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3

Jae-hoon Shim - 국사를 소비시키는 방식 언젠가 ‘역사저널’(사실상 ‘국사저널‘)이라는 프로를 잠깐 보다...



(1) Jae-hoon Shim - 국사를 소비시키는 방식 언젠가 ‘역사저널’(사실상 ‘국사저널‘)이라는 프로를 잠깐 보다...







Jae-hoon Shim
17 hrs ·



국사를 소비시키는 방식

언젠가 ‘역사저널’(사실상 ‘국사저널‘)이라는 프로를 잠깐 보다 민망해서 채널을 돌린 적이 있다. 그날 주제가 임진왜란 당시의 진주성 전투였던 모양이다. 사회자와 출연자들이 모두 대단한 승리를 거둔 전투인 냥 신나서 떠든다. 그런데 그 때 퍼뜩 드는 생각: “당시의 3대 대첩으로 알려진 전투라지만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전체 추이와 결과가 어땠나? 일방적인 패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전쟁 아닌가?”

쟁쟁한 출연진이 어쩌다 한 번의 승리에 열을 내며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일본이라는 천하의 나쁜 놈들을 이겨냈다는 자부심을 자극하니, 그 참담한 상황을 초래한 조선의 무기력한 역사는 뒤로 숨어버린다. 드물게 잘한 것만 부각되고 반성은 없다. 극심한 반일정서만 남을 뿐이다.

그 프로를 거의 보지 않아 다 알 수는 없다. 좋은 내용도 많을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국사가 소비되는 한 전형이 이 정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자들까지 가세해서 말이다. 당연히 연구자마다 다르겠지만 애국주의가 저변에 깔린 국사 연구 역시 여기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페이스북에 설민석과 석굴암 얘기가 크게 대두되었다. 석굴암을 일제가 의도적으로 훼손시켰다는 설 씨의 어설픈 주장에 반론들이 제기되어 언론에서까지 적절히 다루어진 걸 보았다. 당연히 일차적으로 공부가 부족한 설 씨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역사저널’에서의 그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우리 것은 아름답게 부각시키고 상대방은 추하고 악하게 만들어 쾌감을 주는 어릴 적 만화에서 자주 보던 그런 방식 말이다. 그 방식에 이미 익숙해진 대중들은 설민석 류의 역사 아닌 역사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오류가 좀 있어도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피해자인 우리는 선한 존재고 가해자인 상대는 악한 존재니까. 우리 것에 대한 과대포장에서 카타르시스를 얻으니까.

어느 나라나 자국사가 중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 세기 후반 새롭게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한국의 절박한 상황에서 그 정신적 토대 구축에 전념하다 보니 국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버렸다. 편협하게 흐를 위험성이 농후한 국사 일변도의 교육과 연구는 당장 직면해 있는 넓디넓은 세계로 향하는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의 이야기가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을 것이고,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어제 포스팅한 동아시아론에서 박원호 교수께서 일갈한 “‘국사’에게 제도적인 역사학의 ‘주석主席 자리’ 내주지 않기”가 떠올라 몇 자 적어보았다. 역사학이라는 장에서 국사는 여전히 월등한 권력이다. 박 교수의 주장 역시 선언적 의미 이상의 현실성은 없다. 역사 소비자들이 빠져있는 우물도 여전히 깊어 보인다.



· 17h
· Edited

박종필 replied · 3 replies


김원천 나는 최근 방영된 허구의 굳모닝 운운 하는 현대사 사극도 지극히 나쁜 영향이 크다고 생각 합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엉터리 고증으로 조선인 미국 장교가 나오기도 하며 거의 모든 이들을 허구 속에 마비 시크는. 무슨 일본국과 미합중국이 조선에서 전투를 하겠습니까? 완전 일치 됐던 공통된 이익을 지향 하던 때 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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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h

이홍필 참 좋은 견해를 밝히셨습니다. 우리의 한국사 해석은 늘 그렇게 흑백 양론화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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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h

박종필 임진왜란 시작기점(1592년)을 기준으로 15~20만의 대군을 징병해 화약무기를 비롯한 최신무기로 무장시켜서 외국침략에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명나라 무굴제국 오스만제국 그리고 일본뿐인 걸로 압니다. 200년간 평화로 해이해질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전국시대를 통해 전쟁과 관련된 온갖종류의 것들을 고도로 발전시킨 침략군을 상대로 국가를 지켜냈던 것은 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선 조정의 실책들은 분명히 비판할 지점이 많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일본 명나라 사서들과의 비교 분석 및 군사 경제 사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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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h

Shin-pyo Kang 주목해야 할 중요한 한국역사에 대한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내용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하지요.
옮겨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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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h

박상익 균형감각과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했지요. 온 국민을 바보로 만들 작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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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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