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정문일침224] 태영호 띄우기에서 인명이나 똑바로 써야지
[정문일침224] 태영호 띄우기에서 인명이나 똑바로 써야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4-10

▲ 언론에 나와 김정남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전하는 태영호 공사
3월 30일 김정남 시신이 조선(북한)으로 돌아가게 된 직후, 한국에서는 이제 북한이 부검을 다시 실시해서 말레이시아의 결론을 전부 뒤집으리라는 추측이 나왔다. 필자는 그때 코웃음쳤다. 원래 내걸었던 세 가지 목적을 다 이뤘고 말레이시아와 관계개선합의를 달성한 조선으로서는 시체를 인수하여 묻으면 그만이지 괜히 크게 떠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때로부터 약 10일 동안 조선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알려진 재일 《조선신보》가 1일 “부정된 《북조선범행》설 ”이라는 글을 발표하였을 뿐 지금까지 조선의 매체들은 아무런 새 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필자의 판단이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이제 한국이 국제무대에 가서 “북 화학무기사용”을 고발할 예정이라니까 혹시 어느 시점에서 조선이 말레이시아가 아니라 한국을 겨냥하여 어떤 반박론을 펼지도 모른다.
사건발생지인 말레이시아에 이미 한 물 간 사건이고 요란스레 떠들던 일본도 지난 달 어느 시점부터 “김정남”이 더는 언론에서 도배되지 않았다 한다. 말레이시아와 조선의 단교를 바라던 한국에서도 사건이 상당히 싱겁게 한 단락 마무리해서인지 아니면 한국인들에게 훨씬 중요한 대선과 세월호가 뉴스거리들을 만들어내서인지 신문들의 1면이나 언론사들의 톱 위치에서 밀려났다. 그래도 꾸준히 관련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이 있다. 뉴스가 없으면 만들어내라는 정신을 발휘하여 분석가들에게 문의하여 답을 싣는 언론사도 있다.
전 런던주재 조선대사관 영사였던 태영호 씨가 모 언론의 인터뷰를 받고 왜 조선이 시신을 기어이 인수해갔느냐는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태영호 씨처럼 북에서 어느 정도 출세했다가 남으로 간 특수“탈북자”들은 밥벌이 돈벌이가 상당히 쉬운 모양이다. 만약 조선이 시신을 포기했거나 시신을 요구했으나 말레이시아와의 협상이 깨졌더라면, 태 씨 같은 사람들이 왜 포기했느냐, 왜 강경히 밀어붙이지 않았느냐는 이유를 길다랗게 분석(?)하지 않았겠는가? 이러나저러나 동기분석을 진행해서 말로 돈을 버니, 유리창닦기 등 어려운 일들을 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을까말까한다는 남성탈북자들이나 혼인소개소와 짜고 노총각들과 가짜맞선을 봐서 잔돈을 번다는 여성탈북자들이 태 씨의 설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반도에서 생겨난 탈북자들만이 아니라 이 단체에서 저 단체로 혹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옮겨간 사람들이 정보장사를 하는 단계는 거의 다 비슷하다. 첫 단계에서는 자신이 보고 겪은 일들과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게 바닥이 나면 둘째 단계에서는 주어들은 “카더라”통신 수준의 얘기들을 한다. 그것도 바닥이 나면 구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말들을 한다.
전날의 황장엽 같은 인물들에 비해 태영호 전 공사는 굉장히 빨리 제3단계에 이르렀다. 필자의 인상으로는 지난 1월 말부터 주로 추상적인 얘기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추상적인 분석들 가운데 끼워넣은 구체적인 정보들에 허점이 드러나 효과를 떨어뜨린다.
시신인수동기를 분석하면서 태 씨는 김정남의 어머니 성혜림이 “이기용의 며느리”인 걸 북 사람이 다 안다고 주장했다. 인간관계가 그렇게 널리 알려졌느냐를 둘째 치고, “이기용”이라는 이름이 틀렸다. 성혜림의 시아버지였다고 알려진 작가의 이름은 현대문학사에 유명한 민촌 이기영이다. 태 씨가 정말 “이기용”으로 알고 그렇게 발음했는지 아니면 그의 말을 받아 쓴 언론사 기자가 빗듣고 “이기용”으로 적었는지는 알 수 없다. 허나 어떤 경우라도 언론사수준의 바닥을 드러낸다. 인터넷에서 성혜림으로 검색을 한 번이라도 했더라면 그런 오류가 생겨날 수 있겠는가?
여러 해 전부터 중국에서 서방격언이라면서 널리 퍼진 말이 있다. 인류가 사고하면 하느님이 웃는다(人类一思考,上帝就发笑).
한국언론들이 조선에 대해 아는 소리를 하면 중국에 사는 필자마저 웃을 때가 많거늘, 순종 조선공민들은 얼마나 우습게 여길까?
요즘 조기대선판은 개나 소나 다 대통령후보로 나온다는 평을 듣는다. 조원진 국회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로 생겨난 새누리당에 가입하면서 대통령후보로 출마한다는 보도에는 돼지도 나오는구나는 댓글이 붙었다. 막말논란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일부 후보들에 비기면 태 씨가 훨씬 품격(노정객 이회창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에게 “보수의 품격”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지 않는가)을 갖춘 사람(!)인데 둬 달 전 당시 후보를 내놓지 못하던 새누리당이 차라리 태 씨를 후보로 추천하는 게 낫겠다는 글(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1603)을 발표했던 필자는 태 씨의 불출마가 은근히 아쉽다. 특수기관의 특수보호를 받으면서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라 이해는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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