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8

알라딘: 민중 만들기 -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 이남희

알라딘: 민중 만들기

민중 만들기 -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   
이남희 (지은이),이경희,유리 (옮긴이)후마니타스2015-06-22

민중 만들기
524쪽

책소개

이른바 '민중운동'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대학생에 관한 것이다. 소위 '운동권'이라 명명하고 있는 이들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민중'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이에 대해 어떤 논쟁을 벌였으며, 이를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운동권'이 민중운동 속에서 운동가의 욕망과 운동가로서의 책임감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직면했는지, 이를 풀어내기 위해 어떤 다양한 노력을 했는지를 역사화하려는 시도다.

제1부(1~3장)에서는 민중운동에서 운동권이 가지고 있던 중심적인 문제의식을 “역사 주체성의 위기”로 파악하고 이를 짚어 본다. 당시 지식인과 대학생 사이에는 한국의 근현대사는 실패한 역사이며, 민중은 역사의 주체가 아니었다는 역사의식이 만연해 있었다. 제2부(4~6장) “대항 공론장의 형성”에서는 민중운동을 ‘대항 공론장’으로 개념화한다. 민중운동가들이 전개한 대항 담론은 국가가 정한 공공 의제에 이의를 제기하며 1980년대 한국의 사회·정치 담론의 틀을 새롭게 짰다. 민중운동은 이들이 대항 담론을 전개시키는 공론장이었다.

제3부(7~8장) “재현의 정치”는 지식인이 민중을 재현/대변할 때 발생하는 여러 이론적·실천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1980년대 노동운동에서의 노동자와 지식인 사이의 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여기에서는 또한 1980년대 후반 출판된 장?단편 소설에서 문학적으로 재현된 민중과 지식인의 모습도 살펴본다. 그리고 서론은 위의 주제를 각각 간단히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운동권 지식인과 학생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준 1980년대 운동권 정서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목차
서론: 민중, 역사, 그리고 역사 주체성

제1부 역사 주체성의 위기
1장 민중의 형성
2장 반공주의와 북한
3장 반미주의와 주체사상

제2부 대항 공론장의 형성
4장 대항 공론장으로서의 운동권
5장 불확정성과 급진적 비판 사이: 마당극, 의례, 시위
6장 노동자와 지식인의 연대 339

제3부 재현의 정치학
7장 “혁명적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그람시적 융합과 레닌주의적 전위주의
8장 종속된 주체: 노동문학 속의 지식인과 노동자

결론: 역사로서의 민중운동 463
추천글
민중운동에 대한 풍부한 자료와 능숙한 이야기꾼의 솜씨로, 이 책은 한국 정치·문화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 구해근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 역사의 무대 위로 올려놓은 걸작이다. 포스트식민주의 사회가 맞닥뜨린 역경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자, 사회운동으로서, 그리고 변혁적 공론장으로서 민중은 이 책을 통해 역사적으로 빛을 발하는 하나의 별자리로 떠오른다. 저자가 연구하는 역사학은 우리를 미래로 이끄는 현재의 역사학이다. - 낸시 에이벨만 
균형 잡힌 시각이 돋보이는 이 책은, 한국이 군사독재에서 왕성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의 기저를 이룬 정치·경제·사회적 힘이 어떻게 서로 합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표준적인 연구가 될 것이다. - 도널드 N. 클라크 (트리니티대학) 
현대 한국의 사회·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운동에 대한 획기적인 책이다. 탄탄한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책은 새로운 통찰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학생 운동가와 그들의 지지자들이 경험한 현실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다. - 조지프 웡 (토론토대학)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5년 6월 27일자 '책의 향기'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5년 6월 25일자 '잠깐독서'


저자 및 역자소개
이남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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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학에서 유럽현대사를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UCLA) 문리대 아시아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3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초청교수로 초빙되었고, 유럽, 중미, 남미, 한국과 아시아 다수의 대학에서 초청 강의와 특강을 진행해 왔다. 연구 분야는 20세기 사회·문화사, 근대와 민족주의, 사회적 기억과 역사의식, 역사와 문학이다. 대학 시절부터 한국을 포함한 제3세계 인권·민주화운동 지원 활동을 하며 다양한 풀뿌리 단체들과 함께 일했다.

Journal of Asian Studies, Positions: East Asia Cultures Critique 등에 논문이 게재된 것 외에도, “‘민중’에서 ‘시민’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담론 전환”(From Minjung to Simin: The Discursive Shift in Korean Democratic Movements, 2011), “한국전쟁, 기억의 정치학: 영화, 역사, 사회적 기억”(A Construcao Popular da Historia da Guerra da Coreia: Romances Historicos, Filmes de Sucesso e Memoria Social, 2012, 포르투갈어), “천 개의 불완전한 꿈: 분단, 냉전체제, 남·북한의 민족주의”(Tausend keimende Tr?ume erstickt: Die Teilung Koreas, der Kalte Krieg und die Nationalismen zweier Koreas, 2013, 독일어) 등 다수의 출판물에 논문이 발표되었다. 학술기초자료 집필 활동으로는 “한국의 민주화운동”(South Korean Democracy Movement, 2006)이 있고, 곧 출판될 Sourcebook on South Korean Democratization Movement의 공동 편집을 맡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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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컬리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뉴욕시립대학 헌터컬리지에서 인류학과 여성학을 공부하고, 몬트레이국제대학원에서 회의통역 석사 학위를 수여한 후, 미국 국무부 계약직 통역사를 거쳐, 한국기자협회, 주한외국은행단, 르노삼성자동차, 세계화장실협회등에서 근무했다. 1987~88년에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미연합감리교 선교사 인턴 생활을 했다. 
역서로 A Short History of Korean Labor Movement(1988), Democracy after Democratization(2005; 2012), The Dangsan Tree(2008), Asia in Mobility(2012)와 『위즈덤』(2010)이 있고, The Lines: Asian Perspectives Vol. 2(2011), Korea Journal(2012), Acta Koreana(2014)에 게재된 논문의 번역과 진행을 맡은 바 있다. khlmiis@gmail.com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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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했다. 역서로 『대학교수 되는 법』(와시다 고야타), 『키워드』(공역)가 있다. 비영리법인 디자인NGO의 간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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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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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 ‘민중의 형성’인가, ‘민중 만들기’인가?
이 책은 한때 한국 사회에서 널리 회자되었던 ‘민중’에 대한 책이 아니다. 혹시라도 이 책을 통해, 민중이라는 단어의 기원, 그 단어가 지칭하는 역사적 실체, 그리고 한때나마 저 ‘민중’이라는 단어가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역사 발전의 핵심 ‘주체’를 찾고자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물며, 그와 같은 주체로서의 민중 혹은 민중운동의 역사적 등장과 성장, 그들의 성공과 좌절을 이 책에서 찾기는 힘들다. 이 책은 ‘민중’이라는 개념을, 그 역사를 그런 방식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민중이라는 개념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데에는 처음부터 많은 한계가 있었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한때 한국의 정치와 사회, 역사와 문화, 경제를 분석하는 핵심 개념으로 회자될 때도 있지만, 사실 ‘민중’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역사는 도대체 그 민중이 ‘누구인가’를 규명하기 위한 수많은 논쟁과 경합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민중을 대신해 좀 더 사회과학적인, 좀 더 분석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되었던 ‘계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계급’이라는 개념, 그리고 그 계급 운동의 역사에 대한 논쟁 역시 ‘계급’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담론 투쟁의 역사였고, 그 자체가 이미 계급(에 관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좀 더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서민’, ‘시민’, ‘다중’, ‘대중’, ‘서발턴’, ‘프레카리아트’ 등등 역시 이 같은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누가 진정한 ‘민중’이며, 누가 진정한 ‘프롤레타리아’인가? 누가 진정한 ‘다중’이고, ‘대중’이며, ‘서발턴’이며, ‘프레카리아트’인가? 그렇다면, 한번 생각을 바꿔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민중’이라는 지극히 독특하며 한국적인 개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고, 이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낸 이들은 누구였으며, 이들이 이 단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미치고자 했던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에서 출발을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이른바 ‘민중운동’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대학생에 관한 것으로, 이들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민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민중’에 대해 어떤 논쟁을 벌였으며, ‘민중’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민중의 형성’이 아니라 ‘민중 만들기’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직 민중만이 완전히 민족적이며, 오직 민중만이 완전히 민주적이다. 이것이 [역사 발전의] 주체를 찾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한국 근대사에 대한 [나의] 성찰의 결론이다. _김민석

물론 나는 알고 있다/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_최영미

2. 역사의 주체는 어디로?
그렇다면, 1970년대와 80년대에 지식인들과 대학생들, 학생 운동권은 왜 민중이라는 단어를 다시 (재)발명해 내야 했던 것일까? 그들은 왜 이 시기에 ‘민중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한 번도 역사의 주체였던 적이 없었다는 위기의식, 말하자면 ‘역사 주체성의 위기’ 때문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경험, 한국인의 직접적인 참여 없이 이루어진 해방, 외세의 개입에 의한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그 어떤 대안에 대한 고민과 시도도 없이 자본주의적 발전이라는 경로로 휩쓸려 가게 된 한국 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그 한축을 이룬다. 다른 한편, 이 같은 위기의식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유신 체제가 도래한 1970년대에 더욱 증폭되는데,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와 개발은 ‘미완성’의 ‘실패’한 역사가 가져온 궁핍으로부터 탈출을 의미했지만, 그것은 또한 과거와 현재, 도시와 농촌, 노동자계급과 중산층 사이의 심각한 단절은 물론, 억압적이고 체계적인 권위주의 체제의 본격적인 도래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혹은 시대 인식 속에서, 당대의 지식인들이 실패의 역사를 극복해 내며, 국가가 주도하는 공식적인 발전 전략과 담론들에 맞설 수 있는 대항 주체로 발명한 것이 바로 ‘민중’이었다. 다시 말해, 민중이란 어떤 물적·역사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 분석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유토피아적 지평을 구성하는 대상이자, 기존의 실패한 역사는 물론이고, 국가가 주도하는 발전주의적 지배 담론에 맞서 이들이 쟁투를 벌이는 대항 공론장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민중운동’과 ‘민중 프로젝트’는 특별히 구분되어 사용되지 않으며, 이 두 용어는 대체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는다. 다만 ‘민중운동’이 일정한 시기에 표출된 사회운동으로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맥락과 그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민중 프로젝트’는 ‘민중’이라는 개념이 생성되는 과정과 그 개념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학술, 예술, 종교 등)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시도를 이론적이고 보편적인 틀에서 강조하는 것이다(“서문”, 22쪽).

3. 문화사에서 공지성公知性 이론까지
그렇다면, 이들은 ‘민중’을 어떻게 재현하려 했으며, 이런 재현이 물질화되어 이루어진 대항 공론장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자신의 방법론을 특히, 문화사적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을 하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린 헌트의 ‘정치 문화’(“집단적 목적과 행동으로 표출되고, 또 그것을 형성한 가치관, 기대 심리, 암묵적 규칙”)에 대한 정의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 책은 이 같은 방법론에 기대, 시나, 수기, 소설 등의 문학 작품들은 물론이고, 팸플릿, 대자보, 회의 문건, 운동권 학생들이 주도했던 학술대회, 마당극 등에 이르기까지, 당시 지식인과 운동권들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활용했던 다양한 민중 프로젝트를 살피고 있다. 이는 어느 서평자의 지적처럼,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의 구성을 위한 민중 기획에 대한 저자의 논점을 예증하는 동시에, 당시의 운동권에 대한 세부적이고 풍부한 묘사를 담은 역사 서술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1970~80년대 학생운동에 대한 세밀한 묘사, 활동가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학생운동의 내부 체제 들에 대한 치밀한 서술은 문화 담론적인 것과 정치 운동적인 것의 연계, 혹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 맥락에 대한 정련된 탐구의 한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권영숙, “70년대 이후 한국의 ‘민중’운동, 구성 혹은 해체의 역사?” ??역사비평?? 83호, 2008, 463쪽). 나아가, 이를 제임스 스콧, 가야티르 스피박 등의 서발턴 이론, 린다 알코프 등의 페미니즘 이론과 지식인의 책임성에 대한 논의, 마이클 최의 공지성 이론 등 다양한 이론적 성과에 비추어 그 내용을 맥락화하고, 서구의 논의들과 비교함으로써, ‘민중 프로젝트를’ 최신 역사학의 이론적 자장 속에서 새롭게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 역사의 무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문화사라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역사학에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고자 하는 필자의 욕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하면 미국 내 한국학이라는 테두리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폭넓은 독자들과 이 중요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필자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필자는 ‘민중 프로젝트’를 구조적 선제 조건, 억압적인 군사정권 및 급속한 산업화, 그리고 민중운동이 스스로 배태한 ‘정치 문화’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만들어 낸 산물로 이해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 문화’란 린 헌트가 프랑스혁명에 대한 연구에서 다룬 바 있는 “집단적 목적과 행동으로 표출되고, 또 그것을 형성한 가치관, 기대 심리, 암묵적 규칙”을 지칭한다(Hunt 1984, 10-11). 따라서 정치 문화란 비전, 언어, 코드, 이미지 등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상징적 행위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이 형성된다. 민중 프로젝트를 정치·문화·상징 권력의 장場에서 이루어진 힘겨루기의 산물로 이해할 때, 민중 프로젝트는 억압과 저항, 권력과 해방 사이의 경계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며, 국가가 주도한 민족주의·근대화 담론과, 이와 대립 관계에 있는 민중 담론 사이에 교차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4. 민중과 지식인
현재의 시점에서 회고적으로 되돌아보면, 1970년대와 80년대 지식인들, 운동권의 민중관은 다분히 레닌주의적 전위의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현의 불가능성이 진리처럼 회자되고, 무엇보다 운동의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이론적·실천적 흐름 속에서, 1970년대와 80년대 지식인들이 고민했던 재현의 정치학은 어찌 보면, 진리에 대한 지식인/전위의 독점, 지도와 피지도의 논리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이자, 온정주의적인 민중관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만 비친다. 대체로, 오늘날 이 시기의 운동에 대한 평가는 큰 틀에서 이와 같은 시각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저자 역시 당시 민중운동에서 나타난 이러저러한 한계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당시 ‘운동권’으로 살겠다는 결정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 미래를 포기하고, 일시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당장 가족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는 고통까지도 감수하는 것을 의미했으며, 따라서 이들은 운동권에 가담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긍심을, 다른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가졌고, 그런 만큼 이들의 자기희생은 더욱 극적이고 치열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들 역시 역사가 여전히 해명하지 못한 문제, 즉 지식인의 정확한 역할(말하자면, 민중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식인의 우월적 지식과 도덕적 권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민중의 뜻에 복종할 것인가?)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또한 운동권이 민중운동 속에서 이 딜레마와 어떻게 대면했는지, 이를 풀어내기 위해 어떤 다양한 노력을 했는지를 역사화하려는 시도다.

●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세 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1~3장)에서는 민중운동에서 운동권이 가지고 있던 중심적인 문제의식을 “역사 주체성의 위기”로 파악하고 이를 짚어 본다. 당시 지식인과 대학생 사이에는 한국의 근·현대사는 실패한 역사이며, 민중은 역사의 주체가 아니었다는 역사의식이 만연해 있었다.
“1장 민중의 형성”에서는 해방 후 남한에서의 사회운동 역사와 유신 체제의 등장을 간략하게 훑어보고 이 ‘역사 주체성의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서 운동권에 혁명이라는 ‘과업’을 안기고 민중을 역사적 주체로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으로 광주민중항쟁을 논의한다. 아울러 민중 담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논쟁과 동원의 대상이 된 1894년 동학농민운동, 1948년 제주4·3항쟁, 그리고 1950~53년 한국전쟁의 의미를 검토한다.
“2장 반공주의와 북한”에서는 한국의 반공주의가 애초부터 북한과 그들의 추종 세력만을 겨냥했던 것이 아니며, 국내의 반정부 세력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3장 반민주의와 주체사상”에서는 1980년대의 여정이 가져온 두 개의 가장 중대한 결과를 다룬다. 즉, 국내 지식인과 학생들의 인지 지도에서 헤게모니적 지위에 있던 미국이 가졌던 위상의 붕괴 그리고 북한에 대한 운동권의 재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제2부(4~6장) “대항 공론장의 형성”에서는 민중운동을 ‘대항 공론장’으로 개념화한다. 민중운동가들이 전개한 대항 담론은 국가가 정한 공공 의제에 이의를 제기하며 1980년대 한국의 사회·정치 담론의 틀을 새롭게 짰다. 민중운동은 대항 담론을 전개시키는 공론장이었다.
“4장 대항 공론장으로서의 운동권”에서는, 1970년대의 사회정치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도덕적 특권 담론이 부상하게 된 배경을 살핀다. 그런 다음 운동권이 어떻게 스스로를 대항 공론장으로 구성하고 조직했는지 논의하면서, 구체적으로는 도덕적 특권 담론, 선후배 관계와 같은 운동권의 비공식적 제도, 원서原書의 배포, 서클과 지하 스터디 그룹, 운동권의 필독 목록 등을 살펴본다. 그런 다음, 1970년대 초부터 80년대 말까지의 시기를 세 시기로 나눠 조명하며, 이 세 시기에 걸쳐 일반 학생이 운동권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5장 불확정성과 급진적 비판 사이”에서는 마당극이 지니고 있는 전통 발명의 정치학이라는 포괄적인 맥락과, 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국가정책 차원에서 주도한 민속 문화 부흥이라는 맥락을 살펴본다. 그런 다음, 조선 후기 유행했던 전통 연희를 배경으로 1970년대 유신 체제를 비판하는 ‘저항극’으로 확립된 탈춤의 연극적·미학적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광주항쟁의 충격이 1980년대 마당극의 주제와 미의식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6장 노동자와 지식인의 연대”에서는 지식인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정체성, 이해관계, 요구 사항 등이 재구성되는 대항 공론장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연대하려 했던 지식인들의 노력을 다룬다. 특히 1980년대에 지식인이 스스로 노동자로 탈바꿈하는 양상으로 나타난 소위 노-학 연대를 집중적으로 살피며, 그 의미와 실천적 함의를 살펴본다.

제3부(7~8장) “재현의 정치학”은 지식인이 민중을 ‘대신하여’ 말하거나 작품 등을 통해 형상화할 때 발생하는 여러 이론적·실천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1980년대 노동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와 지식인 사이의 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1980년대 후반 출판된 장·단편 소설에서 문학적으로 재현된 민중과 지식인의 모습도 살펴본다.
“7장 혁명적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에서는 1980년대 지식인-노동자 연대를 중심으로 ‘재현의 정치학’을, 도덕적 특권 담론, 역사적 책임성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본다.
“8장 종속된 주체”에서는 노동문학에 투영된 지식인과 노동자의 모습에 대해 다룬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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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씌어졌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산만하고 밋밋하다. 70-80년대 한국 사회사, 나아가 소위 `운동권`의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서 본 풍경의 스게치에 머무른다는 느낌. 내적 의미를 탐구하기보다는 서구 이론으로 <정리>하려는 성급함 때문일까. 아쉽다.  구매
생쥐스뜨 2015-07-2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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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 이제야 번역이 되었구나.  구매
새들처럼 2015-06-25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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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시대의 산물… 협동조합ㆍ성소수자 운동으로 분화는 당연하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08071792885740



민중은 시대의 산물… 협동조합ㆍ성소수자 운동으로 분화는 당연하죠
입력 2015.08.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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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 출간한 '민중 만들기' 1970~80년대 민중운동史 다뤄
이남희 교수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역사바로세우기 등 한국의 이른바 ‘역사화 작업’의 의미를 파헤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심지어 학자들도 지금 왜 민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어요. 고리타분한 주제가 아니냐는 거지요. 그래서인지 제 책이 한국에 번역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남희(55)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시아학 부교수는 2007년 미국에서 출간한 저서 ‘민중 만들기’(후마니타스 발행)가 최근 국내 번역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국학에 낯선 영어권 독자를 위해 쓴 책이라 한국에선 전혀 반응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 마이클 최와 함께 서울대, 연세대 하계강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이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 민중을 주제로 한 저작물이 한국에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어서 ‘민중 만들기’ 한국어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이라는 부제와 달리 이 책은 정치학 서적이 아니라 한국의 현대사를 다루는 역사서다. 이 교수는 서론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대학생에 관한 것”이라며 “이들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민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민중’에 대해 어떤 논쟁을 펼쳤으며, ‘민중’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다뤘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책에서 학생운동, 마당극 운동, 지식인-노동자 연대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민중운동을 설명한다. 또 지식인들이 민중을 어떻게 대변 또는 재현했는지도 자세하게 검토했다.

정치학ㆍ사회학과 달리 국내 역사학에서 이처럼 민중이라는 주제를 꼬집어 다룬 경우는 드물었다. 이 교수는 “객관화하기엔 너무 가까운 이야기여서 아직 역사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많은 역사학자들에겐 민주화운동이 개인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학문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학생이던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 교수는 시카고대에서 공부하면서 “민중운동이 한국 역사에서 엄청난 사건인데도 아무도 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논문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논문을 쓴 것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대학 졸업 후 국제인권단체 모임 참석 차 한국에 들렀다가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목격하고 큰 자극을 받아 소수민족과 연대하는 지역사회운동에 투신하느라 대학원 진학도 미루는 등 공부를 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미국에서 한국의 민중운동을 주제로 논문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구적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고민을 거듭했다. 같은 주제로 논문을 쓰는 어려움도 마찬가지였다.

“독자와 어떤 틀로 소통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했고 악몽도 많이 꿨어요. ‘역사의 주체성’ ‘대항 공론장’ ‘지식인-노동자 연대’ 같은 개념들은 논문을 마치고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잡아 나갔어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칭송이나 신화화로 비칠까 걱정도 했죠. 비판적인 시각도 아우르며 객관적으로 조명하려 노력했습니다.”

이 교수는 민중운동의 길고 복잡한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검토했고 민중운동에 참여한 많은 이들을 인터뷰했다. 자신의 언어로 완전히 소화해 풀어내기 위해 6년의 시간을 쏟아 부은 끝에 2007년 ‘The Making of Minjung’이라고 제목 붙인 책을 내놨다. 그는 “정식 교수 임명 심사에 저서를 꼭 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나마 6년 만에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2015년 한국을 살아가는 민중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 교수는 “과거의 민중 개념이 현재까지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민중의 다른 개념이 생성되고 있는 거죠. ‘협동조합’이나 ‘성소수자 운동’처럼. 그리고 그렇게 분화되는 게 당연합니다. 민중은 시대의 산물이니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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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king of Minjung: Democracy and the Politics of Representation in South Korea 1st Edition
by Namhee Lee  (Author) 1 edition (December 15, 2009)
5.0 out of 5 stars    1 rating

    
Hardcover
AUD 52.19
Paperback
AUD 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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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sweeping intellectual and cultural history of the minjung ("common people's") movement in South Korea, Namhee Lee shows how the movement arose in the 1970s and 1980s in response to the repressive authoritarian regime and grew out of a widespread sense that the nation's "failed history" left Korean identity profoundly incomplete. The Making of Minjung captures the movement in its many dimensions, presenting its intellectual trajectory as a discourse and its impact as a political movement, as well as raising questions about how intellectuals represented the minjung. Lee's portrait is based on a wide range of sources: underground pamphlets, diaries, court documents, contemporary newspaper reports, and interviews with participants.
Thousands of students and intellectuals left universities during this period and became factory workers, forging an intellectual-labor alliance perhaps unique in world history. At the same time, minjung cultural activists reinvigorated traditional folk theater, created a new "minjung literature," and influenced religious practices and academic disciplines. In its transformative scope, the minjung phenomenon is comparable to better-known contemporaneous movements in South Africa, Latin America, and Eastern Europe.
Understanding the minjung movement is essential to understanding South Korea's recent resistance to U.S. influence. Along with its well-known economic transformation, South Korea has also had a profound social and political transformation. The minjung movement drove this transformation, and this book tells its story comprehensively and critic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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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Reviews
Review
"This book is the best, and virtually the only, political ethnography of South Korean antigovernment political activism by students and intellectuals during the 1980s' turbulent democratization periods. While a few works have been published regarding the political democratization processes in South Korea recently, they fail to achieve the accuracy and in-depth description that Namhee Lee has provided through this meticulous survey of real life experiences of South Korean activists in the 1980s."

-- Jungmin Seo, Korean Studies

"Lee's books is one of few studies that attempts to analyze the Korean democratic movement from its origins in the early 1970s to its denouement in the 1990s. While most studies focus on the May 1980 Gwangju uprising or the post 1987 democratic transition and consolidation, Lee's book covers the entire period of the movement, Thus, in Lee's book we get the full story: how the movement emerged in the 1970s, the catalytic effects of the Gwangju uprising in the 1980, and how the movement became increasingly radicalized in the 1980s."

-- Paul Y. Chang, Mobilization
Review
"A tour de force! The Making of Minjung puts the South Korean struggles for democracy and social justice on the world historical stage. An answer to the postcolonial predicament, a movement, and a transformative public sphere, minjung emerges as a remarkable historical constellation. Namhee Lee's is that sort of history of the present that takes us into the future."

-- Nancy Abelmann,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From the Back Cover
"A tour de force! The Making of Minjung puts the South Korean struggles for democracy and social justice on the world historical stage. An answer to the postcolonial predicament, a movement, and a transformative public sphere, minjung emerges as a remarkable historical constellation. Namhee Lee's is that sort of history of the present that takes us into the future."--Nancy Abelmann,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In The Making of Minjung, which is notable for its evenhandedness, Namhee Lee has given us what will become the standard work on the confluence of political, economic, and social forces underlying South Korea's transition from military dictatorship to a flourishing democracy."--Donald N. Clark, Trinity University

"The Making of Minjung is a pathbreaking book on an important movement in Korea's contemporary social and political history. It is extremely well researched, full of new insights, and true to the lived realities of student activists and their allies in Korea's democratic development."--Joseph Wong, University of Toronto

About the Author
Namhee Lee is Associate Professor of Asian Languages and Culture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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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details
Paperback: 368 pages
Publisher: Cornell University Press; 1 edition (December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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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nyun Kim
5.0 out of 5 stars Five Stars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December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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