북한 정권의 잘못과 문제점보다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압박을 우선 비판해야 옳다. 나아가 ‘군사적 힘을 키우고 전쟁을 준비할 때만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들의 논리를 가장 잘 따르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바로 다음날, 북한이 미사일 시험에 나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이런 이중잣대와 ‘눈에는 눈’ 논리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것이 러시아든 미국이든, 강대국들이 힘없고 작은 나라를 폭격하고 침공하는 것을 반대해야 하고, 그 나라 정부들의 잘못과 문제점보다는 강대국의 책임을 우선 지적하고 비판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쟁 준비와 군비증강이 아니라 반전평화와 국제적 연대만이 대안이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80
5 comments
9 shares
Like
Share

5 comments

  • Keunmoo Shin
    정치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니 언론이라도 ...
    1
  • Young Ok Park
    합리적이고 예리한 지적들이 가득한 귀한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하며 공유합니다.
    1
  • 조성훈
    라틴아메리카 "좌파"에는 둘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일부는 아예 대놓고 푸틴을 지지하고, 일부는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은 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내부의 나치 세력이 문제다, 미국이 문제다, 유럽연합이 무책임하다...는 소리를 하는 데만 집중합니다(...).
    1
  • 양유빈
    우크라이나 민중의 50%는 EU와 나토 가입에 찬성하지 않으며 친러시아입니다.
    현 우크라이나 사태를 '러시아침공'이라 칭하는 것 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며 외교적으로 안전한 표현입니다.
    표면적으로 누가 먼저 선방을 날렸는가로 책임소재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유치원생이나 하는 어리광스런 행위입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