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6

김수련 | 대구 코로나 간호사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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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련
8 April at 19:39 ·

대구 코로나 간호사의 목소리.

 1:간장에 조린 간호사들

저는 3월 초에 서울에서 대구로 파견을 자원해 한달간 일하고 돌아온 간호사입니다. 집이 낯설고 아무 일 없는일상이 당황스럽습니다. 남겨두고 떠나온 다정하고 선량한 대구 분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요. 어떤 고난에도 여러분들이 삶이 온전하기를, 지극히 평안하기를 빕니다.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밥은 잘 먹었습니다. 대구 전역에서 많은 분들께서 끼니마다 먹을거리를 양껏 보내주셔서 더치커피도 마시고 따뜻한 삼계탕도 먹고 영양 가득한 도시락도 잘 챙겨먹었습니다. 홍삼도 먹고 아로니아도 먹고 귤도 사과도 토마토도 먹고 하여간 먹는 건 고루 잘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먹은 것들은 시민분들의 우려와 걱정인 것을 잘 압니다. 꾸역꾸역 잘 챙겨먹고 보무도 씩씩하게 들어가 일도 걱실걱실 했습니다. 건강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매스컴에서 간호사들의 모습을 숱하게 보셨을 거에요. 방호복을 입거나 땀에 절었거나 얼굴에 뭘 덕지덕지 붙인. 그렇지만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긴 시간 환자와 접촉하고 있고 매일같이 온갖 드라마들이 펼쳐지는데, 이상하게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아요. 그저 그 겉모습만, 그 고생의 외양들만 눈에 띌 뿐 우리 목소리는 음소거 처리한 영상처럼 잘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얘기를 하고 싶어요. 속에 옹골차게 차오르지만 내뱉지 못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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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일하셨나요?”

저는 대구의 코로나 지역 거점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병원의 모든 환자는 코로나 확진자입니다. 경증환자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악화되는 환자는 매우 빠르게 악화되어 중환자가 좀 문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병원의 입구는 몇개를 제외하고 모두 폐쇄되었어요. 제가 본 건 두갠데, 하나는 물이나 도시락을 넣는 통로로, 물품이 들어올 때만 열려요. 남은 하나는 의료진이 출입하는 통로로 환자가 한명 탈출한 후에 잠금장치가 생겼습니다.
고친 외양간 정문이라고 볼 수 있죠!
병원은 전체가 오염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의료인력, 보조인력들은 병원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레벨 D 보호복과 PAPR을 착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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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D 보호복과 PAPR 은 뭔가요?”

---보호복.
보호복은 ABCD 다 있는데 기회되실때 검색해보세요. 웃기게 생겼으니까! D에서 A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걸 막을 수 있고, 단계가 높을수록 더 아오오니같이 생겼어요.
레벨 D 보호복은 뉴스에 많이 나오는 그 하얀 옷입니다. 바이러스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환자 접촉 전에 필수적으로 입게 됩니다. 두꺼운 비닐같은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입는 방법은 이래요. 장갑을 끼고, 상하의가 하나로 된 옷을 입은 후 지퍼를 잠그고 지퍼 위로 테이프를 붙입니다. 같은 재질의 덧신을 신고 고정한 후 손에 장갑을 하나 더 끼고 테이프로 고정합니다. N95마스크를 착용하고, 여러분들께서 많이 보신것처럼 고글을 끼고 후드를 써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게 정리합니다.
사진에 이마와 코, 뺨에 뭘 덕지덕지 붙인 간호사들을 많이 보셨을텐데, 고글이 모두의 얼굴에 잘 맞지 않기때문에 밀착시키다 보면 이마와 코를 압박하고 그 상태로 두시간 넘게 일하면 상처가 납니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 밴드와 폼드레싱들을 붙여요. 물론 그래도 상처가 납니다.
이 옷은 입는것보다 벗는 게 더 힘듭니다. 일단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였으니 떼 가며 벗어야 해요. 외부에 묻은 오염물질이 묻지 않게 잘 까뒤집어서 벗어야 하는데 아주 신중해야 하고 공이 많이 듭니다. 옷 벗다가 머리카락 닿아서 알콜로 빨래하는 사람들 많아요. 일을 마친 후 피로하고 집중력 떨어진 상태에서 보호복을 벗는 일은 꽤 성가신 일이지만, 물도 한모금 못마시고 샤워실로 직행하고 싶지않으면 이악물고 폭탄제거반들처럼 한땀한땀 신중하게 벗습니다.
물론 이 옷을 입고 일하는 것 역시 힘듭니다. 온 몸을 빈틈없이 감싸는 통풍이 안되는 옷이니 땀이 뻘뻘 나고 고글에는 김이 서려 앞도 잘 못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옷을 입고 두시간 넘게 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오늘만 일할거라면 할 수 있겠지만요, 아니면 체력이 버텨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의료진들은 두시간씩 일하고 교대합니다. 그래도 봉두난발에 땀범벅이에요. 지금은 날이 따스해 좀 나아졌지만, 3월 초중순만 해도 옷을 탈의한 후 흠뻑 젖은채로 추위에 노출된 동료들이 감기에 잘 걸렸어요.
지금도 이 옷을 입는 분들은 더위와 싸워야 하고, 끝나면 추위를 탈거고, 약한 탈수가 올 거에요. 물을 마시고 옷을 입으면 화장실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일하러 가기 전에는 물도 많이 마시지 못합니다. 아니면 싸서 말리던가.
급똥이 오면 몰라요 난 몰라... 싸서 말…
나중에 가서는 물도 그냥 막 마셔요. 그게 어차피 땀으로 다 나오기때문에 마렵지도(?) 않아요. 좀 지려도 (??) 어차피 다 젖었는데 티도 안날것같기도 하고. 제가 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PAPR.
PAPR은 상황이 좀 낫습니다. 뭘 뒤집어쓰고 머리 뒤에 호스를 단 의료진들을 사진에서 종종 보셨을거에요. 허리에 매달린 기계가 필터에서 정화된 공기를 뿜어주고, 후드 내를 양압으로 유지해 줍니다. 다행히 이걸 쓴 사람들은 레벨D만 입은 사람보다 훨씬 시원해요! (안덥다는 말은 아님)
단점이라면 귀와 머리가 소름끼치게 시리고 후드 때문에 소리가 잘 안들립니다. 청진기는 당연히 못쓰고요. 위관이 잘 들어갔는지, 폐가 어떤지 그런건 그냥 엑스레이로 봐야합니다. 소리가 영 안들리니 전화로 대화가 안 돼서 스피커를 켜놓고 서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나오면 목이 쉽니다. 의료진끼리 서로 소리 박박 지르고 아주 가족오락관이 따로없습니다.
저희가 이 안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것입니다.
'뭐라고요?’
'안들려요!'
또 허리에 매달린 기계가 무겁습니다.. 벨트는 꽉 조여지지 않아서 헐렁하고 그러면 더 무겁습니다. 항상 허리가 아파요.
중환자실만 PAPR을 착용합니다.
중환자실은 간호사가 모든 시간 환자 옆에 밀착해 간호해야 합니다. 노출시간이 병동보다 길고, 비말이 튀는 작업, 예를 들면 기관삽관에 참여하거나 앰부 백을 짜거나 석션, 구강간호 등을 해야 하는 일이 잦습니다. 때문에 보호를 위해 반드시 착용합니다.
모두가 착용하면 좋겠지만 수량이 많이 없어요. 후드도 수량이 없어서 원래는 1회용이지만 그냥 쓰던걸 알콜로 박박 빨아서 다음에 또 씁니다.

---보호복 입고 업무하기
보호복을 입으면, 만사가 갑자기 몹시 버거워져요. 모든 처치가 느려집니다. 라텍스 장갑을 두개 끼고 환자의 정맥을 느끼는 일은 제법 난이도가 높습니다. 또 정맥주사를 잡았다고 치면, 장갑에 덕지덕지 들러붙는 테이프를 한 손으로 주삿바늘을 고정한 채 잘 떼다 붙여야되는데 죽을 맛입니다. 밥알로 공기놀이 하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환자의 몸에 들어간 모든 관이나 상처들에 붙인 드레싱들도 다 접착력이 있는데 그것들이 장갑을 너무 사랑해요… 자꾸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데 장갑이 성할 리 없겠죠. 테이프떼다 장갑에 구멍이 나면 하나 더 낍니다.
세상에, 장갑 세개 끼고 정맥주사를 놓으라니 그것 참 쇠젓가락으로 메추리알이 집히는 확률이더라구요! 시야도 좁고 손은 둔하고 옷이며 장갑이 어디 자꾸 끼고 PAPR 이 달린 허리를 어디 박으면 안되고 덧신이며 발아래 온갖 전선이며 물건들이 우리를 위협하죠. 평소와 같은 일을 해도 시간은 두배로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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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점들이 또 있나요?”

---쉬는 날
처음에는 열흘씩 쉬는 날이 없는 분도 계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쉬는 날이 좀 나오고요.
저와 제 동료들은 쉬는날이 거의 일주일에 하루 꼴로 있었어요. 한달 내내요. 교대근무를 하면서 쉬는날이 이렇게 나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상상하기 힘드실 거에요. 그냥 엄청 힘들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동료는 7일동안 연속근무를 했죠. 외국인 노동자한테도 이렇게는 못시킨다던 그 친구는 8일째도 근무가 배정된 걸 보고 결국 수간호사 선생님과 여기가 필리핀인지 방글라데시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좀 하고 오프를 받았습니다.
번표는 매일매일 쪽번표가 나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출근여부를 저녁 8시에야 알 수 있을 때도 많아요. 하도 사람이 들고나는데다 사람 수는 적고 번표 짜기가 어렵다보니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일 계획이라는 게 없죠. 그냥 자고 먹고 언제든지 일할수 있게 준비합니다.

---숙소
초반에는 사람들이 장례식장에서 자고 그랬어요. 그냥 간신히 먹고 자고 몸 뉘일 공간 확보만 하는거죠. 지금은 모든 간호사들이 원하면 호텔로 숙소를 제공받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먹고자고만 하지만요. 그래도 아주 다르죠.
숙소문제는 코로나 환자를 보는 병원들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숙소들을 안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병원들에서 요구에 못이겨(?) 병동을 하나 비워서 의료진 숙소로 제공합니다. 보호구를 착용했기때문에 따로 격리는 필요없다고들 하지만 아기가 있고 가족들이 있는 의료진들에게 그냥 집에 가라는 말은 불안할수밖에 없어요. 간호사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들에서 왕왕 항의가 들어오는 것만 봐도 간호사들은 피가 마릅니다. 차출이든 자원이든 누구라도 자신의 일로 가족에게 일말의 위험이라도 간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물품
물품공급은 아직도 애로사항이에요.
아주 기본적인 물품인 석션용품, 생리식염수, 카테터나 알콜솜 손소독젤 장갑, 체온계캡. 기저귀나 시트, 물티슈, 심지어 여긴 중환자실인데 심장 제세동기랑 E-cart 물품... 이런물건들은 제가 처음 왔을 때 찾아헤매다 당황스러운 장소에서 발견한 것들이에요. 얼마 되지도 않는 간호사들이 수해지역 개 찾으러 다니는 중늙은이처럼 더듬더듬 체온계 캡이며 혈당측정기며 수액 주사기 등을 찾아 헤매 다녀야 했어요.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아졌구요.
환자 중증도가 올라가면서 필요한 물품도 많아졌지만, 수량이 부족하고 급하다 보니 두는 장소나 정리가 엉망진창이 돼버립니다. 그걸 정리하고 인계하고 나가기엔 두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구요. 정리할 인력을 따로 두기엔 우리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냥 모두들 뭘 찾으러 뛰어다녀요. 뛰어다니지만 어딘가는 있어요...뭐 없을때도 많지만 그건 상황실에 말하면 상황실 선생님들은 무슨짓을 해서건 그걸 구해다 주시고, 다음 교대시간에 구세주같이 등장하는 다음번 선생님들이 들고 나타납니다.
하지만 수액 투여용 기계를 다는 폴대, 에이라인 돔, 베개(돌덩이같은 베개 말고. 이것의 용도가 사람 몸을 올려놓는것인지 사람을 두들겨패는것인지), 크기 맞는 시트같은 것들은 부족합니다.
시트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트가 1회용밖에 쓸수가 없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간호사들이 고생고생해서 끼워놓으면 고작 몇시간 있다 환자와 함께 시트가 빠져서 주르륵 흘러내려요. 속에서 천불이 솟아올라옵니다!
낑낑거리면서 환자를 깨끗하게 정리해놓으면 다음 교대에 이미 환자가 침대 위에 시트랑 같이 굴러다니고 있다고요. 구겨진 시트가 환자 몸 밑에서 욕창을 만들까봐 또 그걸 정리하겠다고 간호사들은 허리랑 손목이 끊어지도록 환자를 들고 또 들고 그럽니다. 시트때문에요. 그래도 욕창은 생깁니다. 간호사들이 너무 적고 중환자는 많으니 바빠서 환자 자세를 바꿔줄 시간을 자주 낼 수가 없어요. 더군다나 이토록 (시트때문에) 힘들다면요! 이것도 상황실에서 어떻게해서든 구해다 주시겠지만, 시트는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걸요.
중환자실 환자는 대부분 혈압을 보기 위해 동맥 라인을 잡는데 그걸 에이라인이라고 해요. 에이 라인 돔은 에이라인 키트를 고정하는 기구인데요, 환자 심장 높이에 맞춰 높이를 조정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이 에이라인 돔이 없어서 그냥 키트는 폴대에 테이프로 붙여놓고 장갑 두개 낀 손으로 이놈의 테이프가 도통 안떨어지니까 환자를 올리고 내려서 높이를 맞춰요. 그렇지요 뭐 키트가 못움직이면 환자는 움직일수 있지요!
예전보다는 나은게 펌핑백이 없어 커프를 감아서 압력 넣던 때가 있었어요. 동맥관을 잡으면 환자의 동맥 압력때문에 혈액이 관을 타고 올라오거든요. 그걸 막으려면 수액에 마주 압력을 넣어야 해요. 그걸 하는 게 펌핑백인데 없으니까 환자 혈압 잴 때 팔을 감는 커프를 감아 압력을 넣어놓은거죠. 지금은 펌핑백은 다 있어요. 다행이고 감사해요. 진심이에요. 이 다음에 누구 다른환자 에이라인 잡으면 뭘로 해야되지 손으로 잡고있어야되나 생각했거든요.

---보조인력
보통 이런 물품들은 일반적인 병원에서는 보조인력께서 채워주세요. 하지만 여기서 그런 사치를 바랄 수는 없죠. 밤번 간호사가 없는 물품을 파악에서 상황실을 털어옵니다. 밤에 큰 비닐봉지를 여러명이 달라붙어 탐욕스레 채우고 있는 걸 보면 왜 턴다고 하는지 아실거에요!
밤번이 바빠서 어쩔수 없이 덜 털어 왔으면 데이 이브닝은 그냥 없는 물품 속에서 좀 더 뛰어다니면서 일하는거고요. 그래서 나이트는 어린 자식 거둬먹이는 가장의 심정으로 알콜솜이며 주사기며 온갖 것들을 눈을 번들대며 크고 아름다운 비닐에 채워넣습니다. 그걸 손에손에 싸들고 병동까지 들고 올라갑니다. 옮겨주는 인력도 물론 없어요.
보조인력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엔 청소도 있어요. 역시 청소전담 인력을 기대할 수 없으니 간호사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빗자루를 휘두르면서 돌아다닙니다. 일반적으로 중환자실은 물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조금만 지나도 쓰레기장이거든요. 근데 청소인력은 없거나 아주 가끔 들어오니까 그냥 우리 몸으로 때우는거죠! 일을 하려면 최소한 발로 쓰레기를 쳐내면서 전진하는 상태면 안되니까요. 제가 처음에 여기 왔을때가 딱 그랬어요. 쓰레기장에 환자 셋이 누워있었습니다. 병원측에서 어떻게든 인력을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인력이 모자라서 청소며 뭐며 진행이 안됐어요. 그때부터였던가요, 몸으로 때우기 시작했던게.

---간호사 인력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합니다.
환자 간호에 더해 병동을 청소하고 물품을 정리하며 환자도 옮기고 닦아야 하고 검체나 혈액도 손수 옮겨야 합니다. 인력이 없으니 의사들이 했을 드레싱이나 처치를 간호사가 해야 할 때도 많고요. 간호사 대비 환자가 너무 많으니 바이탈 사인만 재는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맥주사를 놓거나 약을 분류해 투여하는 것도 아주 오래 걸립니다. 거기 더해 불안에 지친 보호자들이 밤낮없이 하는 전화도 받아야 하고요.
대소변도 치우고 닦아주고 시트도 갈고 옷도 갈아입히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환자 상태를 지켜봐야 하구요. 도망치는 환자도 모셔와서 어르고 달래고 합니다. 답답하니까 옷도 싹 갈아입고 도주를 시도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교대하고 나간 간호사들이 1층에서 가방까지 챙겨들고 출구를 찾아 방황하는 환자를 종종 찾아 모시고 올라옵니다.
중환자실은 차치하고라도 병동에서는 환자 식사도 직접 들어다 배식하고 심지어 필요하면 떠먹여줍니다. 죽이냐 밥이냐 이걸 아주 신중하게 선별해 배식해야 한대요. 엄청난 컴플레인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온갖 업무가 모두 간호사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할 사람이 없으니 어찌어찌 다 하기야 하지만, 인력의 부족을 절실하게 느끼죠. 간호사는 천수관음이 아니니까요. 중환자실 같은 부서는 가장 많은 인력을 집중해서 투입하고 있지만, 경력간호사가 많이 모자랍니다.
의료계의 방패이자 발걸레같은 존재인 간호사들이야 인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늘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병동을 24시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교대근무를 해요. 가장 밀접하게 환자를 봐야 해서 노출 위험은 가장 크고, 접촉시간도 가장 길죠. 이런 부분은 이런 코로나 사태 같은 비상시가 아니라도 감염 환자를 보는 간호사는 늘 겪는 일입니다.
먹고 자고 쉬고 일하는, 일하는 환경의 조성에 관한 문제들은 힘들지만 점차 나아집니다. 그저 견딜 따름입니다. 여기서는 모든 인력이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일을 온 힘을 다해서 해내고 있어요.
인계 후 교대하고 나와서 한숨 돌리고 서로를 쳐다보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어요. 얼굴에는 눌린 자국이 남았고, 쪼글쪼글한 표정에 다들 몸이 좀 구부러져있고 약간 안색이 시컴한것이 간장에 조린 것 같거든요.
간장에 조린 간호사들이 여길 지키고 있습니다.
상황실도 간호사도 의사도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간호사니까 간호사가 제일 고생한다고 하고 싶네요. 정말이지 모두 눈물나도록 온 힘을 다하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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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련
8 April at 20:17 · 



2:곡괭이를 든 간호사들

아니 왜 뜬금없이 곡괭이가 나오나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번에는 범위를 좁혀 중환자실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제가 그나마 가장 잘 아는 영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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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점병원의 중환자실
저는 중환자실 5년차 간호사입니다. 모든 임상 경력을 중환자실에서 채웠지만 대구에 처음 올때는 제가 여기서까지 중환자를 볼 줄 몰랐어요. 코로나를 너무 만만하게 여긴 탓일까요.
제가 도착했을때는, 중환자실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병원을 지정하고 세팅할때 경증환자만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부가 악화되고, 대구경북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면서 대구 전역 중환자실들이 코로나 환자로 포화되어, 여기서 악화되는 환자까지 수용하기는 부족했다고 해요. 그래도 초반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갈수록 상황이 별로 안 좋았죠.
그래서 이 병원 건물의 비어있던 중환자실에 만든 격리실 병상 세 개가 중환자실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재 중환자실은 총 20병상이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의 환자는 거의 대부분 기관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습니다. 개중 체외 심폐순환기와 24시간 투석기를 달고 있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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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점병원에서 중환자실의 일과
저희는 교대로 근무합니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자들은 각각 A조와 B조로 나뉩니다. 원칙적으로는 이 두 조가 두시간씩 두번 교대를 해서 여덟시간을 채워요. 물론 중환자실은 아오지탄광이기때문에 저것보다는 긴 시간 일합니다. 보통 업무 시작 40분쯤 전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대기실에 수탉처럼 외칩니다. 중환자실 선생님들! 쫑쫑 몰려가면 선생님들은 조를 조정합니다. 이 과정이 왜 필요하냐면 중환자가 많은 데 비해 에크모(체외심폐순환기) 나 24시간 투석기를 만질 수 있는 간호사의 수가 적기 때문이에요.
보통 에크모 보실 수 있는 선생님을 먼저 찾습니다. 그리고 한 조에 최소 두 명은 들어가도록 조정해요. 물론 여의치 않을때는 살면서 에크모는 구경만 해봤거나 혹은 구경조차 못해봤던 선생님이 긴급 트레이닝을 받고 에크모를 봐야하는 상황도 있고요. 막상 현장에 투입되면 상황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한명 한명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어떤 때는 도움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모든 선생님들은 기꺼이 감수하십니다.
보통은 한 조에 6명에서 8명까지 들어갑니다. 들어가기 전에 역할을 정해요. 보통 2명에서 3명은 체외심폐순환기를 달았거나, 상태가 중한 환자를 봅니다. 한분은 전체를 종괄하고, 다른 간호사들은 남은 환자를 나눠 담당하고, 한명 정도는 약 믹스나 보조인력 역할을 도맡습니다.
보통 코로나 중환자를 다른 병원에서 간호사 한명이 환자 한명, 1대1로 본다면, 여기는 여의치 않기 때문에, 간호사 0.6명이 환자 한명을 보고 있는거죠. 물론 중증인 환자는 1대1로 봐야할때도 있으니까, 어떤 간호사는 혼자 세명도 봐야 합니다. 안간힘을 써야 하죠.
조가 짜여지면, 저희는 공식적 인계시작시간, 즉 업무시작시간으로부터 30분 전에 출발해서 상황실에서 필요물품과 약물을 챙깁니다. 손에손에 들고 기자들에게는 이미 공공재가 된 저희의 초상권을 열심히 뿌리며 컨테이너에서 보호복을 입고, 병원에 들어갑니다.
이전 글에서부터 여러 번 강조합니다만, 여기서는 물자도 인력도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 병동에서보다도 갑절로 힘을 쏟아야 하고, 실제로도 여기에 투입된 모든 사람들은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 파견된 3년차 이상의 현직 중환자실 경력자 간호사 선생님들은, 상태가 불안정하고 간호하기 까다로운 환자들만 계속해서 담당하게 됩니다.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중환자실 경력이 없거나, 짧은 선생님들은 환자를 보는 업무에 더해 온갖 도움이 필요한 데 속속 들어오셔야만 합니다. 다리가 없어지도록 움직이세요. 모두가 아주 힘들지만, 서로를 도와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일이 고되고 많기 때문에 태반은 제시간에 일을 끝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은 추가근무를 해요. 매 교대시마다 짧게는 30분씩, 길게는 한시간을. 그래서 타 병동이 하루 4시간을 일한다면, 중환자실은 6시간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기꺼이 감당하십니다.
궁금하실거에요. 왜 그런 심각한 환자들이 누워있는 중환자실에 중환자실 경력이 없는, 짧은 선생님들이 들어오셔야만 할까요? 분명히 간호사 몇천명이 파견을 지원했다고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개중에 중환자실 현직 간호사는 수가 적습니다.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중환자실은 3년차 이상의 간호사가 부족해요. 어느 병원에서나 중환자실이 아오지탄광이기 때문이에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만둡니다. 이곳에서 경력을 쌓기는 매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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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인 제 입장에서는, 중환자실은 매력적인 부서에요. 급격히 악화되어 숨이 간당간당한 환자를 멱살잡고 끌어올리는 곳입니다. 추후 숨도 쉬고 오줌도 싸고 콜벨 난타도 하고! 기운 넘치게 욕도 하고! 발길질도 하...아무튼 회복된 환자를 스트레쳐카에 실어서 일반병동까지 보내게 될 때 끓어넘치는 뽕! 자부심! ICU 프라이드라고 하죠. 이 부서는 프라이드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중환자실은 견뎌내기가 아주 힘든 부서입니다. 몇년 전 자살한 박선욱 간호사도 중환자실 간호사였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중환자를 밀착해서 봐야 하는 만큼 이 곳에 배정되는 간호사는 배워야 할 것도 주의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대부분 프리셉터, 즉 선배 간호사가 도제식으로 가르칩니다. 프리셉터는 이미 자기 환자를 보면서, 이미 인력이 모자라거나 환자가 중환이라 그것도 버거운데, 신규 인력까지 가르쳐야 하는 책임을 집니다.
몹시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고, 본인이 가르치던 신규 간호사에게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본인에게도 넘어오기 때문에 아주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물론 환자 안전을 위해서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 엄격을 잘못 해석하는 간호사들도 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지요. 직장내 괴롭힘입니다. 저는 태움이라고 지칭하고 싶지 않아요.
타 직장에 비해 간호사들은 잘 보호받지 못해요. 교육이 아주 폐쇄적인 도제식인데다가, 실수의 대가는 환자의 목숨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간호사들은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에 차마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하지 못해요. 그게 자기 잘못만은 아닌데도요. 중환자실은 이런 괴롭힘과 책임감, 죄책감이 가장 자주 일어나고 또 가장 혼재되어 있는 부서이기도 합니다.
이 직장 내 괴롭힘은 선배의 탓만은 아니에요. 근본적인 원인은, 과중한 업무를 주면서 후배의 교육까지 다 맡겨버리는 병원에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일을 해도 제때 끝날까 말까겠지만 어쨌든 후배도 가르쳐가면서 일 해야지. 하지만 추가근무를 하게되면 그건 제때 다 해내지 못한 네 탓이야. 교육도 추가근무도 네가 알아서 감당하고 해내야 하지만 물론 수당은 못 줘. 그렇지만 그 일들을 다 하다가 환자가 위험에 빠지면 그건 다 네 탓이고, 후배가 무슨 잘못을 하면 그것도 다 네 탓이야.”
이렇게 되면 실수 한 가지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예민한 곳에서 어느 간호사가 다정하기만 할 수 있겠어요. 병원이 간호사들을 이렇게 대접하는데, 어떻게 간호사들이 병원에 애정을 가질까요. 그래서 쉽게 그만둡니다. 신규간호사도, 경력간호사도, 병원을 그만두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병원이 아닌 어느 곳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병원보다는 사람 대접 받으면서 일을 해요. 감당해야 하는 업무에 비해 트레이닝기간은 짧고 지워진 짐은 무겁습니다. 누구나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저도 몹시 고통스러웠고, 제 소중한 동기들도, 후배님들도 어렵게 견뎌냈고, 일부는 그만뒀습니다.
이런 문제는 진작에 해결되었어야 합니다. 박선욱 간호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떴을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망한 간호사가, 견디다 못해 그만둔 수많은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있었어요. 그들이 죽음으로, 사직으로 저항하고 있는 동안 나온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호대 졸업생을 늘린다.
그렇죠. 간호사 뭐 머릿수만 충족되면 되죠.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 해결책에 딱히 이의가 없습니다. 그냥 신규간호사를 사직할것까지 계산해 많이 받아서 기존 멤버한테 던지고, 교육이 잘 안되면 해당 간호사 탓으로 돌리고, 알아서 잘 지지고 볶다가 그만두면 뭐 다른 신규를 넣으면 되거든요. 어쨌든 간호사 대 환자 비율만 맞추면 간호등급은 받으니까요.
그래서 보통의 중환자실은 중간연차 간호사의 수가 적습니다. 조직의 허리가 약한 겁니다. 힘드니까 신규간호사들도, 중간연차들도 자꾸 그만두고 그 빈자리를 트레이닝되지 않은 신규간호사들이 메꾸고, 그럼 얼마 안되는 중간연차들이 가르치느라 또 죽을맛이고, 또 그만두죠. 그 사이 환자들은 질 좋은 간호를 받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물론 간호의 질이나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서 크게 이해하지 못하시는 환자분들은 저 아가씨 혹은 미스김 혹은 언니들이 수가 모자라거나 경험이 적다는게, 어떤 사고로 이어지는지 잘 이해하시지 못하실 거에요.
간호사들은 잘못된 처방이 나더라도 그게 환자한테 닿기 전에 싹싹 골라서 쳐냅니다. 그러려면 환자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해야해요. 환자가 받는 치료와 처치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 있어야 해요. 이전에 투여했을때 기도가 붓는 부작용이 있었던 약이 뭔지, 환자의 혈구수치가 어떤지, 기존 병력이 뭐고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무슨 약을 달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어야 해요. 의사들이 완벽한 처방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의료진은 적고, 한사람이 감당할 업무는 너무 많습니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고 기민하게 알아채야 합니다. 심정지나 출혈부터 약부작용, 혈압의 증감, 심전도의 이상, 모든 것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처치되느냐는 간호사의 주의력과 기민함에 기대게 됩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예를들면 기도삽관을 해야하면 저희는 와서 손만 내밀면 모든 게 손 안에 쥐어지게 준비합니다. 삽관할 관과 환자의 기도를 비춰줄 라이트와 산소줄과 앰부백과 고정할 테이프와 관에서 공기가 새지 않도록 부풀릴 시린지와 세팅된 인공호흡기와 기타등등기타등등을 가져옵니다. 의사 혼자 이 모든 과정을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길게 설명하고 싶지만요, 요약하자면 모든 의료행위는 팀플레이입니다. 그리고 그 팀엔 간호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들어온 지 한달 된 간호사가, 역량 외의 환자들을 보면서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어떤 환자분들께서는 간호사들의 일이 환자 열이랑 혈압 좀 재고 주사를 반드시 안아프게 놔야만 하며 손발 좀 따뜻하게 해주고 이불 꼼꼼히 덮어주고 똥오줌 치워주는 존재로만 알더군요. 아마도 드라마들에서 간호사들을 멍청하고 환자 개인정보 아무데나 말하고 다니고 멋있는 의사들이 수습해야할 사고들을 왕창 치고 다니는 존재들로 그려서 그런것 같아요.(그것 좀 안할 수 없어요?) 그게 저희 일의 전부라면, 차라리 편하겠습니다.
환자 대비 간호사의 수가 적으면, 간호사의 역량에 비해 중환인 환자가 들어오면, 간호사들은 일을 해낼 수가 없어져요. 어찌 해내더라도 지쳐갑니다. 기민함이 떨어지고, 업무가 느슨해집니다. 환자들은 그 불확실성에 따르는 위협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됩니다.
사실 환자의 사망률에 의사 대 환자의 비율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의사선생님들께서 안쓰럽도록 밤잠 안자가며 몸 다 상해가며, 죽을고생을 하며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환자의 사망율에 간호사대 환자의 비율은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이건 여러 국가들에서, 여러 통계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어요. 이건 간호사들이 죽을 고생을 해도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불가능한 일을 해내기 위해 무리를 하기 시작하면, 실수가 생기고 병원에서의 실수는 여러분들이 아는 그런 것들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간호사들은 이미 죽을 고생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병원은 당장 문제가 없으니 더 시키죠. 그럼 간호사는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기운이 다 하면, 그만둡니다. 극한까지 견디고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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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간호사 인력 부족과 코로나 사태
이미 중환자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졌죠.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해서 기존 중환자가 줄어드는것은 아니에요. 중환자실은 기존 환자들을 보면서, 추가로 코로나 환자들도 받아야 합니다.
기존 중환자들을 보는것도 잘 트레이닝된 중간연차들이 없어서 허덕거렸는데, 거기에 코로나 환자를 끼얹습니다. 그럼 어느 병원이 여기같은 거점병원에 파견까지 보낼 여력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 사단이 난거에요. 물론 그 와중에도 여러 병원들이 인력을 쥐어짜 중환자실 인력들을 몇명씩 보냈습니다. 거개는 두어명이고요. 저희병원도 그랬어요. 물론 승리의 하드캐리 국립중앙의료원은 예외로 합니다. 제가 많이 사랑해요!
코로나 거점병원이야말로 그 어디보다 경력이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필요하지만, 없으니 어떻게든 일을 해내기 위해 병동출신인, 중환자실 경력이 있지만 요양병원인, 경력이 6개월인, 경력단절이 5년인 간호사 선생님들까지 총출동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거에요. 간호사 머릿수는 채울수 있지만 경력 간호사는 어디서 빼올 수도 없고, 갑자기 만들 수도 없어요.
간호대 졸업생을 늘린다.
간호대 졸업생을 늘린다. 아주 편리하죠. 덕분에 지금 이곳에서 간호사들은 아오지탄광에서 석탄 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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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벙어리 간호사들

이 글에선 기자님들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여기 상황이 많이 알려진 것은, 여기까지 뻗은 도움의 손길들을, 힘 내서 움직이는 의료진들을 보며 많은 분들께서 안심하실 수 있었던 것은 기자님들의 공입니다. 이 곳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애써주신 기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더 여유가 있으시거든, 꽃피고 햇빛 벙글어지는 병원이 얼마나 예쁜지, 그것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는 정말 예쁩니다. 환자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야속할 만큼요. 활찍 핀 꽃들과 솟아나는 새싹들을 보면 환자분들도 얼른 나아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한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저희를 사람으로 봐 주시면 좋겠어요. 마구 찍어도 되는 꽃이 아니라, 호오를 가진 사람으로요. 물론 저희는 사진에 찍힙니다. 저희의 말들도 나갈 때가 있어요. 질문들은 단순하죠. 힘드세요? 환자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그러나 저희가 인터뷰하는 내용 중에 저희의 호소와 저희의 생각은 기사로 나오지 않아요.
여러분들은 땀에 젖고 지친 간호사들을 매스컴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저희의 고생은 특정한 형태로 전시될 뿐입니다. 각도 잡아 찍은 꽃들처럼요. 저희가 처음 이 곳에 도착해 근무를 시작한 날 아침, 휴게실에서 아침을 우걱우걱 먹고있는데 갑자기 휴게실 문이 열리고 남자 둘이 들어와 우리한테 호통을 쳤습니다.

'선생님들 몇시몇분까지 상황실로 오라는 말 못들었어요? '
'예 갔는데요. 아무도 없던데요? '
'우리가 선생님들 찍으려고 했는데 기다렸어야지! 찾아다녔잖아요! '
우리는 막 혼이 나는데 왜 혼이 나는지 몰라서 넋이 나갔습니다. 그분은 모 다큐 PD였어요. 그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됐겠죠.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주눅을 줬습니다. 왜 우리가 혼났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우리한테 상황실로 오라는 공지를 준 사람들은 왜 우리가 인터뷰를 하게 될 거라는 걸, 취재대상이 될 거라는 걸 말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자원했어요. 도움을 주고 싶어서 멀리 왔습니다. 하지만 기자여러분의 기삿감이 되겠다고 자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몇몇 기자분들은 저희 얼굴, 저희의 행동과 식사장면, 이동과정을 전부 카메라를 대동하고 따라붙으면서 공공재마냥 마음대로 찍으세요. 누구도 저희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사람들의 알 권리를 위한 프로정신을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물건처럼 대우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저희를 찍지 마시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염병으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치료받는 환자들도 기사로 우리 모습을 봅니다. 시민들과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 감사하게 여깁니다. 다만 저희에게 동의를 구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저희를 보면, 저희도 여러분을 봅니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옹졸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건 하소연이에요. 저는 여기서 일하면서 큰 모멸감을 한 번 느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부터 저희를 따라온 기자님이 한 분 계세요. 그분의 기사가 많이 유명해졌으니 뭐 여러분께서 한번 읽으셨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분은 의사 면허가 있어서 의료봉사자로 대구동산병원에 저희랑 같이 있었어요. 저는 함께 일한 적이 없어서 그 분께서 이 곳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분과 같은 분들의 헌신으로 이 곳이 숨을 쉬었다는 것을 알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저희한테는 왜 그러셨는지 묻고 싶어요.
그분이 여기 도착해서 저희 대표셨던 고연차 간호사 선생님께 '명령' 한것은 숙소를 알아봐달라는 거였어요. 병원측에서 그 기자님을 봉사자로 대구시에 전달하지 않았대요. 그게 간호사들이 기자님 비서 노릇을 해야 할 이유가 되나요?
그 분은 병동과 중환자실에 들어와서 병동에 비치된 의료진의 의사소통을 위한 핸드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본인 핸드폰으로 전송했습니다. 바쁜 간호사들에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 인터뷰를 따고, 저한테는 친구 어머니가 입원했다며 환자상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걱정속에서 기다리고 계실 아드님을 생각해 보호자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설명했어요. 그 분께서는 저에게 특별히 잘 봐주세요 하고 가시더군요. 주치의인줄 알았어요. 환자가 좀 더 회복되면 영상통화 연결을 시키라는둥 명령도 하고요.
저희는 모든 환자를 공평하고 동등하게 돌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자님과 친분도 없었던 저희가 그런 명령을 들어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본인 기삿거리를 수집한것은, 그래요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사용해야 하는 휴대폰을 본인 인터뷰 촬영 용도로 사용하신 것도 그래요 그렇다고 칠게요. 그런데 동의를 구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일을 해야 하는 간호사들에게요. 왜 저희에게 이렇게 마구 대하세요?
기자님이 말씀하셨어요. 한번 들어가서 두시간 있는것도 힘든데, 안철수씨는 오전에 두시간 오후에 두시간 두번을 하더라. 존경스럽다. 제가 말했어요. 간호사들은 매일 네시간씩 두시간 간격으로 일해요. 중환자실은 여섯시간도 일해요.
기자님이 대답하셨죠. 선생님들은 젊잖아.
젊음이 한 일은 조금 더 가벼운 일인가요. 그렇지만 저희는 누구보다 무겁게 일했습니다. 저희 간호사들의 25% 정도는 40대가 넘은 선생님들이셨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일했습니다. 제일 긴 시간, 가장 격렬하게 노출되고 가장 큰 위험을 감수했습니다만, 한 번도 불만을 말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저희의 일이 젊음을 이유로 무시당할 것은 아니죠. 선생님. 같이 환자들을 보는데 누구의 일은 고상하고 고생스러운 일이고 누구의 일은 당연한가요?
저희가 “선생님들은 환자 30분 슥 보고 가지 않느냐, 환자의 몸을 허리 부서지도록 들지도, 손가락이 삐도록 클램프를 돌려대지도, 인력이 없어 10키로짜리 투석액 박스를 두세박스씩 안고 옮기지도, 둔한 손으로 헛손질해가며 약을 준비하고 물품을 챙기지도, 없는 물건을 찾느라 아수라장인 병동을 숨이 차 머리가 아프도록 뛰어다니지도 않지 않냐. 토사물을 받아내고 닦아내고, 가래를 뒤집어쓰면서 석션을 하지도 않지 않냐. 쉬는날 좀 없으면 어때. 우리도 없어. 선생님들은 돈 많이 벌잖아.”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저희의 존중을 원하시면 저희를 존중해 주시기를 바라요.
이후에도 저희에게 기삿거리가 될 만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적어 보내라, 동영상을 본인 핸드폰으로 보내라, 매번 명령하신 것은 정말로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자님은 명령하신적 없다고 하셨죠. 명령형인지 청유형인지 찬찬히 읽어보시고 다시 생각해보시라고 제가 말씀드렸구요.
이 내용은 개인적으로 항의도 했지만요,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본인이 쓴 기사가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됐다고 하셨죠. 그게 저희한테 사과하지 않을 이유가 되나요?
기자님께서는 2주간 봉사하신 후 이곳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하셨어요. 간간히 저희에게 커피마시자 술한잔 하자는 연락을 하시고요, 저는 이게 제대로 자가격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자가격리가 필수적이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요, 자가격리를 하시기로 결정하시고 저희를 왜 자꾸 부르셨는지요. 검체검사도 절대 안하겠다 하신 분께서요. 저희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환자를 직접 보러 나가야 하는 의료진이고, 모든 위험을 피해야 해서 거절했습니다. 섭섭하셨을 것은 알지만요, 사실은 저희가 가장 섭섭했고 가장 실망했습니다.
모든 기자분들께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좋은 기자님들이 아주 많고, 정말 많은 좋은 기사들을 쓰신 것을 알아요. 그러나 사람에게서 얻는 상처는 오래 갑니다. 글도 사진도 아주 오래 남지요. 그래서 기자님들께 부탁드려요. 간호사들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저희는 의지와 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반말 좀 하지 마시고요.
여러분들의 저희의 목소리를 담지 않는것은 이해하겠어요. 여러분들의 역할이 그것이 아닌 것은 알아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부탁합니다. 저희를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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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추가사항)
글의 후반부에 기술된 기자님과 통화했고, 요구하신 부분이 있어 부가적인 내용을 덧붙입니다.
1. 기자님은 간호사들을 파견한 병원에서 기자님과 간호사들을 같은 팀으로 묶어 파견했다고 생각했고, 기자님의 취재와 요구를 들어주도록 간호사들에게 이미 하달한 것으로 생각해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간호사들은 이 내용에 대해 따로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습니다. 기자님 말씀을 고려하면, 병원측에서 간호사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 파견지에서의 취재내용은 해당 병원측에 이미 동의를 구한 내용이라 간호사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3. 간호사들에게 커피나 술을 마시자고 부른 것은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에 대해서 듣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간호사들에 대해서 부수적인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라고 알리기를 원하셨습니다.
(코로나환자와 밀접접촉하는 간호사들을 자가격리기간에 불러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썼기때문에 제 의도의 전달에는 차이가 없지만, 댓글에서 기자님의 의도에 대한 추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기자님께서도 원하셔서 기재합니다)
병원측의 동의 여부와 별개로 실제 취재 대상이 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 혹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간호사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씀드렸고 기자님께서 수긍하시고 사과하셨습니다.
기타 간호사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진행한 일들에 대해서 사과받았습니다. 마음 상하셨던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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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련
8 April at 21:01 · 


-4:성공적인 존버를 위하여

저는 여기서 제가 다른 사람을 돌보면, 그들이 또 저를 돌보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끈덕지고 질기기 짝이없는 그물을 느낍니다. 여기서는 누군가가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립니다. 누군가 기쁘면 모두 기쁘고, 누군가 힘들면 모두 힘들어요. 저희는 그래서 집요하게 서로를 돌봐요.
예를 들면 끼니마다 다들 서로가 잘 먹는지 그렇게 꼼꼼하게 볼 수가 없어요. 타고나길 위가 크지 않아서 저는 밥을 머슴밥처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밥 먹는 모양이 영 마음에 안 드셨는지 여기 선생님들은저를 잘 먹이려고 애를 쓰셨어요. 과자를 하나 집어도 초코바른 과자가 이토록 많은데 선생님은 왜 그걸 드시려고 하세요? 하는 이의제기가 단박에 들어왔지요.
아주 달콤한 간섭이에요. 제 입으로 들어가는 과자들보다 선생님들의 다정한 간섭들이 좋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덜 먹은 건 아니구요. 마주치는 사람마다 제 밥을 챙겨서 덜 먹을수가 없었어요!
제가 여기서 느낀 건, 밥은 아주 중요하다는 겁니다. 밥을 잘 챙겨먹어야 기분이 좋아지고, 힘든 일도 버틸수 있어요. 누구를 돌볼 기운도 나를 돌볼 기운도 다 밥심에서 나오고, 밥은 세계를 구원합니다. 세계가 우울하거든 입에 밥을 넣으세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는 이번에는 밥 얘기를 하고 싶어요. 먹고 사는 얘기요. 명예가 아니라 씹고 넘길수 있는 밥알과 그걸 사올 월급에 대해서요.

어떤 숭고한 의지를 가지고 오신 분들도 삶은 현실이고 밥은 먹어야해요. 많은 분들께서 간호사들이 수당을 넉넉히 받는다더라, 고 알고 계실거에요. 실제로는요, 제가 일했던 병원에 본래 일하고 계셨던 간호사 선생님들 중 그 돈 구경을 해 본 사람이 없습니다. 저도 아직 못했어요.
저는 예외적인 존재입니다. 저는 돌아갈 곳이 있고, 제 병원에서는 저를 공가로 해 줘서 월급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여기 계신 어떤 분들은 사정이 달라요. 이 병원은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간호사들에게 절대 강제로 동원하지 않겠다/ 만약 자원한다면 월급을 두 배로 지급하겠다, 라고 했어요. 지금 상황은? 동원은 하고 있는데, 월급 두 배 얘기는 쏙 들어갔어요.
이분들의 월급은 기존 월급이랑 비슷하게 지급됐지만 수당은 없어요. 야간근무수당같은거요. 대구시 상황실에서는 병원에 이미 수당을 지급했다고 해요. 병원은 금시초문이라고 하고요. 돈을 아주 많이 달라,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차라리 이럴 것이었으면 그런 말을 하지 말던가, 변경사항이 있다면 공지를 하고 양해를 구해달라는 말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너희가 희생해야 할 것 같아. 비상상황이라 어쩔수 없다. 돈은 많이 주기가 힘들어. 미안하다. 이 말을 처음부터 솔직히 해달라 이거에요.
미안하다.
이 말을 해달라는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혹시나 들고일어날까봐, 그만둘까봐, 이것들을 방패로 써먹기가 힘들까봐, 안절부절 숨기지 마시고요. 문제가 터지면요, 간호사들은 그냥 다 뛰어들어가요. 우리의 위치가 방패고 발걸레인걸 알아도 일단은 다들 합니다. 버텨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게 우리인거죠. 우리의 일이 빛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그래요.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소중한 발걸레란 말이에요. 우리는 대단히 필수적인 발걸레라구요. 우리가 없으면 모두가 위험하기 때문에 발걸레든 방패든 뭐든 일단 버티는 사람들에게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그렇게 과한 요구인가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는 의료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지 돈을 바라다니 탐욕스럽다,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현장에서도 돈 관련된 얘기를 하다니 추잡스럽다, 고 하신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사명감은 위험합니다. 고고한 신념, 숭고한 명예로만 일을 하면 사람은 바라게 돼요. 내가 이토록 중요한 희생을 하니 그만한 경외를 바라게 된다고요. 그런 경외를 받지 못하면, 사명은 쉽게 빛이 바래게 됩니다. 그러면 그만두게 되고요. 아닌 사람도 물론 있지만 그런 성인같은 자세를 모든 간호사에게 바란다면 여러분들은 본인 삶을 먼저 돌아보셔야해요. 간호사는 사람이고요, 이게 사람의 지난한 본성이에요.
자원한 타병원 사람들은 2주에서 한달이 지나면 자기들 병원으로 돌아가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어요. 잠깐이니까요. 인생의 한달이야 뭐 이렇든 저렇든 죽지만 않으면 된거 아닙니까. 돌아갈 곳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병원에 남아 이 모든 사태가 끝날때까지 견디고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본래 이 곳의 주인이었던 이 병원의 직원분들이십니다. 그 분들의 삶을, 그분들의 모든 일이 끝나기까지 찬사와 꽃길로 지켜주실 자신이 있으세요? 코로나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고, 확진자가 늘지 않아도 이 분들은 위험한 환자들을 위해 쉬지도 못하고 보호복을 입어야 하는데요.
이미 꽃도 피고 날도 따스하고 견디기 힘드니 다 나와서 놀고 돌아다니시잖아요. 이 분들은 꽃이 펴도 마음이 시려 핀 줄도 모르고 땀이 온 몸을 적실만큼 더워 탈수가 오는데요. 견디기 힘들어도 견뎌야 하는데요.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사람은 그럴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러면서 이 분들을 전력으로 응원하신다고요? 아닐걸요.
이미 제가 여기 왔던 3월 초에 비해 지원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요. 이제 그분들이 견뎌낼 지구력을 주는 것은 하루하루 먹는 밥과 내가 챙기고 나를 챙기는 동료들과 때 되면 나오는 월급이에요. 아무 잘못 없이 오롯이 뒤집어써야 하는 위험입니다. 본인이 월급 주실거 아니면, 그 분들이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는 일이 견디기 위해 하는 일임을 이해해주세요.
그분들의 입에 따뜻한 밥을 한술, 한그릇, 한솥 퍼 넣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환자분들이 괴로우면 우리가 괴롭듯이, 그들의 죽음이 우리 마음에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듯이, 내 옆에 선 간호사들, 대구에 버티고 선 간호사들의 위치가 흔들리면 우리 모두가 흔들립니다.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믿을 수 없지만 우린 정말로 끈끈하게 이어져있어요.
그래서 말이에요. 우리 그 분들의 입에 밥을 좀 가득 넣어드려요.
성공적으로 버티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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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련
15 April at 11:22 · 



5:맨 앞에 선 사람들

전국에서 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환자들은 해당 지역의 병원으로 입원하게 됩니다. 대구경북지역은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의 코로나 환자들은 각 병원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보는 간호사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마치 보건복지부에서 전국에 지원자 모집공고를 냈듯이, 병원 내에서 공고를 내고, 지원을 받아 운영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저 하루아침에 멱살잡혀 끌려나왔습니다. 장기말처럼요.
그분들의 얘기를 해볼까 해요.
제가 며칠간 모은 여러 병원의 사례들은 짠 것처럼 비슷해요. 지역과 규모를 불문하고 데칼코마니같아요. 그래서 저는 풍부한 사례를 알리기 위해 여러 제보내용을 흐트리고 뭉쳐 가상의 A병원과 B병원, C병원의 선별진료소를 만들었습니다. 여기 포함된 모든 정보는 사실이지만, 제보해주신 선생님들과 병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부적인 숫자나 어휘들은 수정되거나 섞여있습니다.
주의) 분통 터짐.

1. A 병원.
이곳은 지역의 대표적인 대학병원입니다. 물론 간호사도 병동도 많고요. 이 중 네개의 병동 간호사들에게 명령이 내려옵니다. 병동을 비우고 코로나 확진자를 보세요. 간호사들은 가라니까 갑니다. 고심해서 결정을 내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족들을 만나 설명하고, 이런 건 없습니다.
네개나 되는 병동의 인력이니 현장에 파견된 간호사들이 매우 많은 수지요. 이분들은 감염병동 경력 간호사들이 아닙니다. 행동지침이나 관련 장비, 물품 사용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COVID-19는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이니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병원당국에서는 어떤 교육도 해주지 않습니다. 다 투입되고 한참 뒤에야 교육을 해줬지만, 단 한번에 그칩니다. 그 교육을 받고 온 의사들이 간호사들에게 보호장구 어떻게 입는 거냐 벗을땐 어떡하냐 하나하나 물어봅니다. 들어가서는 장갑 교환도 제대로 하지 않아요. 아마도 하나마나한 교육을 한 것 같네요.
그래요 그렇다고 치고 일단 그냥 들어갑니다. 보호장비도 엉망인데요? 마스크에 이름을 써놓고 재활용하래요. 아 일단 들어가요 환자 넘어가겠어. 그래요 그래그래. 그리고 뚜껑 열었더니 맙소사,
일단 소독부터 간호사의 몫입니다. 코로나 환자의 환경을 소독하기 위해 소독제를 몇대 몇 비율로 희석해야 하냐, 하는 기준부터 뿌리고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물어볼 곳이 없습니다. 면회는, 사망환자는, 사용한 기계는 어떻게 할지 병원에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뒷짐지고 저것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있을 뿐이죠. 간호사들은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눈감고도 꿰뚫게 됩니다. 논문도 왕창 찾아봅니다. 깔끔하게 정리해 공유하고 관리 서식을 만드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환자 보는 간호사들이 할 일이지요.
X-ray 촬영을 하면, 본래라면 영상의학과에서 담당했을 일의 일부도 간호사가 합니다. 청소도 물론 간호사의 일이에요. 바쁜 와중에 사지를 휘두르며 복도와 병실에 걸레질을 하고 다니던 간호사들의 넋이 나가기 시작하자, 청소여사님들께서 투입됩니다. 그렇지만 이 분들은 보호복에 대해서도, 감염관리와 청소에 대해서도 교육받은 바가 없었다고 해요. 간호사들은 환자 간호 일을 하면서/보호장비를 제대로 달라고 병원측에 박박 조르면서/매뉴얼을 만들면서/소독도 책임지면서/보조인력들을 교육해야 했어요.
병원에서는 이게 누구 일인지 모르겠다 싶으면 간호사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당장 환자와 얼굴 마주한 간호사들은 늘 쫓겨요. 환자한테 이게 필요한데 제공을 안해준다, 그럼 간호사가 합니다. 이건 반드시 해야하는데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그럼 간호사가 합니다. 이 일을 해야하는 직군이 어떤 사정으로 일이 느린데 환자는 급하다. 간호사가 합니다.
그냥 간호사가 합니다. 당장 맨 앞에 서서 위험을 뒤집어쓰고 만사를 제 손으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뒤에 선 사람들은 급할 거 하나 없어요. 오, 지켜보니 가만 두면 간호사가 다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간호사가 못한다고 하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예전부터 늘 간호사가 다 했어. 그냥 해!
눈물젖은 근무를 하고 나오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밥을 먹어야 합니다. 밥이 나오는 데 감사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밥이 안 나오는 간호사도 있기 때문이죠! 직접간호를 하는 사람만 도시락을 주고 책임 간호사는 식당에서 사 먹으라고 합니다. 병동이 10층인데 식당이 1층이라 모든 현장업무를 총괄하는 일을 하는 책임 간호사는 모두 식사를 거릅니다.
숙소 또한 간호사 선생님들의 눈물없이는 못보는 투쟁사가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의 요구에 지친 A병원은 이거보세요, 이거 병원이 엄청 희생하는거에요 아시겠어요? 하는 생색과 함께 인원의 절반에게는 게스트하우스를 구해주고 반은 폐쇄병동을 쓰게 합니다. 어디 빌어붙어 사는 빈대같네요.
대구 거점병원처럼 인력 수급을 보건복지부가 책임져 주는 게 아니다보니 인력은 자꾸 부족합니다. 여기 병원은 신규간호사를 끼워넣어요. 교육과 오리엔테이션을 열흘 받고, 확진병동에서 일주일만에 모든 업무를 익혀 환자를 봐야 합니다. 응급상황이 터지면? 업무가 미숙한 신규간호사가 큰 실수를 하면? 그건 병원은 모르는 일이에요 인력은 줬으니까요. 경력 간호사들은 애가 닳습니다. 여기다 일반 병동들도 인력을 보내줄 수가 없습니다. 네개나 되는 병동이 비었어요. 이 병동의 환자들은 일제히 다른 병동이 떠안아야 합니다. 온갖 다른 과 환자들이 뒤섞이고, 중환자들이 병동으로 내려오면서 중증도가 치솟습니다. 뒤에서 일반 환자를 보는 간호사들도 과중한 업무로 죽을 지경입니다.
병원에는 기부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어디 쓰이는지 몰라요. 주말에 근무하지 않는 관리자가 주말 수당을 챙겨갑니다. 나이트 근무자에게는 단 한번도 야식을 챙겨준 적이 없으나 야식비로 몇백만원을 청구합니다. 그러나 이 곳의 선생님들은 위험수당이 없습니다. 꼭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병원으로 파견된 봉사자들은 충분한 수당을 받고, 이 곳의 간호사들은 모든 위험과 무거운 업무를 수당 한 푼 없이 감내합니다.

2. B 병원
두 번째 사례는 대도시의 대형병원입니다. 규모도 크고 중환자실도 종류별로 여러개, 병상도 손꼽히게 많은 병원이지요.
B 병원은 제법 규모가 큰 감염병동이 있어요. 처음에는 감염병동을 선제격리병동으로 운영하다가, 확진자가 들어오면서 확대되어 확진자병동이 새로 생깁니다.
갑자기 한개의 중환자실을 포함한 세 개의 병동에 공지가 툭 나왔어요. 여러분들이 좀 지원을 가야겠다. 갑자기 떨어진 공지에 온 병동이 뒤집히고 확진자 병동과 선제격리병동의 명단에 본인 의사와는 관련없이 이름들이 올라갑니다. 네, 이분들이 당첨됐어요! 역 로또라고나 할까요!
그건 좋아요. 누가 먼저인게 뭐 중요한가. 지금은 비상상황이죠. 간호사들은 평시에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어요. 종종 시뮬레이션 트레이닝도 해요. 혹시 갑자기 전쟁이 나면, 역병이 퍼지면, 병원에 불이나면, 우리는 일제히 제일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간호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병원은 별 준비가 없었던 거죠.

2-1. 의(衣)
확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보호를 위해 레벨 D 보호복을 입어야 합니다. 평시에 이 옷에 대한 훈련을 하지만, 어떤 분들은 반쯤 잊어버렸어요. 의료진의 노출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만큼 다시 훈련이 필요해요. 그런데 파견날짜는 다가오는데 훈련을 한다는 말이 영 안들립니다. 간호사들이 묻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와요.
'보호복이 없다고 하던데.'
예?
갑자기 선뜩함이 등 뒤로 엄습해오네요.
간호사들은 트레이닝도 없이 알아서 레벨D를 입고 벗었습니다. 뭐 어때요, 이 시대에는 유튜브가 우리 트레이너 아닙니까. 간호사들은 닥치면 다 하는걸요.
매우 다행히도 보호복은 내내 잘 공급됐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탈의를 하다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옷이 막 찢어져요. 누차 말씀드렸던대로, 노출은 옷을 벗을 때 많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옷을 폭탄 다루듯 조심조심 벗어야만 하지요. 그런데 옷이 막 게맛살처럼 찢어지네요? 갑자기 옷 벗는 일의 난이도가 확 올라갑니다. 어렵게 어렵게 보호복을 벗고 나와서도 간호사들은 불안합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병원이 그런 보호복이나마 공급해준 데 감사합니다.
환자를 직접 간호하면서도, 간호사들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됩니다. 가래를 뒤집어쓰며 석션을 하고, 대변을 치웁니다. 치우는 와중에 오염된 장갑이 벗겨져 손목이 노출되고, 환자를 옮기다 장갑이 아주 통째로 날아가는 사례도 생깁니다. 환자에게 접촉하는 시간을 애써 제한했지만, 환자의 치료를 위한 기계에서 알람이 울리면, 불안에 지친 환자가 부르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관을 환자가 뽑아내면, 간호사들은 주섬주섬 다시 옷을 입습니다. 의사들 또한 접촉시간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평시라면 의사선생님들께서 들어오셨을 일들 또한 간호사들이 다 합니다. 간호사들은 접촉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노출 위험은 커져요.
간호사가 마스크와 가운, 장갑, 고글만 착용하고 일하는 선제격리병동에도 확진자가 다녀가지만, 폐쇄도 방역도 하지 않아요. 간호사들의 검사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가, 그곳에서 일했던 간호사들이 복귀하기 직전에야 원하는 사람에 한해 검사를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검사는 은총이 아니에요.
물론 여러 상황이 열악했던 대구와 B병원은 달라요. B병원에는 훌륭한 감염관리실이 있습니다. 역시 대형병원이라 청소 여사님도 계시고 소독을 담당하는 직원도, 장의사 선생님께서도 들어와서 간호사와 함께 일해주세요. 무척 감사한 일이죠. 그러나 이런 보조인력분들께서 보호복을 입고 벗는 일에 대한 교육은 없어요. 노출 위험은 극도로 올라가고, 간호사들은 감염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니터링 하세요'
그럼 그렇지요?
어느 날은 이런 일이 있었대요. 입원시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던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사망 환자는 처음이었어요. 간호사들이 지침을 요구하자 감염관리실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글쎼, 다른 환자랑 비슷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수는 없지요. 간호사들이 집요하게 요청하자 감염관리실은 에이포 용지 찢은 종이에 손글씨로 쓴 매뉴얼을 가져왔어요. 준게 어딥니까. 운구를 하시는 장의사 선생님께서도 보호구 교육을 못 받으셨구요! 간호사들은 장의사선생님께서 퇴실하실 때 냉큼 달려들어 소독티슈로 보호구의 모든 겉면을 빡빡 닦아드려야 했답니다.

2-2.식(食)
제가 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간호사들은 밥에 민감합니다. 간호사들은 몸을 써서 일해요. 일만 해도 칼로리가 쭉쭉 빨려나가는데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더운 옷까지 입고 일을 하지요.
그런데 확진자 병동이 생긴지가 한참 지나도록 사무처장 선에서 제공된 식사는 단 한번이었다고 해요. 간호사들과 같이 상주하던 감염내과 교수님이 이의를 제기해 의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식사가 조달되었구요.
이런 일이 있었대요. 관리자 중 한명이 간호사 휴게실에 들어와 컵라면을 먹은 흔적들을 보고 한마디 했대요.
'우리 애들이 컵라면을 좋아하나봐.'
예 간호사들이 컵라면을 사랑해서 매일 컵라면을 먹나봐요!

2-3.주(住)
코로나 환자가 처음 입실하고, 잔다르크같은 감염병동 간호사들이 일단 몸으로 틀어막고 있는 동안, 차출이 결정된 간호사들은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통근하거나 가족과 동거하는 모든 간호사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를 원했습니다. 격리를 원한다! 이 요구가 감염관리실에 닿자 감염관리실 가라사대
' 잘 씻고 보호구만 잘 착용하면 외부로 노출될 위험성 전혀 없다.'
여러분, 게맛살처럼 찢어지는 보호구와 함께라면, 위험성이 전혀 없고 막 그래요!
뭐 그러고 나서 간호사들이 감염이 되면 간호사가 잘 안씻었거나/ 보호구를 잘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군요!
여러분 보호구는 게맛살이 아니더라도 사실 모두의 몸에 다 맞지는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말이에요. 고글을 얼굴에 욕창이 다 생기도록 짓눌러도, 틈이 생길 수 있어요. 마스크는 fit test라고 불리는 밀폐 테스트를 해보면 얼굴에 맞지 않아서 생긴 틈으로 공기가 질질 새어나오는 게 수치로 보입니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벽한 방법으로 착용하고, 설령 테스트 결과가 완벽해도 간호사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틈은 생길 수 있습니다. PAPR후드도 얼굴 조그만 여선생님들의 머리 앞뒤양옆으로 바람이 부릉부릉 나와요.
그렇다면 우리는,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야 해요. 간호사들은 환자와 밀접히 접촉하니까요. 간호사를 보호하지 않으면 환자가 위험에 빠질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숙소는 간호사들이 노동조합에 요청한 후에야 공급됐어요.
간호사들이 얻은 것은 병원 당국에 대한 불신입니다. 한 달 넘게 확진자를 보는 동안 환자 퇴실 후 소독방법, 사망환자 운구, 사망 예정자 면회 모든 측면에서 병원차원에서 만들어진 정확한 매뉴얼 하나가 없었습니다. 담당 부서는 감염관리실이지만 물어볼 때마다 답변이 바뀌어 결국 확진자 병동 간호사들이 직접 매뉴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일 열심히 간호사들을 보호해야 할 관리자는 어떨까요. 잘 씻고 보호구 착용하면 다 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파견을 위해 짐을 챙기는 간호사들에게 “확진자 병동 가면 여기 다시 오면 안되니까 다 챙겨” 라며 오염을 막기 위해 기존 부서로 오지도 말라고, 마치 조선시대 농노 팔아넘기듯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확진자 병동에 와서 마스크 한장 쓰고 커피 마시면서 구경하고 사진 찍어가고 간호사들에게 느낀점도 적어서 내라고 합니다. 재난 포르노라는 표현을 여기 말고 어디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환자를 위해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격려는 커녕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관리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3. C병원. 선별진료소의 문제.
선별진료소는 수가 많은 많큼 온갖 말못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공항 선별진료소는 14일동안 쉬는날이 단 하루도 없었던 곳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병원 내의 선별진료소 얘기를 해볼게요.
C병원은 31번 환자의 확진으로 선별진료소 인력이 더 필요해져 병동에서 인력을 차출했습니다. 물론 간호사들한테 친절하면 그건 병원이 아니죠. 그냥 일단 통보를 한다음에 무슨일을 할지는 근무지에 도착해야 알 수 있습니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먼저 근무했던 분들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얻은 경험을 알아서 배워야 해요.
업무 지침은 인터넷이 가르쳐줍니다! 인터넷 시대니까요. 내 옆에 있는 동료들도 코로나랑 한탕 뒹굴게 된 거야 동병상련이니 이분들이 다 같이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찾아 매뉴얼을 만듭니다.
보호복을 입고 벗는 것 또한 공짜로 줄 순 없죠. 간호사들이 요청한 후에야 10분정도 방호복을 입고 벗는 걸 보여줬대요. 그것도 해준 게 어딥니까.
일반 환자와 선별진료소 검사를 위해 온 분들을 구별하는 분은 마스크와 비닐장갑만 끼고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관내에서 확진자가 나와버린거죠. 갑자기 보호복을 입어야 되는데 탈의실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밖에 나가서 방역을 하고 벗어요. 지침은 감염원에서 안전하고 주변을 오염시키지 않는 공간에 갱의실을 설치하게 돼 있지만 그런 시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죠. 설치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지만, 간호사들에게 쓸 돈은 없나 봅니다.
초기에는 확진자 정보도 공유가 안돼서 간호사들이 지역 맘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렸대요. 병원 공지보다 맘카페 정보력이 더 빨랐던거죠.
이 분들은 병동에서 차출한 선생님들이라고 말씀드렸죠? 이분들이 그럼 병동을 비웠느냐, 그건 아니에요. 병동 일도 하면서 교대로 선별진료소에 나와서 보호복을 입고 일해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몰라요. 격리가 주어질지, 보상이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당연히 없겠거니들 하고 있어요. 언제 끝나든 그것 또한 통보될거고, 이반 데니소비치처럼 그냥 하루를 견뎌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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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병원들의 파견 간호사들 중 일부는 본인의 원래 병동으로 돌아갔어요. 복귀는 당일 결정해서 통보하고, 음성이 나온 모든 간호사는 바로 다음날 모두 복귀합니다.
자가격리기간은 하루도 없어요. 파견에 대한 보상 또한 없습니다.
보호구를 모두 착용하고 코로나 환자를 돌본 간호사 중, 업무 종료 후 자가격리기간 중 확진된 간호사도 있습니다. 대구에 자원했던 분이세요. 그 분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자가격리를 지키셨습니다. 그 분이 만약 본인의 병원으로 바로 복귀했다면 그 병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어떤 간호사는 열이 37.5 이상이어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으나 관리자는 '시기상조'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의료진 감염 뉴스보도 후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어요. 또 다른 간호사들은 검사 자체를 받을 수가 없어서 병원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결과 2주마다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어요. 현재 시민들은 무료로, 원하면 코로나 검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코로나 검사는 싸우고 구걸해야만 얻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모든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을 상정하고, 적극적으로 틀어막아야해요. 간호사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병원 당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위에서 소개한 간호사들 중 누군가 확진된다면 어떨까요? 그동안 접촉한 환자와 동료는, 가족은 어떻게 하죠? 그리고 간호사 본인은요.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호사가 잘못한게 될까요? 간호사들은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해줘야 할 경우가 올까 두려워합니다.
그래요. 특수한 상황이고 비상사태입니다. 그래서 병원은 간호사에게 차출과 복귀를 통보할 수 있고, 위험수당을 안줄 수 있고, 아무 지침 없이 간호사들을 현장에 방치할 수 있어요.
그 상황의 특수함은, 간호사들이 안전하고 충분한 보호구도, 숙소와 식사도, 보상과 자가격리도, 모든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 관리자들의 태도도, 요구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간호사들은 맨 앞에 선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이건 다 병원이 사립병원이기 때문이니 의료공공성을 확충하자!' 혹은 '모든 건 수가가 낮아서 그런다, 이게 다 수가때문이야' 와 같은 결론을 내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공병원의 간호사들도, 수익을 아주 많이 내는 병원의 간호사들도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공공의료를 간절히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저도 공공의료를 확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병원이 사립이든 공립이든 한국의 병원에서 간호사는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고, 보호받지 못하고, 보상은 미약합니다. 부당함을 견디거나 떠나기를 강요받습니다. 현재 간호사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요.
이 모든 일이 끝나길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 모두가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라요. 그렇지만 모든 일이 끝나면 빛나는 명예는 간호사들을 가장 착취했던 사람들이 가져갑니다. 가장 앞에 섰던 간호사들은 혹사당한 몸과 실망을 끌어안고 가장 아래, 안보이는곳으로 파묻힙니다.
몇년 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그 때도 맨 앞에 섰던 간호사들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사람들. 지금 일어나는 것과 꼭 같은 불신과 불안, 실망속에서 그 분들은 병원을 떠났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가 맞이했습니다. 이번에도 필요에 의해 가장 앞자리로 내몰린 간호사들은 똑같은 불안을 어깨 위에 짊어집니다. 이것들은 안 보여요. 간호사들의 눈에만 보입니다. 시민 여러분에게는 간호사들의 얼굴에 붙은 스티커와 붉은 자국만 전시되었지만, 정작 간호사들을 짓누르는 불안은 투명합니다.
이 문제들은 반복되어 왔고, 반복되는 중입니다. 간호사들은 갈려나가고, 실망속에서 그만두고, 결국은 모자라게 될 거에요. 맨 앞에 설 사람들이 부족해지면,
다음에는 뭐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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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응해주신 모든 수고하시는 간호사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일상과 안전을 위해 모든 일이 어서 끝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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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련
20 April at 17:53 ·

6- 그림자 속


자가격리 기간이 종료되고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희 병원에서 대구로 갔던 모든 간호사들이 음성을 받았고, 긴장 속에서 2주를 보냈던 모든 분들이 평안을 되찾았습니다.
제 병원으로 돌아가 다시 근무하고 있어요. 저는 매일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저 대신 근무를 뒤집어 써 준 동료들을 봅니다. 제가 대구로 간 것은 저 혼자의 결정이 아닙니다. 제 부서와 병원이 승인하고, 저 대신 제 부서의 간호사들이 일을 떠맡고 근무를 채웠습니다. 대구에 가지 않으신 분들도 동료 한명을 보내기 위해 기꺼이 없어진 휴일을, 엉망이 된 번표를 감수했습니다. 병원 차원에서 대구로 파견한 한명 한명의 간호사들은 그 어깨에, 손에, 수십명의 양보와 선의를 주렁주렁 매달고 옵니다.
그리고, 의료인과 그들의 동료들 말고도, 그림자 속에 서 계시는 분들이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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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날은 제가 대구에 도착하고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저는 데이(7~15시) 근무였고, 중환자실에 간호사는 고작 두 명이었어요. 중환자실에 기관삽관을 한 환자가 입실하기로 해 저희는 재빠르게 모니터와 인공호흡기, 약물들과 침상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환자는 맥박이 소실된 상태에서 도착했습니다. PAPR을 착용한 한 분이 환자한테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하고 계셨어요. 환자를 침상으로 이동시키고 간호사들이 제세동기를 연결하고 앰부 백(고농도 산소 공급 도구)를 연결하기까지 흉부압박을 지속했습니다. 중환자실 도착 이후 18분동안, 보호구 없이 2분만 해도 힘든 흉부압박을 PAPR을 뒤집어쓴 그 분과 저 둘이서 교대로 진행했습니다.
이브닝(15~22시)근무자가 도착했지만, 다른 환자들 또한 돌봐야 했기 때문에 데이 근무자 중 한 분과 이브닝 근무자들은 인수인계를 해야했고, 교수님은 심폐소생술 리더를 해야 했고, 헬퍼(도움을 주기 위해 온 의료진)들 중 레벨D만 착용한 분들은 비말이 튀어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약물을 믹스하고, 기록을 도와주는 업무만 도와주실 수 있으셨어요.
저는 중환자실 5년차고, 수없이 많은 심폐소생술에 참여했습니다. 온갖 급박한, 이상한, 힘든 심폐소생술을 해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제가 살면서 해 본 것 중 가장 힘들었어요. 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 한군데도 안 젖은 곳이 없는 상태로 퇴근시간을 1시간 넘기고, 제가 심폐소생술에 투입된 탓에 혼자서 모든 인수인계와 다른 환자 모두를 도맡았던 다른 데이 근무자 선생님과 함께 병동에서 나왔습니다.
이 지옥같은 심폐소생술을 함께한 분, 그 분이 안 계셨다면 가만히 입고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방호복을 입고 저 혼자 18분간 격렬한 소생술을 견뎌야 했을 겁니다.
그 분은 고작 스물한살, 소방관 지망생이었습니다. 저는 그 날,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요, 그냥 돕고 싶어서 여기 병원에 연락했더니 오래요. 그래서 왔어요.'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던 그 얼굴은 부서(부서원들이 제 듀티 다 뒤집어씀)며 엄마 아빠 반응(비밀로 한다!)이며 자가격리 할 공간(나는 집에 있고 남편을 내쫓자)까지 치열하게 재고 따져서 안전한 결론을 다 만들어 놓고 나서야 내려온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이런 분들은 구석구석에서 자꾸 나와요. 가장 어려울 때, 누군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나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도와주고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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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 더 얘기해볼까요?
보통 중환자실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서는 방사선사 선생님과 담당 간호사가 달라붙습니다. 흉부 엑스레이는 많은 분께서 찍어보셨을 거에요. 가만히 서서 네모난 판을 끌어안고 있으면, 방사선사 선생님이 숨을 들이쉬시고, 참으세요. 라고 말씀하시죠.
그렇지만 중환자실 환자들은 서 있을 수도 없고, 본인 상체를 들어올려 판을 끌어안을 수도 없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엑스레이는 판을 가슴에다 놓고, 방사선을 등쪽으로 쪼여 영상을 찍지만, 중환자실 환자는 침대에서 눕거나 앉은 상태로 판을 등 뒤에다 놓고 방사선을 가슴에 쪼여 영상을 얻습니다. 그러기 위해 환자의 등 뒤에다 몇kg 짜리 무거운 판을 밀어넣는 일은 대단한 중노동입니다. 방사선사선생님들도, 간호사들도 대단히 힘들어 합니다. 우선 환자의 상체를 들어올리고, 무거운 판을 등 뒤로 밀어놓고 조심스럽게 환자의 가슴이 판 안에 맞춰 들어오도록 조정합니다. 복부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면, 환자를 당기고 밀어 반바퀴 굴린 후 판을 밀어넣어야 해요. 비틀린 자세로 환자의 체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손목이나 허리 부상이 잦습니다.
제가 그 날 봤던 환자는 ECMO(체외 심폐순환기)를 가지고 있었고, 어린애 손목만한 관이 목과 허벅지의 굵은 혈관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또한 중심정맥관이라고 해서, 농도가 높은 약물, 또는 말초혈관으로 들어갔을 때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약, 또는 다량의 수액을 주기 위해서 큰 혈관에 잡는 주사가 있는데 그것도 중요한 약들이 주렁주렁 달린 채 쇄골 밑 정맥에 꽂여 있었어요. 보통 이런 경우 관들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영상을 찍기 위해 긴장합니다.
그런데 그 날은 너무 힘든 날이었어요. 저는 제가 가진 에너지의 태반을 다 썼고 보호복 아래서 거의 녹아내린 채 너덜거리고 있었어요. 제가 환자 옆에 서서 환자를 들어올리려고 시도하는데, 아무리 낑낑거려도 환자가 들리지를 않는거에요. 방사선사 선생님도 힘들고, 저는 애가 타고. 그때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선생님, 비키세요.'
그 분은 응급구조사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은 저를 옆으로 치운 뒤에 가뿐하게 환자를 들고 내려 영상을 촬영해 주셨습니다. 세상 멋있어서 저는 넋이 나갔습니다. 저 박력넘치는 비키세요를 해보고싶어서 여러번 엉성하게 따라해 봤지만, 제가 하면 그냥 성격파탄자같고 도무지 그런 무게감이 우러나오지를 않네요.
성함조차 묻지 못한 응급구조사 선생님을 저는 참 많이 뵈었어요. 팔다리가 없어지도록 바쁜 간호사들을 위해 대신 환자를 이송하고, 어디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산소통을 어떻게든 찾아서 들고 오고, 새벽에도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으면 자다가도 뛰어나오던 분. 휴일도 없이 일하는 스케줄에도 한마디 불만이 없으셨습니다.
이 분 외에도 계십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욕창 예방을 위해 자세를 변경할 떄, 흉부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환자 상체를 들어야 할때, 인력이 모자라 10킬로그램짜리 수액 상자를 몇개씩 들고 옮겨야 할 때, 힘이 모자라 호흡까지 가빠오는 간호사들 옆에 제일 먼저 오시던 분들, 힘든 일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저희를 비켜서게 하고 대신 뒤집어 쓰던 분들이 계십니다.
응급구조사 선생님께서는 본인 직장에 연차를 내서 대구로 오셨습니다. 한 줌의 희망을 사기 위해서, 연차를 모조리 소진할 때까지 대구에 머무르고 떠나셨습니다. 아무 대가도 없이 일하셨고, 그런 걸 바라신 적도 없습니다.
소방관 지망생 선생님은 대구경북지역 코로나 확진자 급증세가 시작됐을 때, 병원측에 직접 연락해 봉사 의사를 전달하고, 3주간 변변한 휴일 없이 필요할때마다 온 병동을 다 들어가 필요한 일들을 했어요. 환자 체온이 떨어지고 신체 말단의 피부색이 거멓게 변해가는데 워머가 없어 간호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면 어디서 정수기를 찾아다 온수(뜨거운 물 안됨. 환자 화상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뜨거운 물을 쓰지 말아주세요.)를 장갑에 담아와 환자 손 발에 대주고, 폴대가, 시트가 없다, 베개가 없다, 미친 사람처럼 헤매고 다니면 어디서 땀 뻘뻘 흘리며 찾아다가 손에 쥐어줬습니다.
보호복을 입고 확진자를 돌보러 들어오는 간호사들 모두 어려운 각오를 했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녹초가 되어 나갑니다. 매일같이 비말을 뒤집어 쓰고 뛰어다니며, 봉두난발하고 땀에 푹 절어 나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면허가 있고 전문인으로써의 책임감과 각오가 있습니다. 어떤 날들은, 정말 힘이 다해 숨이 막히는 날들은 그 책임에 기대 하루를 견딥니다.
그러나 이 분들은 순전한 선의로 모든 일들을 감수했습니다. 격전지와도 같은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의료진과 함께 호흡하는 일을 오직 돕고자 하는 마음이 할 수 있다.
이 사실이 설렙니다.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의 선의가 어떤 모양인지, 제가 지켜보고 기록할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혹은 병원 차원에서 대구로 파견하는 의료진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세 개의 직종입니다. 이 외의 직종들, 반드시 필요하지만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요. 약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그리고 응급구조사. 레벨D를 착용하고, 혹시나 오던 길에 문제가 생길까 기저귀를 차고 환자를 수없이 이송한 119 구조대 이송요원, 세자리수의 의료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그 자리에 계신 배식요원, 온갖 의료폐기물들을 들어 옮기고 치우고, 방역을 도와주신 수많은 손길들. 한푼 대가를 바라지 않은 봉사자들. 제가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분들. 이 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숨을 쉬었습니다.
언젠가, 모든 일이 지나가고, 이 분들에게 대구에서의 기억이 흐려지고 지워져 남지 않게 되더라도, 부디 대구는 이 분들의 대가없는 희생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분들이 대구의 희망이었고, 대구가 이 분들의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183Youngaee Kashima and 182 others



김현철
김수련
15 April at 13:53 ·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말로도
다 표현못할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See more


하종강
15 April at 12:00 ·



언론이 들려 주지 않은 대구 지역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김수련 님의 담벼락에 가시면 다른 (더) 좋은 글들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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