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8

[줄거리] 즐거운 사라 - 마광수 장편소설 :: 자니의 세상

[줄거리] 즐거운 사라 - 마광수 장편소설 :: 자니의 세상


마광수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 줄거리 요약

소설의 주인공'나사라'는 H대 미대 3학년에 재학중인 여대생이다. 키는 168센티미터, 광대뼈 도 약간 튀어나왔고 코도 얼굴 전체에 비해서 작아 늘 외모콤플렉스에 시달리지만, 쌍꺼풀 수 술도 하고 과감한 헤어스타일과 화장술로 자신의 외모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아르바이트 삼아 나이트클럽에 객원(客員) 댄서로 나가는 그녀는 3학년이 되면 서 성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많아졌다. 가부장적 권위만 내세우는 아버지를 몹시도 싫어하는 사라는, 2학년 때 아버지가 미국 지사장으로 발령이 나 가족 모두가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지 만 따라가지 않고 한국에 남는다. 식구들과 떨어져 살 수 있고, 늘씬하게 잘 빠진 미국 여자애 들 앞에서 주눅드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홀몸'이 된다는 게 그녀는 몹 시도 좋았다. 어느 토요일 늦은 시각, 그녀는 아르바이트 삼아 나가던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춤을 춘

[줄거리] 즐거운 사라 - 마광수 장편소설 2017.09.07 07:58 Reinvent Impact with Original HP Toner. Learn more  3/2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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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싱겁고 재미없는 짧은 정사를 나눈다.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어쩐지 몸을 움직이기가 싫 어, 사라는 그날 밤 호텔에서 혼자 지낸다. 벌써 만난 지가 보름이 넘은 대학선배 기철을 그녀 는 생각해 보지만, 언제나 여자한테 수동적이고 사랑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기만 하는 그가 괜히 얄미워진다. 그녀는 어떤 에로틱한 상상을 하며 자위행위를 한다. 다음날 열 한 시, 그녀는 아침 겸 점심을 사먹고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와 기철의 작업실로 향한다. 그녀가 기철을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기철이 미술대학 2학년 때 미대 입시 를 위해 그에게서 실기 레슨을 받는 선생님과 제자로 만났지만, 이제는 '형'정도의 호칭을 하 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사라는 일찍부터 성에 대해 눈을 뜬 상당히 조숙한 여학생이었다. 중학교 3학년 말부터 자위행위를 한 그녀는 그후 친구집에서 포르노 비디오도 보면서 성에 대한 자신의 끊임없는 '학습욕구'를 불태운다. 이러한 그녀의 성에 대한 '학습욕구'는 곧 <실 습에 대한 강렬한 욕구>로 변해갔다.

사라는 흔히들 여성이 지켜야할 최후의 보루요 지고지 존의 미덕이라고 말하는 '순결한 여성'의 허울을 스스로 빨리 벗어던지고 싶어했다. 그러던 중 화실에서 기철과 처음으로 육체관계를 갖는다. 임신이 되기도 했지만 기철이 꿔주는 돈으 로 아이를 떼고, 대학 입학 후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 돈을 갚기도 했다. 그러니까 기철은 사라 에게 '첫 남자'인 셈이었다. 기철의 화실에서 사라는 오랜만에 그와 애무를 나눈다. 잠에서 깨어난 기철의 얼굴에 눈곱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사라는 기철의 얼굴로 다가가 혓바닥으로 눈곱을 떼어 준다. 기철은 기 분좋은 표정을 하고서, 이왕이면 얼굴 전체를 혓바닥으로 세수시켜 달라고 말한다. 언제나 페 팅만을 좋아하고 인터코스 같은 건 별로 하지 않는 기철의 태도가 전과는 다른 것에 사라는 의아해 한다. 기철은 사라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긴했지만, 그녀가 대학에 들어간 뒤 2학년이 된 뒤부터 점점 대담해지고 자유스러워지자, 마음으로는 소유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해 수동적이고 열등감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외로움에 지친 기철이 그녀를 완전히 소유 하고 싶다는 태도를 비치자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로부터 떨어진다. 사라는 기철이 자신의 '최후의 보루'로 계속 남아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제 '사랑'을 요구하며 자신에게 다 가오는 기철의 태도가 소유욕이 가져오는 어떤 불길한 예감을 직감케 한 것이다. 서로 소유되 지 않은 상태로 애무건 섹스건 원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홀가분한 상태, 그런 존재로 사라 는 기철을 원했던 것이다. '사랑'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외로움'을 완벽하게 늘 퇴치시 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사라는 일찍이 깨닫고, 남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순결도 스스로 버린 그녀였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다시 기철에게 깊은 키스도 해보지만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기철이 남아주기를 사라는 바랐지만, 이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기철의 이미지는 아주 '멀고 먼 그대'의 이미지처럼 서서 히 사라의 마음 속으로부터 빠져나가고 있었다. 기철과 헤어진 뒤 한동안 마음이 우울하고 언짢았던 사라는 학교생활에 충실해 보려고 수업 에도 빠지지 않고, 실기실에 남아 열심히 그림을 그려도 보고, 학회 모임이나 행사에도 참석 해 보지만 무언가 허전하고 공허하기만 하다. 그러나 사라는 기철의 화실에 다시 찾아가지 않 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마음 속이 유난스럽게 복잡한 와중에서도 그녀의 학습욕구는 활동을 계속한다. 하지만 D.H. 로렌스의 소설이나 화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같은 성이론서도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육체적 허기증을 육체에 대한 글을 통해서 해소시키기는 어렵다고 생각 한다.

3/28/2019 [줄거리] 즐거운 사라 - 마광수 장편소설 :: 자니의 세상 https://newstars.tistory.com/381 3/11

 시간은 흘러 6월 중순, 학기말이 되었다. 학기말시험을 치르고 난 6월 말쯤 사라는 어떤 유쾌 하지 않은 사건을 겪는다. 나이트클럽에서 자신의 파트너로 같이 춤을 춘 남자가 집요하게 호 텔방으로 올라갈 것을 요구하지만, 외모가 천골이어서 마음이 도저히 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남자는 집요하게 요구하고 뺨까지 때린다. 그때 베이지색 소나타 승용차가 나타나 그녀를 위기로부터 구해준다. 세련된 매너의 그 남자는 차를 몰아 인적이 드문 캄캄한 곳에 차를 세 우고, 그 안에서 거칠게 몸을 요구한다. 일을 끝내고 그 남자를 다시 차를 몰아 사라가 살고 있는 동부이촌동까지 태워다 준다. 차안에서의 갑작스런 일을 당하긴 했지만,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 사라는 그 남자가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를 은근히 기대하지만 그는 그녀 를 내려주고 아무 말없이 차를 몰고 사라져 버린다. 이 일을 겪고 난 후 사라는 이상하게도 명랑한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같이 나이트클럽에 나가 일도 하고 사내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그러 던 어느날, 나이트클럽에 나온 지 다섯달 만에 고등학교 동창인 정아를 우연히 만난다. 가난 한 집안의 딸인 정아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학교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녀 와 정아는 3년 만에 만나는 셈이다. 정아는 같이 온 남자를 사라에게 소개해 준다. 사라는 그 남자와 악수를 나눈다. 사라는 자신과 정아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해 본다. 정아가 사라에게 소개시켜 준 그 남자는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정아는 말하자면 그의 정부(세컨드) 인 셈이다. 그러나 정아는 그것이 부끄럽다거나 창피해하지는 않는 것같다. 김승태와 춤을 추 면서 사라는 이 남자가 중년의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들과는 뭔가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한 다. 손을 잡다가 우연히 뾰족한 그녀의 손톱이 김승태의 손바닥을 찌른다. 그는 사라의 손톱 이 길고 뾰족한 것을 알고서 자신의 눈 가까이로 가져가 자세히 뜯어본다. 자신의 손톱에 어 떤 반응을 보인 김승태에 대해 사라는 강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다.  정아와 사라는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며칠 후 정아가 전화를 걸어왔고, 사라는 정 아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가게 된다. 역시 사라가 예상한 대로 정아는 김승태의 정부노릇을 하며 살고 있었다. 2년 전 정아가 룸살롱에서 일할 때 김승태가 그녀를 보고 아예 들어 앉아 살 것을 제안했고, 이집저집 전전하며 자취생활에 피곤해 하던 정아는 그 제안에 응했던 것이 다. 김승태는 정아와 동거를 하면서 쓸 만큼의 용돈도 주었고, 그녀에게 공부를 더 해볼 것을 권유해 지금은 P전문대학 의상디자인과에 다니고 있다고 말한다. 정아에게 김승태는 아버지 같고 오빠 같기도 한 존재이다. 또한 밤에는 섹시한 애인이라고 정아는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사라는 부쩍 김승태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 뒤로 사라와 정아는 급속도로 가까워진 다.  정아의 말을 통해서 사라는 김승태가 일종의 변태성욕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아의 말에 의하면 김승태는 특히 길고 뾰족한 손톱을 페티쉬로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사라와 정아 는 김승태의 섹스 취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여러 섹스 형태 가운데 김승태가 1대 2 의 섹스를 무척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라는 그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낀 다. 어느날 사라는 정아네 집에 갔다가 비디오 테이프를 보게 된다. 여자 두 사람만 나와 벌이 는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비디오였다. 그것을 보다가 사라가 갑자기 옷을 벗자 정아도 따라서 옷을 벗고, 둘은 비디오 테이프를 참조해 가며 서로를 애무하고 춤도 춘다. 그 테이프는 김승태가 가져온 것이라고 정아가 말하자 사라는 더욱 더 그에 대해 궁금해진다.  어느 날 정아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사라와 정아는 서로 아파트 열쇠를 복사해 가지 고 있었다) 김승태와 정아가 에이널 섹스를 하고 있었다. 사라가 거기에 끼어들자 김승태는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 나오는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 놓았고, 그들은 1대 2의 페팅을 시도해 본다. 8월 중순 사라와 김승태, 정아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비행기 안에서 사라와 정아 의 무척이나 야한 옷차림새에 승객들이 모두 놀라서 뚫어지게 쳐다본다. 하이야트 호텔에 여 장을 푼 그들은 가끔 풀장에 가는 경우를 빼고는, 방 안에 있을 때에는 거의 발가벗고 지내면 서 온갖 유쾌한 성희를 즐긴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들과 헤어진 사라는 왠지 소외감을 느껴 기철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얼른 수화기를 놓는다. 며칠 뒤 김승태로부터 둘이서만 만나자는 전화가 오자 사라는 그의 제안에 어정쩡하게 승낙을 한다. 그리고 압구정동의 <웨스트 우드> 라는 룸까페에서 김승태와 만나 진한 페팅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진다.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사라는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종합시간표를 뒤적이던 중 담당교수란에 <한지섭>이란 생소한 이름을 발견한다. 달리 들을 만한 교양선택과목도 마땅치 않았고 <문 학과 인간>의 시간표가 맞아 신청을 한다. <문학과 인간> 첫 수업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강 의실로 들어오는 한지섭 교수를 보는 순간 사라는 정신이 버쩍나고 머리털이 쭈뼛쭈뼛 일어 서는 느낌을 받는다. 휘청거리는 발걸음, 전봇대처럼 길쭉한 몸매, 존 레논을 닮은 외모, 오똑 하게 솟아있는 콧날에 걸쳐져 있는 무테 안경이 왠지 사디스틱한 이미지를 풍겨주었기 때문 이다. 바싹 마른 몸매에 비해 너무나 크고, 기름지고, 또 낭랑한 목소리였다. 솔직한 말투에 속어들을 섞어가며 논리 정연한 문장으로 강의노트도 없이 물 흐르듯 강의하는 것이라든지, <사랑>을 <성욕>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한지섭 교수에게 사라는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된 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그녀는 한 교수에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 어느 날 강의시간에 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강의를 했고, 학생들에게도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피우라고 한다. 그의 강의에 매료 된 사라는 속으로 한 교수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꺼내 피운다. 그러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가 되어 무대 위에서 그와 벌이는 환상적인 성적 유희의 상상을 하던 중, 다 타들어간 담배의 열에 뜨거움을 느끼고 상상에서 깨어난다. 아무 학생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사라만 용감하게 그런 행동을 하자 다른 학생들이 굉장하다고 하며 사라의 용기에 감탄한다.

한교수에게 푹 빠진 사라는 또 하나의 교양선택 과목인 <노장철학> 을 철회하고 그의 또 다른 강의 <문예사조사>를 신청한다. 한지섭에게 빠져들어가면서부터 사라는 더 외로움을 느껴, 나이트클럽에 나갈 때마다 남자가 요구하기만 하면 자기 스스로 잠 자리를 같이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나이트클럽에 나간 지 1년이 다 되자 아르바이트 댄서라 기보다는 붙박이 댄서처럼 되었다. 청담동의 호화 비밀요정에 나와 달라는 제의를 수락한 사라는, 어느 날 거기서 손님방에 불려 들어가게 된다. 거기엔 30대 중반의 귀티가 나고 향락주의자들처럼 보이는, 부잣집 아들들인 것 같은 손님들 세 명이 와 있었다. 그들 일행 중 물주(物主) 되는 남자가 언더그라운드 가수 라고 김철을 그녀에게 소개시켜 준다. 어딘가 일본 냄새가 풍기는 옷차림에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를 연상시키는 김철이, 자신이 최근 작곡했다는 노래를 사 라에게 들려 준다. 김철은 전위적인 예술행위라도 보여주려는 듯, 기타의 가장 굵은 줄을 풀어 화살의 시위처럼 늘여 잡고 그걸 손끝으로 비벼대며 윙윙 연주를 한다. 또 하모니카도 꺼 내 불며 희한한 해프닝을 연출한다. 김철과 그들의 유쾌한 행위에 보답이라도 하듯 사라는 기 분 좋게 옷을 벗고 스트립쇼를 해준다. 술자리가 끝나 나가면서 김철이 살짝 그녀 곁으로 와, '사랑해, 미치겠어. 전화번호 좀 가르쳐줘'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주 면서 그와 2차를 같이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서운해한다. 

김철을 만나면서부터 사라는 강의실에서 한지섭 교수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라에게 김철은 한지섭 교수보다 한결 만만하고 마음 편한 상대로 느껴졌다. 사라는 김철이 노래하는 신촌역 근처의 조그만 카페 <비 풀(Be Fool)>로 전화를 받고 나간 다. 사라는 김철이 유약한 몸매이긴 하지만 김승태의 상당한 정력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카페가 끝난 후 김철은 사라를 자기집으로 데리고 갔다. 카페 근처의 하숙집이 었다. 김승태처럼 페니스의 힘만 믿고 단순한 인터코스를 하지 않는 김철은 혀로 사라의 몸을 정성껏 살금살금 핥아준다. 사라는 김철의 타고난 예술가 기질과 자신에 대한 지극한 봉사태 도가 그다지 싫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빨리도 흘러 학기말이 다가온다. 사라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청담동 술집으로 출근하 고, 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김철을 만난다. 또 6시간이나 되는 한지섭 교수의 강의에도 충실하려고 애쓴다. 한지섭은 그녀가 만나본 남자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남자이긴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남자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당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를 원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기철이는 너무 유약하고, 김승태 는 장사꾼이라 그런지 천골의 이미지가 풍겼다. 김철은 귀엽고 친절한 페미니스트이지만 당 당한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이상형에 접근한 남자는 적어도 외관상으론 한지섭 교수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학기말 리포트로 한지섭 교수는 가장 자유스러운 형식의 글을 써오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한 다. 그림도 좋고, 사진도 좋고 상상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리포트는 뭐든지 좋다고 그는 말한 다. 몸으로 리포트를 써도 괜찮느냐는 학생의 짖궂은 질문에 자신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 라면 좋다고 대답한다. 한지섭의 리포트 내용 요구에 사라는 공연히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철은 사라에게 <남성>이라기보다는 <친구>처럼 느껴지는 남자다. 새벽 2시쯤 카페일이 끝 나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해 존대말을 써 가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게 사 라는 귀엽고 안심이 된다. 완전히 자기의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안정감이다. 김철은 여자에게 는 저자세로 나가는 게 아주 뼈 속까지 습관으로 배어 있는 남자이다. 김철은 겉보기에 기철 이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내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남자이다. 진짜 연민의 정 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정말로 열심히 봉사를 해줄 뿐만 아니라, 남자도 마조 히스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김철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사라는 저녁때마다 <비 풀> 카페에서 뭉그적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지섭 때문에 생기는 막연한 허무감과 한동안 붕 떠 있던 마음이 김철 덕분에 조금씩 안정돼 가는 걸 느낀다. 사라는 김철에게서 정말로 편 안함을 느꼈다.

사라는 한지섭 교수와의 첫 만남이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랐지만 2학기말이 되도록 그 우연하고 로맨틱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상상으로 예상했던 어느 비오는 날,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는 한지섭 교수가 아니라 복학생 최승구였다. 그녀 는 그를 따라 미대 학생들이 가는 허름한 막걸리집으로 간다. 사라는 최승구한테서 꾀죄죄하 게 찌들어 있는 무기력한 삼류 예술가의 이미지를 느끼고 몸서리를 친다. 새삼스레 한지섭의 이미지가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녀와 한지섭 교수와의 만남은 결국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듯 싶다. 사라는 200자 원고지 스무 장 정도로 야한 내용의 리포트를 완성하여, 야한 차림을 하고서 종 강을 앞둔 어느 금요일 저녁 한지섭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간다. <재실>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연구실 문을 노크한다. 몇 번 노크해 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단념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방안에서 쩔럭쩔럭 하는 소리가 들려 다시 한번 세게 노크해 본다. '네, 들어오세요' 라는 소 리가 들려 사라는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한지섭 교수는 1원짜리 동전 여섯 개를 가지고 동전놀음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리포트를 건네준다. 한지섭은 리포트를 찬 찬히 읽어본 후, 문장과 내용이 매우 좋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미처 안낸 다른 한 과목의 레포 트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레포트'로 대체하기로 합의하고, 언제든 한교수의 명에 따르기로 약 속한다. 연구실에서 한지섭 교수와 사라는, 동전놀음(주역 점)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한지섭 의 말에 점점 빨려 들어가던 사라는 그 점의 내용에 대해 그에게 물어본다. 한교수는 <사랑문 제> 였다고 말해준다. 한교수와 젊디젊고 야한 차림의 사라가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대화 를 나누고 있자니 아무래도 어색하고 묘한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윽고 사라는 그 와 자신의 심리적 긴장상태를 없애기 위해 자존심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대뜸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가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는다. 그리고 깊은 입맞춤을 주고 받는다. 한참만에야 정신을 수 습하고 그들은 맥주를 마시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간다. 그녀는 그와의 만남을 위해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카페 <메자미>로 안내한다. <메자미>에서 한교수와 사라는 남녀의 사랑의 문 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라는 한지섭이 지독히도 야한 여자, 그리고 자기만을 위해 화사하게 화장도 해주고, 페팅도 해주고, 그러면서도 자기의 의견은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는 <편한 여 자>만을 원하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사라는 김승태가 노련하고 교활한 에고이스트라면, 한지 섭은 어린애 같이 순진한 에고이스트라고 판단되어 그의 속마음을 그런 대로 이해할 것 같 다.  일주일이 지나 저녁 때 사라는 다시 한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간다. 그가 술부터 마시고 싶다고 하여 연구실을 빠져 나와 그가 제안한 대로 동부이촌동의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에 가려고 하다가, 자신의 집도 동부이촌동이어서 아예 집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아파트 문을 열 고 들어서자 사라는 그에게 매달린다. 한 교수는 방이 카페나 호텔방보다 훨씬 편안하다고 하 며 굉장히 기분 좋아한다. 맥주를 마시면서 그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한지섭의 대 학시절 얘기와 그의 가족 얘기, 수업시간에 그녀를 보았을 때의 한교수의 느낌 등등. 그리고 사라 자신도 자신의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사라는 한지섭을 확인하면서 그가 자신이 그 토록 바라던 <뻔뻔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남자라고 느끼게 된다. 그녀는 그의 사타구니 안으로 파고들어 바지를 벗겨내리고 깊은 애무를 한다. 그날 밤 사라와 한지섭은 서로의 온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며 보낸다. 다음날 아침, 사라는 그 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한지섭은 뻔뻔스럽게도 이것저것을 주문하지만 그게 싫지 않 고 오히려 신이 난다.  그날 자신의 집에서 그와의 깊은 만남을 가진 이후 사라는 술집에 나가기도 싫어지고 김철을 찾아가기도 싫어진다. 한지섭과 함께 영영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이후 사라는 한지섭의 품안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한지섭은 그녀에게 진짜 페팅의 맛을 알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또한 사라와의 섹스에서도 이것저것 온갖 테크닉으로 애무를 해준다. 여러 가지 에로틱한 주문사항이 많았지만 사라는 그의 <희망사항>에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해준 다. 

어느덧 새해가 다가오고, 일월 하순까지 그녀는 그와의 만남을 즐긴다. 한지섭에게 푹 빠진 사라는 한밤중 늦은 시각에 걸려오는 김철의 전화가 귀찮아 그와의 관계를 끊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좋은 친구 정도로 생각하기로 한다. 이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한지섭이 찾아오는 횟 수가 조금 뜸해진다. 한지섭과의 만남이 깊어지면서 사라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아, 결혼문제 에 대해 그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한지섭은 결혼과 연애는 다르며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사라는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생각이 들어 한지섭에게 <주역 점 >을 쳐달라고 한다. <귀매(歸妹)>라는 괘가 나온다. 그 점괘에 대해 한지섭은 사라가 여러 남 자들과 연애를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한지섭과의 결혼 을 생각하고 있었던 사라는 그 점괘대로 결혼은 당분간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한지섭은 그 녀에게 당분간은 결혼을 생각하지 말고 육체적으로 더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하고 한번 진짜 야한 여자가 되어보라고 말한다. 4학년 새 학기가 되자, 한지섭과 만나는 시간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뜸해진다. 사라는 자신 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김철을 오랜만에 찾아간다. 김철은 사라에게 결혼하자고 말하지만, 그 와 결혼하는 것이 밑지는 장사 같고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여 사라는 얼 렁뚱땅 얼버무리고 만다.

복학생 최승구도 은근히 사라에게 접근해온다. 처음에는 최승구가 몹시도 싫었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음을 느낀다. 사라는 그와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술을 마시 고 싸구려 여관집에서 정사를 나눈다. 그와의 섹스는 그저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되었다. 최승구는 성적 매력은 있었지만 외모 자체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라의 생활은 점점 바빠져 간다. 한지섭도 만나고 김철도 만나고 최승구도 만난다. 그녀는 신이 나서 매일매일 남자를 바꿔가며 만난다.  중간고사 때쯤 밤늦게까지 같은 과 친구인 미애와 실기실에 남아 숙제를 하고 있는데, 미애의 남자친구가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노주형으로 미애의 약혼자인데 밤늦은 시각에 실기실로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사라에게도 같이 나가서 함께 차를 마시자고 권한다. 사라는 그들과 같이 나간다. 카페에서 사라는 은근히 미애가 부럽기도 하고, 또 장난을 치고도 싶어 탁자 밑으로 오른발을 들어 노주형의 허벅지 위에 올려 놓는다. 노주형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 해 간다. 하이힐 굽으로 노주형의 사타구니 부근을 쑤석거려 본다. 그는 점점 더 당황스런 표 정을 짓는다. 그날 밤은 그렇게 헤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어떻게 알았는지 노주형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온다. 사라는 그에게 그녀가 일하러 나가는 청담동 술집을 가르쳐 주었고 그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나온다.  술 한잔이 들어가자 노주형은 사라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애가 선을 봤던 여자 중 가장 마음에 든 여자여서 사랑을 해보려고 했지만 이상형의 여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미애를 통해서 사라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만나보니 사라가 자기가 바라던 이상형의 여자, 즉 솔직하고 화통한 여자였다고 말한다. 노주형의 말을 듣고 사라는 우선 감격해 한다. 장난삼아 꼬드 겨본 것인데 KS 마크의 신랑감인 이 남자가 자신에게로 엎어져버린 것을 보고 사라는 한지섭 교수의 말을 생각한다. 당당하게 야한 것처럼 좋은 처세법은 없다는……. 노주형의 말을 듣고 사라는 깔깔 웃기만 할 뿐 대꾸를 안한다. 노주형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서 애처로운 포즈를 취한다. 옆방에서 빨리 오라는 소리를 듣고 사라는 작별인사를 하고서 일어 선다.

이후에도 노주형은 계속 사라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그 술집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오기 도 하며 계속 결혼해 달라고 조른다. 그녀는 노주형에게 주변 정리, 즉 미애와의 관계를 청산 하고 청혼을 하라고 말한다. 그러자 노주형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사라는 자신에게도 번듯 한 신랑감 후보가 나섰다는 것이 어쨌든 꽤나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는 한지섭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내용은 지난 학기에 안 낸 리포 트를 약속했던 대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즉, 사라가 자기 앞에 나타 나지 말 것이며, 전화도 하지 말라는 내용의 리포트 과제였다. 이유는 사라에게 자유를 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편지를 보고서 사라는 구겨진 자존심을 걷잡을 수 없어 분노감에 넘쳐 식식거린다.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서 학교에 등교한다. 학교에 도착하여 수업에 들어가 려는데 조교로 일하는 K형으로부터 기철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서 한통 없이 죽은 기철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지만, 다시 덤덤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T교수의 강의에 들어가 그녀는 기철이와의 추억에 잠긴다. 강의가 끝나자 맨날 사라가 야한 옷차림을 한다고 야단쳐대던 권위주의자인 T교수는 사라에게 자기 방으로 잠깐 들르라고 말 한다. 그는 음탕한 눈길을 보내며 사라에게 대학원에 들어오기를 권하며 아예 지금부터 자기 의 조교를 하라고 권유한다. 그녀는 T교수의 이중적 태도에 혐오감을 느끼며 애써 정중한 태 도로 거절한다. 그리고 나가서 맥주라도 같이 하자는 제의를 핑계를 대고서 사양하고 그의 연 구실을 도망치듯 빠져 나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로 올라가 독한 술을 서너 잔 마신다. 너무 머리가 복잡해져 왔기 때문이다. 몸이 녹작지근해지며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저녁이 되었다. 다시 청담동 술집으 로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얼굴 곳곳에 정성껏 진한 화장을 한다. 머리와 장신구, 옷차림 도 누가 봐도 섹시해 보이게끔 치장을 한다. 사라는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며 아침보다 왠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 겪었던 일에 대한 충격이 말끔히 가셔 지며 자기도 모르게 신나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오늘밤은 진짜 근사한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같은 예감이 든다. 문득 한지섭이 편지에서 말한 <자유> 생각이 난다. 그러나 이상 하게도 한지섭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기철과 김승태, 그리고 김철, 노주형, 최승구 등 지금까지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에 대한 기억이, 마치 전생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까마득한 옛일로 느껴지는 것이다. 
출처: http://formks.tistory.com/278

 [마광수 교수의 <표현의 자유>와 <즐거운 사라>의 자유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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