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158] 태영호 전 공사의 실언 혹은 거짓말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1-03

▲ 2016년 4월 20일 러시아에서 열린 제18차 국제탐정물영화축전에서 특별상장을 수여받은 북 텔레비젼연속극 '방탄벽' , 이 축전에는 북을 비롯 몽골, 이란, 호수, 프랑스 등 57개국 4백여 편의 영화가 출품됐으며, 21일 북의 '방탄벽'에 특별상이 돌아갔다.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세상에는 나라가 200개쯤 되고 서로 수교한 나라들이 많으며 100개 넘는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맺은 외교대국들도 꽤나 되니까 줄잡아 대사들이 만 명은 되지 않을까? 대사보다 급이 낮은 공사는 몇 배 더 많을 것 같다. 특별한 행사나 사고, 사건이 없는 한 대사가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는데(전날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이나 최근 주 브라질 그리스 대사의 피살 등) 한낱 공사들이야 더구나 보도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임 공사도 아니고 전직 공사가 대형언론들의 연일 지면과 화면을 차지하면서 숱한 보도들을 만들어내는 기현상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태영호 전 런던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기야 국민의 3.5%가 평화시위를 하면 무너지지 않는 정권이 없었다는 미국인의 100년 근현대사 연구결과를 비웃으면서 버텨가는 정권이 한국에 있으니까 그 정도 현상이야 별거 아닐지도 모르겠다.
국산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무척 인색한 한국언론들이 태영호 전 공사에게는 별의별 찬사와 수식어를 붙여서 보도하는 게 외부인의 눈에 상당히 어색하게 비친다. 망명 후 몇 달 은거(?)하다가 지난 해 말부터 공개 활동을 시작한 태 전 공사가 여러 분야에 걸쳐 말들을 많이 했는데, 어떤 한국언론들이 거침없는 발언이라는 표현을 썼다. 거야 좋은 뜻으로 썼지만 필자는 문득 “쒀화뿌징꿔따나오(说话不经过大脑)”라는 중국말을 떠올렸다. 말이 대뇌를 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태 전 공사는 북이 최근 10년간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았다고, 모두 한국드라마를 보니까 제작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한국인들의 구미에는 꼭 맞는 소리일 수 있겠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실이 아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조선(북한)에는 드라마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까 최근 10년은 물론 역사상 한 부도 드라마를 제작한 적 없으니까. 그런데 단어에 매달리지 않고 실체를 살펴보면 조선에서는 텔레비전으로 방영하는 극작품을 처음에는 “텔레비죤소설”, 후에는 “텔레비죤극” 혹은 “텔레비죤련속극”이라고 불렀으므로 이런 작품들을 최근 10년 간 제작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따져야 맞다.
2015년 초까지 필자는 5년 남짓이 《자주민보》에 주1회로 “통일문화 만들어가며”를 200여 편 연재하면서 조선에서 나온 새 드라마들을 여러 부 소개하고 평론했었다. 모두 최근 10년 안에 제작된 작품들이다. 거기서 다루지 않았으나 본 기 억이 나는 텔레비죤연속극들로 6. 25전쟁을 소재로 삼은 《붉은 흙》, 《첫 연유국장》등이 있다.
그리고 2015년에 제작, 방영되었다는 연속극 《방탄벽》은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는데 러시아에서 진행된 무슨 축전에서 무슨 상을 받았다고 보도된 기억이 난다. 재미 《민족통신》 기자가 지난 해 가을 방북하여 영화인들과 대담할 때 《방탄벽》의 주인공 이수경도 만나 《방탄벽》의 후편이 제작중임을 확인했었다.
“리수경 배우는 함경북도 조그만한 바닷가 마을 어랑(주을 온천이 있는 경성에서 남쪽으로 50리 거리)이라고 하는 곳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17살 때 배우로 선정되어 평양으로 가게 되었고 평양에서 테레비죤 창작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가 되는 훈련을 받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7살짜리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고 고백하면서 그 동안 3~4편 정도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였다. 지금은 영화배우로서 경험이 많지 않아 3급에 해당하는 배우로서 활약중이라고 설명한다. 영화배우들은 7급에서 시작하여 6,5,4,3,2,1급으로 올라가는데 그 다음이 공훈배우, 가장 위가 인민배우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지금 《방탄벽》 후편제작에 배우로 참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처음에 방탄벽이 연속극으로 방영되던 시기에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편지들도 받았는데 그 중에는 인민군들의 편지와 격려문자들이 손전화를 통하여, 그리고 창작사 앞으로 많이 들어왔다고 밝혀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 관련하여 북남영화예술인들이 하루 빨리 힘을 합쳐 공동으로 세계적 걸작품을 창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민족통신》 2016년 9월 27일자 보도 “[평양10신]영화《우리집 이야기》가 최우수상-영화인7명과 특별대담”, 노길남 기자)
이로써 최근 2년 내에 북에서 텔레비전연속극 즉 드라마가 제작방영되었고 지금도 제작 중인 드라마가 있음이 확인된다. 남에서 나오는 드라마들의 수량에는 비길 수 없으나, 제작이 끊어지지는 않았고 또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날 영화와 큰 차이가 없던 현상에서 벗어나 점점 더 텔레비전 특성에 어울리는 작품들이 나온다는 인상을 받는다.
태 전 공사가 실언했다면 말이 대뇌를 거치지 않은 셈이요,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면 성격이나 인간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고 하여 “박적박”이라는 말이 생겼다는데, 태 전 공사가 이런 식으로 발전하면 “태적태”라는 말이 생기는 게 시간문제겠다.
태 전 공사의 발언들 가운데서 필자를 뿜게 만든 건 자기가 암살당하면 통일의 기폭제로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필자가 배우고 써먹는 논리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특이한 논리여서이다. 지금까지 극열반북 탈북자들에 대한 테러시도를 좌절시켰다는 국정원발 보도들이 가끔 나왔으니까 북이 암살행동을 기획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굉장히 낮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논리들을 세우는 게 한국의 극우보수들이요, 요즘 촛불시위에 맞선 맞불시위들에서 군대가 나서라느니 계엄령을 선포하라느니 등등 시대착오적인 구호들과 팻말들도 등장했다니까, 태 전 공사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되는 건 오히려 통일의 기폭제설을 진심으로 믿어 통일을 앞당기려고 행동하는 박사모 식 극우보수들이 아닐까? 태 전 공사가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취했더라도 제 편이라고 여긴 사람들에게 당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라면을 먹다가 죽었다고 알려진 사람이 있는 남으로 간 태 전 공사와 일가족들이 라면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북에서 나서 자라면서 냉면이야 많이 먹었을 테니 냉면 먹기부터 조심해야 되잖을까? 상상해보니 또다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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