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김일성' 운운하는 김문수, 책 좀 읽으셔야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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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운운하는 김문수, 책 좀 읽으셔야겠습니다[주장] "신영복 존경한다"는 문 대통령에 덧씌운 '색깔론'
18.04.20 
원동업(isk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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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출사표 던진 김문수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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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고 신영복 교수를 "잘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왜냐면 김 후보의 고향이 신 교수와 같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김 후보는 지난 2월에도 신영복을 잘 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11년 대학운동권 선배'여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리셉션에서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을 존경한다"라고 말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신영복 사상은 '간첩사상'이요, 신영복은 '김일성주의자'라고 하는 것이 김문수 후보의 주장입니다.

"신영복은 김일성주의자"... 김문수의 단언



▲ “시대를 넘어 민족의 고전으로”. 증보판 서문에 붙은 글. 감옥서 철필로 먹물을 찍어서 쓴 글이 함께 읽는 책으로 남았다.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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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향이 같은 사람이라야, 대학이 같은 곳이라야'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핏줄도, 학교도 혹은 정당도 누군가를 아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사람을 아는 데는, 그 대상이 쓴 책을 꼼꼼히 읽는 것 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신영복 선생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는 소상히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책으로 신영복을 읽고, 또 알았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영복 사랑 혹은 존경은 새삼스럽지도 놀랍지도 않습니다. 제 주변의 장삼이사들에서도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는 이들은 넘칩니다. 저는 작은 독서모임을 2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그 낭독모임이 처음 고른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습니다. 오래전 한 번씩은 읽었던 이 책을, 대부분은 다시 읽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2년가량 예닐곱 권의 엄선된 책들을 골라 읽어왔지만, 이 책만큼 진한 감동과 사상적 울림을 주는 것은 드물었습니다.

김문수 후보의 주장은 이런 것입니다. '내가 아는데, 그 사람 빨갱입니다. 그런 사람 존경한다고 하면, 빨갱이에요. 나라가 걱정입니다. 잠이 안 와요.' 일반의 시민으로서 우리들 독서모임 여남은 명도 신영복 선생님께 '사랑과 존경'을 느낍니다. 그의 논리대로면 우리 역시도 '빨갱이'가 되는 것입니다. 철없는 우중(愚衆)으로 값싸게 매도되는 거죠.

김문수 후보가 이런 주장을 펴는 '근거'는 법원의 판결문입니다. 20년 징역을 살았던 현실을 '증거'로 삼습니다. 우리 독서모임은 선생의 글과 책을 읽고, 그에 따른 생각을 따르죠.

김문수 후보는 우리를 가르치려 듭니다. 위에서 아래 사람에게 손가락질 하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는 높이 있는 이들이 아랫 사람에게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나옵니다.


"사다리를 올라가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글씨가 바른지 삐뚤어졌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코끼리 앞에 선 장님의 막연함 같은 것입니다. 저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봄으로써 겨우 바른 글씨를 쓸 수 있었습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1980. 10. 20.
청구회 국민학생들의 '주먹 쥐고'를 폭력혁명 몰아



▲ <청구회 추억> 1968년 신영복 선생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서 쓴 첫 번째 글이다.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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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968년 7월 구속됩니다. 김문수 후보도 상세히 이야기한 바 있죠.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 등이 북의 지령과 자금을 받고 만든 이 혁명당이 무장봉기, 시설파괴, 요인암살 등의 방법으로 정부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꾀했"고, 신영복 선생 역시 이 당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스물 일곱의 나이로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군인' 신영복은 육군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죠. 그를 수사하던 중앙정보부는 어떤 내용으로 그를 심문하였을까요?


"청구회의 정체와 회원의 명단을 대라는 추상같은 호령 앞에서 나는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떠한 과정으로 누구의 입을 통하여 여기 이처럼 준열하게 그것이 추궁되고 있는가. 나는 이런 것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뜨거운 폭양 속에서 아우성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만 듣고 있었다. 나는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아득한 그리움처럼 손때 묻은 팽이 한 개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답변해 주었다. '초등학교 7학년, 8학년 학생'이라는 사실을. 그후 나는 서울지방법원 8호 검사실에서 또 한번 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청구회 노래'인가?"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청구회의 추억
"국가변란을 노리는 폭력과 파괴 집단으로 "중정과 검찰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저 '청구회'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건 신영복의 '어린 친구'들과 신영복의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 이름이 청구국민학교였습니다. 1966년 서오릉의 소풍길로부터, 그가 구속된 1968년 여름까지 2년여의 기간 동안 이들의 '친구'였습니다.

그들 7명 청구회원들은 매달 한 번 장충단 공원에서 거르지 않고 만났습니다. 가장 힘을 기울여 독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독서 이외에 청구회 회원들이 스스로 행한 일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우선 동네의 골목을 청소하는 일을 들 수 있다. … 그러나 여름철과 겨울 방학 때는 매주 2,3회씩이나 골목을 청소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겨울철에 얼음이 얼어서 미끄러운 비탈길을 고쳐놓는 일이다. 땅에 박힌 얼음을 파내고 그곳을 층층대 모양으로 만드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봄철이 가까워 땅이 녹아 질펀하게 미끄러워진 때에는 그런 곳에다 연탄재를 덮어서 미끄럽지 않도록 만드는 일도 하였다. … 그 다음으로는 내가 추천하지도 않은 일인데 그들은 여름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서는 남산 약수터까지 마라톤을 하였다. 66년 여름과 67년 여름 새벽을 줄곧 뛰었던 것이다." - <청구회의 추억>생각과 실천 같았던 신영복 선생, 그의 책 읽으라



▲ 책은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왼편 책은 그를 아는 63명이 함께 썼고, 오른편 책은 그의 손수 편집한 글과 그림으로 채워졌다.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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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함께 읽기>(돌베개)는 신영복 선생의 퇴임기념 '문집'입니다. 그를 아는 '스승, 친구, 제자 그리고 감옥 동료'들이 함께 글을 낸 책입니다. 편집진들이 놀란 건, "선생의 삶은 당신이 쓰신 책의 내용과 일치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말과 글이 다르지 않고, 생각과 실천이 어긋나지 않았던 사람"이 신영복 선생이었다는 것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도지사였던 2011년 12월 19일 남양주 소방서에 전화를 겁니다. 그리곤 "나, 도지사 김문숩니다" 하는 말을 세 번이나 하죠. 그리곤 "네, 네. 무슨 일 때문에요?" 하고 묻는 소방대원에게 이제는 다시 묻습니다. "(전화받는 사람)이름이 누구요?" 다섯 번쯤 묻죠. 그리고는 끝내 '용건'을 말하지 않고, 두 명의 소방관과 전화를 마칩니다. 김 후보는 이름과 직책을 좀체 넘어서려 하지 않습니다. 왜 그에겐 그렇게 이름이 중요할까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어린 시절에 '이름' 이야기가 나옵니다.


친구 : 저 새 좀 봐! 저게 무슨 새인지 아니?
파인만 : 전혀 모르겠는데?
친구 : 저 새는 갈색 목덜미 개똥지바퀴야. 너희 아버지는 너한테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시는구나?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내게 새에 대하여 가르쳐 주었다. "저 새가 보이지? 저 새의 이름은 스펜서 휘파람새라고 한단다. 이탈리아어로는 추토 라피티다, 포르투갈어로는 동다 페이다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언어로 저 새의 이름을 말할 수는 있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그 새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단다. 단지 세계의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저 새를 뭐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만 알게된 거지. 그러니까 우리는 저 새를 관찰해서 저 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도록 하자꾸나. 그것이 정말 중요한 거란다. -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처드 파인만/사이언스 북스
2018년 4월,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김문수 후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그는 신영복과 문재인을 붙잡아 주체사상파 김일성 사상가라는 이름으로 가뒀습니다. 그의 시간은 2011년 12월 19일, 소방서에 전화했던 그 시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 신영복 선생의 대활자본 <큰 글씨 처음처럼>이 지난해 11월 출간됐습니다. 고령에 접어들어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김문수 후보에 일독을 권합니다. 보수라고 할 수도, 우파라고 할 수도 없는 반지성에는 오직 책만이 약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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