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정문일침198] 진화된 태영호 식 북풍? 효과는 글쎄...
[정문일침198] 진화된 태영호 식 북풍?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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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3-04

▲ 영국주재 북 고위 외교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 보도
중국 홍콩의 펑황(凤凰, 봉황)TV가 최근 서울에서 전 런던주재 조선(북한) 대사관 공사 태영호 씨를 단독 인터뷰했는데 한국에서도 그 활동이 보도되어 태 씨가 중화권 매체와는 처음 접촉했다고 소개했다. 2~3일 째 펑황 TV는 기자와 태 씨의 대담내용을 갖고 자꾸만 기사들을 만들어낸다. 긴 대담을 방송한 외에 몇 마디씩 뽑아서 확대재생산하는 식이다.
태 씨를 직접 만난 기자는 방송에서 두 가지에 놀랐다고 얘기했다. 하나는 태 씨가 중국어로 대담한 것이고 하나는 한국 측이 지금 이때에 취재를 허락한 것이었다. 태 씨가 영어, 중국어 지어 덴마크어도 안다고 들었기에 사전에 연락할 때 영어로 대담해도 좋고 한국말로 대담하겠다면 방송사 측에서 통역을 쓰겠노라고 얘기했는데, 태 씨가 중국어를 고집했다 한다. 기자는 태 씨가 중국말을 그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는 반향을 보였다. 시청자와 네티즌들도 중국어를 잘한다, 괜찮게 한다고 평가했는데, 필자가 동영상을 보니 약간 동문서답이 나오고 가끔 조선말 식 중국어가 나왔으며 유창하지도 못했으나(중국 조선족식 표현으로는 “꺽꺽거린다”) 자기 의사는 충분히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몇 개 국어를 정통했다고 선전되었으나 정작 외국인들 앞에서는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진행한 적 없는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훨씬 나았다.
다음으로 기자의 말에 의하면 펑황TV가 태 씨와의 인터뷰나 대담을 추진한지 오래다 한다. 홍콩에서 프로진행자가 관심한 건 태 씨에 대한 보안조치였으나, 기자는 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그저 태 씨가 무슨 전략연구원에 소속했는데 그 연구원은 국가정보원 산하에 있고 경비는 당연히 엄하더라는 정도로 얘기했다. 그는 허락이 이런 때 떨어져서 놀랐다고 말하면서 의도를 특별히 따지지 않았는데, “김정남 사망”과 사드 부지 확정 등 사건들이 겹치는 때라 태 씨를 관리하는 기관 혹은 세력이 일종 “북풍”을 일으키려고 허락하지 않았느냐고 필자는 짐작한다.
전에 불었던 “북풍”들이 한국을 겨냥했다면 이번 “북풍”은 펑황TV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중국과 조선도 겨냥하자고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펑황TV는 홍콩이 중국에 돌아오기 전에 대륙출신 류창러(刘长乐, 류장락)이 홍콩에 세웠는데 대륙, 홍콩, 타이완, 해외 출신 사람들을 두루 모아서 객관성과 신속성을 표방하는 방송국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었는데(주룽지 총리가 의도적으로 키워주기도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영향력이 훨씬 떨어진다. 베이징에도 상설기구와 촬영장이 있어 상시적으로 프로를 제작하는데, 필자의 친구들도 가끔 초청을 받고 프로에 참가했다. 그리고 조선도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활약했으니, 류장락(류창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을 올렸다는 소식을 조선중앙통신사가 몇 번 보도했고 조선의 열병식을 생중계하는 특권도 누렸었다. 조선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고려호텔을 비롯한 조선의 대외호텔 방에서는 펑황TV채널을 시청할 수 있었다 한다. 그러니까 단독보도나 특종에 유달리 매달리는 펑황TV를 청해오면, 중국 대륙, 홍콩, 마카오, 타이완, 해외를 포함한 모든 중화권 시청자들에게 태 씨의 주장을 중국어로 직접 알릴 수 있고, 또 조선에서도 볼 사람은 볼 수 있다. 이런 계산에서 특수한 “북풍”을 일으켰다고 짐작되는데, 효과는 필자보기에는 글쎄올시다이다.
태 씨의 주장들은 한국에서 우리말로 편 것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김정남 암살이 김정은 지시라고 단정한 거나 좀 새로운 주장이라 할까. 그런데 제일 먼저 중국 네티즌들의 비웃음을 자아낸 게 바로 그 말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아느냐? 내가 지시한 거다. 등등 웃음을 자아내는 댓글들이 잇달아 나왔다.
필자가 여러 번 글에서 썼다시피 현재 중국에는 조선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태 씨의 주장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믿거나 좋은 기회다 싶어 조선을 까는 네티즌들도 있다. 그러나 태 씨의 행위에 반감을 가지거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네티즌들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태 씨는 자기가 엘리트층에 속하는 자기가 조선에서 살 때 월급이 3000원이었는데 입쌀 2근도 사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필자는 전날 한국기사에서 본 적 있는 주장이라 별로 희한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펑황TV는 잔뜩 토를 달아서 보도했다. 조선이 악한 나라라고 망해버려야 한다고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도 나왔다. 그러나 변절자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아예 원천불신하는 댓글들이 있나 하면, 조선에 가봤는데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거주더라는 식으로 상황소개하는 댓글들도 있고, 월급으로 쌀 2근도 살 수 없었다면서 어떻게 너의 일가는 죽지 않았느냐고 질의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곧 조선에서는 식량배급제도를 실시하기에 기본식량은 어쩌고어쩌고 그런 질의에 대답해는 댓글의 댓글들도 달렸다.
네티즌들의 반향을 살펴보면 예전부터 조선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던 사람들이 감정을 더 격하게 표현하도록 만들었을 뿐, 조선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미워하게는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특별한 편향이 없던 사람들이 태 씨의 말을 믿을 수 없어서 태 씨를 내세운 한국 측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반향을 보였다. 이런 의미에서 효과는 글쎄올시다라는 것이다.
방송에 나온 태 씨는 두뇌회전이 꽤나 빠르고 상대방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나름대로의 주장을 펴나갔다. 필자는 한 달쯤 전에 새누리당(이름을 고친 뒤인 지금은 자유한국당)이 대선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걸 보고 아예 태영호 전 공사를 대선후보로 내놓으면 그야말로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예고한 것처럼 사람들이 깜짝 놀랄 후보가 아니겠느냐고 정문일침의 한 편에서 썼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1603). 그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이 몇 명 나왔으나 그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샤프심 지지율이라 불릴 지경으로 가련하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어느 TV방송국의 대선주자 국민면접 프로에서 야당 주자들은 여러 명 청하면서도 여당 후보는 1명도 끼어주지 않았겠는가. 자유한국당은 태극기집회에 힘입어 탄핵이 기각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모양인데, 탄핵이 다음 주 쯤 결정된다면 정말 태영호 인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겠다. 대권을 넘볼 의지를 드러낸 여당 인사들 가운데서 그나마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홍준표 지사도 정치경력과 막말 때문에 전도가 밝지 못하니, 한국에서 경력오점이 없고, 외국어실력도 충분하며 생각도 곧잘 풀어내는 태 씨야말로 얼마나 신통방통한 후보인가.
태 씨가 어느 외국 방송국과 영어나 덴마크어로 대담하는 장면이 벌써 필자의 눈앞에서 얼른거린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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