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6

[김조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드립니다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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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드립니다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2.03.22

한남대 명예교수

[금강일보] 나는 당신이 5년간 대통령이란 직무를 잘 해내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계에서 0.73%란 것은 의미가 없지만, 선거에서 실제 수인 그 숫자는 절대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해서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긴 자는 전체를 가지고, 진 자는 모든 것을 없음으로 돌리는 선거제도에서는 그렇습니다. 당선자는 그 순간 가장 높은 기쁨과 동시에 근심과 걱정을 가질 것입니다. 그 무거운 짐이 당신에게 내려졌다는 중압감이 짓누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선되는 그 순간이 정점이고, 취임하는 순간이 정점이면서 곧 내려오는 길입니다. 5년간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오늘 나는 당신에게 노자의 '도덕경'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을 따라서 몇 마디 하려 합니다. 선거는 말 그대로 아주 더러운 전쟁입니다. 전쟁에 이기고 나면 기쁨과 축제가 아니라 슬프고 애통한 초상을 치르듯이 하는 것이 옳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할 일은 당신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의 승리에 도취되어 기고만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투표한 반 수에 이르는 상심하고 낙담하는 사람들을 슬픈 초상집에 가서 위로하듯이 해야 한다는 일입니다. 요사이 사회에 떠도는 ‘점령군’처럼 해서는 안 된단 말입니다. 그러는 순간 민심 곧 천심은 당신을 떠나 본격 일을 하기도 전에 어렵게 됩니다. ‘천하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했습니다. 나라도 그렇지만, 국민의 마음, 시민의 마음은 신기(神器)란 말입니다. 그 마음을 아주 거룩하게 조신하게 다루지 않으면 금방 절단 난 모습으로 당신에게 돌아온단 말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 ‘어쩌다 대통령’이란 소리를 하늘의 소리로 들으란 말입니다. 당신은 대통령 수업을 오래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불안한 맘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배워가면서 할 자리가 아니고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어느 자리에선가 말했다듯이 ‘5년짜리 대통령’이 잘 한 들 뭐 그리 굉장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잘못하면 5년이 아니라, 역사의 진행을 몇 십년 뒤로 되돌릴 수는 있을 것입니다. 잘 하는 일이란 큰 강에 조약돌 하나 던져 징검다리를 놓는 데 보조할 뿐입니다. 선거할 때야 표를 얻기 위하여 마구 말을 쏟아내지만, 이제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살얼음에 발 올리듯이 신중히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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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신은 ‘선제타격’이니 사드를 더 배치해야 한다느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느니, 원자력발전을 더 해야 한다느니, 4대강을 막은 보를 되살려야 한다느니, 한미일 군사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느니, 도시 재개발을 자유롭게 하게 해야 한다느니, 검찰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을 했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이미지화하려 했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만큼 큰 숫자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힘으로 상징되는 병(兵)이란 ‘상서롭지 못한 도구’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차마 어쩔 수 없어서 준비해두기는 하지만 사용할 때는 불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나도 북한에 핵무기가 없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핵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프랑스 등에 있는 핵무기 역시 폐기되고, 핵개발정책도 폐기되어 핵무기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도로써, 덕으로써 국민을 섬기려 한다면 그런 무기를 앞세울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외교 역시 도와 덕으로 품위 있게 하는 것이지 무력을 기반으로 하는 힘의 논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노자가 말하는 병(兵)을 다른 말로 번역하여 본다면 좀 다양한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위, 직책, 권력, 재력, 학력, 제도, 통치력 따위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들은 도 곧 참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선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그런데 선거를 통하여 얻은 권력은 당분간 절대권력으로 행세합니다. 그러나 엄격히 살펴서 오늘날은 절대권력은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들이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 그런 착각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없고, 식견이 부족한 데서 오는 오만의 결과입니다.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은 때때로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합니다. 
  •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모든 것들이 열매를 잘 맺고 여물게 할 뿐 강권을 잡고 휘두르려 하지 않는답니다. 무엇인가 열매를 맺되 자만하지 않고, 자기 공을 내세우지 않고, 교만을 떨지 않으며, 무위자연의 도를 따르려고 노력한답니다. 
  • 모든 것들은 이루면 곧 사그러들기 시작합니다. 견고해지고 강해지면 곧 쇠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겸손할 일입니다.
  •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어떻게 일하는가, 어디를 가는가 보고 싶어 하기도 하겠지만, 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절대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그러므로 대통령은 자주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듯 아닌 듯하면서, 말없이 소리 없이 행동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전체 시민의 맘을 살피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 아직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방부 자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느니, 청와대를 어쩌느니 하는 것은 전체 나라가 안정되게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소음에 불과할 뿐입니다. 
  • 당신 개인으로는 얼마나 겸손한 분인지 모르지만, 대통령으로서, 당신의 참모들이나 관료들이 모두 겸손한 자세로 일을 하여 서로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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