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정문일침178] 태영호 전 공사를 통해 보는 정치인 자격검증
[정문일침178] 태영호 전 공사를 통해 보는 정치인 자격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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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2-03

▲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근거도 없이 무조건 다 할 것이라고 히힛 거러던 박근혜에 대해 동생 박근령도 '부신저하증'이 있다던데 하면 건강을 걱정했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피로가 잘 풀리지 않으며, 시야가 흐릴 때가 있고 심하게 스트레스 받으면 드러눕게 되는 병이다. 부신저하증이 사실이라면 이런 몸으로 뭘 하겠다는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 뽑을 때 건강도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정문일침 177편(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1603)에서 새누리당이 태영호 전 공사를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면 그들이 장담한대로 온 세상이 깜짝 놀랄 것이라면서 태 전 공사가 대선후보로 될 자격들을 몇 가지 꼽았다.
오늘 좀 더 생각해보니 태 전 공사는 정말 여러 모로 자격이 당당하다.
탈북했으니까 보수세력들의 기준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완벽하고,
이북출신이니까 이남출신의 그 누가 나서든지 면하기 어려운 지역감정에 매이지 않게 되니 보수표들을 모을 수 있으며,
런던 주재 외교관으로서 서양사람들을 상대로 조선(북한)을 홍보하는 일을 맡았었다니까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이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친 바요, 반기문 전 총장이 강조하던 외국 대통령과의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고,
한국 언론들이 극찬했듯이 거침없이 이야기를 잘 할 뿐더러 남들이 묻는 말에도 척척 대답하니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으로 고통을 겪은 한국인들이 제일 바라는 “소통하는 지도자”로 되기에 넉넉하며,
약간 여윈 모습이 사진빨을 잘 받고 웃는 모양 또한 인기를 끌만 한데다가,
서방 정보기관들과 한국 국가정보원의 시일이 짧지 않고 강도가 낮을 리 없는 조사를 거뜬히 마쳤다니까 몸도 튼튼하겠다.
라디오시대까지는 정치인의 신체가 특별히 중요하지 않아 소아마비에 걸린 루즈벨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3차나 연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는데, 텔레비전 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 건강해보이고 웃기도 잘하는 사람들이 선거에서 뜻을 이루는 판이다.
현대 한국 정치사에서 건강을 제일 중시한 정객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고 안다. 늘 조깅을 하는 게 큰 자랑거리였고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명언까지 하셨는데, 아이엠에프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한국경제를 망친 결과로 깡통이란 평가를 받게 됐고, 정계와 사회에 머리가 나쁜 대통령을 뽑으면 나라가 고생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21세기에 들어와 진행된 대선들은 2002년의 이회창 후보를 내놓고는 후보자들의 나이가 정계기준으로는 비교적 젊어서인지 건강문제가 1992년과 1997년 대선만큼 불거지지 않았다. 특별히 건강을 과시하는 후보도 상대방의 건강문제를 물고 늘어진 후보도 없었다고 기억된다. 기억이 정확한지는 100% 자신이 없다만, 대선에서 건강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는 인상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함량미달수준을 드러낸 게 한동안 화제로 되었지 건강문제가 쟁론거리로 되지는 않았다. 또한 그즈음 머리가 나쁘다고 정평이 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를 “칠푼이”라고 혹평했다는 게 널리 알려졌으나 아무려면 다수 사람들은 그 정도겠느냐고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에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식과 지적능력은 상상하지 못할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건강상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이 솔솔 나온다. 전날 외국순방 끝에 링거를 맞았다는 보도가 나오곤 할 때 대통령의 건강은 비밀사항일 텐데 저렇게 공개해도 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꽤나 되었으나, 청와대가 오만가지 주사약에다가 비아그라까지 다량 구입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약물중독자가 아니냐는 따위 추측들이 나돌았다. 비선의료진에다가 주사아줌마, 기치료 아줌마까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사실에 어이 없어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국회 청문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건강관련 질문들이 나왔으나, 내막을 아는 증인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바람에 실상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월의 어느 날 한 보수신문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변호하는 글을 실었는데, 박 “대통령”을 겉보기엔 건강했으나 실은 병이 많았던 죤 케네디와 비교하고 또 그림 동화에 나오는 라 푼젤에 비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늘 피곤해한 건 어떤 병에 걸렸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동정론을 펼쳤다. 저자의 기대와는 달리 네티즌들은 거개 반박하고 풍자했던데, 필자가 보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병자라고 할 때 병자를 뽑은 것부터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인터넷시대라 대충 읽어보고 넘어가는 글들이 많다나니 보수신문의 글과 네티즌들의 반향들은 인상만 조금 남았을 뿐이고 저자가 추측한 병명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월 2일 박근혜 “대통령” 65주세 생일관련보도들을 보다가 “이거...” 소리가 나왔다. 편지 내용 때문이었다. 외국의 축하를 받던 지난 몇 해 생일과 달리 중국에서 보내온 축하가 없었고(중국의 박근혜 팬모임 “근혜연맹”마저 축하를 하지 않았다던데, 인터넷검색으로는 그 모임이 아직 존재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청와대에서 오찬으로 내부축하를 했다는데, 동생 박근령 씨가 “눈물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되었다. 권력을 행사하던 시절에는 친인척비리가 생길까봐 친인척출입을 막았노라는 논리가 통할 법도 하지만, 직무수행이 정지된 지금에는 청와대에 들어가도 의심받을 여지가 없겠는데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만나서 위로하거나 축하하지 않고 편지를 써서 보냈다는 게 참 특이하다. 내용 또한 기묘했다.
“부신저하증도 있다던데...”라는 대목에서 필자는 “이거...” 한 것이다. 걸리면 피로하기 쉽다면서 보수신문사의 글에서 거든 병이 부신저하증였던가.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여동생이 들은 소문을 편지에 쓰고 그 개인 대 개인의 내용이 당일 언론에 알려져 보도되면서 “눈물의 편지”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니 어딘가 찜찜하다. 만약 어느 진보언론사가 대통령의 무슨 병을 언급했더라면 펄쩍 뛰면서 루머라고 단언해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도 남음이 있을 청와대가 처음에는 보수언론사의 추측에 침묵하고 후에는 박근령 씨의 편지까지 언론에 흘리는 건 동정유발카드로 써먹자는 게 아닐까 싶다. 전날 대선에서 박사모를 비롯한 지지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의 하나가 “불쌍한 우리 영애”였다니까, 이제 와서 “건강도 좋지 못한 우리 대통령님”을 외치도록 하는 전술도 먹혀들 가능성이 있다. 이제 2월 4일 토요일의 “태극기시위”를 비롯한 보수세력들의 언행을 눈여겨보면 된다.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한국의 최고책임자와 청와대가 얼마나 허술했느냐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3일 특검의 수사요구를 청와대가 거부함으로써 특검 성원들은 청와대 경호실과 연풍문 부근에서 5시간 대치하다가 물러났다 한다. 박근혜라는 인물을 어릴 적부터 잘 아는 김종필 전 총리가 그 특징으로 고집을 꼽았었다. 조만간 정치무대에서 물러날 정치인 박근혜가 남길 교훈은 김영삼 대통령이 남긴 교훈보다 훨씬 폭 넓고도 심각하기 마련이다.
대권을 엿보는 정치인들에 대한 다방면 검증이 참으로 중요하다. 우선 텔레비전공개토론부터 2012년처럼 얼렁뚱땅 넘기지 말고 제대로 진행하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신체건강상태와 정신건강상황도 검증을 거쳐야 되겠다. 필자는 투표권이 없으나, 한국에서 누가 올라가느냐에 따라 동북아시아 정세가 움직이게 되므로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름 생각들을 털어놓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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