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2

알라딘: [전자책] 동맹의 풍경 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알라딘: [전자책] 동맹의 풍경


[eBook] 동맹의 풍경 - 주한미군이 불러온 파문과 균열에 대한 조감도  | 메두사의 시선 3
엘리자베스 쇼버 (지은이),정희진 (기획),강경아 (옮긴이)나무연필2023-05-15 
원제 : 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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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메두사의 시선
선택한 도서 총 1권 / 구매가 14,500원



애국의 계보학
구매가 13,500원

책소개
2007년에 연구차 한국에 온 엘리자베스 쇼버는 한국 대중이 미국과 미군에 대해 보이는 태도에 의문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 미국은 오랜 동경의 대상이자 굳건한 ‘동맹국’이었건만, 왜 이곳에서 대중적인 반미 의식이 생겨났을까? 미군과 직접 대면해본 적 없는 많은 이들이 어떻게 미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질문을 출발점 삼아 쇼버는 미군 주둔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문화기술지로 조명해낸다. 외부자의 시선이지만 연구자로서의 정밀함과 균형감을 갖춘 인류학 보고서이다.

저자는 우선 구한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 한국의 격동적 근현대사를 압축해 조망한다. 동시대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내재적 분석이자 국제관계의 측면도 놓치지 않은 사전 조사다. 이후 본격적인 탐색이 펼쳐지는바, 동시대 한국의 미군 유흥지(기지촌, 이태원, 홍대)를 탐색하면서 미군, 이주여성, 한국인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그 현장의 목소리를 인류학의 언어로 드러내 보인다. 대중교통의 발달로 기지촌을 벗어나 편리하게 도심 유흥지에 드나들 수 있게 된 미군, 세계화의 진척과 함께 국내의 성 산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윤금이 사건’(1992), ‘미선이·효순이 사건’(2002),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평택 대추리에서의 싸움’(2006), ‘한미FTA 체결’(2007)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며 미국 혹은 미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게 된 여러 한국인들(여성과 남성을 비롯해 운동가부터 펑크족까지)의 이야기가 탄탄한 장면으로 펼쳐진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_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군사주의의 미래
해제_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주한미군과 한국 사회(정희진)

1장 서론: 미군과의 만남, 그리고 폭력적 상상
2장 병영 자본주의: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기나긴 행군
3장 한민족의 딸이 된 기지촌 여성: 민족주의 서사와 사건의 증폭
4장 기지촌 사람들의 목소리: 주변화된 초국적 군사 유흥지에서의 위험과 몰두
5장 이태원 서스펜스: 도심 속 경계 공간의 이질성과 코뮤니타스
6장 스캔들의 온상이 된 홍대: 대안 지대의 미군과 반군사주의 펑크족
7장 결론: 동맹과 적대의 유산

감사의 말│옮긴이의 말│참고 문헌│찾아보기


책속에서


P. 37~38 나는 2007년 9월에 서울로 향했다. 미군에 대한 대중의 상상 그리고 미군과 한국인의 관계를 들여다보고자 이후 21개월간 서울에 머물렀다. 한국의 수도에 머문 가장 큰 이유는 어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브루스 커밍스의 말처럼 한국은 오랫동안 “‘양키 고 홈(Yankee go home)’ 구호를 외치지 않은 몇 안 되는 ... 더보기
P. 53 민족주의적 형태로 주조된 ‘폭력적 상상’은 (……) 군인과 민간인 간의 논쟁적 조우와 관련한 대안적 내러티브나 비전을 말살했다. 폭력과 착취에 들어맞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걸러졌다. 기지촌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방식에 복합성이 사라진 결과는 오늘날에도 뚜렷이 보인다. 우선 기지촌의 접대부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 더보기
P. 105~106 독재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서서히 변해가던 1990~2000년대에 주한미군은 한미 간 불평등한 관계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대중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1992년에 동두천의 기지촌에서 성 산업에 종사하던 한 젊은 여성을 미군이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은 전국적으로 이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매우 격렬하게 불러일으켰다. 이후 몇 달간 정치적 ... 더보기
P. 117~118 나는 여러 한국인에게 여성에 대한 미군의 폭력 사건에 대해 들었는데, 이들의 내러티브에는 미군의 ‘일반적’ 행동에 대한 다음 세 가지 요소가 있었다. 폭력적 행위자(항상 젊은 남성으로 상상되는 외국 군인), 피해자(주로 젊은 한국 여성), 평판이 좋지 않은 유흥지가 바로 그것이다. 폭력적 행위 주체, 여성 피해자, 폭력이 벌어지는... 더보기
P. 144~145 사회가 전에 없이 풍요로워지자 기지촌 공간도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한국 여성 대신 외국인 여성이 미군 클럽에서 일한다. 이는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맡은 역할이 급격하게 바뀌었음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자본주의적 착취 영역을 더욱 확장했고, 한국을 매력적 정착지로 여기는 이주민들의 잉여노동을 뽑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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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엘리자베스 쇼버 (Elisabeth Schober)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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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대학교 사회인류학 교수. 중앙유럽대학교(CEU)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태평양 지역의 미군 주둔과 관련한 군사주의 및 젠더 문제, 세계화 과정에서 변모한 해양 산업 및 노동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첫 작업은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 변화 및 유럽 확장에 대한 기억 연구였다. 소비에트 붕괴로 동구권이 몰락한 가운데 민족주의가 발흥하면서도 새로운 유럽연합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탐색이었다. 2007년부터는 2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주한미군과 이들의 유흥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해 이 책을 집필했다... 더보기

최근작 : <동맹의 풍경> … 총 2종 (모두보기)

정희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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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연구자. 서평가. 월간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 5권), 《페미니즘의 도전》,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소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안목 있는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군 ‘위안... 더보기

최근작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큰글자도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총 111종 (모두보기)

강경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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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문화 연구를 공부했다. 영화와 게임과 문학같이 상상력이 담긴 콘텐츠를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뜯어보기를 좋아한다. 약한 것들, 낯선 것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번역가가 되고자 한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에 현재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 해외 인류학자의 주한미군 탐색기
한미동맹 70주년, 우리 안의 미군은 어떤 존재였을까?
세계 질서와 로컬리티를 가로지르는, 주한미군을 둘러싼 다층적 시선

쇼버의 책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전통적인 한미관계, 주한미군의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성별과 민족이라는 키워드로만 작동했던 기존의 기지촌 연구는 지역 경제, 로컬리티, 계급/인종/국적의 다양성과 연관되고, 국민국가 간의 기지촌 정치경제학이 국제정치와 로컬 정치로 확대·심화된다. 이른바 포스트 국민국가 체제 시대의 군사기지와 성 산업에 대한 정치한 분석으로, 기존의 시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다. 그리하여 상상된 공동체로서의 네이션을 넘어,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혼종성의 공간으로 한국을 입체화하는 데 성공했다. _정희진의 ‘해제’ 중에서

2007년에 연구차 한국에 온 엘리자베스 쇼버는 한국 대중이 미국과 미군에 대해 보이는 태도에 의문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 미국은 오랜 동경의 대상이자 굳건한 ‘동맹국’이었건만, 왜 이곳에서 대중적인 반미 의식이 생겨났을까? 미군과 직접 대면해본 적 없는 많은 이들이 어떻게 미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질문을 출발점 삼아 쇼버는 미군 주둔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문화기술지로 조명해낸다. 외부자의 시선이지만 연구자로서의 정밀함과 균형감을 갖춘 인류학 보고서이다.
저자는 우선 구한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 한국의 격동적 근현대사를 압축해 조망한다. 동시대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내재적 분석이자 국제관계의 측면도 놓치지 않은 사전 조사다. 이후 본격적인 탐색이 펼쳐지는바, 동시대 한국의 미군 유흥지(기지촌, 이태원, 홍대)를 탐색하면서 미군, 이주여성, 한국인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그 현장의 목소리를 인류학의 언어로 드러내 보인다. 대중교통의 발달로 기지촌을 벗어나 편리하게 도심 유흥지에 드나들 수 있게 된 미군, 세계화의 진척과 함께 국내의 성 산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윤금이 사건’(1992), ‘미선이·효순이 사건’(2002),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평택 대추리에서의 싸움’(2006), ‘한미FTA 체결’(2007)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며 미국 혹은 미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게 된 여러 한국인들(여성과 남성을 비롯해 운동가부터 펑크족까지)의 이야기가 탄탄한 장면으로 펼쳐진다. 각 행위자들의 주체성을 강조하되 이들이 타협해야 하는 더 큰 구조적 힘과 이들의 기저에 흐르는 정동을 함께 분석해냄으로써, 『동맹의 풍경』은 과거와 한층 달라진 새로운 질서를 드러낸다. 또한 이 책이 담아낸 여러 장면들은 미 제국의 전 지구적 군사주의 체제를 되돌아보게 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여전히 제국의 군대와 함께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몽타주이기도 하다.

한민족론, 산업 역군, 기지촌 문학……
한국의 민족주의적 상상력의 역사

서구 열강의 침략과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한반도에 민족주의적 담론을 태동시켰다. 주권을 침탈당하는 위기 속에서 신채호 등 구한말 조선의 지식인들은 민족적 단일성을 강조하는 한민족론을 개진하고, 민족의 운명을 구원할 인간상을 군인에게서 찾았다.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와 같은 조국의 현실을 타개하려면 물리적 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민족주의적 이상은 박정희의 통치 이념으로도 이어지는데, 민족 정서를 강조하면서 사회의 전 영역을 군대와 유사하게 만든 박정희 체제를 저자는 ‘병영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압축한다. 한국전쟁 이후 상시 주둔하게 된 미군은 줄곧 경제 건설에 필요한 달러를 벌어들일 창구 역할을 했는데, 박정희 시대에 미국과의 안보동맹 역시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 베트남전 참전으로 군인들을 비롯해 재벌 기업들이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를 향한 민중의 열망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던 독재정권의 역사는 막을 내린다. 독재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던 시절, 미국에 대한 대중적 호의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긴다. 저자는 1980년의 광주민주항쟁을 미군에 대한 한국 대중들의 의심이 시작된 기점으로 보면서, 1980년대에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가 본격적으로 전환되었다고 진단한다. 군사정권의 집권을 묵인하며 이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편에 서지 않은 미국의 태도가 문제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와 같이 민주화의 물결은 반미주의와 결부되는데, 1992년 동두천의 기지촌에서 성 산업에 종사하던 윤금이 씨가 미군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은 반미주의의 기폭제가 된다. 저자는 미군 개인의 범죄 사건이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알레고리로 ‘증폭’되는 양상을 살피면서, 기존에는 민족 공동체의 도덕성과 순수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낙인찍혔던 기지촌 여성들이 민족주의 서사를 강화하는 소재로 활용되었음을 밝힌다. 그 과정에서 ‘양공주’ 윤금이는 ‘미국을 꿈꿨던 우리 민족의 딸’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이 반미주의의 흐름 속에서 써 내려간 ‘기지촌 문학’도 함께 조명된다. 미군 병사와 한국 여성의 성관계를 ‘이종교배’로 바라봄으로써 민족의 재생산이 위협에 처하게 된다는 인식이 드러나며, 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미군에 대한 복수로서의 강간 내러티브가 등장하기도 한다. ‘미군은 고삐 풀린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 ‘기지촌은 폭력적 공간’이라는 인식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대중들 속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전 여기 오고 나서야 이곳에서 원하는 일이 뭔지 알게 됐어요.”
기지촌으로 유입된 이주여성들의 이야기

2000년대 후반에 쇼버가 목격한 기지촌은 “1980~1990년대의 민족적 상상에 스며든 이미지처럼 미군이 한국 여성을 학대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이 특별한 풍경에서 서로 조우하는 주변화된 초국적 공간”이었다. 즉 저자는 기지촌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가면서 반미주의를 통해 각인된 ‘폭력적 상상’을 뒤로한 채 시야를 입체적으로 확장해간다. 한때 기지촌에서 접대부로 일하던 나이 든 한국인 여성들은 클럽의 일상 업무를 관리하는 일로 밀려났다. 그리고 한국인 여성들과 경합한 끝에 이 자리로 들어온 이들은 바로 이주여성이었다. 구소련과 동남아시아 등지, 특히 필리핀에서 머나먼 타국으로 온 이 여성들은 자국에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국행을 택했다. 외화 벌이를 장려하는 송출국 정부, 이들을 한국에 보냄으로써 수익을 거두려는 알선자, 성 산업에 필요한 여성을 충원하려는 한국 사회, 이 모든 것을 방관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2000년대에 한국은 이와 관련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다. 미국의 한 언론은 한국 기지촌의 성판매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미국 정부가 2002년에 발행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은 여러 이주자들이 인신매매되어 주로 향하는 최종 도착국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 정부는 달갑지 않은 국제적 관심에 떠밀려 2004년에 여성운동 진영에서 그토록 요구해왔던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 받아야 하는 E-6 엔터테인먼트 비자 발급 심사가 한층 파렴치해진다. 영사관 직원 앞에서 춤과 노래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엔터테이너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신설된 것이다. 이들이 어떤 길로 들어설지 빤히 짐작할 수 있음에도 한국 정부가 만들어낸 허울의 관문이다. 물론 이주여성들을 한국에 입국시키는 알선자들이 이러한 문턱을 편법으로든 우회해서든 넘어설 수 있도록 치밀하게 돕고 있지만 말이다. 한국에 발들이더라도 이들은 타국의 법체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신분의 불안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들의 실제 삶은 어떠할까? 경기도 평택의 기지촌에서 일한 한 필리핀 여성의 말에서는 깊은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첫 남자를 생각하면 이제는 필리핀에서 나중에 지을 새집의 대문이 떠올라. 두 번째 남자는 창문이고. 그렇게 이어지는 거야. 집 전체가 완성될 때까지.” 평소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손님이나 클럽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뿐인 상황에서, 밤이 되면 취하고 망가지고 눕혀지는 사람들이 품는 희망이란 이런 것일까.
필리핀 여성 앤지는 한국의 노래방에서 일할 가수를 모집한다는 얘길 듣고 일에 지원했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매일 밤 미군 고객과 술을 마시며 그를 구슬려 비싼 음료를 사 마시게 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토로한다. 또 다른 필리핀 여성 에밀리는 기지촌에서 상담소와 쉼터를 운영하는 두레방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이 ‘사기극’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에밀리가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필리핀의 대행인은 그녀의 가족에게 한국에 가는 데 들었던 비용을 전부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기지촌에 유입된 이주여성들이 처한 기만적 상황이다.
한편 위험한 노동 조건과 사회적 낙인을 뒤로한 채 이주여성들은 군인 고객에게 인생을 걸기도 한다. 한때 이곳에서 일했던 한국인 여성들이 그러했듯 말이다. 2000년대 초반에 한국의 필리핀 접대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인문지리학자 샐리 예는 이러한 여성들이 군인과의 감정을 구축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사랑의 노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착한 미군’을 만나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하는 꿈을 실현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저자는 미군과의 비대칭적 만남 속에서 이러한 꿈이 부서진 사례 역시 오버랩해 보여준다.

이태원과 홍대로 나선 미군
글로벌 행위자들의 만남과 세력 경합을 통한 장소 형성 게임

거대도시로 성장한 서울은 그에 걸맞게 교통 인프라 역시 확장해간다. 이에 편승하여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군들 역시 기지촌에서 벗어나 서울 도심의 유흥지에 드나들게 된다. 오랫동안 ‘동두천’과 같은 변두리에 머물던 미군들이 이제는 도시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이태원’과 ‘홍대’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시작되자 미군들이 쉬는 날이면 버스를 전세 내서 서울로 온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고, 도심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미군이라는 존재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논쟁의 불씨로 피어오른다. 이에 걸맞게 쇼버의 시선은 용산 미군기지 근방이자 한국전쟁 이후부터 이국적 공간으로 인식되어온 이태원, 1980년부터 대안 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파티의 중심지이자 좌파들의 안식처로 자리하게 된 홍대로 향한다. 어느 정도 기지촌에 ‘봉쇄’되어 있던 미군들이 도심으로 파고든 뒤 이들과 조우하게 된 한국인들의 다양한 반응은 과거의 인식과 결부되면서도 또 다른 것이었다.
기지촌의 이주여성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피해자성을 되짚되 행위 주체성도 주시하려 했던 쇼버는 이태원과 홍대를 관찰하면서도 유사한 균형감을 유지하며 다양한 시선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가령 김치라면 질색하면서도 한국인들의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미군이 있는가 하면,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지만 짧은 머리 때문에 단박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걸 힘들어해서 모자를 꾹꾹 눌러쓰는 미군도 있다. 홍대 거리의 여자들을 ‘매춘부’라고 생각하는 미군이 있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자기 옆에 앉고 싶어 하지 않는 한국인들에 대한 복잡한 심사를 드러내는 미군도 있다.
좀더 덧붙이자면, 이는 각각의 개인이 품은 생각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여러 층위의 생각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카투사로 복무했던 한국인 주황은 미군이 한국 남성을 자기네 같은 ‘진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반감을 표하지만, 미군과 함께 파티를 즐기며 보냈던 밤들을 즐겁게 회상하기도 한다. 말끔한 스테레오타입으로 정리되지 않는 다양한 군상들을 책의 곳곳에 담아낸 뒤 그 각각을 분석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그것이야말로 상상에 의해 정형화해 구축된 장면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좀더 가깝게 담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쇼버는 이태원과 홍대를 각각 분석하면서, 우선 이 공간의 곳곳을 여행하듯 찬찬히 스케치해 보여준다. 그렇게 펼쳐진 풍경 속에 지역의 역사를 펼치고, 그다음으로 다양한 행위자들의 목소리를 콜라주처럼 풀어낸다. 시간성과 장소성을 적절히 배합해 다층적으로 보여주려는 전략이다.
근대의 기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태원은 1904년 일본군이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군사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자 해방 이후 미군 제24군단이 다시금 점거한 곳이다. 이후 이곳은 서양 팝과 록 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과 보수주의에 반발하는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안식처 역할을 했다. 즉 외국의 이질적인 문화가 갇혀 있으면서도 숨 쉬던 곳이었는데, 이곳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용산 기지에 근무하는 미군들이 가장 많이 찾던 유흥지이기도 하다. 용산 기지가 완전히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이태원의 미군 클럽에는 제복을 갖춰 입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미국 헌병들이 술집을 드나들며 순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이 게토 안에서 또 다른 낯선 문화와 세력이 숙성된다. 게이와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에게 모험과 해방을 불러오는 특별한 구역이 된 것이다. 섹스와 관련한 업소, 음주와 가무가 가능한 클럽, 이슬람 사원을 위시로 한 종교 시설, 관광객을 위한 가게와 음식점이 한데 어우러진 이태원의 거리는 사뭇 독특하다. 이곳에서 쇼버는 미군과 한국인 남성 간에 일어나는 남성성의 긴장을 목격하며, 성 소수자와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예기치 못한 만남이 만들어낸 경쟁과 어울림의 정동을 짚어낸다.
이태원을 거쳐 홍대로 넘어가면, 미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홍대에 드나들기 시작한 미군은 한국 반골 청년들의 공간이자 대안 문화의 중심지였던 홍대의 물을 흐리는 주범으로 떠오른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두 여중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후 미군 군사법원에서 장갑차 조종수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한국의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이에 홍대 클럽 사장들과 홍익대학교 활동가들은 거리에 보이는 미군들을 밀어내기 위해 미군 출입 금지령을 내린다. 게다가 2007년에 미군이 홍대에서 67세의 한국 여성을 강간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러한 분위기는 더더욱 달아올랐다. 홍대를 기지촌과 유사한 곳으로 본 미군이든, 고국에서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향수의 공간으로 본 미군이든, 이곳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 하던 미군이든, 이들은 문제적 존재로 여겨졌다. 이와 함께 홍대에서 외국인 남성을 만나는 한국인 여성을 낙인찍는 프레임도 나타난다.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멸칭이었던 ‘양공주’라는 말이 다시 부활하여, 외국인에 의해 한국인 여성이 성적으로 타락해간다며 ‘홍대 양공주’라는 낙인을 찍어댄 것이다. 기지촌 여성과 관련된 민족주의적 상상이 얼마나 끈덕지게 이어지는지를 알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한편 이 책의 말미를 장식하는 홍대 펑크족 청년들은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롭고 독특한 주체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고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지만, 한국 사회의 주류에서 이탈한 이들은 삼삼오오 홍대 인근에 모여 친목을 다진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적응자인 이들은 2003년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반전 시위에 참여하고, 영어 강사로 일하는 외국인 무정부주의자와 친분을 맺으며, 자기 앞에 닥친 군 입대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정치화되어가던 펑크족들이 그다음 발을 딛게 된 곳은 미군 캠프 험프리스의 확장 예정지였던 평택의 대추리였다. 이들은 줄곧 오토바이를 몰고 평택으로 가서 미군기지 이전 반대운동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전형적인 운동가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들은 분명 민족주의적 반미주의자를 비롯한 이전의 운동가들이 닦아놓은 이념적 경로를 이탈한 존재들이다. 과거의 운동가들이 국가를 바꾸려고 했다면, 이 젊은 무정부주의 펑크족들은 국가 권력을 완전히 지워버리려 했다.
자생적으로 피어오른 이 반군사주의자이자 반자본주의자들은 홍대를 오가는 미군들과 부딪히고 말을 섞는다. 한편으로는 미군이 많이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고향에서는 ‘불쌍한 놈’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다. 이따금 재미있게 놀기도 한다. 그럼에도 뭔가 석연찮은 마음을 품게 된다. 자국 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소외된 존재이니 일시적인 동지애를 느끼지만, 그럼에도 이 펑크족들은 군사주의 체제에 복무하는 미군의 존재를 완전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무정부주의자 작가 하킴 베이는 억압적인 국가 행위자들이 놓치는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대안적인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탐색하며 『임시 자율 구역』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2000년대 후반, 펑크족 청년들에게 홍대는 ‘임시 자율 구역’이 아니었을까. 이는 당대의 홍대에서 피어난 새로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메두사의 시선
Medusa’s Perspective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저주를 받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이 된 여인, 메두사. 인간을 돌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러나 그 자신도 운명에 갇혀 있던 존재.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떠했을까. 이 시리즈는 주류의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다층적 시선으로 동시대를 구성하는 견고한 토대들을 재해석한다.

01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베티 리어든
02 남성됨과 정치│웬디 브라운
03 동맹의 풍경│엘리자베스 쇼버
04 애국의 계보학│실라 미요시 야거(가제, 근간)
05 한국 현대사와 식민지 남성성의 형성│정희진(가제, 근간) 접기






한국 사회 내의 주한미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군사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 등 거의 모든 문제를 탁월하게 다룬다. 가장 흥미롭던 지점은 기지촌 내 여성들이 필리핀, 러시아 등 ‘제3세계’ 출신으로 대체되었다는 것. 타자화된 공간 속의 절대적 타자 그들의 이야기에 아연해진다…
잠자냥 2023-06-07 공감 (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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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은 의역하면 《기지의 조우》. 남한 내 미군 군사기지와 젠더, 인종, 계급 등이 조우하면서 만들어진 풍경을 그려낸다. 남한 사람뿐 아니라 이주 성판매 여성, 미군 남성의 초남성성, (당시에 만연했던) 반미의식 등 다양한 레이어의 풍경을 서술한다.
2023-04-1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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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주한 미군과 한국 사회를 둘러싼 풍경



나는 현대사에서 미군정 시기 3년(1945년 9월 9일~1948년 8월 15일)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 결정적인 시기였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을 몰랐다. - P10




해제를 읽으며 너무 동감했던 구절이 바로 저 위의 구절이었다. 한국 근현대사 중 특히 3년 간을 천착하여 공부하다가 절감한 것은 일본의 지배가 끝나자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또 다른 지배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한반도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피해를 겪은 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새 열강에 의해 두동강이 났다. 미군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군대를 주둔시키는 중이다. 이로써 남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건설한 끊임없이 확장하는 ‘기지의 제국’(Johnson 2004: 151)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 P81




동맹은 일시적인 것이어야 하는데도 한미동맹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그 지분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한국은 미국의 또 하나의 위성국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미국은 군사주의 국가이며 북한을 비롯한 중국, 일본에 둘러싸인 한반도도 마찬가지로 군사주의 국가다.

그렇다면 ‘군사주의’란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날 군사주의에 대해 가장 포괄적 정의를 내린 이는 사회학자 마틴 쇼다.

‘군사주의’의 핵심 의미는 군사적 관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관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규정되어야 한다. 군사주의는 사회관계 전반에 군사적 관계가 침투하는 것을 뜻한다. 군사주의는 군사화할 때 팽배해지고, 비군사화할 때 줄어든다. (2012: 20) - P35

군사주의는 사회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구성원 일부 세력은 충분한 군사를 갖춰야 평화주의가 안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군비를 확장한다면 끝은 없는 것이 아닐까.




박정희 시기 일상화된 전시체제를 거친 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집권했고 그는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군부 독재자였다. 광주항쟁이 벌어지자 정부는 공수대를 투입하여 대학살을 감행했다. 그런데 1980년 5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전두환 정권을] 지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접근법을 택했다. (Adesnik and Kim 2008: 18)

이후 들어선 레이건 정부는 전두환을 백악관에 초청했고,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하자 많은 한국인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미군이 광주항쟁 진압에 실제로 개입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미국이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 투쟁에 나서 민주적 변화를 끌어내려했던 운동가들 편에 공개적으로 서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 P101




경제적 이득이 있었다고 해도 어쨌든 베트남 전쟁에 가장 많은 파병을 할 정도였던 한국에게 광주항쟁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범지구적 테러와의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변화, 촘촘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남한 좌파 NGO의 활동과 개별 사건에 대응하며 벌이는 ‘시민운동’은 남한 내 미국의 역할을 다시 상상케 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시민단체 다수가 민중운동에서 뻗어나왔고, 1980년대 이후에는 훨씬 다양한 사회운동망으로 서서히 변모했다. - P104~105




1992년 기지촌 여성 윤금이가 살해당한 사건은 미군기지 근처 성인들의 유흥 공간에 날뛰는 폭력적 짐승이라는 미군의 이미지를 대중화하면서 ‘구조적 증폭’을 가져왔다. 전국에 퍼진 윤금이의 훼손된 사체 이미지가 민족을 상징하면서 시민들은 미군(나아가는 인종, 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으며 폭력적 상상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기지촌의 성 산업 유입 여성이 겪는 성 착취와 폭력은 한민족 전체의 수난에 대한 너무나도 깔끔한 알레고리로 사용됐다. 따라서 윤금이의 고난은 한민족이 (처음에는 일본, 이제는 미국이라는) 사악한 외세의 탄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는 민족 담론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민족을 억압당하는 여성에 비유하는 새로운 상상력이 좌파 민족주의자 사이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군인-민족이라는 세계관만큼이나 가부장적 세계관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다. - P137




폭력적 상상이란 사람들이 개인의 폭력 행위를 국가와 관련한 문제로 재구성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주의를 이해하는 식의 사회적 관행을 말한다. - P45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매우 작은 민족의 일원일지라도 다른 많은 동료 구성원을 알거나 만나지 못하며,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일조차 없겠지만, 각자의 마음속에는 합일의 이미지가 살아 숨 쉬고 있다.” - P47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폭력 행위에는 소통의 측면이 있다. 폭력은 소통성이 없어도 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닌 채 지속되는 유일한 인간 행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피지배자의 동기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피지배층은 관계를 우위하는 이들의 관점을 ‘상상’하고 염려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주장한다. - P50




윤금이 사건으로 기지촌이 문제의 본산지가 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은 클럽들은 기지촌 여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필리핀 등지에서 접대부를 데려오면서 해결했다. 마침 기존에 있던 기지촌 여성들은 국내에 있는 다른 유흥가 클럽(강남 등)으로 옮겨갔다(물론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안드레아 브리겐티Andrea Brighenti는 ‘집단적 “상상 행위, 즉 물질을 비물질로 연장하는 행위”로 형성된 특정 영토와 장소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품은 잠재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비전, 꿈, 욕망이 새겨진 물리적 영역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 P208




이제 미군은 유흥을 위해 기지촌을 고집하지 않고 시내 유흥지로 나오면서 미군과 민간인의 접촉이 늘어난다. 미군들은 홍대를 즐겨 찾았고 외국 민간인들은 과거 독재 시절부터 기지촌이었던 이태원에 대거 유입되었다. 이곳들은 자유로운 소비공간이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되었다. 이태원은 동성애자, 성전환자, 무슬림, 기타 이주민들이 뒤섞여 초국적 지형이 되었다. 홍대는 권리를 박탈당한 학생, 예술가, 반항적 청년을 끌어모았고 여기에 미군과 외국인도 술집, 클럽, 거리로 모여들며 혼종의 공간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출신 국가, 배경, 민족, 종교,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포용하도록 확대되면서 한국성이 점차 탈민족화하는 초기 단계가 목격”되는 것이다(Lee J. 2010: 19). 하지만 민족의 단일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던 한국인들은 ‘한국성’의 본질을 잃는데 대한 두려움 또한 크게 느끼고 있다. - P247




어릴 적 늘 “한국인은 단일 민족이다.”임을 들어오며 강요를 받았고 암암리에 세뇌를 당했다. 이제는 이것이 결코 사실이 아니고(어떻게 단일한 민족들만 모여 살 수 있겠는가. 한반도는 끊임없이 다른 세계와 교류해왔다.) 더군다나 외부에서 끊임없는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는 이 때에 더 이상 한국인의 단일 정체성을 고집하며 이들을 거부한다는 것은 세계화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군에 대한 이미지는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특정 사건들에 노출된 언론들의 기사와 매체들, 그리고 대중에 의한 폭력적 상상의 이미지가 증폭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인은 이념적인 사고에 여전히 갇혀 있으며 특히 정치계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도 요즘 일부 청년들은 이념적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고도성장한 한국에서 완전히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은 한국이 전 세계적 자본주의와 군사주의에 갈수록 깊이 개입하는 점을 비꼬면서 피해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중운동가 선배들이 맹렬히 붙들고 있던 민족주의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전 세계의 급진 운동에서 적극적으로 영감을 모색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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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10-29 공감(2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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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풍경>


한때 우리의 혈맹 또는 우방으로 불렸던 주한 미군을 둘러싼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담론을 풀어내고 있다.

주한 미군이 주둔하는 지역의 기지촌, 이태원, 홍대라는 공간의 역사적 배경부터 시작하여, 민족주의,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 인종, 가부장제 등이 교차하면서 변화해온 각각의 양상들을 우리가 아닌 외국인의 시선으로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한 미군만이 아니라 기지촌 여성들, 그리고 그들과 경쟁하는 한국 이성애자 남성들, 퀴어 및 트랜스젠더, 홍대 펑크족뿐만 아니라 필리핀, 러시아 출신 기지촌 성노동자들의 목소리까지 골고루 담아내려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한국의 성매매 여성들이 민족주의의 이름 아래 성토의 대상이 되고 희생양이 되었으면서 매번 사건이 있을 때마다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읽어나갈 때, 그리고 한국인 여성들의 자리를 메우고 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한국이라는 타지에 들어와 미군과 만나고 성 노동을 하면서 이른바 '주시 걸'이라는 이름으로 불합리한 조항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필리핀 - 러시아 여성들이 합법적 존재로 인정받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남성과의 결혼'이라는 사실을 읽어 나갈 때에도 드는 생각은 우리 여성들은 민족으로부터도 국가로부터도 그 존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던 것인지였다.

자신들의 선택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것인가. 그들을 그 자리로 내몬 불가피한 상황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 당하고 제도권의 폭력을 견디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분투하는 여성들에게 그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숙제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편협한 민족주의, 군사주의, 가부장 주의에 저항하고 그들의 자리를 되찾아주는 공동체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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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11-04 공감(2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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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Paperback 
2016
by Elisabeth Schober (Author)
4.6 4.6 out of 5 stars 2 ratings
Part of: Anthropology, Culture and Society (105 books)

Base Encounters explores the social friction that US bases have caused in South Korea, where the entertainment districts next to American military installations have come under much scrutiny.

The Korean peninsula is one of the most heavily militarised regions in the world and the conflict between the North and South is continually exacerbated by the presence of nearly 30,000 US soldiers in the area. Crimes committed in GI entertainment areas have been amplified by an outraged public as both a symbol for, and a symptom of, the uneven relationship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small East Asian nation.

Elisabeth Schober's ethnographic history scrutinises these controversial zones in and near Seoul. Sharing the lives of soldiers, female entertainers and anti-base activists, she gives a comprehensive introduction to the social, economic and political factors that have contributed to the tensions over US bases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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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 Northeast Asia
Volume 91 – No. 2
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 By Elisabeth Schober
2016. xv, 214 pp. 



In July 2007, I travelled with a group of Korean Americans to Pyeongtaek, South Korea to meet with a group of elderly farmers that had been displaced by the expansion of Camp Humphreys, a nearby US military base. Prior to the meeting, one of the activists who had fought alongside the elders to protest the seizure of their ancestral lands gave us her perspective of the problems of US militarism: not only was South Korean sovereignty foreclosed by the permanence of troops on the peninsula and the consolidation of bases, but American soldiers were no longer confined to the areas around the bases. Thanks to the extension of Seoul’s mass transit, these rowdy Americans were territorializing Korean land in new ways, bringing crime and delinquency with them.


This activist’s statement captures the political backdrop against which Elisabeth Schober sets her anthropological exploration of the frictions between the American military and South Korean civilians since the 1990s. Drawing on the work of scholars who study the US military empire, such as Katharine Moon, Cynthia Enloe, Catherine Lutz, and Seungsook Moon, Schober provides an excellent overview of the ways in which the neocolonial relationship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has affected local women, as well as the history of South Korea as a quintessentially militarized capitalist society. Through the concept of “violent imaginaries” she shows that South Korea’s subordination to the US is at once real and imagined.


Framing her analysis through Marshall Sahlins’ notion of “structural amplification,” the metamorphosis of an individual act into the symbol of a structural problem, she focuses on several high-profile incidents involving US troops, such as the infamous 1992 murder of a sex worker named Yun Kum-i by one of her soldier-clients, the 2002 vehicular killing of two schoolgirls by an American military tank, and the 2007 rape of a 67-year-old woman by an American soldier carousing in the Seoul neighbourhood of Hongdae. In each case, the images of the crimes were heavily mediated and deployed by the “nationalist left” in an attempt to reclaim Korean territory. Schober argues that these images then took on a collective psychic life beyond the incidents themselves, and violent imaginaries became an everyday social practice among South Koreans. In one particularly memorable example, Schober shares an anecdote of a school teacher recounting the gruesome details of Yun’s murder to a class of ten-year-old students. The result of this social practice has been that “the contentious figure of the violent U.S. soldier will not go away” (9).


At the centre of this “violent imaginary” is a triad that involves a criminal soldier, a female victim, and a place of ill repute. Schober looks at three such places: the camptown, or “ville,” surrounding the US base, the entertainment district of Itaewon (previously the only neighbourhood in Seoul that drew American soldiers), and Hongdae, an artsy, left-leaning college neighbourhood that has been undergoing rapid commercialization and is now a popular destination for Americans. In each locale, Schober exposes the tensions not only between Koreans and Americans, but also between the simple narrative of the predatory American soldier versus the hapless female victim and the more complex dynamic in which the actors are, in some ways, similarly situated. The soldiers and camptown women are both workers in a militarized global labour market; American soldiers and Korean women are both seeking a good time when partying together in Hongdae.


The chapter on Hongdae was the most illuminating one for me. It shows how the expansion of Seoul’s subway system, combined with Hongdae as a party destination, has provoked old anxieties about foreign contamination and the need to control and contain it. While conservative Koreans had always blamed the liberal climate of Hongdae on corrupting foreign influences, the arrival of American soldiers on the scene raised public concerns to a new and hysterical level. The derogatory term “yanggongju” (Western princess), which had previously referred to camptown sex workers, began to be used against the women who partied with Americans outside the context of either commercial sex or the military base. In this chapter, as well as in the chapter on Itaewon, we also see multiplicity in spaces that attract foreigners, and therefore, the possibility for unlikely alliances.


One area of Schober’s analysis that is under-researched, however, is the relationship between different South Korean protest movements. Schober assumes that anti-American base activists do not also critique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s she characterizes Hongdae punks as “exceptional in that they are strongly concerned with how to circumvent, contest, and subvert both home-grown and foreign forms of militarism” (169). The anti-base movement has had a strong alliance with the labour movement, which was actively involved in the struggle against Camp Humphreys’ expansion. Although the brutal and tragic deaths of Korean civilians at the hands of US soldiers sparked anti-American protests, as Schober correctly noted, there is a deeper protest culture among South Koreans that is often directed at their own government, as evidenced by the massive and sustained protests leading up to the ouster of Park Geun-hye in 2017.


Also, rather than characterize the perception of Americans as having suddenly shifted in the 1990s, it’s more accurate to say that South Korean sentiments towards the US military presence are, and always have been, ambivalent. While 1992 was a watershed moment, the image of the murderous American soldier has been part of the Korean imaginary since the Korean War, albeit far less mediated, and the disdain for American foreignness dates back to the inception of the South Korean nation, when Syngman Rhee created social policies designed to exclude half-American children and their Korean mothers from civil society.


Base Encounters is an important addition to the literature on US military bases in Korea in that it significantly updates the previous research to include issues of transnational labour in South Korea’s militarized sex industry, and it looks at new “place-making projects” in urban entertainment districts, in which American soldiers are just one set of many actors.


Grace M. Cho
College of Staten Island, New York,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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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Using ethnographic field research conducted in South Korea between 2007 and 2009, Schober explores the social friction created by US military bases and the entertainment districts that have evolved around them. After situating her work in the growing field of empire and militarism, Schober provides a concise geopolitical history of Korea, exploring how foreign conquest has shaped South Korea's relationship with the US, which was initially strongly pro-American. However, gradual democratization combined with a number of tragic encounters between civilians and US soldiers--especially the 1992 brutal rape and murder of a sex worker--have contributed to increasing resentment of the US presence. Schober explores how nationalist-leftist movements appropriated such 'violent imaginaries' to amplify the already existing anxiety over US soldiers in the suburban camp towns outside military bases and in the inner-city entertainment districts of Seoul. She focuses on two distinctively different inner-city entertainment districts frequented by US soldiers, demonstrating how these urban environments become incubators for social change as they attract a variety of ethnic and sexual minorities and rebellious youth groups who navigate complex cultural and social exchanges. An excellent contribution to social anthropology and military sociology collections. Highly recommended."


-- "Choice"


"A very powerful book which deserves a broad readership. Eloquently written, ethnographically rich and theoretically sophisticated."--Thomas Hylland Eriksen, University of Oslo


"With lucid analytic prose and vivid storytelling, Elisabeth Schober shows u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US military and the people of South Korea is much more complex than many previous accounts let on."--Catherine Lutz, Brown University
About the Author
Elisabeth Schober is a postdoctoral fellow in the Department of Social Anthropology at the University of Oslo and the author of 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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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Why Koreans turned on American troops
Posted on : 2023-04-30 07:02 KST Modified on : 2023-04-30 07:0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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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by Elizabeth Schober, newly translated into Korean, explores the nationalist and gender contexts of Koreans’ hostility toward US troops


The Korean edition of “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by Elizabeth Schober. (courtesy of Wood Pencil Books)

It’s widely acknowledged that South Korea and the US have maintained one of the strongest alliances in world history over the past seven decades.

But American troops in Korea have tended to evoke conflicting emotions for Koreans, who have viewed them both as allies and aggressors.

“Base Encounters: The US Armed Forces in South Korea,” by Elizabeth Schober, a professor of social anthropology at the University of Oslo, examines the scandals and spectacles produced by the friction between US Forces Korea (USFK) and the Korean public.

(The Korean edition of the book, titled “The Landscape of Alliance,” was translated by Kang Gyeong-ah and published by Wood Pencil Books.)

Schober met with American soldiers, sex workers in camptowns and Koreans in Itaewon and Hongdae while doing fieldwork in Korea since 2007. Her research was sparked by her curiosity about how anti-American sentiment had appeared so abruptly in Korea, given its unusually strong support for the US.

Schober’s conclusion is that the hostility that developed was driven by the issues of nationalism and gender.

The 1992 murder of Yun Geum-i, a sex worker in a “camptown” nearby US military base, was the critical moment when US soldiers were redefined as aggressors.

According to Schober, global nationalist narratives are quick to equate “national territory” with “women’s bodies.”

Schober’s most striking analysis concerns the “spaces” in which American soldiers and Koreans have interacted since the 2000s. She contends that a sense of “communitas” — how routines are rearranged and unexpected camaraderie occurs in transient spaces — took shape in the Itaewon and Hongdae neighborhoods of Seoul.

She describes this as “Itaewon suspense” because Seoul’s Yongsan District (home of Itaewon) is where men frequently engage in turf wars and argue over potential sex partners. Following the influx of US troops in the early 2000s, Hongdae was rife with scandals that gave rise to the derogatory term “Hongdae Yankee princess” (yanggongju).

But there were also anarchist and anti-military leftist punks in Hongdae who joined a campaign against the expansion of a military base in Daechu Village. Those leftist punks, Schober argues, deviated from the ideological path previously taken by folk activists.

Some readers may take issue with the author’s overgeneralization of anti-American sentiment among Koreans or her use of the concept of the “violent imaginary” in her analysis of crimes by American soldiers.

“Violent imaginary” refers to the practice of reframing violence against individuals as a national issue. Her main point is not how we distinguish the real from the imaginary, but rather the tendency to ignore stories that don’t involve violence and exploitation. That includes the voice of non-Korean women working in camptowns.

This book will likely be a bitter pill for members of the nationalist left who have found various reasons to keep gender issues out of the USFK debate for all these years.

By Lee Yu-jin, staff reporter

Please direct questions or comments to [engli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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