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8

알라딘: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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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사이바라 리에코 (지은이),김문광 (옮긴이)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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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7,500원

Sales Point : 2,013

9.3 100자평(19)리뷰(6)

236쪽
책소개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어촌 마을. 그 곳에서 빌붙어 먹고 사는 많은 사람들. 가출, 매춘, 약물은 그들에게 일상다반사와 같은 일. 그 비참하기 그지 없는 삶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꿈꾼다.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서로만을 의미하며 살게 된 세 남매. 그들의 삶은 당연하다는 듯이 어렵고 힘들고 비참하지만 오히려 그 삶 속에는 웃음이 있고 감동이 있고, 희망이 있다.



저자 및 역자소개
사이바라 리에코 (西原理惠子)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64년 코우치현에서 태어났으며, 1988년 《치쿠로 유치원》으로 데뷔했다. 1997년 《우리집》으로 문예춘추만화상을 받았으며, 2004년 《매일 엄마 카니엄마편》으로 문화청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우수상을, 2005년 《매일 엄마》, 《만화가 상경기》로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을, 2011년 《매일 엄마》로 일본만화가협회상 참의원의장상을 받았다. 2017년 출간된 《여자아이가 살아갈 때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베스트셀러로 많은 여성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최근작 : <영업 이야기>,<이케짱과 나>,<여자 이야기> … 총 18종 (모두보기)

김문광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96년에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연극과 졸업. 95년에 일본 잡지 「번역의 세계」 한일부문에 입선하였고, 현재는 주로 일본도서와 관련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소년탐정 김전일』, 『H2』, 『러프』, 『Dear Boys』, 『어~이! 료마』 등이 있다.




평점
분포


9.3





입은 진심으로 웃는데, 눈은 진심으로 운다. 그런 이야기.
하이드 2014-06-11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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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현실적인 그리고 너무 직설적인 이야기에 불편했다.

몽이엉덩이 2016-06-28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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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만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이 작품을 이제야 알게된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 세상에서 만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작품은 불멸로 남으리라.
赤赤 2014-06-28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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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만화가 내 삶에 하나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진실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은 일상의 크고 작은 비극과 그 비극 속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인간 존재들을 보게 되리라. 이 만화는 영원히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수다맨 2013-09-0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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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사람 웃게 만든다. 픽션으로 가려도 폐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진실의 빛. 걸작.
해줘 2013-03-31 공감 (1) 댓글 (0)


마이리뷰
구매자 (2)


삶의 진심이 느껴지는 우리집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언제쯤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시절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도 이런 마을이 있다면, 그건 너무 비참한 일이니까.




말도 못하게 가난한 바닷가의 마을. 십대에 이미 가출과 매춘과 약물은 기본이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일도 다반사고, 매맞는 여인과, 폭력이 일상인 남자들이 가득한 그런 마을의 이야기이다.




책이 좋다는 소리를 몇 번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려운 소재였다. 비참해도 너무 비참했고, 처절해도 너무 처절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속절없이 웃고 마는 그런 주인공들을 보며 '희망'을 떠올릴 수 있는 건지, 그들을 응원이라도 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기시감이 들었던 것은 '자학의 시' 때문이다.

그 작품도 그랬다. 초반에는 뭐 이런 매저키스트 여주인공이 다 있나 싶어 화딱지가 났다. 날마다 밥상이나 엎으며 도박하겠다고 아내의 노동에 쩔은 돈을 가져가는 그런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라니...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냐고 화를 내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놓고는 작품을 다 읽을 무렵에는 막 눈물 나게 만드는,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냐고 외치게 하던 그 작품이 떠올랐다. 비슷하게 성의 없는 그림체고, 비슷하게 짤막한 이야기들의 연속이건만, 마지막에 다달을 때에는 어떤 철학마저도 느끼게 하고, 가슴 깊이 찐하게 우러나오는 감동 같은 게 있었다. 이런 아픈 이야기, 비참한 이야기에 감동 받기 싫었는데 말이다.











여자를 울리지 않겠다는 맹세를 저버린 자신을 반성하는 남동생. 그런 동생에게 '절대'란 건 없다고 말해주는 누나.

최대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니 세상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에도 동생을 용서해주겠다고 말하는 이 속깊은 누나.

그런데 누나는 거의 사기단 수준의 창녀였고 동생은 어린 아이를 앵벌이 시키는 폭력범이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조화라니...











새끼는 아무 여자나 다 낳지만 모두가 엄마가 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자기는 자식을 버렸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 호탕한 아줌마는 괭이 할매라고 불린다. 모두 열다섯 정도의 아이를 낳았지만 열손가락 안으로 살아남았고, 집집마다 버려져서 이동네 저동네에 살고 있다. 버려진 아이들이 엄마를 곱게 볼 리 없지만 끼니를 챙겨주며 살뜰히 맞아주는 딸도 그 중에 하나는 있다. 이 괭이 할매가 죽었을 때 온동네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모인다. 그리고 죽은 엄마를 찾아온 아이들이 만나면서 이웃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서로가 형제임을 확인한다. 그런 동네다. 이곳은...











자기 인생에 익숙해지란 말은 얼마나 답이 없는가. 초연해지라는 것인가, 인정하고 포기하라는 것인가...











삶이 너무 비참한 까닭에, 조그마한 행복에도 크게 기뻐하는 누나의 삶의 자세가 돋보인다.

행복을 너무 많이 갖다 주면 다 흘러버려서 아깝단다. 자신의 손은 작으니까.











한 걸음짜리 충고 때문에 350보 쯤 후퇴한 사랑이라니... 꼬마가 누나 닮아서 개똥철학이 깊어지고 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 사람들. 그 말이 딱 맞을 것이다.

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을 취재하고 돌아온 어느 기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곳의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니 그게 뭔지를 못 알아듣더라고.

미래에 뭐가 되고 싶냐고 다시 물어보니 '미래'라는 말을 모른다는 것이다.

설명에 설명을 거듭했지만 끝내 이해시키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는데, 전날 미래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 지역이 폭격으로 주민들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마을 아이들이 꼭 그랬다. 십대에 이미 처절한 삶의 고통을 맛보고, 20대에 이미 늙어버린다.

젊어서 칼맞거나 약물중독으로 사망하는 일도 다반사다.

온전히 제 수명을 살아가는 아이를 축복이라 해야 할지, 저주라고 해야 할지...











그렇게 여자 등처먹는 남자들이 부지기수고, 그걸 수다거리 안주거리로 삼아 껄껄껄 웃어버리는 여자들이 즐비한 곳...

그게 이 마을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서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었던 똥파리 같은 지저분한 아이들...











그 아이들을 키우지만 어쩌면 그 아이들은 모두 친자식이 아닐 것 같은 그런 아저씨에게서 자신의 미래가 겹친다.

원래는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어서 푼돈이라도 쥐어주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아저씨에게 일감을 주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일은 잘 못하고 연신 사고만 친다. 그런데 버릴 수가 없다. 이 가난한 아저씨와 그 아저씨의 아이들이 밟히기 때문이다.











움막만도 못한 집이 불타버렸다. 건질 세간 하나 없었겠지만 비를 피할 집한칸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하하 웃는 이 아저씨. 아이의 소풍날이었다는 것도 기억해내는 자상한 아버지다.

이 와중에 같이 소풍가자고 말하는 이 아픈 부정...

언덕 위에 올라가 바다도 보여주고 숲도 보여준다. 이런 좋은 아빠가, 이 지독한 가난으로 좋은 아빠 노릇을 하기 어려운 이 참담한 현실을 계속 지켜보는 게 참 힘겨웠다. 그게 작품 속 픽션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맛난 걸 어딘가에 숨겨두고 잊어버리는 누나. 그러다가 몇 년 지나서 발견하면 보물상자 찾은 것처럼 기뻐하는 소박한 행복을 즐길 줄 아는 누나. 그 누나의 가장 큰 추억은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던 기억이다. 그래서 그 집이 소중했던 것이다. 그 집에서 한 울타리를 지키고 사는 가족들이 소중한 것이다.











아까 그 네아이의 아버지처럼, 주인공 형제의 누나처럼 인생을 끌어안아 주는 소중한 가족이라도 있다면,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최소한의 용기라도 가질 텐데, 모두가 그런 가족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족이 되어주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의사는 없지만 약쟁이는 가득한 동네. 그런 동네에 깃발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 그 주인공이 차린 포장마차는 오뎅 가게다. 욕심 없이 오뎅만 팔게 놔두지 않는 세상이라는 게 함정...















누구도 끊어낼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그렇게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던 청춘은 소리 소문 없이 연락두절이 되고, 그런 형을 기다리는 동생은 그런 형의 인생을 되밟아간다. 그런 인생들이 가득 모여 있는 동네의 '우리집'이다.


















다시 '자학의 시'를 떠올린다. 자학이라는 단어와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시', '희망'이라곤 쥐똥만큼도 없을 것 같은 이 몹쓸 동네와 우리집에, 그런데 그 조심스러운 희망이 보인다. 감히 희망이라고 명명하기도 미안한, 그래서 더 귀하디 귀한 희망이...




이 동네 사람들이 보다 잘 살고, 약물중독도 치료하고, 십대 소녀들이 매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극적인 변화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어도 품어 안으며 따뜻하게 키우려고 하는 아버지가 있고, 세상 모두가 버려도 나만은 너를 지지하겠다고 말하는 누나가 있고, 너만은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인생을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형이 있다. 동생이 장만해 준 발에도 맞지 않는 커다랗고 촌스런 하이힐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발이라고 행복해하는 누나가 있다. 이런 가족들... 때로 짐이 되지만 때로 힘이 되는, 때로 멍에가 되지만 때로 버틸 기둥이 되어주는 그런 가족과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삶이, 이토록 시궁창같고 쓰레기 같은 현실 속에서도 빛이 난다. 그들에게서 숭고한 삶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품, 참으로 아프고, 참으로 속상하고, 참으로 고맙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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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8-24 공감(20)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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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 마치고 드러누워 읽는 책 하나





고된 일 마치고 드러누워 읽는 책 하나
[만화책 즐겨읽기 46] 사이바라 리에코, 《우리 집》


더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엽니다. 아직 한 달이 안 된 둘째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애를 먹습니다. 그런데 멧골자락 밭뙈기에서 골을 내어 고구마를 심는 이웃이 새벽과 아침과 낮으로 기계를 쓰느라, 기계 소리하고 기계에서 나는 매연이 집안으로 스며듭니다. 아이가 겨우 잠이 들 만하면 소리에 깨고 매캐한 냄새에 숨이 막힙니다. 창문을 닫으면 창문을 닫는 대로 답답합니다. 이웃에 갓난쟁이가 있는 줄 헤아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웃에 갓난쟁이가 있는 줄 알아도 밭일을 미룰 수 없으니, 시끄러운 소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오늘날은 시골이라 하더라도 기계 없이는 흙을 못 일군다 할 테지요. 흙하고 오래오래 살아온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빼고는, 시골사람 가운데 자동차를 몰지 않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논을 일구든 밭을 일구든 기계 없이 일구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괭이로 땅을 파고 호미로 풀을 베지 않습니다. 손으로 모를 심지 않고 손으로 벼를 베지 않습니다. 효율과 돈과 품과 겨를 모두를 따질 때에 기계만큼 좋은 일벗이란 없다 할 만합니다. 이제는 자연과 삶과 사람과 사랑과 흙과 물을 살피며 흙일꾼으로 지내려고 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 “저 너머 마을에서 한 달 일하면 매일 아침 된장국에 계란을 넣을 수 있댔어. 계란 따위 안 넣으면 어때. 그냥 다 같이 사는 게 제일 좋은 건데, 그치?” “맞아, 나도 찬성이야. 된장국엔 조개만 있어도 냄새 좋은걸. 아침에 둑에 나가서 조개랑 돌김, 박박 긁어 오면 돼. 그게 젤 맛있어.” 배가 오자, 누나랑 나는 손을 흔들었다. 배에서는 귤꽃처럼 작은 손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모두들 자기들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으로 착각했을 거라 생각한다. (2∼4쪽)


첫째 아이를 낳고 두 해 즈음 살던 인천 골목동네를 떠올립니다. 골목 안쪽 작은 집이라 자동차가 적게 다니기는 했으나, 적게 다닐 뿐 안 다니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모는 이는 새벽이나 낮이나 밤을 가리지 않습니다. 골목을 달리든 큰길을 달리든 운전대를 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만을 따집니다. 골목집 한켠에 갓난쟁이가 겨우 새근새근 잠들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을 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시골로 살림을 옮기면서 갓난쟁이가 낮잠과 밤잠을 걱정없이 잘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골로 살림을 옮기고 나서도 마을하고 아주 멀리 떨어지고 이웃집이 없는 외딴 곳에서 살지 않는다면, 시끄러운 기계 소리를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 살림집에 빨래기계를 안 들이고 텔레비전을 안 들이면 뭐 하겠습니까. 이웃집이 자동차를 씽씽 몰거나 라디오를 큰소리로 틀면 도루묵입니다. 우리가 텃밭에 풀약을 안 치더라도 이웃이 너른 밭에 풀약을 치면 도루묵이 되듯, 이웃이 지내는 삶은 우리가 지내는 삶에 고스란히 묻어듭니다. 거꾸로, 우리가 지내는 삶이 이웃이 지내는 삶으로도 묻어들겠지요.

저마다 무엇을 생각하거나 사랑하거나 아끼면서 살아가느냐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새삼 깨닫습니다. 나부터 조용하면서 착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내 이웃 또한 조용하면서 착한 삶을 사랑하는 터를 살펴야 한다고 다시금 일깨웁니다. 도시라 해서 늘 나쁘지만 않으나, 시골이라 해서 노상 좋지만 않습니다. 도시에서도 사람다운 내음과 멋과 꿈과 이야기를 돌볼 수 있고, 시골이지만 여느 도시와 다를 구석 없이 물질문명으로 둘러싸여 살가운 꿈하고는 동떨어질 수 있습니다.


- 누나는 내 귀를 파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늘, 낮에 사람이 죽었어. 죽은 사람은 이제 할 수 없지만, 일을 저지른 애는 무척 착한 애거든. 단지 어렸을 때 조금 안 좋았어.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그 애 욕을 많이 했지. 그랬더니 그 애가 진짜로 나빠진 거야. 착한 아이였는데. 누나는 동네 사람들이 그 애를 나쁜 애로 만든 거라고 생각해. 그 증거로, 그 애 도망치기 전에 자기 엄마를 찾아왔었대. 그리곤, ‘힘들게 낳아 줬는데 미안해, 엄마.’ 그랬대.” (20∼21쪽)
- “이래도 저래도 다 같은 사람인걸.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거야.” (43쪽)


만화책 《우리 집》(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1)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러하든 저러하든 ‘우리 집’이 가장 좋은 보금자리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착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길이란 무엇인가를 톡톡 건드리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보금자리인 ‘우리 집’이지만, ‘집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집에 깃든 사람을 사랑하는 넋’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면, 정작 ‘우리 집’에 머물어도 어떠한 살림터인가를 느낄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만화를 그린 분은 어떤 삶을 일구었기에 이러한 만화책을 그릴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숱한 물결을 헤쳤기에 이 같은 만화책을 그릴 수 있을까요. 아무런 물결을 헤치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한결같이 이은 고운 사랑을 따스히 보살피기 때문에 이렇게 만화책을 그릴 수 있을까요.


- “사오리.” “왜?” “남보다 조금 빨리 어른이 되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좋은 점도 있어.” (105쪽)
- “알았어. 그럼 이 누나가 용서해 준다. 네가 어디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신 안 한다니,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누나는 용서해 줄게.” (111쪽)


더 나은 일자리란 없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란 없습니다. 더 훌륭한 책이란 없습니다. 더 빼어난 몸매란 없습니다. 더 높은 이름값이란 없습니다. 더 멋진 얼굴이란 없습니다. 더 많은 돈이란 없습니다. 더 착한 마음씨란 없습니다.

다 같이 사람이고 사랑이며 삶이에요. 다 함께 꿈이고 꽃이며 열매예요.

하루하루 고맙게 맞이하는 삶입니다. 누구나 울거나 웃으면서 보내는 나날입니다. 밥을 먹었으니 똥을 눕니다. 고단하게 일했으니 달콤하게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를 번쩍 안으면 까르르 웃음꽃을 피웁니다. 기저귀를 빨아 널면 햇볕과 바람에 보송보송 마릅니다. 냇물은 흐르고 구름은 지나갑니다. 따스한 햇살과 어여쁜 달빛이 온누리를 비춥니다.

우리 집은 우리 사랑이면서 우리 이야기입니다. 우리 집은 내 집이면서 네 집입니다. 우리 집은 쉼터이면서 일터입니다.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에다가 술 한 병과 책 한 권이 덤으로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겠지요.


- 누나랑 생선을 먹으면서 난 매일 생선 몇 마리랑 책을 읽을 이불 하나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평생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나한테 말하니 ‘그거 좋구나, 아주 좋아.’ 하고 웃어 주었다. (191쪽)
- “너, 이런 것에 왜 그렇게 집착해? 이게 그렇게 죽고 죽이고 할 만한 거니? 왜 안 해도 될 고생을 해? 싫으면 도망치면 될 것을.” (221쪽)


네 살 아이를 왼팔뚝에 누여 재우면서 책 하나를 펼쳐 읽다가 스르르 잠듭니다. 아버지가 먼저 잠들고 아이는 나중에 잠듭니다. 아버지가 먼저 깨고 아이는 한 시간 남짓 더 잡니다. 아버지는 조용히 일어나서 아까 읽다가 잠들어 못 읽은 책을 조금 더 펼치다가 덮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둘째 오줌기저귀는 또 얼마나 새로 나왔는가 가늠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흔 장을 알뜰히 채우겠군 하고 생각합니다. 둘째 오줌기저귀가 줄려면 앞으로 또 몇 날을 눈코 뜰 새 없이 빨래살이로 보내야 할까 하고 헤아립니다. 참 바쁘고 몹시 벅찹니다. 그래도 이렇게 바쁘고 저렇게 벅차면서도 손에 책 하나 쥘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바쁘기에 바쁜 만큼 책을 손에 쥐고, 벅차기에 벅찬 만큼 책을 손에 듭니다. 어버이라는 자리에 앞서 한 사람으로서 내 삶을 사랑하고 싶고, 어버이로서 아이와 함께 이 보금자리에서 사랑스레 살아가고 싶습니다. (4344.6.15.물.ㅎㄲㅅㄱ)


― 우리 집 (사이바라 리에코 그림·글,김문광 옮김,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2011.1.20./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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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06-1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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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라 말하는데 눈물이 난다

표지만 봤을 때는 명랑만화인줄 알았는데, 책 띠지를 보고는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인물들에 색감마저 알록달록했지만, 내용은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

잇타와 니타가 사는 마을은 무척이나 가난한 마을이다. 산과 바다 밖에 없고, 구석으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데, 니타와 잇타가 사는 곳은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곳이다. 잇타와 니타는 배다른 형제. 엄마는 가출했다 3년만에 누나 가노코를 데리고 왔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는 오래전에 가출한 상태였지만, 이제 잇타와 니타와 함께 산다. 대신 엄마가 또 가출.

니타네 누나는 매춘을 해서 니타와 잇타를 먹여 살리는데, 잇타는 그런 누나에게 미안해서 집을 나가 신나나 톨루엔을 파는 고이치 밑에서 일을 한다. 주위 사정이라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니타의 친구 사오리네 아빠는 약물중독자로 살고 어린 사오리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사오리는 아빠가 쓰러지면 매일 죽으라고 기도를 하고 있다. 고철할배는 강가에 천막을 치고 살지만 큰비만 오면 집이 떠내려가기 일쑤다. 매춘을 하는 여자들은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또다시 기둥서방을 맞아들이고, 매를 맞고 산다. 고이치는 늘 싱글벙글 웃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나쁜 일로 돈을 번다. 중국집 주인아저씨는 메탄올을 마시고 장사를 하고 때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고양이 할매라 이름붙은 할매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게 아니라 자식을 십수명 낳고 모조리 버렸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보통 최고의 비참함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산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려 애쓰는 이들을 보면 가노코의 말대로 웃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슴에 뭔가 하나 푹 박힌 듯한 느낌에 먹먹해지고 만다.

첨에는 이 마을엔 콩가루 집안만 존재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난함과 불행함을 등에 지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럼 지지리도 궁상맞고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나오려나 싶었다. 맞다. 지지리도 궁상맞고 구질구질한데,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도대체가 주변에는 제대로 된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사회적 인식으로는 쓰레기같은 삶을 사는 사람투성이인데 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이 하나도 밉지가 않다. 오히려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이 미안해지고, 더나아가 그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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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1-05-0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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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우리집

창녀, 마약장수, 도박쟁이 등등 사회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인공 닛타의 아이의 시선을 통해 코믹컬하게 그려낸 작품. 개인적으론 그런 사람들의 사회적 약자로써의 모습만 강조하여 불쌍함과 동정심을 자극하는 부류보다는 이 만화 같이 그들에게도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삶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있으며 나름대로의 강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재치있는 유머와 함께 담아내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품 쪽을 더 좋아한다
Nounlittle 2017-10-10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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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우리집

늘상 웃고있는 얼굴 속에 감추고, 참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슬픔이 너무 아팠다. 분명 자극적인 내용인데 작위적이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서 독자들도 웃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 한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지 않을 능력을 키워주는 훌륭한 만화책이다. 존경스러운 사이바라 리에코.
와칭제이 2018-02-08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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