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2

한반도평화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 | [매듭마당] 지역순례자 인사말(광주 강정채 은빛님) - Daum 카페



한반도평화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 | [매듭마당] 지역순례자 인사말(광주 강정채 은빛님) - Daum 카페



[매듭마당] 지역순례자 인사말(광주 강정채 은빛님)|알림/새소식
평화가길이다|조회 15|추천 0|2019.03.05. 16:10http://cafe.daum.net/PeaceOnly1000/SilZ/197



전 전남대총장이신 강정채 은빛님의 순례소감.

은빛님의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참석자들의 이구동성.
5월 광주를 경험한 어른이 우리나라 곳곳의 상처와 갈등을 돌아보고 해주신 말씀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래는 강정채 은빛님의 말씀 요약이다.






"작년 3월 1일부터 은빛순례자 여러분들 따라 다니기만 했다. 좀더 많이 함께 하지 못한 게 죄송하다.
----------------

지난 1년 동안 '평화'라는 얘기를 가슴에다 담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그리고 많이 새롭게 배우기도 했다. 그동안 내 아픔, 또는 우리 지역의 아픔이 훨씬 크게 보이고 다른 지역은 그래도 우리보다 덜하겠거니 하는 마음이 조금 있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어디를 가든지 어쩌면 이렇게 골목마다 지역마다 씻지 못한 아픔이 많은가. 그리고 아픔의 종류도 비슷비슷했다.

여순사건과 광주 5.18을 직접 겪었던 사람으로서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가해자들이 '그때 내가 잘 몰라서 그랬다. 미안하다.'라고 말하면, 그때 핍박받았던 사람들이 '그래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이러겠는가. 아니다. 오히려 이제라도 그렇게 인정해줘서 고맙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라도 같이 잘 살아보자'고 손을 내밀 것이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억울함을 푸는 것이다.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만약 5.18 때 진압에 참여했던 사람이 와서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꼭 니탓만이겠는가. 시절탓도 있다'면서 넘어갈 수도 있는데'라고. 그게 광주사람들의 진짜 마음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직접적인 피해자 유가족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피해자인 5.18이고, 국민들도 누가 가해자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 대한 당시 국가권력의 주요책임자들이 여전히 '가해자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그때 내가 잘못 판단했다.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 말이다. 그게 그렇게 어렵다니.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 가해자가 없다니. 그러니 누구를 용서하라는 말인가. 지금도 그런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

아까 도법 스님이 대구순례에서 느낀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한'에 대해 안타까워하셨는데, 그와 같이 고통받는 분들, 즉 국가권력에 의해 돌아가신 분의 동지나 후손, 친척이 많이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한이 풀리지 않은 채 가슴에 묻어놓고 살고 계신다.

그리고 이부영 선생님께서 여순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순천 죽도봉 충혼탑을 찾아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저도 그와 같이 피해자 가족들이 내미는 화해의 손짓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재작년 광주 5.18 기념식장에서 5.18 유족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내려올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 뒤를 따라가 안아주던 것을 보고 나서였다.

그때 광주시민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울었고, '이제야 한이 조금이나마 풀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정권이 직접 가해자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권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전의 국가권력이 저지른 일의 연장선상에서 잘못을 명확하게 밝힐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만 해주어도 한이 많이 풀린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철학의 시작이 무엇이냐. 철학은 사유가 아니라 고통에서 시작된다.

그러면 고통이 무엇인가. 우리 인체로 보면 막히거나 찢어지거나 떨어져나갈 때 고통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서로 막혀 있을 때, 갈라져있을 때 고통이 된다.

그 고통은 정치권력이나 종교집단만 가지고 해결하기는 도저히 안될 것 같다. 한반도 평화만들기는 우리 골골에 있는 아픔을 씻어내는 데 전 국민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이 은빛운동이 조용히 오랫동안 자기 마을에서 시작하고 지속해갔으면 좋겠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