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5

14 미군 위안부, 우린 일본 우익 망언에 당당한가

미군 위안부, 우린 일본 우익 망언에 당당한가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미군 위안부, 우린 일본 우익 망언에 당당한가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미군 위안부, 우린 일본 우익 망언에 당당한가

등록 :2014-08-15 18:40수정 :2014-08-17 11:47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재한 기지촌 정화대책 문건을 공개해 기지촌 피해 여성의 국가 책임을 국회 차원에서 처음 문제제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승희 의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토요판] 뉴스분석 왜?
유승희 의원 인터뷰




▶ 지난달 5일 <한겨레>는 미군 위안부 관련 문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기지촌 여성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새로운 증언과 자료로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회에서 진상규명 및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지 않으면 일본 우익들과 다를 게 없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습니다. 특별법을 주장하는 유승희 의원을 만났습니다.

<한겨레>는 지난달 5일 ‘미군 기지촌 피해 여성의 증언’을 보도했다. 우리 사회가 애써 눈감아온 슬픈 현대사의 기록들이었다.

1960~80년대 기지촌에서 일했던 성매매 여성 상당수가 인신매매되어 온 미성년자들이었고, 국가는 방치했다. 기지촌 일대를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그곳의 미군에 한해서만큼은 성매매를 허용했다. 심지어 여성들을 ‘위안부’로 지칭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라는 등의 정신교육을 시켰다. 성병에 걸린 여성들은 수용소에 가둬 강제로 치료했다. 국민의 인권은 안중에 없고 미군의 성욕구를 안전하게 채워주는 데에만 국가는 집중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피해자의 증언뿐 아니라 기록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잔잔한 파장이 일었다. 미군 위안시설의 수를 면 단위별로 계획한 경기도청의 기안지와 위안시설 집단수용을 거부하면 처벌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 인천시 등의 기록, ‘위안부 여성 페니실린 과다 투여로 인한 쇼크 사고 발생해도 의사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법무부 장관 공문 등이 <한겨레> 보도로 공개됐다.



세월호가 어이없는 참사이듯
같은 이유로 기지촌 여성 주목
미성년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
겪는 동안 구조하지 않았다
진상조사 특별법이 필요하다

피해 여성들 할머니 돼간다
한번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대접을 못 받은 분들인데
최소한 돌아가시기 전에
존중받는 느낌 갖게 해드려야

1990년대부터 ‘위안부’라 안 부른 이유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가는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 122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달 말 법무부가 고소장 제출에 대한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곧 심리 기일이 잡히고 법원에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 국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진상조사 움직임이 시작됐다. 유승희·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특별법(주한미군기지촌 성매매 피해 진상규명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과거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30일 유승희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이 친필로 결재한 ‘기지촌 정화대책’ 문건을 폭로해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했음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번 <한겨레> 인터뷰에서 “독일처럼 국가가 저지른 수치스런 과거를 반성해야 우리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기지촌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월호 사건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 어이없는 참사, 막을 수 있었음에도 구조를 못 한 이유, 그러한 의문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지촌 여성들의 피해에 주목하게 된다. 군 기지촌에 팔려간 여성들, 그것도 미성년의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를 겪는 동안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다. 기지촌이 있으면 그곳에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미군 부대가 주둔하게 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여성들이 결국 성노리개감으로 희생이 된 거다.

-기지촌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여성들도 많다. 모두 피해자라고 볼 순 없는 것 아닌가?

“어떤 경로로 흘러들어갔는지 파악하는 건 물론 중요하다. 인신매매된 여성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여성도 있을 것이다. 다만, 김정자(<한겨레>를 통해 증언에 나선 기지촌 인신매매 피해 여성. <한겨레> 7월5일치 3·4면)씨의 사례는 일부가 아니고 광범위하다.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인신매매나 취업사기 피해를 당해 기지촌으로 들어가게 됐다. 탈출하려 해도 탈출할 수 없는 굴레에 빠져 있었다. 그곳을 탈출하려는 여성들을 구했어야 할 경찰이 포주와 유착해 책임을 방기했다.

더 큰 문제는 그곳에서 국가가 여성들에게 ‘너희는 외화벌이 애국자다’라고 정신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국민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나라의 정부가 미군한테 성을 파는 것을 정당하다고 훈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발적으로 기지촌으로 들어간 여성들조차도 거기에 있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

-다른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과 미군 위안부 여성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

“미군 기지촌은 다른 집창촌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군 기지 주변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고 국가가 엄연히 윤락행위방지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허가 구역을 만들고 그곳을 관리하고 육성했다. 거기에는 역사적·사회적 배경이 있다. 한-미 군사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에 의해 관리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군)위안부라고 지칭한 것이다. 정부 기록과 지방 조례 등에서는 기지촌 여성들을 위안부라는 행정용어로서 지칭해왔다.”

-90년대 이후부터 어느 순간 위안부라는 용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칭하는 용어로만 사용되고, 기지촌 여성은 더 이상 위안부로 부르지 않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윤색된 게 아닌가 싶다. 기지촌 여성을 미군 위안부라고 계속 지칭하면, 이 여성들의 문제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간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게 된다. 그래서 위안부라는 말을 탈색시켜 이들을 기지촌 여성으로만 부르고 사인간의 성매매 문제로 윤색한 것 아닌가 싶다.”



‘일본군 위안부 소위’의 확대를 조심스레 제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결재가 담긴 ‘기지촌 정화대책’ 문건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원래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하려고 했던 문서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최소한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 아픈 우리 과거의 역사를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그 문건만큼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쟁점화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다음 해에 공개하게 된 것이다.”

-기지촌 여성 문제를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지 국가 폭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건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지촌 안에서의 성매매 피해는 사인과 사인 간에 벌어진 인권침해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국가가 기지촌을 정권의 유지에 필요한 도구로서 활용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기지촌 문제의 뒤에는 국가권력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간혹 어쩌다 벌어지는 인권 침해랑은 성격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분명 다른 것 아닌가?

“다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시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고 미군 위안부 문제는 휴전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다. 위안부 징집과 위안소 운영에 대한 국가의 개입 수준도 다르다. 미군 위안부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은 부분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이 대륙침략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고 미군 위안부는 미군이 군사력을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위안소 설치와 운영에 국가가 개입한 점도 같다.

-박정희 정부가 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은 거라고 보나? 아니면 당시 경찰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보나?

“당시 윤락행위방지법이 있었는데 특별구역을 설정해 기지촌을 운영한 건 이 정도의 희생은 미군 주둔과 정권의 유지를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거라고 봐야 한다. 피해자들을 방치한 것이 의도적이었던 건지 결과적으로 방치하게 된 것인지 이것은 역사적 문헌과 증언들로 더 찾아내어야 할 과제이다.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국가가 어떤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할까?

“일단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 지금 피해 여성들이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 최소한 돌아가시기 전에 인권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드려야 한다. 한번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대접을 못 받은 분들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국민인데 국가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회적 인격으로서 위로를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이들이 지금 질병도 많고 주거 상태도 불량한 곳에서 살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계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

-국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그러려면 진상규명이 우선 되어야 한다. 국회가 그 일을 도와야 한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국가가 직접 모아야 한다. 지금은 시민단체가 이 일을 맡고 있는데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국회에 ‘일본군 위안부 및 전시하에서의 여성 성매매 관련 소위원회’가 있는데 내가 미군 위안부 문제까지 확대해 다루는 게 어떤지 제안을 하고 있다. 아직은 좀 조심스럽지만 적절한 시점에 국회에서 이 문제는 정식 의제로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건가?

“한 단계 한 단계 이 문제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법안을 발의해 놓고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끝까지 챙길 생각이다.”



민족적 차원 이전에 인권의 문제

김광진 의원을 중심으로 ‘주한미군기지촌 성매매 피해 진상규명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달 7일 발의됐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곧 법안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지촌 성매매 피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위원회’를 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고 위원은 국방부 차관과 관계 공무원 및 피해자 대표 등으로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위원회 구성 뒤 4년 이내에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 사건 관련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완료하고 위원회 활동 종료 뒤 진상조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숙식 제공 등 각종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시행일부터 30일 이내에 정부는 피해 신고를 받기 위한 신고처를 운영하도록 법안이 구성돼 있다.

-미군 위안부 문제가 조명될수록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우익들한테 악용될 우려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를 할 때 걱정했던 것도 그거다. 일본 우익들이 ‘너희들도 반성 안 하면서 왜 우리에게만 그러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정부가 나서서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일본 우익한테 우리가 당당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을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만행이라서 민족적 차원에서 분노가 더 쉽게 확산됐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민족적 차원 이전에 인권의 문제다. 미군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로 보편적 인권의 가치 측면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1360.html#csidxf249cfa7406d826aedb15de1b85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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