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8
03 <통일죽비> 송두율과 황장엽 - 통일뉴스
<통일죽비> 송두율과 황장엽 - 통일뉴스
<통일죽비> 송두율과 황장엽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03.12.11
9일 저녁 비슷한 시간에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와 프레스센터에서는 각각 상반된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조촐하고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다른 하나는 요란스럽고 축제 분위기였다. 전자는 27년만에 고국에 왔다가 구속기소된 송두율(59) 교수의 석방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였고, 후자는 1997년 망명한 황장엽(80)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저서 출판기념회와 (사)민주주의 정치철학연구소 출범기념식` 행사였다.
◆ 이 두 행사는 몇 가지 점에서 극도로 대비된다. 참석자 면면에서도 `후원의 밤` 행사에는 백기완, 김세균, 홍세화, 권오헌, 한상렬 등 진보적 인사들인 반면, `출판기념회` 행사에는 김영삼, 이인제, 이수성, 박 홍, 강인덕, 조갑제, 이문열 등 국내 수구우익 인사가 총출동한 듯했다. 축사에서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송 교수를 구하기 위해 `돌빔`을 하자"고 격려했고 김영삼 전대통령은 "황 선생은 진정한 애국자다"고 칭찬했다.
◆ 그전에야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5년전 소송사건과 연관돼 있다. 황 전비서가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자에서 송 교수를 `김철수라는 가명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지목하자, 이에 송 교수가 1998년 10월 명예훼손에 따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묘하게도 검찰측의 송 교수 구속기소 사유에는 그 핵심이 `후보위원` 건이고 곁가지로 우습다 못해 유치하게도 사기미수 혐의(황장엽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던 사실)가 덧붙여 있다.
◆ 두 사람의 보다 직접적인 연관은 `주체사상`이다. 황 전비서는 세칭 `주체사상의 대부`로 통하며 북한에서 주체사상 선전 업무를 맡았고, 송 교수는 검찰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주체사상 전파` 등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처지가 명확히 갈라진 것은 남한에 오면서 취한 태도 때문이다. 모두가 주체사상과 연관되어 있기에 남측의 국가보안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향의 유무였다.
◆ 황 전비서는 `망명`을 택했으며 송 교수는 `경계인`을 택했다. 전자는 전향으로, 후자는 비전향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황 전비서는 신변보호까지 받으며 국책연구소의 이사장을 지내고 미국행도 하고 지금 새로운 연구소도 출범시켰다. 그러나 송 교수는 기약없는 차디찬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한파가 몰아치는 <한국 2003년 겨울>의 이러한 살풍경을 단순히 후대의 역사적 평가에만 맡겨야 할까?
Subscribe to:
Post Comments (At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