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7

서구학계, 중국 동북공정 논리 인정하지 않았다 - 대학지성 In&Out

서구학계, 중국 동북공정 논리 인정하지 않았다 - 대학지성 In&Out

서구학계, 중국 동북공정 논리 인정하지 않았다

고현석 기자
승인 2022.03.27 


- 동북아역사재단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 발간
-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전편의 종합적 분석과 논평
- 고구려는 한국사…“고구려‧신라‧발해 당시 중국 버금가는 수준, 한국의 선행국가”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의 종합적 분석과 논평을 통해 중국사에 대한 구미학계와 중국학계의 역사 인식과 관심의 차이를 재조명한 연구서가 나왔다. 심재훈 단국대 교수 등 국내 학자 20명이 중국 밖에서 출간된 동양사 연구서 중 가장 권위 있는 저작인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를 분석한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2020~2021년에 걸쳐 재단 내외 연구자들이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전편의 종합적 분석과 논평”이라는 주제하의 공동연구를 통해 서구학계에서 중국 역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재조명하고, 중국사의 대외 관계를 다룰 때 한국관련 내용을 어떻게 서술하는지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를 분석한 연구서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를 발간했다.

존 페어뱅크(John K. Fairbank)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데니스 트위칫(Denis Twitchett)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석학이 주도한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는 중국사를 가장 방대하고 포괄적으로 다룬 영문 출판물로 1950년대 이후 미국,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사 연구에 축적된 성과를 망라하여 서양의 독자층에게 중국사 해석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시사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상고 시기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마오쩌둥 사망을 비롯하여 1982년에 이르기까지의 중국 역사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까지 총 17책이 출판된 이 시리즈는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진 주제나 시기 등에 대한 독창적 연구도 담고 있다. 중국사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집필진은 각 시기의 중국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주요 발전상을 다루며, 역사상의 주요 사건을 총체적으로 제시한다.




현재까지도 구미 지역에서 출판되는 세계 역사 시리즈 중 가장 권위 있는 영문 출판물로서 출판된 지 40년이 지난 이 책 저자들의 통찰은 여전히 학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리즈는 중국사를 공부하는 후학들과 중국의 현재 행보를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학술적 길잡이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에 대해 한국학계에서 전체적으로 정리한 적이 없었다.

2019년 11월에 출간된 「제 2책: 육조(六朝,220–589)편」에서는 부여, 구구려, 신라, 가야, 백제 등 한국 고대사 관련 내용을 다수 확인할 수 있고, 한중 관계를 비롯한 동아시아 외교 관련 내용이 적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40여 년간 출판되어 온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가 완간을 목전에 앞둔 시점에서 『케임브리지 중국사』 전편의 한중 관계 관련 서술 내용을 포함한 중국사 인식에 대해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공동연구를 기획하게 됐다. 『케임브리지 중국사』는 동아시아사에 대해서도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 속에서 기술하고 고대 한국사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서구 학계의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는 1978년에 제 10책(청 말(淸末) 편)이 가장 먼저 출판된 이래 제 3책 수당사편의 분권(제 4권)이 출판되면 40년이 넘는 긴 시간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로서 그 완결을 보게 된다. 이 시리즈의 각 권은 출판된 시점에서 해당 시대에 대한 유럽과 미국학계의 대표적 성과라는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로서는 지난 40여 년간의 유럽·미국 학계의 중국사 연구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금번 공동연구에서 국내학계의 전문가들은 중국 선진(先秦)시대부터 중화인민공화국사까지 각 시대별로 구미학계의 중국사 연구성과를 반영한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 구미학계와 중국학계의 역사인식의 차이와 대립점 등이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천하질서가 담고 있는 정치적 허구성을 지적하거나, 현재적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역사를 해석한 점을 비판했다. 중원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정복 통치하였던 북방민족 제국인 거란, 금, 대하(서하), 몽골에 대해 기존의 한족중심적 시각을 비판하고 북방민족의 정체성이 강조된 점을 다루었다. 이는 중국이 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 등 역사공정을 통해 주변 민족과 나라의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비판한 것이다.


출처: 동북아역사재단 NAVER 블로그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에 반영된 한국사 서술과 시사점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의 각 권별 한국사에 대한 서술은 단편적이고 소략하다는 견해가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케임브리지 중국사』에 서술된 한국사에 대한 시사점은 무엇인지 검토해 보면, 우선 「제 1책: 진한사편」의 경우 고대 진한 시기의 한반도 관련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최근 출간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진한 편에는 한국사와 관련된 인식이 거의 없다는 점을 비교해 보면 한국사에 대한 서구 학계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제 3책: 수당사」에서는 수당 시대의 일본, 토욕혼, 돌궐, 고구려, 회흘, 거란, 발해, 남조 등이 모두 국제 관계에 속하는 것을 명확히 했음을 밝히고 있다. 고구려의 국가적 성격이나 위상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나, 발해를 그 시대 상황으로서 현대 중국과 다르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 8책: 명사(2)」에서는 명과 조선의 조공 체제 관련 서술에서 비록 ‘중국적 세계 질서’를 강조했지만, ‘조선이 자주를 추구했다’고 기술한 것은 명대 한중 관계의 속성을 잘 응축한 설명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에는 한반도의 고려와 조선 왕조 교체를 다룬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제 9책: 청사(2)」에서는 대외 관계 파트가 한국 학자에 의해 쓰여진 것을 밝히면서, 청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중요한 만큼 조선에 비친 청의 모습도 중요함을 지적하며 인식의 전환에 관하여 명시했다. 이 책은 조선과 청이 맺은 질서가 이전에 조선과 명이 맺은 질서와 매우 다른 독특한 만주 중심의 질서였음을 강조했다.

「제 11책: 만청사」에서는 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난 뒤 일방적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한 피해자로 서술된 점에 대해 지적했다. 청과 일본이 조선을 두고 각축하는 과정에서 청이 조선에 군대를 주둔시켜 제국주의를 답습한 측면을 배제한 것이 문제라는 점을 밝혔다.


출처: 동북아역사재단 NAVER 블로그

『케임브리지 중국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사실은 한·중 역사현안과 관련하여 한·중간 역사 해석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지점에서 한국 입장과 유사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중국과 접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정착 인구가 있고 조직이 잘 갖춰졌다며 고구려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발해에 대해서도 “신라와 일본처럼 완전한 독립국이어서 당나라가 그 내정에 간섭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고구려를 한국의 선행 국가로 인식하고, 발해는 그러한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로 이해했다. 중국 중심적인 역사관을 배척하고, 고구려, 신라, 발해를 당시 중국에 버금가는 발달수준의 국가로 인식한 것이다.

즉, 중국은 1980년대부터 고구려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를 ‘자국사의 일부’로 왜곡하는 작업을 벌였으나, 미국과 유럽 학계의 주류 학자들은 동북공정 전후로 줄곧 ‘고구려와 발해는 한국사의 왕조’라 인식하고 기술해 왔으며, 전체적으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에서 한반도 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은 동북공정이 본격화된 2002년 이후에 출간된 구미 학계의 다른 저서에서도 계승됐는데, 2012년 출간된 ‘하버드 중국사’의 당(唐) 편에선 “고구려·백제·일본 등 외국 지도자들의 굴복은 순전히 형식적이어서 직위를 받은 인물조차도 종종 적극적으로 중국의 영향력과 군대들에 반대했다”고 서술했다. 동아시아의 ‘조공·책봉’ 관계가 형식적인 것이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처럼 서구 학계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속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의 허상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였으며,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반면 중국학계는 서구학계를 상당히 의식하여 서구학계의 시각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서평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바, 중국학계의 학술 네트워크를 통해 일부 중국 측 입장이 반영된 연구성과가 구미학계에서 출간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각 권별 한국사에 대한 서술이 단편적이고 간략하다는 공통된 지적은 국내학계가 직시해야 할 과제이다. 이는 대다수 서구 동아시아사 전공자들이 언어상의 제약 때문에 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연구성과를 인용하였고 한국학계의 연구 성과는 극히 미미하게 반영된 점에 기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케임브리지 한국사 시리즈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한국 학계와 구미학계간 적극적인 학술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특히 서구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과 용어로 접근한 한국사 영문 서적을 다수 발간하여 고대 동아시아 역사의 다양성과 상호작용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수퍼 파워로서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이 미중 갈등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의 역사 인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좋은 지침서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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