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9

[전 통일교 2인자 곽정환 “아베 사망, 통일교 일본 헌금 탓” : 종교 : 사회 : 뉴스 : 한겨레

전 통일교 2인자 곽정환 “아베 사망, 통일교 일본 헌금 탓” : 종교 : 사회 : 뉴스 : 한겨레

전 통일교 2인자 곽정환 “아베 사망, 통일교 일본 헌금 탓”

등록 :2022-07-20

조현 기자 사진

19일 곽정환 전 ‘가정연합’ 세계 회장 기자회견

19일 서울 세종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전 통일교 2인자인 곽정환 전 가정연합 세계 회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통일교 2인자였던 곽정환(85)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명칭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전 세계 회장이 “지금도 일본의 가정연합이 무리하게 걷은 헌금을 한국으로 송금해 (경기도) 가평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화려한 대리석 궁궐들을 짓고 있다”며 “최근 아베 총리 저격 사건은 통일운동(통일교 활동)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곽 전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일본 통일교인의 아들인 야마가미 데쓰야(41)의 아베 전 총리 저격사건과 관련한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범인이 처음에 노린 타깃이 일본 총리가 아니라 한학자 여사(현 통일교 교주·총재)였다는 사실은 (통일교에 대한) 심각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교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곽 전 회장은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과 함께 문선명 교주(총재)의 왼팔과 오른팔로 일컬어질 만큼 통일교 교단 내 막강한 실력자였다. 195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옛 통일교)에 입교한 그는 천주평화연합 초대 의장, 세계일보 초대 사장, 프로축구팀 성남 일화 구단주,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 등을 맡았다. 그는 문 교주의 셋째 아들 문현진 통일교세계재단(UCI) 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첫째와 둘째의 사망으로 사실상 장남이 된 문현진 회장은 한때 교주직 승계 1순위가 유력했으나, 문 교주의 말년에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통일교단 밖으로 뛰쳐나왔고, 이때부터 곽 전 회장도 통일교단과 결별해 문현진 회장 편에 서 왔다. 곽 전 회장의 기자회견문과 일문일답을 4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일 서울 세종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아베 전 일본총리 저격사건과 관련해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는 전 통일교 2인자인 곽정환 전 가정연합 세계회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일본 통일교 잘못된 헌금 시스템

곽 전 회장은 1998년 문선명 교주의 후계자로 지명된 문현진 회장이 2001년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일본 통일교회의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개혁을 단행했으나, 이것에 반기를 든 세력들에 의해 좌초되면서 아베 총리의 저격사건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헌금 활동을 책임지고 있었던 일본 통일교회의 책임자 전체를 면직시켜 일본 통일교회를 헌금 ‘경제부대’에서 정상적인 조직으로 바꾸어 나가려던 문 회장의 시도는 출발부터 저항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일본 통일교는 주로 ‘영감상법’을 통한 방문 판매로 자금을 모아 일본 사회에서 적잖은 발발을 샀다. 영감상법은 ‘영계의 지옥에 있는 조상들의 고통을 없애주고 후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우려면 영적인 능력이 있는 물건을 구매하고 헌금을 해야 한다’며 초자연적 영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감과 화병, 장식품, 다보탑·석가탑 모형, 목주, 인삼 진액 등을 거액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곽 전 회장은 “2001년도에 문 회장은 ‘일본 통일교회의 헌금 방식이 본래 아버지(문선명)의 가르침과 거리가 있다고 여겨서 일본 통일교회에 쇄신을 기하려다가 당시 유정옥 일본 가정연합 총회장을 비롯한 기득권 지도자들의 강한 반발이 직면했고, 수년 뒤 문 회장을 축출한 교권 세력들은 과거에 문제를 일으켜 물러났던 헌금 책임자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헌금을 조달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었고 개인 파산, 이혼은 물론 심지어 자살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 거둬들인 헌금이 얼마인지는 담당자가 아니기에 모른다”며 “문선명 총재님이 2012년 성화(타계)하신 뒤 한국에도 (헌금이) 많이 왔다고 생각되는데, 예를 들자면 가평에서 진행 중인 건축물 공사의 경우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어디서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문 총재께서는 2013년 1월13일을 기해 일본 통일교회가 경제적인 책임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게 하겠다고 계획했으나 문 총재의 바람과 달리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연하다는 듯이 일본 가정연합이 거둬들이는 헌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신도들의 피 같은 헌금으로 짓고 있는 저 가평의 화려한 석제 건물은 하나님의 뜻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19일 곽정환 전 가정연합 세계 회장의 기자회견장. 조현 종교전문기자이에 대해 <한겨레>와 이날 만난 통일교 관계자는 “그(곽 전 회장)가 바로 일본에 헌금을 (한국의 통일교) 본부로 보내라고 호통을 치던 세계 회장이었다”면서 “(통일)교회 재산은 모두 재단으로 소속되었을 뿐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교회 그 누구도 사적으로 교회 재산을 점용하고 있지 않은데, (통일)교회 재산을 사유화한 이들이 할 소리냐”고 말했다. 통일교의 여의도 파크원 부지 등 천문학적인 통일교 재산이 소송에 의해 문현진 회장의 통일교 세계재단 측에 넘어간 것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통일교 관계자는 “일본에서 영감상법 등의 헌금 방법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일본 통일교회가 2008년에 공표한 바 있다”며 “그 이후 통일교 사정은 (통일교를 나간) 곽 전 회장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 잇따르는 헌금 반환 소송 패배와 관련해 “헌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라며 “기독교 목사들과 변호사들이 짜고 전문적으로 (통일교회에 대해) 헌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경기도 가평군 천주청평수련원 대강당에서 열린 문선명 총재 탄신 구순 축하연에서 문선명·한학자 총재 부부가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아베와 통일교 직접 관련설 부인

곽 전 회장은 “문선명 총재가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1957∼1960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가까웠고,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외상과도 가까웠으나 정치적인 관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 관계가 아베 신조 전 총리와의 관계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문선명 총재가 196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국제승공연합’을 만들었을 때 공산당의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 지도자들이 그 운동에 감화를 받고, 또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급격하게 진행된 공산화에 대한 위기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지, 이권이 오가거나 종교적인 믿음의 관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통일교 관계자는 “정치 지도자는 어떤 종교와도 가깝게 지낸다”며 “일본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저격이 아베 반대파나 경호 탓이란 주장이 주류이며 통일교 때문이라는 여론은 10% 미만이라고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정환 전 가정연합 회장이 주로 일본통일교에서 들어온 헌금으로 짓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기도 가평 통일교 왕국 500만평의 중심에 있는 천정궁. <한겨레> 자료사진후계자 교체가 문제의 근본 원인

곽 전 회장은 문선명 교주의 사실상 장남으로 한때 후계자였다가 밀려난, 자신의 사위 문현진 회장을 교권주의자들이 밀어낸 것이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곽 전 회장은 “문선명 총재가 1998년 문현진 회장을 ‘4차 아담’으로 공인하는 역사적인 행사를 주관했고, 주요 조직의 핵심 책임자들을 젊은층으로 교체하고, 48살 이하 지도자 전체를 문 회장의 직접적인 권한 아래에 두게 했다. 2000년 9월에는 (합동결혼 등의 행사에서) ‘축복의 권한’을 문 회장에게 공식 이양했다”며 문 회장이 문 교주의 후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담’과 관련한 문 교주의 가르침을 들어 “하나님이 창조한 첫 아담에 이어, 예수가 두번째 아담이고, 문선명 총재가 세번째 아담이며, 문현진 회장이 네번째 아담이다”라고 주장했다.

곽 전 회장은 “문선명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통일)교회들을 갖고 있음에도 종교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앞으로는 특정 교단 특정 교회가 아닌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을 위해 헌신할 것을 주창했으며, 문현진 회장이 이 메시지를 세계 곳곳의 집회에 전하며 청중들을 고무시켰다”며 “그러나 교권 세력들은 ‘교회 시대 종결’에 강력하게 저항하며 (통일)교회의 틀을 보존하기를 원했고, 문 회장의 활동을 견제하고 방해하며 문 총재께 문현진 회장에 대한 거짓 보고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 회장에 대한 문 총재의 지지가 짙어지자 (교권주의자들은) 2009년 1월 문 총재가 준비한 ‘하나님 대관식’ 행사를 문형진(문 교주의 막내아들) 후계자 책봉식으로 둔갑시켰으며, 행사가 끝난 후 문 총재의 승계 계획이 바뀐 것처럼 선전했다”며 2009년 3월 강원도 속초에서 벌어졌다는 ‘후계자 탈취사건’을 고발했다. 곽 전 회장은 “문 총재가 영매인 김효남씨를 즐겨 대하며 그를 통해 영계의 메시지를 받는 것을 귀하게 여겼다”며 전모를 이렇게 전했다. 어느 날 통일교회 간부가 ‘영계에서는 문현진 회장보다는 문형진씨를 후계자로 보며, 문형진씨가 문현진 회장의 상관이 되어야 한다’는 영계 메시지를 낭독했었는데, 이런 영계 메시지를 받았다는 영매자 김효남씨는 정작 자신은 그 메시지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관련이 없다고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곽 전 회장은 “문 총재까지 완전히 믿게 한 이 가짜 영계 메시지는 한학자 여사의 지시에 따라 통일교회 핵심 간부였던 양창식이 작성했다는 것이 훗날 밝혀졌다”며 “일본에서 벌어진 (저격) 사건은 이렇게 하늘을 속이고, 문 총재를 속인 비리와 음해들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속초 사건에 대해서는 (일부 참석자들 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통일교 쪽은 곽 전 회장이 사위인 문현진 회장을 위해 아베 총리의 저격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16일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통일교 합동결혼식에서 축복을 해주고 있는 한학자 총재. 통일교 제공한학자 현 통일교 교주의 독생녀설?

곽 전 회장은 한학자 여사가 문 교주의 타계 후 막내아들 문형진씨마저 밀어내고 전권을 장악해 교주가 되어 ‘독생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 여사의 동기와 목적은 순수하지 못하며, 자신을 신격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생녀’ 교리는 문 총재의 가르침과 사명에 직접적으로 상충한다”며 “수십년간 문 총재를 모시고 섭리운동을 함께했던 저의 시각에서 볼 때 독생녀교는 너무나 낯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막내아들까지 밀어낸 한 교주가 교권을 장악한 전후의 통일교 안팎의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9월 문 총재가 타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문형진씨는 (세계회장) 직위에서 해임되고 한 여사와 결별한 뒤 세계평화통일성전교회(생춰리교)를 세워, 자신을 후계자로 내세웠다가 용도 폐기한 한 여사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하고, 심지어 어머니(한학자)가 (아버지) 문 총재의 사명 완수에 실패했다는 것을 이유로 다른 여성을 문 총재와 영혼 결혼시키는 패륜적인 행동도 마다치 않았다. 또한 총기 무장을 옹호하며 총기 축복식이란 위험한 사고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회 관계자는 한 교주의 독생녀설과 관련해 “종교적 신앙을 일반인들의 이성으로는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문형진 회장 쪽은) 곽 전 회장의 노욕이 담긴 주장들의 나열로 본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폄하했다.

한편, 안호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대외협력본부장은 20일 곽 전 회장 기자회견에 대한 통일교 쪽 반박을 담은 성명을 통해 “고 문선명 총재께서 생전에 신도들의 헌금을 통해 조성된 공적자산의 문제로 ‘당 법인’(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서 출교된 곽씨가 마치 당 법인을 대변하는 듯한 입장에서 기자회견을 함에 매우 유감”이라며 “(곽 전 회장은)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신도들이 헌금해 설립된 유시아이(통일교세계재단) 산하 공적자산들(여의도 파크원 개발을 위해 설립된 Y22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지분, 센트럴시티 지분, 용평리조트 지분 등 다수)을 2009년부터 총재의 재가 없이 임의로 처분해 전세계 선교지에서 많은 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안 본부장은 이어 “현재도 유시아이 이사회의 배임 문제를 놓고 당 법인과 관련된 소송이 미국 워싱터디시에서 진행중에 있으며 2020년 12월4일 당 법인이 1심에 승소한 후에 현재 항소중에 있다”면서 “일본 신도들의 헌금 문제를 놓고 당 법인이 본래 자리를 벗어나 불의한 방법들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허황된 것이며, 결코 사실이 아니기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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