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6

알라딘: 한글의 탄생



알라딘: 한글의 탄생

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은이),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긴이)돌베개2011-10-09원제 : ハングルの誕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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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00자평(19)리뷰(14)

448쪽
152*223mm (A5신)
627g
ISBN : 9788971994443


ハングルの誕生 音から文字を創る (平凡社新書 523) (新書)


책소개
한글을 바라보는 일본인 학자의 열정 어린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이 책의 저자는 ‘한글’이 ‘문화의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란 무엇인고 문자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통해 한글에 대해서 통찰한다. 일본인 한국어학자인 노마 히데키는 언어와 문자의 보편에 이르는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을 최대한 풀어 전달하기 위해 곳곳에서 발휘되는 위트도 매력적이다.

또한 한글 이전의 문자생활, 한글의 창제 과정, 마침내 한글이 한반도에서 ‘지(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과정, 나아가 그 미적 형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한글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뜯어 보았다. 일본에서는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음은 물론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며 3만 부 넘게 읽히고 있다. 이 책으로 저자는 2010년도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한국어판 출간을 맞이하여
책머리에

서장 한글 소묘
01| 한글의 구조
02|『훈민정음』이라는 책

제1장 한글과 언어
01| 한글이라는 이름
02| 한국어의 세계
03| 말과 문자
04| 한국어는 어떠한 언어인가

제2장〈정음〉탄생의 자기장
01| 문자를〈만든다〉-한자의 자기장에서
02| 자기 증식 장치로서의 한자
03|〈한문훈독〉시스템
04| 한국어의〈한문훈독〉-〈구결〉의 구조
05|〈질량을 가진 텍스트〉
06| 서방에서 온 길-〈알파벳로드=자음문잣길〉의 종언

제3장 정음의 원리
01| 문자를〈만든다〉-공기의 떨림에서 음을 잘라 낸다
02|〈음〉에서〈게슈탈트〉로
03| 단음=음절문자 시스템의 창출
04| 사분법 시스템의 충격
05| 음의 변용을〈형태화〉하다-형태음운론으로의 접근

제4장〈정음〉에크리튀르 혁명-한글의 탄생
01|〈정음〉혁명파와 한자한문 원리주의의 투쟁
02|〈용음합자用音合字〉사상-〈지〉의 원자를 묻는다
03|〈정음〉이여,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를 들으라
04|〈정음〉이여〈나랏:말〉을-에크리튀르 혁명 선언

제5장〈정음〉에크리튀르의 창출
01|〈정음〉이여 음을 다스리라-『동국정운』
02|〈정음〉이여 삼천 세계를 비추라-유불도의 길
03|〈정음〉이여 천지 우주를 배우라-『천자문』
04|〈정음〉이여 우리의 가락을-『두시언해』와 시조
05|〈정음〉이여 이야기하라, 읊으라, 그리고 노래하라-〈정음〉문예와 판소리
06| 고유어의 혈맥과 한자한문 혈맥의 이중나선 구조
07|〈정음〉반혁명을 넘어서

제6장〈정음〉-게슈탈트의 변혁
01|〈형태〉란 무엇인가?
02| 정음의〈모양〉과〈형태〉
03| 신체성을 얻은 정음의 아름다움〈궁체〉

제7장〈정음〉에서〈한글〉로
01| 鬪爭하는〈正音〉, 투쟁하는〈한글〉
02| 다시 게슈탈트를 묻는다-근대에서 현대로

종장 보편을 향한 계기〈훈민정음〉
『훈민정음』을 읽는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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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외국어`라는 개념도 위험한 개념이다. 일본어를 모어로 하는 제일 한국인 제일 조선인과 같이 일본에 있는 `외국인` 국적의 사람들에게는 한국어가 `외국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일본어가 `외국어`가 된다. 일반적으로 모어가 아닌 언어, 비모어를 외국어라고 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비모어 교육, 비모어 학습인데, 이를 외국어 교육, 또는 외국어 학습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성의 측면에서나 이념적인 측면에서나 문제가 된다. 일본어 모어화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외국어 교육`으로 불리는 순간, 학습자 중에서 제일 한국인이 배제되는 구도가 된다. 제일 한국인에게 한국어는 외국어가 아니다. 조국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 언어로 전혀 말할 줄 모르고 조국의 땅을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다 하더라도, `외국어 교육`이라는 말은 거기서 배제되는 사람들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44) ...... 오히려 이 세 가지[언어, 민족, 국가를 말함]가 대응되지 않는 것이 보다 깊은 곳에 존재하는 원리이며, 디폴트 즉 초기 상태이다. 언어는 개인에 속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조차 언어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45) 접기 - 베리심플
<전주>의 자세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한자 조자법의 이러한 원리는 15세기 조선 왕조의 지식인들도 알고 있는 바였고 문자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제일 먼저 검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훈민정음> 창제자들은 한국에서도 천여 년에 걸쳐 소중히 간직해 왔던, <상형>을 핵심으로 한 이 <육서... 더보기 - 베리심플
드디어 문자를 만들게 된다. 전체적인 전략은 이미 정해졌다. <음>에서 출발할 것. 한자처럼 대상을 <상형>하여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음>에 형태를 부여할 것. 그리고 그 <음>, 즉 흘러서 사라져 가는 <언어음>을 구분해 단위를 만들고, 각 단위에 형태를 부여하는 ... 더보기 - 베리심플
<정음>에는 모든 소리, 모든 자모, 모든 자형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이론적인 설명이 치밀하게 마련되어 있다. <정음>의 창제자들에게는 한 점, 한 획이 결코 자의적인 것이어서는 안 되었으며, 이치가 관철되어 있지 않아서도 안 되었다. 그것은 천지 귀신과도 통하는 이치이다. 신이여, 세부에 깃드시라--모든 ... 더보기 - 베리심플
임금은 최고 권력자이니 <혁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걸까? 아니다. 세종 임금이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 투쟁한 상대는 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막강한 상대였다. 그것은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이래로 오늘날까지를 꿰뚫는 <한자한문 에크리튀르>였다. 투쟁의 상대는 바로 역사이며 세계였다. &l... 더보기 - 베리심플
<정음>의 사상을 <용음합자>라는 간결한 구절로 파악하고 있는 최만리의 안목은 정확한 것이다. 최만리와 사대부들은 단순히 사대주의 사상 때문에 <정음>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름 아닌 <용음합자>라는 사고방식 그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의 형태뿐만 아니라... 더보기 - 베리심플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의 울음소리, 개가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써서 나타낼 수 있다. (251) - 베리심플
˝바라건대 <정음>을 보는 자가 스승 없이 스스로 깨우치게 되기를. 그 연원과, 정밀하고 싶은 뜻의 묘미는 소신들이 감히 말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 그리고 정인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인다. ˝<정음>은 깊다.˝ (265) - 베리심플
붓 종이 벼루 먹 등 문방사우로 상징되는, 문자를 문자로서 성립되게 만드는 <쓰기>의 수련 과정이나 기볍은 `어리석은 백성`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그 수련 과정과 기법이라는 신체성을 거부한다는 것은 거기에 담겨 있는 정신성까지도 거부하는 일이다. 정음은 붓을 알지 못하는 백성이 나뭇가지로 땅에 끄적이기에 결코 부적... 더보기 - 베리심플


추천글

수십 년 동안 한국어 교육과 문법 연구에 전념해 온 저자가 해박한 문자학 및 언어학 이론에 입각하여, 국내외 여러 학자의 학설을 참조하여 세계문자사상에 빛나는 한글의 과학적인 창제 과정을 밝히고 600년 동안의 문헌을 중심으로 한글의 효용 가치를 실증하였다. 간단명료하고 감빨리는 필치로 일본 학계와 일반 독자층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매료시키면서 한글을 극찬한 명저다. 컴퓨터 시대에도 한글이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한 이 저술은 아시아태평양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의 전공자들이 역시 수려한 문장으로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겼다.

- 강신항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시사인 <행복한 책꽂이> 2011 올해의 책으로 추천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지은이는 민족주의적 맥락이 아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한글의 구조를 통찰하여 ‘소리가 글자가 되는’ 놀라운 시스템을 찾아내고, 하나의 글자 체계를 뛰어넘은, ‘말과 소리와 글자’가 함께하는 보편적인 모습으로 한글을 그려 냈습니다.
한글의 탄생은 앎과 글쓰기 생활의 새로운 혁명이며 또한 새로운 미를 만들어 내는 형태의 혁명이라고 지은이는 선언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러한 한글 탄생의 기적 같은 드라마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쁨을 함께 누리기를 기대합니다.

- 권재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한글학회 회장, 전 국립국어원 원장)

한글의 탄생은 동아시아 문화의 역사 속에서 일대 사건이었다. 이 책은 한글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어를 포함한 동아시아 언어사에 대해서까지 다루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이 책을 읽으며 동아시아의 문화에 대해 커다란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아시아시보』에 실린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 수상작 강평)

- 다나카 아키히코

이렇게 행복이 가득한 책을 펴낸 일이란, 어떠한 분단이나 대립도 넘어서서 지知의 영위에 의해 동아시아가 상호 이해를 함께할 수 있게 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참된 공헌이다.

- 니시타니 오사무 (사상가·철학자, 도쿄외국어대학교 교수)

이 책은 훈민정음의 성립을 한국어사 혹은 동아시아 문화사라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논하지 않고 언어학적, 문자론적 시점을 기초로 다각적인 방면에서 고찰함으로써 보편적인 의의와 가치를 찾아내고자 한다. 〈음에서 문자를 만듦〉으로써 <한자한문 에크리튀르>에 대치하는 <정음 에크리튀르>가 창출되어 한국어로서의 〈지知〉의 세계가 풍요로운 감성으로 형성되었다고 논의하는 저자의 고찰은 주도면밀하고 설득력이 있다.

- 우메다 히로유키 (언어학자, 한국어학자, 레이타쿠대학교麗澤大學校 전 총장)

이 책은 단순한 한글의 개설서·입문서가 아니다. 언어와 문자에 관한, 해박하고 심오한 사고가 에크리튀르로 표현되어 있다.

- 일본경제신문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중앙일보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1년 10월 08일자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1년 12월 24일 '책의 향기'
조선일보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1년 12월 17일자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1년 10월 07일



저자 및 역자소개
노마 히데키 (野間 秀樹)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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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를 거쳐 일본 국제교양대학의 객원교수로 있다. 보편적인 세계문자사의 시각에서 ‘한글’의 지적, 미적 혁명성을 말하는 책 『한글의 탄생』으로 2010년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 주관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받았고, 2012년 한글학회에서 주시경학술상을 받았다. 『한글의 탄생』은 일본어판(헤이본샤)과 한국어판(돌베개) 각각 3만부를 넘어 일본어권의 지식인, 독자들의 한글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으며, 한국어권 독자들 역시 이 책에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한글의 탄생』이 ‘지’의 ... 더보기


최근작 : <한국의 지知를 읽다>,<한글의 탄생>,<한국의 어휘와 문법의 상관구조> … 총 19종 (모두보기)

김진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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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교(明治學院大學校) 준교수. 도쿄외국어대학교 학술박사. 한일 대조언어학, 담화 연구,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다. 2005년도 NHK 텔레비전 “한글” 강좌의 강사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서로 『담화론과 문법론』(근간), 공저서로 『프티 한국어』, 『Viva! 중급 한국어』, 『날개를 펼쳐라! 한국어』, 『반짝반짝 한국어』, 『뉴 익스프레스 한국어』 등이 있다.



최근작 : <담화론과 문법론> … 총 2종 (모두보기)

김기연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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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일한 국제회의통역사,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통·번역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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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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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일한 국제회의통역사,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통·번역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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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기억과 기록 사이>,<인간다움의 순간들 : 흔들리는 삶이 그림이 될 때>,<수화 배우는 만화>등 총 586종
대표분야 : 역사 4위 (브랜드 지수 612,445점), 음악이야기 5위 (브랜드 지수 20,740점), 한국사회비평/칼럼 9위 (브랜드 지수 49,760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는 ‘한글’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매일 한글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우리.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한글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수한 문자인 것에 뿌듯해하지만, 혹 세종대왕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세종대왕 전에 우리 민족이 무슨 말을 하고 살았을지 궁금해하지는 않았는지?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다는 한글의 구체적인 창제 원리는 무엇일까?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문화 속에 자리잡은 한글의 문화사적인 의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깊이 생각해 본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한글’이 ‘문화의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정작 한글을 쓰는 우리는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었다는 것 외에 그 이상의 무엇을 알고 있는가? 한글의 창제는 중세의 지적 혁명이며 충격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란 무엇이고 문자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통해 한글에 대해서 통찰한다. 한글 이전의 문자생활, 한글의 창제 과정, 마침내 한글이 한반도에서 ‘지(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과정, 나아가 그 미적 형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한글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뜯어 보았다. 일본에서는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음은 물론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며 3만 부 넘게 읽히고 있다. 이 책으로 저자는 2010년도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한글은 세계문자사의 기적이다

『한글의 탄생』은 단지 ‘한글’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수천 년 동안의 문자 생활 및 환경을 꼼꼼이 짚으며, 조선의 임금 세종과 학자들이 이 <쓰기>와 <언어>에 대한 얼마나 무서울 만큼의 이해력과 분석력과 창조력을 통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는지를 밝히고 있다.
한글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한글이 창제되기 전까지 동아시아에서 한자한문으로 글을 써 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한글’ 없이 한자한문만으로 글을 써왔던 15세기 이전의 한반도와 일본에서, 글을 조금이라도 잘 읽고 쓰기 위해 궁리해 낸 온갖 방법을 보여 준다. 이는 한글이 탄생하게 된 배경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자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까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재미있는 지점이다.
한자문화권의 반대편에는 서방에서 동쪽을 향해 흘러 들어온 ‘알파벳로드’가 있었고, 세종 또한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랍문자, 로마자, 몽골문자 등으로 가지를 치며 이어지는 이 ‘알파벳로드’에서 한글은 어떠한 영향을 받았고 통찰을 얻었을까, 그리고 어떤 모자람을 발견했을까? 이 광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시아의 동쪽 끝 한반도에서 태어난 한글이 세계문자사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서 있는 존재인지를 넓고 보편적인 시야에서 바라볼 수가 있다.

극적으로 펼쳐지는 한글의 창제 원리

저자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한글의 탄생’ 과정을 언어학적으로 재현한다. 귓가에 들려오는 자연의 말소리로부터 ‘음’의 단위를 추출해 내고, 이들을 각각 ‘자모’로서 형상화해 설계해 내는 그 과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정립된 갖가지 현대 언어학의 개념 이해에 이미 도달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저자는 특히 한글의 창제 과정을 과거에 벌어진 일로서 들려 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지금 이 순간 독자와 함께 새로운 문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한 듯 드라마틱한 시간 속으로 박진감 있게 인도한다. 또한 그 안에 동원된 정교한 언어학의 개념들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한글의 ‘과학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데 함께한다. 그리하여 ‘15세기 현재’까지 아무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최신 문자 ‘훈민정음’의 탄생 과정이 경이롭게 펼쳐진다.

문자의 탄생에서 ‘지(知)의 혁명’에 이르는 거대한 드라마

한글은 문자체계로서 훌륭하게 창제되었으나, 아직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한글의 진정한 완성은 그 문자가 실제로 사람들에 의해 문장이 되고, 글이 되고, 책이 되고, 글씨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세종이 가장 먼저 부딪힌 최만리의 유명한 상소가 담고 있는 진정한 의도를 풀어 내고 이에 대한 세종의 반론을 서술한 부분은 책의 압권이다.
이 책에서는 한글이 사람들의 손에서 문장이 되고 텍스트가 됨으로써, 단지 하나의 문자체계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지(知)를 뒤흔들어 놓은 존재로서 등장했음을 보게 된다. 나아가 저자는 붓과 종이를 통해 만들어진 한글의 서예법, 컴퓨터에서 구현되는 글꼴 등 물질적인 차원에서도 한글을 보며, 훈민정음이라는 독특한 문자의 미적 발전과 성취까지도 다루고 고민한다.
저자는 한글이 불러일으킨 이 모든 것이 ‘지(知)의 혁명’이었으며, 한글은 그것을 가능케 한 ‘지의 원자(原子)’였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을 바라보는 일본인 학자의 열정 어린 통찰력

『한글의 탄생』을 쓴 저자 노마 히데키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문체로 한글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인 한국어학자인 그는 언어와 문자의 보편에 이르는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을 최대한 풀어 전달하기 위해 곳곳에서 발휘되는 위트도 매력적이다. 이 책의 원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거의 모르는 일본어 화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다. 한글에 대한 기초적 소개에서부터 언어와 문자에 관한 전제까지 차근차근 풀어가는 내용은 일본의 독자에게는 ‘일본어의 세계를 다시 보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어권의 독자에게 이 책은 반대로 한국어와 한글을 다시 보게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한글이 자랑스럽고 우수한 문자라 말하지만, 저자는 이를 한반도 내의 민족주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더욱 더 크고 넓은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드라마틱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책은 그리하여 독자가 한글이라는 존재의 맥락을 더욱 보편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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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를 본뜬 형태만으로는 그림문자일 수는 있어도 문자가 될 수는 없다. 형태가 객체를 상기시킬 뿐, 말은 개재介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객체를 본뜬 형태는 객체를 일컫는 언어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비로소 문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자의 가장 원초적인 메커니즘인 <상형>에서는, <형形>이 <음音>을 불러일으... 더보기
nana35 2019-03-25 공감 (3) 댓글 (0)




책이 처음 나왔을 때(책에는 2011년 10월 13일에 구매했다고 되어 있다) 사놓고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두었었다. 전공이 국어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구매하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 전공관련 책들은 사실 손이 잘 안가더라. 그렇게 어딘가 던져두고 잊고 있던 책. 2학기 국어교과서를 보니 '국어가 걸어온 길'이라... 더보기
여름 2014-09-04 공감 (6) 댓글 (1)




현재 우리가 사용되고 있는 문자인 한글은 1446년에 반포된 훈민정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5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한글은 왠만한 테크놀로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였습니다. 한글은 모든 것이 한자와 한문으로 이해되던 당시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꾼 지식의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저자 노마 히데키는 문자학 및 언어학 이론을 바탕으로 지식으로서의 ... 더보기
착선 2013-12-11 공감 (6) 댓글 (0)



평점
분포

8.8







우리 문자인 한글에 대해 정말 자세히도 연구하고 글을 썼다. 일본 사람인데도 한글에 대한 경이스러움을 넘어 자부심까지...
소나무집 2012-10-13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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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2개준분 이런 개요서를 국내에서 제대로 내지 못한것을 오히려 반성해야합니다.
wincup 2011-10-18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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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로서 보자면, 아주 많이 새로운 내용을 찾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대중성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0423neo 2012-06-05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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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책. 이 한 권이면 어딜 가도 한국어의 탄생, 배경, 원리 등에 관하여 논리성을 갖춘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windwave21 2012-01-25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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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시선을 유난히 신경쓰는 한국인의 알량한 자존심을 치켜세워주는 그런 책인줄 알았다. 몇페이지만 읽어봐도 이런 예단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알게된다. 지식의 깊이, 독창성, 수려한 문체까지 최고다.
톨레레게 2012-01-1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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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히데키 <한글의 탄생>




책이 처음 나왔을 때(책에는 2011년 10월 13일에 구매했다고 되어 있다) 사놓고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두었었다. 전공이 국어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구매하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 전공관련 책들은 사실 손이 잘 안가더라. 그렇게 어딘가 던져두고 잊고 있던 책.



2학기 국어교과서를 보니 '국어가 걸어온 길'이라고 해서 '국어사'를 다루는 부분이 있었다. 소단원 (1)이 훈민정음에 대한 내용이고 소단원 (2)는 고대국어부터 근대국어까지의 모습을 살펴보는 단원이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자 집에 있던 첵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 '한글의 탄생'.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을 좀 찾아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참 쉽게 잘 읽히면서도 제법 재미있어 내리 계속 읽게 되었다. 우리가 내는 말소리에서 뜻을 나타내는 소리(음소 혹은 음운)을 구별하여 그것을 체계화 하고 형태를 부여하여 문자화 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리고 다른 문자와 비교하여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보인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일본인 저자가 일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해가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니 좀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우수하다고 하면 당연한 듯 생각하기 쉬운데 일본인 저자가 한글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연구한 다음 자신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해가며 그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으니 그 설득력이야 더할 말이 있을까?



다만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라 조금 더 깊은 내용을 기대했으나 대중적인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무엇이 그리 우수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나 혹은 영어가 더 뛰어나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외 사람들도 다 읽어보면 좋을 듯 하고.



읽고 나니 문득 세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글 창제 뿐만 아니라 그가 이룬 위대한 업적들을 생각하면 그가 가진 생각과 능력과 그 마음의 폭과 결이 얼마나 넓고 깊은 사람이었는지 가늠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능력과 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한글의 탄생, 그것은 문자의 탄생이자 지(知)를 구성하는 원자(原子)의 탄생이기도 하고, <쓰는 것>과 <쓰여진 것>, 즉 <에크리튀르>의 혁명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미를 만들어 내는 <게슈탈트=형태>의 혁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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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2014-09-04 공감(6)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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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한글은 그렇게 태어나 자라왔다








알맹이 이야기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는 김치 찌개는 이유없이 맛있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감성적인 요소가 그 이유일 거라고만 생각하며 자라왔지요.

그러다 언젠가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나 이모네 식구들이 어머니의 찌개를 맛있다고 해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우리 어머니 김치 찌개는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해주는구나.'

이런 느낌은 막연하게 느끼는 어머니 손맛에 대한 자부심과는 별개의 기쁨이지요.

이런 날의 느낌을 바탕으로 일류 요리사가 우리 어머니의 김치 찌개를 칭찬해준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우리 어머니 요리는 맛에서 이런 점이, 영양에선 저런 점이 좋은 훌륭한 요리라고 조목조목 말해준다면 그 때의 기분은 분명 아주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요리 용어가 사용된 평이 조금 어렵더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고, 그 평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굉장히 뿌듯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자 조금이라도 더 외우려고 하겠지요.

제가 이 책을 읽고 그러했듯이 말이지요.

책을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대상 독자가 언어학을 조금 알거나 관심이 있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자와 가나がな를 잘 모른다면 행간에 녹아있는 의미들을 모두 읽어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착실한 번역자들이 그 의미들을 읽어주려고 부단한 애를 쓰지만 저자에게서 직접 전달 받는 것과는 조금 다르니까요.

하지만 한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식을 보이는 저자가 한글의 탄생 비화와 변천 과정을 민족주의적인 호소나 과한 자부심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지적인 관점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글이 조금 어렵더라도 집중해서 읽어보고, 그 말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굉장히 뿌듯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자 조금이라도 더 깊게 읽게 됩니다.




한글이 감동적인 이유는 음을 형태로 가져오려했던 믿기 힘든 창의력과 치열한 노력 때문입니다. 훈민정음 해례가 담고 있는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본 떴다'라는 구절은, 음 자체를 문자로 상형화하여 쉬운 글을 만들어 내려는 지적 노력이며 그 창의적인 과정 자체가 무척 감탄스러운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창의성만큼이나, 한글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치열하게 만든 이유가 우리 민족 전체가 쉽게 지식과 지혜를 갖출 수 있기를 원했던 조상들의 선구적인 혜안과 노력에 대한 고마움과, 그 글을 가꾸고 지켜낸 조상들에 대한 은혜가 한글 안에 깊숙히 숨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맞춤법과 띄워쓰기가 어렵다고 불평할 것만 아니라 그런 고마움을 생각해서 더욱 바르고 예쁘게 쓰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책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껍데기 이야기

한글을 메타포로 정말 예쁘고 참신하게 표지가 나와, 표지를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전 언제나 깔끔한 표지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디자인되었다면 조금 빼곡해도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떼어서 보아도 이렇게 예쁜 기호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는데, 한글은 기호로선 예쁘진 않은 편이라고 생각을 왜 했었던 걸까요.

독창적이고 친숙한 디자인에 더 해 하얀색인데도 때가 잘 안타는 재질도 아주 마음에 드는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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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GOm 2013-01-02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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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59 한글의 탄생




책으로 삶읽기 359




《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10.9.







‘움직이다’의 어근인 ‘움직’을 이용하여 ‘동사’를 ‘움직씨’라고 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어 고유어의 조어력造語力은 놀라울 따름이다. (66쪽)




이러한 지식인들의 모든 ‘지知 = 앎’은 한자한문에 의해 형성되고 조직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225쪽)







《한글의 탄생》(노마 히데키/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을 읽었다. 한국에서 제법 읽힌 책이지 싶은데, 그리 새롭다 싶은 이야기는 흐르지 않는다. 이 만한 이야기는 그동안 한국 학자도 다 짚었다. 다만 이 만한 이야기를 짚은 국어국문학 책을 읽은 여느 사람은 드물었으리라. 거의 논문이거나 대학교재로만 나왔으니까. 여느 사람이 읽을 만하도록 한글을 다룬 책이라는 대목은 좋다고 할 만하지만, 번역은 시시하다. 일본 한자말, 일본 말씨, 일본 영어가 그득하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국은 고작 서른여섯 해 식민지살이를 겪었으면서도 제 말씨를 감쪽같이 잊었다. 한글을 빚은 놀라운 나라이면서, 제 글살림을 잊은 놀라운 나라인 셈이다. 더 헤아린다면, 우리가 이제부터 살필 대목은 ‘글’이 아닌 ‘말’이다. 옛책을 바탕으로 글살림을 파고드는 길은 퍽 쉽다. 이와 달리 먼먼 옛날부터 ‘여느 사람 누구나 널리 쓰는 말’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며 새로 일어설 만한가를 짚고 살피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태어난 한글”을 넘어 “태어난 한말”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반토막조차 못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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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8-10-24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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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 / 노마 히데키




"객체를 본뜬 형태만으로는 그림문자일 수는 있어도 문자가 될 수는 없다. 형태가 객체를 상기시킬 뿐, 말은 개재介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객체를 본뜬 형태는 객체를 일컫는 언어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비로소 문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자의 가장 원초적인 메커니즘인 <상형>에서는, <형形>이 <음音>을 불러일으키고, 그 <음>은 <주체 안에서 상기되는 객체>인 <의意>를 불러일으킨다. <형>도 <상기되는 객체인 의>를 떠올리게 하고, 그 <의>는 그 뜻을 일컫는 <음>을 불러일으킨다. 한자의 이러한 <형음의> 트라이앵글이야말로 언어음이 문자가 되는, 즉 <말해진 언어>가 <쓰여진 언어>로 태어나는 결정적인 메커니즘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훈민정음> 창제자들은 한국에서도 천여 년에 걸쳐 소중히 간직해 왔던, <상형>을 핵심으로 한 이 <육서의 원리>와 <형음의> 통일체라는 시스템에 결별을 고하였다."(88-9)




# 음소(音素, phoneme) : 단어의 의미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언어음의 최소 단위. 가령, '말/달/날/살'에서는 'ㅁ/ㄷ/ㄴ/ㅅ'이 음소이고, '말/물'에서는 'ㅏ/ㅜ'이 음소이다.




"<음소>를 탐구하는 언어학의 분야는 <음운론>(phonology)이라 불리며, 언어음 자체의 발음법이나 물리적 성질 등을 연구하는 <음성학>(phonetics)으로부터 독립했다." "문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의 모든 음소를 확정하고, 각각의 음소에 하나씩 자모字母로서의 형태를 할당해 주면 된다. 문자의 평면에서 서로 다른 자모는 음의 평면에서도 다른 소리가 되며, 그것이 각각의 의미를 구별해 주는 것이다. 놀랍게도 15세기의 <훈민정음>은 언어학이 20세기가 되어서야 마침내 조우한 <음소>라는 개념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한편, 발음하는 단위로 언어음을 나누면 <음절音節>이라는 단위를 추출할 수 있다. 한국어로 예를 들면 '어머니'라는 단어는 한국어 모어화자라면 모두 '어·머·니'라는 3개 단위로 분절하여 발음한다. 아무도 '엄·언·이'처럼은 발음하지 않는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어·머·니'라는 3개의 단위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이 <음절>이다."(144)




"<정음>은 언어음을 내는 사람의 음성기관의 모양을 <상형>했다. 왜? 다름 아닌 그 <음>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요컨대 <정음>은 <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을, 그 발생론적인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형태>를 찾고, 보이는 형태로 <상형>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형태로 <상형>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창제자들은 <정음>의 근원, <음>이 <형태>를 얻는 근원을 그렇게 규정하고 그렇게 선언하고 있다."(158) "소쉬르는 언어의 근본원리로서 <선조성線條性>을 제2원리로, <자의성恣意性>을 제1원리로 보고 있다. 언어음이 나타내는 의미와 소리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적 관계도 없으며, 이는 순전히 자의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유일한 예외가 오노마토페이다. 개 짖는 소리는 '왕왕', '멍멍', '바우와우', '바우바우' 등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언어의 음과 의미의 관계는 자의적이다. 오노마토페를 제외하면. 그리고 문자와 음의 관계는 자의적이다. <훈민정음>을 제외하면."(160-1)




# 오노마토페 : 의성의태어




"『훈민정음』은 종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終聲(종성)은 復用初聲(부용초성)하니라.' 종성은 다시 초성을 사용한다." "먼저 음절의 첫 자음 또는 제로 자음, 즉 초성을 분리한다. 이것은 중국 음운학이 이미 한 일이다. 성모聲母(initial)가 그것이다. 단 중국 음운학은 여기에 게슈탈트(형태)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런 다음 남은 부분 중에서 모음마저 떼어내지 않으면 종성은 단위로서 추출할 수 없다. 모음과 종성을 추출하는 음성학적 차원의 관찰과, 그것을 음소로 다루는 음운론적 차원의 사고가 없다면, 종성은 추출할 수 없고, 하물며 그 종성에 게슈탈트를 부여할 수도 없다." "종성자모로 초성자모를 사용한다는 이러한 생각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정음>의 창제자들은 이론 무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초성이 종성이 되고 종성이 초성이 되는 것은, 음이 양이 되고 양이 다시 음이 되는 이치에 근거한다는 식으로 말이다."(167-8)




# <게슈탈트> = <형태> = 개개의 요소로 환원해서는 얻을 수 없는, 지각상知覺上의 총체로서 통합된 모양




라틴문자나 키릴문자와 달리 "<정음>에서 자모는 아직 하나의 <글자>가 아니다. 자모는 설명을 위해 자모 자체를 표기할 때 이외에는 그것만으로 쓰여지는 일은 없다. 자모는 어디까지나 글자를 구성하기 위한 유닛일 뿐이다. <자모≠글자>, 요컨대 자모는 원자原子요, 글자는 분자分子이다. 이들 자모의 유닛을 조합해서 하나의 글자 유닛을 완성한 후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음이 하나의 자모인 <단음문자單音文字>라는 성격과, 하나의 음절이 하나의 글자라는 <음절문자音節文字>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문자체계가 완성된다. <단음=음절문자> 시스템의 성립이다." "<훈민정음>은 음의 평면을 다시 <음소의 평면>과 <음절의 평면>이라는 두 개의 층으로 계층화하여 바라보고 있다. 음의 평면을 두 개의 층으로 계층화한다. 그 계층화는 문자의 평면에서도 게슈탈트상으로 두 가지 층위를 구별하는 동시에 통합하는 표기 시스템이다."(179-80)




"음의 최소 차원에 있는 음소에 하나의 자모를 부여하고, 음소가 합쳐진, 음의 더 고차원적 레벨인 음절에, 자모의 결합체로서 하나의 글자를 부여한다. <음소=자모>를 조합해서 <음절=글자>를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단음=음소>의 배열을 나타냄과 동시에 음절이라는 단위의 <외부 경계>뿐 아니라 음절의 <내부 구조>도 나타낸다. 'ㅂ'p, 'ㅏ'a, 'ㅁ'm과 같은 단음문자 유닛(음소의 평면)과, '밤'pam과 같은 음절문자 유닛(음절의 평면)이 음소와 음절 각각의 층에서 <형태>로서 위치를 차지한다. 동시에 <음소의 평면>과 <음절의 평면> 두 가지 층의 표현 방법 면에서도, 그 두 층을 꿰뚫는 단음문자 유닛만으로 두 층의 <형태>가 성립하는 경제적인 구조이다. 게슈탈트로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ㄱ', 'ㄴ', 'ㅏ', 'ㅗ' 등 단음문자 유닛뿐이며, 음절 유닛을 나타낼 별도의 게슈탈트를 기억할 필요는 없다."(181)




"<음>을 해석하고 여기에 <문자>라는 형태를 부여할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 음운학에서는 음의 높낮이인 <성조>까지 '운모'韻母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모음이니 자음이니 하지만 실제로 <음>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음에는 <높낮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음의 높낮이>는, 언어에 따라서는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 버리는 기능을 한다. 현대 베이징어에서는 음절 내부에 있는 음의 고저가 단어의 의미를 구별한다. 그것이 성조이다."(191) 15세기 한국어에서 "고저 악센트는 중국어의 성조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용어를 써서 '평성'平聲, '거성'去聲, '상성'上聲으로 구별된다." "<정음>은 이런 악센트의 구별을 문자의 좌측에 점을 찍음으로써 형상화하였다. 해례본에 이르기를,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쳐서 소리를 낸다. 왼쪽에 점을 하나 찍으면 거성이요, 점을 두 개 찍으면 상성, 점이 없으면 평성이다'라고 하였다. 이 점은 오늘날 <방점傍點>이라고 불린다."(196)




# 첫 자음 : 성모聲母 / 나머지 요소 : 운모韻母




# 평성 : 가장 낮은 음 / 거성 : 가장 높은 음 / 상성 : 처음은 낮고 나중은 높은 음




"언어학에서는 의미를 가지는(실현할 수 있는) 언어음의 최소 단위를 <형태소形態素>(morpheme)라고 한다." "영어의 'playing'과 'dancing'에서 {play}와 {dance}는 어휘적인 형태소이고, {-ing}은 문법적인 기능을 하는 형태소이다."(203) "<정음>은 <초성+중성+종성>을 하나의 <형태>상의 단위로 묶는 입체적인 구조로, 음소의 평면과 음절의 평면 그리고 형태음운론의 평면이라는 세 가지 층을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211) "문자체계가 형태음운론적인 표기를 채용한다는 것은, 문자가 음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문자의 <형태>가 의미와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즉 '밥'이라는 <정음>의 한 글자가 나타내는 단위가 음절인 동시에 형태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명 음을 표현하던 글자가 언제부터인지 형태소를 나타내는 글자가 되고, 사실상 단어를 나타내는 글자라는 성격까지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221)




# <정음>의 3층 구조

1 [음운론의 평면] ㅂ ㅏ ㅁ ㅣ(pami)

2 [음절구조론의 평면] 바 미

3 [형태음운론의 평면] 밤 이




# 형태음운론적 표기 : 음의 평면에서 음절 구조의 변용(종성의 초성화)이 일어나더라도 형태소를 만드는 음의 <형태>를 문자의 평면에서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는 표기법




최만리가 상소문에 쓴 "<용음합자用音合字>는 <음을 사용하여 글자로 합친다> 혹은 <음을 이용하여 글자를 만든다>, <음에 의거하여 글자를 합친다> 정도로 풀이하면 좋을 것이다. 요컨대 음으로써 글자를 만드는, 즉 음을 나타내는 자모字母를 조립해 문자를 만든다는 그런 방법은 모두 옛 사적事績을 어기는 것이며 옛부터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용음합자>라는 것은 예부터 지구상의 어디에도 없었다. <정음>처럼 완성된 형태로서의 형태음운론적인 알파벳 시스템은 중국 대륙에도 없었고 지중해에도 없었다." "<정음>의 사상을 <용음합자>라는 간결한 구절로 파악하고 있는 최만리의 안목은 정확하다. 최만리와 사대부들은 단순히 사대주의 사상 때문에 <정음>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름 아닌 <용음합자>라는 사고방식 그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의 형태뿐만 아니라 문자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 자체를 향한 이의이다."(240-1)




# 用音合字 盡反於古 (음에 의거하여 글자를 합치는 것은 모두 옛것을 거스르는 일이옵니다.)




"<정음>은 세포여야 하는 하는 문자를 분자分子 단위로 해체해 버린다. 나아가 분자는 원자原子로 해체된다. 당연히, 분자는 음절이고 원자는 음소이다. 의미가 되는 세포를 분해해 나간다. 분자로, 원자로. 『훈민정음』은 "글자는 반드시 합쳐져서 음을 이룬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글자는 반드시 합쳐져서 음을 이룬다"니? <문자=한자>란 유기적으로 하나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것 자체가 음을 이룬다. 문자란 합치거나 떼어내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음>은 살아 있는 유기체인 문자가 무기적인 요소(element)로 해체되어 있질 않은가. 그런 일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최만리를 비롯한 사람들은 이렇게도 생각했을 것이다. 쓰여진 역사가 존재한 이래, 우리는 그러한 세포를 단위로 살아왔다. <사고思考>란 그러한 세포를 단위로 생각하는 것이고, <쓰는 것>이란 그러한 세포를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키우는 것이다." "성리학의 에크리튀르야말로 그 궁극적인 형태인 것이다."(244)




# 에크리튀르 = <쓰는 것> <쓰여진 것> <쓰여진 지知>




"최만리를 중심으로 한 사대부들의 이러한 한자한문 원리주의에 대응해,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파의 이데올로그인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후서後序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有天地自然之聲이면 則必有天地自然之文이니라" (천지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다.) 이 땅에 <글>이 있음은 이 땅의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국 황제를 초월한 <천지 자연>이며 이 땅에 이 땅의 에크리튀르가 있는 것은 천지 자연의 이치이다."(247) "그리고는 괄목할 만한 다음의 언설에 이른다. "雖風聲鶴戾와 鷄鳴狗吠도 皆可得而書矣니라"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의 울음소리, 개가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써서 나타낼 수 있다.) 온갖 살아 있는 것의 <소리>를 쓰기, 한자한문이 쓸 수 없었던 조선어의 오노마토페를 <정음>이 쓰기. 그것은 <정음>의 창제자들에게는 한자한문을 뛰어넘기 위한 결정적인 목표였을 것이다."(251-2)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가 있다. <말해진 언어>는 <쓰여진 언어>보다 앞서 실현되는 것이다. <말해진 언어>가 <쓰여진 언어>가 될 때, <음>의 모든 리얼리티는 사라진다. <쓰여진 언어>에는 말하는 속도도, 강약도, 높낮이도, 인토네이션도 없다." "<말해진 언어>는 언어 그 자체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상호 작용 안에서 만들어진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두 가지 선율로써 생기는 듯한 대위법對位法적 구조를 보여 준다. <말해진 언어>는 결코 한 사람의 발화의 연속으로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쓰여진 언어>는 그러한 대위법적인 구조를 상실하는 반면, 시각적인, 그리고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때로는 촉각적이기도 한 <텍스트라는 쓰여진 총체>가 하나하나의 말을 규정하고 제약하고 하나하나의 말이 <텍스트라는 쓰여진 총체>를 만드는 양상을 보인다.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의 차이를 묻는 것은 언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일이다."(258-9)




『용비어천가』 2장에 이르러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전면적 <정음> 에크리튀르의 탄생을 본다. "한자漢字를 한 글자도 포함하지 않은 텍스트, 한자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왕조의 송가頌歌를 소리 높여 부르는 서사시의 한 장, 단어의 리스트가 아니라, 내적인 연결과 동적인 전개를 가지는 문장(sentence)이자 글(text)인 <쓰여진 언어>. 그곳에서 <나·랏:말싸·미> 약동한다. "소리에 따랐기에 음은 칠조七調에 맞는다." 방점傍點으로 나타나는 선율과 함께 조선어로 연주되는, <바람에 흔들림 없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이라는 음양의 암유暗喩는 우리 누구나가 지금 처음으로 체험하는, 한국어의 청초하고도 힘이 넘치는 선율이다. 천년의 시간을 겪으며 한자한문에 가려졌던 이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지금 샘물과 같이 넘쳐 솟아나는 이 땅의 말인 것이다." "이것은 역사 속에서 일찍이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한국어의 <쓰여진 언어>였다."(264)




# 『용비어천가』 2장 : 한자를 한 글자도 포함하지 않은 텍스트를 형성한 <정음> 에크리튀르의 탄생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후서後序에서 "모양의 본떴으되 자字는 고전古篆을 따랐다" (象形而字倣古篆)라고 했다. <정음>은, 발음되는 모양을 본뜨고 글자는 고전(옛 전서)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만리는 "글자의 형상은 비록 옛 전문篆文을 본떴을지라도 음音으로써 글자를 합하는 것은 모두 옛것에 어긋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篆文이란 중국 전국시대의 전서인 대전大篆과 그것을 간략화한 진秦나라의 소전小篆을 총칭한 것으로, 사실상 소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실린 <정음>의 자획字劃이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등과 비교할 때 전서와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字倣古篆' 즉 '글자는 고전을 본떴다'라는 언급에 관해서는, 문자의 게슈탈트를 전서에서 가져왔다기보다는 한 획 한 획의 자획에 대해 전서를 본떴다는 편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혹은, 널리 한자의 고체古體를 총괄하여 대표적으로 '고전'을 들었을지도 모른다."(321-2)




"서양 인쇄술에서는 로마자 'I'의 처음과 끝 부분에 들어가는 장식을 <세리프serif>라고 한다. 로마자 극한의 서체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는 트라야누스 황제의 비문에서는 이 세리프가 형태상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세리프가 없는 서체를 상세리프sans serif라고 부른다. '세리프 없음'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고싯쿠'Gothic체라는 것은, 이렇게 장식 없이 직선으로 이루어진 상세리프 계통의 서체를 말한다. 이 명칭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고딕체'라고 불린다. 정음의 자획은, 전서와 비슷하다고는 하나 붓으로 생기는 돌기가 없는, 거의 완전한 상세리프체 즉 고딕체이다. 기필起筆도 종필終筆도 없어─기필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직선이기에─붓으로 쓸 수 있는 모양이 아니다. 전서는 붓으로 쓰는 서체인 데 비해 정음의 자획은 완전히 붓 쓰기를 거부한 형태이다. 갈고리나 삐침도 부정하고, 두 글자 이상을 이어서 쓰는 <연면連綿>도 부정한다."(326-7)




"붓에 의한 선은 정신성과 지知, 끊임없는 수련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그 <형태> 역시 정신성이나 끊임없는 수련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것이 한반도의 문자사를 관통하는 원리였다. 그러한 가운데서 한자는 마치 살아 있는 세포와 같은 존재였다. 한자의 <형태> 역시 살아 있는 정신성을 묻는 것이었으며, 인간의 눈과 손에 의한 수련을 묻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한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묻는 <형태>이다. 이에 비해 정음은 그 세포를 음절이라는 분자로, 그리고 음소라는 원자로 해체하였다. 정음의 구조 자체가 그런 로지컬한 지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논리적인 지에 걸맞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요구된다. 정음의 <지>는 원자인 자모를 조합하여 완성되는 분자 구조로서, 나아가 텍스트 속에서 움직이는 동적인 분자구조로서 출현하였다. 그것은 한자의 정신성과 결별하고 정음 <형태> 자체에 새로운 <지>를 당당히 각인한 일이었다."(331-2)




# 궁체 : 신체성을 얻은 정음의 아름다움




"문자란,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의 결과물이다. 로제타스톤이든 광개토대왕비든, 파피루스든, 갑골이든, 서적이든, 그것이 단편斷片이든 전체든, 문자란 항상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자란 항상 과거에 이야기된 역사, 히스토리에Historie이다. 문자란 그것을 읽고 이해하는 자에게, 이야기된 무엇인가를 과거에 이야기된 것으로 읽게끔 한다. 이에 비해 『훈민정음』이라는 책은, 그것을 펼쳐 읽는 이에게 문자의 탄생이라는 원초原初 그 자체를 만나게 하는 장치이다. 문자를 읽는 이에게 <읽기>라는 언어장言語場에서 그 문자 자신의 원초를 경험하게 하는 장치이다. 물론 『훈민정음』 역시 과거의 책이며, 과거의 역사이다. 그러나 그 책을 <읽는> 순간 그곳에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이야기된 역사는 아니다. <음이 문자가 된다>는, <말이 문자가 된다>는 원초가 항상 읽는 이 자신에게 <지금 이곳에서> 사건으로서 생겨나는(geschehen) 역사, 즉 게쉬히테Geschichte이다."(356-7)




# 한글 발전의 시대구분(이윤재, 1933)

1. 정음시대(창제기) : 세종 28년(1446)~성종 대까지 50년간

2. 언문시대(침체기) : 연산군 대~고종 30년(1893)까지 400여 년간

3. 국문시대(부흥기) : 갑오개혁~경술년(1910)까지 17년간

4. 한글시대(정리기) : 주시경의 한글운동~현재까지 20여 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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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35 2019-03-25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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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일 , 소리 형태를 얻다




완유세설령 - 내 블로그 이름이자 내 방이름이다 - 에 들어 앉은지 일 주일이 지나고 있다. 산책을 하고 뒹글거리다 심심해져서야 책 한 장 읽는다. 책을 읽기에는 날씨가 좋았고 꽃들은 더 화사했다. 흰색과 붉은색 보라색 노란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탓에 꽃 따라 다니르라 글 한 자 볼 여가가 없었다. 꽃이든 계절이든 한 철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절정의 순간에 절명하는 묘리를 수천년 혹은 수만년의 생을 통해 체득한 모양이었다. 꽃이 시드니 다시 칩거한다. 꽃 무더기의 죽음을 맞았을 때 나는 생명 없는 것이 생명을 가지게 되는 비의(秘意)를 파헤치는 책을 읽고 있었다. '<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노마 히데키라는 분이 쓰신 일본인을 위한 한글 교양서라고 들었다. 일본인을 위해 일본어로 쓰였다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 점이 재미있다. <한글의 탄생>은 아시아 태평양상 대상을 수상한 책이다. 발행부수가 약 400만부 정도 된다고 역자 후기에 써 놓았다. 부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인문 교양서의 1쇄 발행부수는 초라하기 기지없는 숫자다. 그나저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니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노마 히데키는 훈민정음의 탄생을 말하기 전에 맹아가 싹트던 시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어사에서 음독과 훈독 순독과 역독 구결과 이두까지 찬찬히 설명해 둔 부분이 가장 먼저 자리 잡는다. 언젠가 성경 책을 읽다가 도저히 읽히지 않아 덮은 기억이 있는데 예수의 족보를 읊는 대목이었다. 근원을 찾아서 다시 내려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 문자의 기원을 찾고 만들어지기까지 중첩된 시간과 인식을 기술하는 것도 이와 달라보이지 않는다.



읽으면서 일반 교양서적의 테두리는 벗어나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했다.일반 언어학을 익힌 적이 있는 일반 교양인에게는 쉬울 수도 있겠다. 쉽게 풀어 쓴다고 썼으나 접해보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경한 것들이 지뢰처럼 깔려 있었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뢰를 헤치고 나아가야 앎에 대한 쾌감이 증폭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계속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소리가 있었고 훈민정음이라는 문자체계가 완성되기 전까지 한자의 영향권 아래에서 지내다가 소리가 형태를 얻게 되는 것이 훈민정음의 창제다. 한반도 우리의 소리가 우리의 형을 가지게 된다. 무형이 유형화 되고 유형화된 것은 고착되게 마련이다. 무형에서 유형이 되는 것 또한 찰나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유형의 것이 고착되어 널리 쓰이는 것 또한 찰나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긴 시간을 견뎌낸 문자체계 훈민정음은 주시경 선생에 의해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오늘에 전해지고 한반도에서 쓰인다. 소리가 형태를 얻어 영원히 살게 되었다.



태어나면서 체득해서 쓰고 있는 모어화자들은 자신들의 문자언어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지 못한다. 원래 가진 것을 눈여겨 볼 사람은 없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동경할 따름이다. 영어를 일본어를 중국어를 동경한다. 그러나 자신의 모어는 따로 배우려 들지 않는다. 노마 히데키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이지만 한글에 대해 공부했다. 책을 썼다. 읽히는 책을 썼다. 한반도에 날고 긴다는 한글학자들이 있다. 노마 히데키가 어깨를 비견할 수 없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노마 히데키만큼 글로써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딱딱하지 않고 유려하고 부드럽다. 이 책이 다른 언어학 교양서와 다르게 읽히는 이유다. 가장 사소한 차이이면서 가장 큰 차이다. 좀 더 과하게 말해보자면 얼치기 국어학 박사의 논문보다 더 재미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한반도에서 한글을 노마 히데키처럼 설명하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는 것일까?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예전에 <말하는 꽃 기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엉망이었다. 기생을 한 쪽으로만 평가했고 창기만을 주로 썼다. 인문 교양서가 아니라 인문 가십서였다. 이 또한 한국인이 쓰지 않고 일본인이 썼다. 왜곡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은 걱정했다. 왜곡된 시선은 없는가 조심스레 읽었다. 다행히 왜곡되고 편향되지 않은 읽을만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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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인 2012-04-1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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