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4

'위안부 막말' 류석춘이 몸 담았던 아시아연구기금의 정체 - 인사이트코리아

'위안부 막말' 류석춘이 몸 담았던 아시아연구기금의 정체 - 인사이트코리아

UPDATED. 2019-09-24 20:47 (화)



'위안부 막말' 류석춘이 몸 담았던 아시아연구기금의 정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세운 ‘일본재단’ 산하 기금...이인호 등 임원들 역사관 논란 끊이지 않아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위안부 막말 파문이 거세지면서 그의 과거 발언과 아시아연구기금이 다시 논란이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매춘 막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그가 과거 사무총장을 지낸 아시아연구기금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9일 류 교수는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중 “(위안부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며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들한테 술만 따르면 된다’고 해서 접대부 생활을 하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발한 한 학생이 “매춘부와 과거 위안부를 동급으로 보는 것이냐”고 묻자 류 교수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면서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반문했다.

류 교수의 막말이 전해지자 연세대 학생과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연세대 총학생회는 총학 페이스북 계정에 ‘류석춘 교수 발전사회학 수업 중 발생한 발언에 대한 총학생회의 긴급 공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류 교수의 수업 중 발언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가능한 모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연세민주동문회, 이한열기념사업회 등 5개 동문 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학교 측에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세대에 붙은 류석춘 교수 규탄 대자보.<뉴시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모임인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 사회가 침묵하고 있을 때 용기 있게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으로 싸웠던 인권운동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망발”이라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이 더 이상 훼손당하지 않도록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강의 내용으로 논란이 커지자 류 교수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문제 논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 나아가서 갈등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노출해 교수에게 외부의 압력과 통제가 가해지도록 유도하는 일은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의실에서 발언은 교수와 학생 간의 토론과 대화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스타일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며 “학문의 영역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고 이성의 영역이다. 강의실에서 발언을 맥락 없이 이렇게 비틀면 명예훼손 문제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은 어떤 곳?

류 교수의 이력 가운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지낸 것이 눈에 띈다. 이 기금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공익재단인 ‘일본재단’ 산하의 학술연구기금이다.

아시아연구기금은 일본재단이 1995년 종전 5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30주년을 기념해 연세대학교에 75억원을 출연하며 설립됐다. 당시 전범 재단의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교수진과 총학생회의 격렬한 반대에도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의 강력한 유치 의지로 1995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14년 연차보고서에 공개한 재무재표에 따르면 재단은 약 103억원의 기본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립자는 연세대학교로 돼 있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지난 23일 오후 홍종화 연세대 부총장, 손영종 교무처장을 만나 류석춘 교수의 파면을 주장하면서 연세대 내 아시아연구기금 해체를 요구했다.

특히 김 회장은 “류 교수의 이런 발언은 그간 일본군 성노예를 부정하고 은폐하고 거짓말해온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며 “일본 전범기금으로 운영되는 아시아연구기금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급 전범의 검은 돈으로 세워진 기금의 정체성 논란뿐 아니라 아시아연구기금의 역대 임원을 지낸 몇몇 인물들은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97~2005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역대 임원.<온라인 커뮤니티>

류 교수는 사무총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3년 11월 연세대가 주관하고 아시아연구기금이 후원한 ‘한·일 밀레니엄포럼’에서 한국이 일본과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무게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발표했다. 당시 류 교수는 ‘식민지배 다양성과 탈식민지의 전개: 한국을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은 단절된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는 “식민지 한국에서는 다른 유럽 동남아 식민지와는 달리 상당 규모의 인구가 농촌에서 산업부문에 유입돼 근대적 규율을 학습할 기회를 가졌다”며 “이런 한국의 식민지 경험이 근대성의 확립을 진척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강변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금 이사를 지낸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은 2014년 KBS 국정감사 당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며 “상해 임시정부(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정부로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가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라고 억지 논리를 폈다.

이 전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기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만들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지도자로 미화하려는 국내 뉴라이트계 주장과 맥을 같이 해 큰 논란이 됐다. 그는 같은 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우리 역사 바로보기-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 강연에서 해방 직후 있었던 친일파 청산 추진에 대해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2007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을 역임하던 때에도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끝나야 할 분이다. 살아생전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사람을 어떻게 대한민국과 결부시킬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재무위원장을 지낸 김학은 교수는 2016년 열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 의미를 찾아서’ 토론회에서 “1919년 임시정부에서 헌법을 만들었던 요인의 국적은 불행히도 중국 아니면 미국이었고 이승만은 평생 무국적자였다”며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건국은 외국인이 했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로, 국적만 보자면 흠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말 류석춘, 과거 발언 살펴보니...

류석춘 교수의 과거 막말 발언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을 당시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활동을 적극 권장했다. 당시 ‘2017 청년 간담회’ 자리에서 진보 진영에 비해 온라인 대응이 활발하지 않다는 비판을 접한 후 류 교수는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 하나밖에 없다. ‘일베’ 많이 하시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일베를 꾸준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5년 유튜브 채널 ‘배나TV’에서 류 교수는 “요새 일베를 보고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알고 있다”며 “우리가 칭찬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비난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류 교수는 2006년 경향신문이 주최한 ‘진보개혁의 위기’ 좌담회에서 “좌파, 진보가 우리 보고 극우, 수구라고 하는데 극우는 테러하는 안중근 같은 사람이지 난 연필 하나도 못 던진다”고 말해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1981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류석춘 교수는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학과장을 지냈으며 2004년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과 2006년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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