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협동농장과 국영농장 - 한국농정신문
[통일농업] 협동농장과 국영농장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승인 2015.07.24
북한의 농업 및 식량 생산을 담당하는 양대 축은 협동농장과 국영농장이다. 해방 직후 단행된 토지개혁을 통해 지주-소작농 체제가 완전히 혁파되고 자작농(自作農) 체제가 수립되었는데, 북에서는 이를 두고 봉건적 생산관계가 소멸되었다는 역사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그 이후 1958년 사회주의 협동화가 완료되면서 자작농 체제는 지금과 같은 협동농장 체제로 전환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영세한 소농 경영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회주의 대농 경영체제로 전환하였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는 농촌에서의 사회주의 완전승리라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전국적으로 국영농장이 확대되었다. 협동농장보다 국영농장을 더 중요시하면서 점진적으로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면서 국영농장의 비중이 조금씩 증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국과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 1989〜1991년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등의 여파로 북에 대한 경제제재 및 봉쇄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여기에 더해 내부적으로는 잇따른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식량 문제가 급격히 악화되어 소위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의 변화가 식량위기를 불러 왔고, 이 때문에 국영농장으로의 전환 등과 같은 사회주의적 요소를 강화하는 시책보다는 당면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산에 국가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현재 국영농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10〜15% 내외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 나머지 85〜90% 정도의 농업생산은 협동농장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동농장과 국영농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토지의 소유권에 있으며, 이것이 농장의 경영주체, 경영책임, 노동조직, 소득분배 등의 측면에서 차이를 나타내도록 만든다.
협동농장의 모든 토지와 농기계 및 생산시설 등 주요 생산수단은 농장 구성원들의 공동 소유이며, 북에서는 이를 협동적 소유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에 국영농장은 토지를 비롯한 주요 생산수단이 국가의 소유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소유형태를 전인민적 소유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유 및 경영 형태로 비유하자면 협동농장은 협동조합의 형태와 유사하고, 국영농장은 국영기업(정부 소유의 공기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엄격히 구분하자면 협동농장의 구성원은 농민이고, 국영농장의 구성원은 농업노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에서는 둘 다 공통적으로 농업근로자라고 분류하여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이라는 대중단체의 구성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쌀, 옥수수, 콩, 감자 등과 같은 주요 식량의 생산은 대부분 협동농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협동농장 단위의 생산증대가 필수적이며, 국가에서는 협동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주요한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이전에 각 지역별로 ‘본보기 농장’이라고 부르는 주요 협동농장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성과 및 문제점을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게 알려진 대표적인 농장으로는 청산리협동농장, 만경대협동농장 등이 있다.
협동농장이 위치한 자연지리적 환경과 해당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협동농장은 대부분 식량생산을 중심으로 한 복합경영체제를 이루고 있다. 즉 논농사와 밭농사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과수, 축산, 잠업 등을 복합경영하는 것이 협동농장의 일반적인 경영형태이다. 그래서 예전에 삼일포협동농장, 송도리협동농장, 장교리협동농장, 당곡리협동농장 등 남북 농업협력이 진행되었던 협동농장에서의 협력사업은 대체로 복합적인 농업협력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협동농장 논농사의 기본 작물은 쌀이며, 밭농사의 기본 작물은 옥수수와 콩이다. 그리고 밭농사 면적의 일부는 배추, 무, 고추, 마늘 등과 같은 김장채소류와 양념채소류를 기본으로 하면서 해당 농장에 따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그리고 평양 이남의 협동농장에서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논농사 및 밭농사에 밀, 보리, 콩 등의 작물을 두벌농사(이모작)로 재배하고 있다.
협동농장이 복합경영을 통해 식량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데 비해 국영농장은 축산, 과수, 채소, 잠업, 인삼 등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대규모 농장으로 경영되고 있다. 강원도 세포등판 목장, 평양 삼석구역 시설채소 단지, 대동강 과수농장 등이 그 대표적인 농장이다. 국영농장이 주력 분야에 전문화된 농장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농장의 주력 생산물과 연계된 복합경영을 도입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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