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8

알라딘: [전자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

알라딘: [전자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

[eBook] 우리 안의 파시즘 2.0 -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우찬제,임지현,이욱연 (엮은이)휴머니스트2022-03-21 


































전자책정가
11,200원

7.6 100자평(6)리뷰(8)
이 책 어때요?
종이책
14,400원 (+800원) 
종이책 페이지수 : 212쪽

책소개
대화의 여지 없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여과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것이 일상적인 한국의 정치 풍경은 민주주의의 퇴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앞두고 시민들이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예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너는 누구의 편이냐’를 묻고 따질 뿐, 분석과 대안 모색은 있는 힘껏 회피하는 한국정치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1999년 ‘우리 안의 파시즘’ 기획을 제안하며 한국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었던 역사학자 임지현은 이 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를 통해,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퇴보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갑갑한 정치적 풍경 속에서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우리 시대 대표 지성들이 세대와 분야를 넘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공정과 능력주의, 세대-연공-인구의 착종, 국민주권 민주주의, 식민지 남성성, 일상적 인종주의, 관종과 인터넷 담론, 한국의 문화종교 현상, 수사의 정치학, 교가에 깃든 파시즘 등 우리 사회의 예민한 지점을 짚는 이 책은 뉴스에 지치고 민주주의에서 부족주의로 퇴화하는 듯한 현실을 우려하는 독자들의 시야를 넓게 트여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일상적 파시즘은 어떻게 진화했는가?_임지현

01. 능력주의의 두 얼굴
민주적 공정사회인가, 엘리트 계급사회인가?_이진우

02.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
한국의 노동시장 불평등은 어디서 유래하는가?_이철승

03.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
참여가 대의를 밀어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_박상훈

04.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한국사회는 왜 기후위기를 직면하지 못하는가?_정희진

05.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한국에는 정말 인종차별이 없을까?_조영한

06. 주목경제 시대의 주인공, 관종
프로보커터는 어떻게 담론을 오염시키는가?_김내훈

07. 한국의 작은 독재자들
정치종교와 문화종교 개념으로 살펴보는 퇴행적 대중의 출현_김진호

08. 천千의 언어, 천千의 대화
부사의 정치학이 낳은 배제와 억압을 넘어서_우찬제

09. 우리 안의 행진곡과 소리의 식민성
청각을 통해 작동하는 일상 속의 파시즘_배묘정
접기


책속에서


P. 20~21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지 35년이 지나 실시되는 대통령선거가 여전히 색깔론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진짜 문제다. 그러니 한국사회의 정치적 공론장에서 진영론이 종교적 주술처럼 횡행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정치의 제로섬 게임은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재생산된다. 확신에 찬 정치 지도자나 그를 따르는 지식인들은 이단을 심판하는 중세의 종교재판관처럼 군림하고, 21세기 한국의 인터넷 익명들은 1600년 2월 ‘캄포 디 피오리 광장’에서 조르다노 브루노의 화형에 환호하는 로마 군중과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일상과 의식을 이처럼 옭아매고 있는 한국사회의 파시즘적 결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여 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 〈여는 글.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접기
P. 40 완전한 능력주의의 디스토피아를 신랄하게 묘사한 마이클 영에 의하면, 능력주의는 엘리트와 대중이 동의할 때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능력이 지배 원리가 돼야 한다는 데 하층 계급이 상층 계급과 뜻을 모은 만큼 선택의 수단을 트집 잡을 수 있을 뿐, 모든 사람이 신봉하는 기준 자체는 건드릴 수 없었다.” 능력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는 인식이 만연하면, 엘리트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고 아무 능력도 없는 다수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성공한 사람은 마땅히 받아야 할 노력의 대가를 받았을 뿐이라고 여기며 오만해지고, 실패한 사람은 능력이 없고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는 패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승자에게 갈채하고 패자를 조롱하는 태도가 당연해지면, 패자 스스로 자신을 조롱한다. 신분상승의 수단인 동시에 현상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능력주의는 결국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다.
- 〈01. 능력주의의 두 얼굴〉 접기
P. 62 베이비부머들이 물러가면 이 모든 세대-연공-인구 착종 문제도 해소될까? 그렇지 않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지더라도 이들이 구축해놓은 정규직 위주의 연공 시스템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 또한 가파른 연공제 사다리가 부여하는 상층 정규직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 극심한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따라서 연공제를 중심으로 확대된 불평등의 구조는 다음 세대에도, 또 그다음 세대에도 반복될 것이고 심지어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 〈02.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 접기
P. 88 대통령이 직접민주주의를 말하며 국민참여를 주도하려 하면 민주정치는 위험에 처한다. 여론동원정치로의 퇴락을 막을 길이 없다. 정치가 권력투쟁의 승자 자리를 두고 극단적인 다툼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러면 민주주의는 함부로 운영되기 시작한다. 상대를 동료 시민이나 동료 정치인이 아니라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붙여도 상관없다. 그런 것이 관행이 될 때쯤이면 민주주의는 ‘스트롱맨’의 게임으로 퇴락한다. 공존과 타협의 민주주의 규범을 준수하는 사람, 한마디로 말해 ‘정치하는 정치인’은 힘을 쓸 수가 없다. 남는 것은 최고권력자로서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의 권력정치뿐이다.
- 〈03.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 접기
P. 103~104 한국 현대사를 지배하는 식민 콤플렉스 또는 제대로 된 국가, 더 나아가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를 향한 의지의 근원은, 기원을 상정한 역사주의에 기반한다. ‘아직은 아닌not yet’이라는 사고방식, 즉 지금 여기의 현실을 부정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미래 지향의 추격발전주의는 성장 신화를 지속시키고 탈성장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환경운동이 어려운 이유다. 환경파괴에 완전히 무지/무감각ignore한 한국사회의 자연파괴 지향과 주류중심주의의 근원에는 ‘역사적 시간의 공간화the spatialization of historical time’에 대한 신념이 자리한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말하는 “우리는 미국의 1990년대” “○○은 서울의 1970년대”와 같은 식의 언설이 대표적이다. 한국사회의 영원한 피해의식은 이런 식으로 분출한다.
- 〈04.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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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우찬제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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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문학비평가. 《애도의 심연》(2018) 《나무의 수사학》(2018) 《불안의 수사학》(2012) 《프로테우스의 탈주》(2010) 《타자의 목소리》(1996) 등을 썼고, 생태소설과 생태시 앤솔러지 등을 편집했다. 최근에는 기후 침묵의 기억을 환기하며 기후행동을 위한 생태학적 지혜와 상상력을 탐문하는 환경인문학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작 : <우리 안의 파시즘 2.0>,<#생태_소설>,<#생태_시> … 총 25종 (모두보기)

임지현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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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겸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소장. 유럽 지성사·폴란드 근현대사·지구사 연구자. 전 세계의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 연구자들과 함께 초국가적 역사의 관점에서 일국사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현재는 역사에서 기억으로 관심을 이동하여 인문한국 프로젝트인 ‘지구적 기억의 연대와 소통: 식민주의, 전쟁, 제노사이드’를 주도하며 기억의 연대를 통한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100편이 넘는 논문을 국내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폴란드, 프랑스 등지의 저명 저널과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최근작으로는 《기억 전쟁》(휴머니스트, 2019)과 Mnemonic Solidarity: Global Interventions(편저, Palgrave Macmillan, 2021)가 있으며, 2022년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 출판부에서 Global Easts: Remembering-Imagining-Mobilizing을 출간할 예정이다.

독일의 Moving the Social, 미국의 Global-e를 비롯해 여러 국제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팔그레이브 출판사의 기억 총서 ‘Entangled Memories in the Global South’의 책임편집을 맡고 있다. 2015년 ‘글로벌 히스토리 국제네트워크(NOGWHISTO)’의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세계역사학대회(CISH)’, ‘토인비재단(Toynbee Prize Foundation)’, ‘기억연구학회(Memory Studies Association)’ 등 국제학회의 이사 및 자문위원으로 있다. 최근에는 기억활동가를 자처하며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 사진전 〈이웃하지 않은 이웃〉(2019)을 기획·전시하고 ‘메모리 액티비즘’에 대한 기획 강연 등 기억 연구와 풀뿌리 역사의 실천적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우리 안의 파시즘 2.0>,<희생자의식 민족주의>,<기억 전쟁> … 총 35종 (모두보기)

이욱연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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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하였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현대문학과 현대문화를 연구하면서 현대 중국인들의 속내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지은 책으로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


최근작 : <우리 안의 파시즘 2.0>,<[큰글자도서] 이욱연의 중국 수업>,<루쉰 읽는 밤, 나를 읽는 시간> … 총 4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퇴화하고 있는가?

민주화 이후 부족주의로 퇴보하는
‘K-민주주의’를 진단한다!

대화의 여지 없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여과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것이 일상적인 한국의 정치 풍경은 민주주의의 퇴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앞두고 시민들이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예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너는 누구의 편이냐’를 묻고 따질 뿐, 분석과 대안 모색은 있는 힘껏 회피하는 한국정치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1999년 ‘우리 안의 파시즘’ 기획을 제안하며 한국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었던 역사학자 임지현은 이 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를 통해,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퇴보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갑갑한 정치적 풍경 속에서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우리 시대 대표 지성들이 세대와 분야를 넘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공정과 능력주의, 세대-연공-인구의 착종, 국민주권 민주주의, 식민지 남성성, 일상적 인종주의, 관종과 인터넷 담론, 한국의 문화종교 현상, 수사의 정치학, 교가에 깃든 파시즘 등 우리 사회의 예민한 지점을 짚는 이 책은 뉴스에 지치고 민주주의에서 부족주의로 퇴화하는 듯한 현실을 우려하는 독자들의 시야를 넓게 트여줄 것이다.

1. 민주주의는 어떻게 더욱더 퇴보하고 있는가
― 1.0에서 2.0으로 진화한 ‘우리 안의 파시즘’

1999년 여름 《당대비평》에 ‘우리 안의 파시즘’ 특집이 발표되자 한국사회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때는 처음으로 ‘민주화세력’이 집권에 성공했던 시기로, IMF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때였다. ‘우리 안의 파시즘’은 민주화세력이 사회를 개혁하고 진보로 이끈다는 믿음에 제동을 걸었다. 운동권의 군사주의와 서열주의, 명망가들의 성추행과 가정폭력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랫동안 한국사회에 스며든 지도자 숭배와 복종의 문화, 가부장주의와 성차별주의, 민족주의적 과대망상증과 외국인 혐오 등을 고발한 ‘우리 안의 파시즘’ 담론은 ‘일상적 파시즘’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파헤쳤다.

그러자 ‘운동의 후퇴국면에서 나타나는 문화주의와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부터 ‘민중을 파시스트로 간주하고 적으로 돌리는 논리’라는 비난까지 격렬한 반응이 뒤따랐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수없이 좌절되었던 민주화가 정권교체라는 형식으로 실현된 것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우리 안의 파시즘’ 특집을 기획하고 일상적 파시즘을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로 끌어올린 역사학자 임지현은 이와 같은 반응에서 ‘좋은 헤게모니를 가진 우리’가 ‘나쁜 헤게모니를 가진 저들’을 몰아내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민주화세력의 안일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만 22년이 지난 지금, 임지현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권력의 작동방식이 힘에 의한 강제와 억압에서 내면화된 규율과 동의를 통한 자발적 복종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의학적 비상사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의학적 비상사태를 깊이 있게 토론하는 과정 없이 ‘위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논의를 봉쇄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한쪽은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쪽에 ‘토착 왜구’라는 딱지를 주저 없이 붙이고, 반대쪽은 상대방을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퇴행을 거듭하는 지금,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한번 낱낱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일상과 의식을 이처럼 옭아매고 있는 한국사회의 파시즘적 결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여 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 임지현,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2. 한국사회는 어떻게 ‘진보’의 덫에 빠졌는가
― 불공정과 불평등, 폭력의 기원을 찾아서

우리 안의 파시즘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불공정’과 ‘불평등’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철학자 이진우는 능력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명암을 조명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합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은 사람들이 있는 힘껏 노력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하지만 ‘능력’을 사회적 상승의 절대적 수단으로 생각할수록 더욱 나은 조건을 갖고 있거나 세습하는 엘리트 계급에게 유리해진다. 능력주의가 사회적 지위의 획득 수단에서 기득권의 세습 수단으로 변질된 지금, 누구에게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이 확립되지 못한다면 계급 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회학자 이철승은 세대 간 갈등이 세대 내 갈등으로 이전되는 양상을 ‘세대-연공-인구 착종’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연공 임금제(연공제)는 근무기간이 길수록 높은 임금을 주는 제도로 오랫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을 지배해왔다. 1980년대부터는 전투적 노동조합과 진보 지식인/정당의 네트워크가 결합함에 따라 다시금 정당성을 획득했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동시장의 상층에 굳건히 자리 잡음에 따라 일자리 배분과 임금 분배가 정체되어버리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지금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2030 여성과 남성 사이의 갈등도 근본을 파고들면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놓여 있다. 세대-연공-인구 착종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융합 연구자 정희진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폭력의 근원을 우리에게 깊이 뿌리 박힌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에서 찾는다. 서구를 따라잡아야 할 모델로 간주하는 한편 남성을 약자로 설정하는 식민지 남성성은 여성과 자연을 복종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다. ‘근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사회는 구성원을 경쟁과 갈등의 한가운데로 내몬다. 필자는 한국사회가 진보적 시간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추격발전을 멈춰야 이토록 폭력적인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 현대사를 지배하는 식민 콤플렉스 또는 제대로 된 국가, 더 나아가 ‘팍스 코리아나’를 향한 의지의 근원은, 기원을 상정한 역사주의에 기반한다. ‘아직은 아닌’이라는 사고방식, 즉 지금 여기의 현실을 부정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미래 지향의 추격발전주의는 성장 신화를 지속시키고 탈성장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 정희진,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3. 한국정치는 어떻게 민주화가 진척될수록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가
― 대중의 정치적 주체화가 낳은 기묘한 모순

우리 안의 파시즘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은 한국정치다. 편을 갈라 싸우면서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는 여전하고, 더 나아가 상대를 비난하고 조리돌리는 행태가 일상적이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 행태를 ‘국민주권 민주주의’로 요약하고 그것이 드러내는 위험성을 낱낱이 살펴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촛불집회로 결집된 사회적 에너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세력이 힘을 합친 만큼 폭넓은 사회개혁을 추진할 만한 동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민주권’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특정 지지층의 목소리를 키워 반대파를 밀어내는 데 힘을 소모했다. 직접민주주의의 당위만을 강조한 결과 정작 시민의 참여가 약화되는 역설도 발생했다. 대의민주주의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직접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행태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필자의 지적이 쓰라리다.

신학자 김진호는 대중의 정치적 동원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정치종교’와 ‘문화종교’라는 개념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살펴본다. 정치종교는 후발 국민국가에서 원자화된 개인이 추상적 비전에 헌신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적군과 아군의 종말론적 대결을 통한 파시스트 구원신화를 가리킨다. 한편 문화종교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문화적 가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 속에서 대중이 정치적 주체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반동성애 담론을 통해 ‘적그리스도’와 맞서 싸우는 개신교회와 신도들이 대표적이다. 김진호는 대중이 4·19와 5·16으로 상징되는 정치종교 시대를 지나, 6월항쟁을 거쳐 민주화된 지금의 문화종교 시대에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결핍에 시달린 나머지 타자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데 앞장선다고 진단한다.

이제 혐오의 정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널리 퍼지고 있다. 연구자 김내훈은 ‘관심’을 통해 팽창하는 주목경제의 시대에 사람들이 편을 갈라 싸우면서 정치적 부족주의가 심해지는 지금 여기의 온라인 담론장을 살펴본다. ‘관종’은 주목경제 시대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무단으로 올리며 논란을 확대하는 이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세상을 반영한다. 왜곡된 인정욕구는 위선과 가식에 대한 위악으로 진화하고 냉소주의와 정치혐오로 자가 발전한다. 언론이 제 기능을 잃고 롤모델이 사라진 담론장은 청년세대의 과격화와 대중의 극우화로 이어지기에 너무나 쉬운 토양이다.

“대통령이 직접민주주의를 말하며 국민참여를 주도하려 하면 민주정치는 위험에 처한다. 상대를 동료 시민이나 동료 정치인이 아니라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붙여도 상관없다. 그런 것이 관행이 될 때쯤이면 민주주의는 ‘스트롱맨’의 게임으로 퇴락한다.” - 박상훈,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

4. 한국문화는 어떻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만을 욕망하는가
― 우리 일상 속에 무심하게 스며든 파시즘의 흔적

일상 구석구석에 스며든 파시즘은 눈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의 감각, 언어, 노래와 같은 형식을 통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커뮤니케이션학자 조영한은 한국사회에 넓게 퍼져 있는 인종주의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인종에 무감한지를 드러낸다. ‘다문화’가 대표적으로, ‘다문화’는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을 라벨링하고 국민으로 편입시키면서도 무심코 배제하는 장치로 작동해왔다. 특히 한국민은 식민통치와 발전국가 시대를 거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억압받아왔다는 인식이 강해, 인종 문제는 다민족국가의 일이거나 지극히 폭력적인 사건에 한정된다는 편견을 가져왔다. ‘한류’의 성공에 심취해 자긍심에 사로잡히는 사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인종주의에 물들어 있는지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국문학자 우찬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의 언어에 숨은 억압 기제를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코로나19라는 의학적 비상사태 속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스크를 쓰라는 말은 언뜻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지침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조건도 고려하지 말고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듯한 언명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게 필자의 진단이다. 특히 지나친 강조부사와 최상급 표현은 수신자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좁히고 대화의 가능성을 없앤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파시즘적 언어는 우리 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악학자 배묘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는 교가와 군가에 숨은 식민성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식민통치 시기에 일제는 대중을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국민으로 만들기 위해 집단체조와 국민가요를 만들었다. 아이러니는 반식민 투쟁을 펼친 투사들도, 일제의 식민통치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사람들도 모두 일제의 가요 리듬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데 있다. 군사독재 시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의 리듬을 딴 건전가요를 만들고, 학교마다 전해오는 교가에 전쟁과 개발의 논리가 스며들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연 지금은 오와 열에 맞춰 나란히 걷기를 강요했던 국민학교 시절의 규율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을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일상의 파시즘은 이처럼 더욱 진화하고 있다.

“선거철이면 느끼는 것이지만 후보자들은 결국 유권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자기에게 표를 몰아줬으면 하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강조부사나 최상급 표현 그리고 대조의 수사를 아무런 반성 없이 사용한다면 더욱 의심해야 한다. 일방향적 파시즘의 언어는 결코 먼 곳에 또는 과거에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우찬제, 〈천千의 언어, 천千의 대화〉

지은이

김내훈_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문화연구 박사과정. 《급진의 20대》(2022) 《프로보커터》(2021)를 썼다. 포퓰리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젊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치 소비 행태 등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김진호_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2020) 《성서와 동성애》(2020) 《리부팅 바울》(2013) 《시민 K, 교회를 나가다》(2012) 《예수 역사학》(2000) 등을 출간했고, 《한겨레신문》 등에서 다수의 칼럼을 썼다. 종교와 비종교, 교회와 사회 사이의 경계에서 권력에 의해 은폐된 고통의 현상학을 들춰내고 그 속에서 민중을 이야기하는 신학자됨을 30여 년 동안 연습하며 살고 있다.

박상훈_(사)정치발전소 학교장.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청와대 정부》(2018) 《민주주의의 시간》(2017) 《정당의 발견》(2015) 《정치의 발견》(2011) 《만들어진 현실》(2009) 등을 출간했고,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대통령제와 의회정치를 주제로 글을 써왔다. 민주노동당에서 정의당으로 이어지는 진보정치의 관점을 중시한다.

배묘정_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음악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정치의 가극화, 가극의 정치화: 소녀가극이 재현한 제국 통합의 이데올로기》(2019), 《글로벌 시대의 동아시아 현대음악》(2015, 공역), 《오페라 속의 미학 1》(2017, 공저), 《베토벤의 위대한 유산》(2020, 공저) 등이 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토대로 문화예술 전반을 경유하는 기억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사운드 메모리(sound memory)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찬제_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문학비평가. 《애도의 심연》(2018) 《나무의 수사학》(2018) 《불안의 수사학》(2012) 《프로테우스의 탈주》(2010) 《타자의 목소리》(1996) 등을 썼고, 생태소설과 생태시 앤솔러지 등을 편집했다. 최근에는 기후 침묵의 기억을 환기하며 기후행동을 위한 생태학적 지혜와 상상력을 탐문하는 환경인문학을 모색하고 있다.

이진우_포스텍 인문사회학부 명예교수. 《개인주의를 권하다》(2022) 《불공정사회》(2021)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2020) 《한나 아렌트의 정치강의》(2019) 《의심의 철학》(2017)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고, 《공산당 선언》 《인간의 조건》 《덕의 상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철학으로 사유하는 힘을 전하고 있다.

이철승_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Social Forces, Sociological Theory, World Politics, 《경제와 사회》 《동향과 전망》 《한국정치학회보》 《한국사회학》 등에 논문을 발표했고, 《쌀 재난 국가》(2021) 《불평등의 세대》(2019) 《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2019)를 썼다.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자산 불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임지현_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겸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소장. 《희생자의식 민족주의》(2021) 《기억 전쟁》(2019)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2016) 《오만과 편견》(2003, 공저) 등을 썼고, 1999년 《당대비평》 편집위원으로 ‘우리 안의 파시즘’을 기획했다. 역사에서 기억으로 관심을 전환해 기억의 연대를 통한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정희진_융합 연구자(Ph. D.). 서평가.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 (사)수원여성의전화 전문위원.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2021)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2020)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2020, 이상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낯선 시선》(2017) 《아주 친밀한 폭력》(2016) 《페미니즘의 도전》(2005) 등을 썼고, 편저 두 권은 일본어로 번역되었다. 60여 권의 편저, 공저가 있다. 포스트콜로니얼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재구성과 지식 생산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조영한_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겸 코레아노폰 연구센터장. Global Sports Fandom in South Korea(2020) 《옐로우 퍼시픽》(2020, 공저)을 썼다. 최근에는 한국사회의 냉전 문화와 스포츠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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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편. 우선 필자들의 저서를 읽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동어반복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왜 이 주제들을 ‘파시즘‘으로 묶었는지 모르겠다. 2000년 책은 참으로 날카로운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이 책은 날카롭지 못할뿐더러 새롭지도 않다.
새들처럼 2022-02-24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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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첨예한 사항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에서도 읽을 가치가 있다..슬픈일은 이런 책이 나온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단순, 편파적인 포털, 유투브 등에 의한 정보제공에 익숙한 우리에게 책 한권으로 문제의식을 일으킬 수 있다면 최소한 그 이의 의의는 있지 않을까?
cdh1118 2022-03-2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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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민주주의에 대한 냉정한 진단 『우리 안의 파시즘 2.0』



『우리 안의 파시즘 2.0』



임지현, 우찬제, 이욱연(엮음)/ 휴머니스트(펴냄)

진보와 보수 그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요즘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언론과 각종 sns를 통해 국민을 선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대편 비방들은 과연 문민정부 이후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책의 전신인 《당대비평》특집 '우리 안의 파시즘'이 출간된 것은 1999년이다. 만 2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이 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이 출간되었다.


책은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겸 트랜스내셔널인문학 연구소 소장과 교수 겸 문학비평가분들이 쓰고 엮은 책이다. 1980년대 남한 좌파를 언급하며 레닌보다 마르크스 주의를 더 잘 이해했는지 의문이며 정작 그들의 문제는 레닌과 스탈린 등의 '정통 마르크스주의' 저작을 성경처럼 읽고 이단을 용납하지 못하는 풍토라고 꼬집는다. 이런 문장들에 586(당시 386) 주류 운동권들의 거센 비판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은 우리 안에 잠재된 일상적인 파시즘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우리가 피로서 쟁취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진보든 보수든 동의할 것이다. 책은 양극화 현상에 대해 비판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각종 차별들, 지배자 숭배 문화, 복종 문화, 상하 수직적인 문화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한다. 도대체 그 깊은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인 동시에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MZ 세대는 왜 등을 돌렸는가? 그들을 가로막은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해 이진우 교수의 글이 인상 깊다. 능력은 개인의 것이지만 능력주의는 사회가 가진 특징이라고. 수단으로서의 능력주의와 엘리트 계급사회. 서로 다른 출발선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 사회에 대해 비판한다.

무려 20년 전의 논의가 다시금 되풀이되고 있는지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촛불 혁명으로 얻은 국민의 승리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계급의식, 지역감정, 지역주의, 평화, 인권, 젠더 감수성, 장애인 배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에서 과연 우리 사회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는지 퇴보하였는지를. 식민지 남성성에 대해 언급하는 정희진 교수, 일상적 인종주의를 언급한 조영한 교수, 종교가 되어버린 정치를 언급하는 김진호 교수 등 각각의 글에 대해 리뷰 한 편 씩 써도 무방할 내용이다.

선거철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과 고민이 깊은 시기다. 코로나로 파괴된 민생을 걱정하는 후보는 과연 누구인지! 대선 토론을 보면서 실소를 머금었다. 딱 우리의 민주주의 수준이다. 그 나라 지도자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고들 말한다. 책의 마지막 챕터 우리 안의 행진곡과 소리의 식민성을 주제로 언급한 배묘정 교수의 글이 주는 여운이 깊다. 읽고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MZ세대를 포함한 사회 모든 직종에 계신 다양한 독자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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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key77 2022-02-24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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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2.0

1999년 ‘우리 안의 파시즘에 대한 내용을 만 22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통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책이다.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겸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연구소 소장과 교수님 및 문학 비평가들이 엮은 이 책의 내용들은 여러 가지 주제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에 직면한 문제들은 무엇인지를 직면한 문제들을 통해 다룬다.

제목처럼 우리 사회는 2.0이란 말의 변화를 겪어내면서 업데이트된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주의는 제자리란 느낌이 들게 한다.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한 대화 거부와 배척, 공정과 능력주의에 대한 시각, 국민주권과 일상적인 생활에서 보인 인종주의, 많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속에 남발하는 인터넷 담론들, 수사의 정치학, 관종....

현재 문제 되고 있는 사회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특히 청년들 취업실태가 절로 떠오른다.

능력과 불공정, 불평들에 대한 이야기, 능력이 개인에 따른 것이지만 능력주의는 사회가 가진 특징란 말에 담긴 불편한 시선들이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지니게 한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는 책, 곧 있을 대선에선 어떤 후보자를 선택해서 뽑아야 할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소식과 더불어 올바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말과 실천에 대해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를 던져준 책이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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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노마드 2022-02-28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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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2.0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휴머니스트에서 출판한 임지현·우찬제·이욱연 엮은이의 <우리 안의 파시즘 2.0>는 한국 사회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고민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당대비평>의 특집 ‘우리 안의 파시즘’이 나온 1999년에서 22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도 차원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상을 규율하는 미시권력의 문제를 짚고 법과 제도, 구조와 일상을 전면적으로 민주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질문과 해답을 담았다.

한국 정치를 양분하는 진보와 보수 어느 쪽도 민주주의를 반대하거나 부정하지는 못한다.

열 분의 저자는 자신의 전공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정치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능력주의의 두 얼굴을 강조하는 이진우 교수는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불공정사회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은 고소득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능력 있는 사람이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능력 경쟁사회이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부와 사회적 지위의 불평등을 초래하지만, 경쟁이 공정하다면 결과로서의 불평등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을 강조한 이철승 교수는 한국의 극도로 경직되고 이중화된 노동시장의 원인으로 기업규모, 고용형태, 그리고 대기업 위주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활동을 든다.

여기서 착종이란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얽혀 복합적인 인가 메커니즘을 통해 결과변수에 한층 강화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386세대의 지식인 네트워크와 노동조합의 ‘전투적 조합주의’, ‘한국형 패턴교섭’ 그리고 ‘연공제 고수 전략’이 한국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임을 주장한다.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의 박상훈 위원은 앞으로 다가올 대선에 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이번 대선은 ‘정치의 실종’ 내지 ‘정치의 범죄화’ 현상을 목격한다. 주요 정당의 경선을 법률가 출신이 압도했고, 상대 당 후보에 대해 범죄 요건을 들이대고 조사와 처벌을 주장했다.

이는 유권자가 최악과 차악을 구별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허탈감을 느끼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결과로 드러났으며, 대한민국 정당정치가 국민주권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사로잡힌 현상을 목격하게 했다. 정당이 아닌 여론을 선동하는 사람이 정치의 핵심이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정치문화와 정치의 역할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 안의 파시즘 2.0>은 세대 간 쟁점이 되는 사안과 ‘이대남’이라는 세대가 어떻게 불평등한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조망한다. 이는 한국의 남성주의와 여성의 페미니즘적 비판을 만나게 한다.

일상적 인종주의에서는 한국인의 인종차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형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회자 김진호는 자발적 동원체제를 가능하게 한 ‘정치종교’와 소비민주주의 시대 자신의 결핍감을 소수적 타자에 대한 혐오감으로 푸누 ‘문화종교’를 구분한다.

<우리 안의 파시즘 2.0>을 통해 한국 사회를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안의파시즘, #임지현, #우찬제, #이욱연, #휴머니스트, #민주주의, #정치,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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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aeho2000 2022-03-0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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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2.0




파시즘 하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오른다.

늙은 돼지 메이저의 이론에 따라 농장 주인을 몰아낸 동물들의 반란.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 사회'를 건설한다.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민중의 지도자가 되었지만,

스노볼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은 나폴레옹이 덩치 큰 개들을 조종해 그를 공격하고 농장 밖으로 추방한다.

이후, 나폴레옹은 풍차 건설을 계획하고 몇몇은 불평등에 항의하고 나섰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잔혹한 처형이었다.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사회는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하고,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고 했다.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지난 20여 년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p 21



책의 제목이 '우리 안의 파시즘 2.0'이다.

나는 2.0에 두 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하나는 20여년(정확히 2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거대 담론의 장으로 소환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당대비평의 특집에서 최초 언급이 되었고, 이번이 두 번째 버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자리걸음이라고 개탄했지만, 20년의 세월을 녹여 낸 이 책은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능력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는 인식이 만연하면,

엘리트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고 아무 능력도 없는 다수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 능력주의의 두 얼굴, p 40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와 '숙명여고 시험 유출 사건', '조국 사태' 등으로 '정당한 자격'에 대해 화두를 던진 이력이 있다.

당시 '자격 담론'은 뜨거운 감자였다.

자격 '있는' 사람과 자격 '없는'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저자 이진우는 우리를 사로잡은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능력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은 노력의 산물이며, 엘리트 계급사회의 수단으로 능력주의가 왜곡되었고,

민주적 공정사회의 목적으로서 능력주의로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솔루션은 '일자리'이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야!'라고 말한다. 순간 뜨끔했다.

나 역시 '일자리'가 열쇠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보장에 초점을 맞춰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엘리트의 능력주의적 오만을 내려놓고,

성공하는데 운이 작용한다는 사실과 성공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상적 인종주의와 첫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집단을 '우리'와 다른 그들로 구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집단을 본질화하는 것으로,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특징을 기반으로 특정 집단을 압축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세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사회의 문제이자 관리해야 할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p 115~117



나 또한 한국 사회에 인종주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아오는 이주민이 늘어나고 도처에 불체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살기 위해 일하고 있으며

k-pop 등으로 대변되는 한류 열풍으로 우리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를 펼칠 수 없다.

우리는 한국인 이외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나와 그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차별과 차이를 구별하는 혜안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강조 부사를 즐겨 쓰고 최상급을 애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중하게 관찰하고 각별하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정치인이 강조 부사와 최상급을 즐겨 사용하며 허황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정작 알맹이 없는 공허한 말잔치를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천의 언어, 천의 대화. p184



2022. 3. 19. 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대로 들린다.

후보 중 누가 '아주','특히', '정말로', '참으로', '전대미문의', '유일무이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장 엄청난' 등의

수식어를 쓰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검증할 테다.

저자의 조언과 충고를 교사 삼아 올해는 부사의 정치학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테다.





이 책은 우리 '일상' 안에, 우리 '말과 생각' 안의 파시즘에 관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아홉 명의 고해성사 같은 책이다.

읽는 내내 저자들의 신념이 구석구석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러는 행동은 신념에서 나온다고 했다.

간디는 신념이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신념을 쫓아 행동하는 지성이 있어 다행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 감사하다.

한국 사회의 미래가 염려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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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sj1008 2022-02-2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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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 안의 파시즘 2.0 (임지현 외 共編, 휴머니스트)



“우리 안의 파시즘 2.0 (임지현, 우찬제, 이욱연 共編, 휴머니스트)”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1999년 ‘당대비평’ 특집 ‘우리 안의 파시즘’ 이후 22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그 문제의식을 되살려 2020년대의 현실을 되돌아 보고 설명하기 위한 일환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편자들은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와 일상의 민주주의 간의 간격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다고 진단하고 권력의 작동 방식이 과거 힘에 의한 강제와 억압이었지만 현재는 내면화된 규율과 동의에 의한 자발적 복종의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파시즘은 국가를 개인 간의 자율에 의한 계약의 확대가 아닌 군중의 총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합니다. 또한 평등이나 자유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보고 불평등을 유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각 개인은 개체로서 존재하여서는 안되고 국가 발전의 수단이 되어야 하므로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통제해야 하며 사상, 인종, 성별, 신체 능력 등 구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차별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많은 현재의 얼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얼굴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얼굴도 있고 숨겨져 있는 얼굴도 있습니다. 바로 파시즘의 얼굴들 말입니다.

능력주의, 세대 기득권, 대의와 참여, 기후위기, 일상화된 인종주의, 주목경제, 퇴행적 대중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모든 내용에 동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독자가 직시해야 하는 우리의 아픈 부분도 분명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사실 군사 독재가 종식되고 난 다음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들어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인 거대 담론으로서의 파시즘이 아니라 일상 속의 파시즘으로 보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 경제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이미 스며든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제로섬 경쟁체제를 어떻게든 빨리 바꿔내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위기는 계속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완성된 하나의 형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 민주주의는 언제나 가꾸어야 하는 식물과도 같습니다. 그것도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에 속합니다. 조금만 가꾸기를 소홀히 하면 바로 시들어버리죠.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파시즘이라는 것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쉽게 들어와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안의파시즘, #임지현, #우찬제, #이욱연, #휴머니스트,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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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ca.Kim 2022-02-20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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