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독후감 : 네이버 블로그
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독후감
기분좋은상상
2018. 5. 20.
태영호의 책을 기다린 건 드디어 김정은을 제대로 분석하는 책이 나오는구나 하는 기대감에서 였다. 지금까지 북한 김정은의 개인사나 성격은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로 겐지의 증언으로 밖에 접할 수 없었다. 요리사가 소개한 일화는 열살정도 밖에 안된 어린이의 성격일 뿐인데 한국 언론에서 서른 다섯의 김정은을 아직도 열살 성격으로 분석하는게 답답했다.
태영호는 노동당원이면서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로 승진했다. 이 정도 위치라면 김정은의 정치적 역량이나 북한 체제를 이끄는 김정은 시대의 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은 김정은에 대해 거의 서술하고 있지 않다. 김정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출판사 보도 자료에 나온 것이 전부다. 책의 10%도 안되는 것 같다.
적은 분량이나마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김정은이 외교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외교관들보다 3층 서기실에 있는 누군가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때는 외교관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리적으로 맞다면 의견을 접수하기도 했는데 김정은은 외교관들 말을 잘 안듣나보다.
생각해 보니 이번 남북정상회담때도 군부 수뇌부인 김영철만 대동했고 외무성 라인인 리용호는 사진만 찍고 북으로 돌려보냈었다. 그 3층 서기실에는 김여정과 김창선이 있다고 하는데 최근 인터뷰에서 김창선을 설명한 것을 보면 태영호가 3층 서기실의 역량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북한 외교관리의 면면이 실제 사례와 함께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 대사였던 리용호가 미국의 핵 전략에 대한 법률과 협상에 대해 엄청나게 연구한 사람이며 합리적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대목이 몇번이나 나온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리용호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앞으로 북한이 헛발질 많이 하겠구나 싶다.
태영호는 북한의 굵직 굵직한 외교사와 주요 인물들을 엮어 많은 사건들의 막후 과정을 쏟아낸다. 읽고 있으면 노동당의 핵심 수뇌부에서 숙청 없이 오랫동안 자리를 차리한 사람일수록 현실파악을 잘 하고 눈치 백단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태영호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외교관의 자녀는 예외없이 한 명만 데리고 갈 수 있는데 두 자녀 모두 외국에 데리고 나왔고 심지어 망명까지 같이 하지 않았는가. 분명히 이 책도 전략적으로 출판한 것이다. 목적은 뻔하다. 제목부터가 3층 서기실을 저격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을 상대하는 북한이 지금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우리나라 외교관 수기를 읽어본적이 없고, 어떻게 보완을 유지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서 비교할수는 없지만 북한 조직은 엄청 강하다. 내부 조직에서도 서로 도청하고 무전 치는것도 다 지켜보고 있고 사적인 발언까지 보고가 들어가는 체계에서 북한 고위관리는 어떤 지시든 죽을 힘을 다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태영호는 국제관계대학에서 외교협상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협상 전 육체적 준비, 협상을 깨는 방법,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 협상에서 고지를 선점하는 방법 같은 것인데 그 방법을 역사속 사례를 들어가며 세세하게 알려준다고 한다. "외교 전사"를 키우고 싶은 김정일은 외국 정보기관과 정보 요원 소련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나 일본군 비밀요원 양성소인 육군 나카노 관련 책들을 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하지만 맹점은 각 부처마다 정보 교환이 금지 되어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통합하여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은 3층 서기실 뿐이다. 그러니 3 층 서기실이 제대로 일을 못하거나 꼭대기 사람이 잘못된 지시를 내리면 제2의 화폐개혁 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대는 내부가 아니라 미국이다.
지금 북한은 미국과 정면 대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북한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경제력, 정보력이나 군사력 어떤 것도 비교가 안되는 북한은 북한에 호의적인 한국 정부를 잘 끌고 요리해서 잘해봐야 본전이다.
그나마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고 상대방 입장도 다른 경로로 두세번 검증했던 김정일 시대에는 잘 살아남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외교에 치밀하지 않은 것 같다. 칠십년동안 미국에 대해 배척만 하고 그들의 역사, 신념, 종교 그리고 어떻게 세계의 패권을 가지고 왔는지 연구하지 않았으니 북한은 충분히 오판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만큼 김정일의 외교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태영호 전 공사의 책이다. 북한이 핵개발하면서 외교를 잘했다는 건 키신져도 인정한다. 키신져는 그의 책 "세계 질서"에서 비스마르크의 격언을 인용한다.
우리는 강자의 망설임 때문에 강자가 약해지고, 약자의 대담함 때문에 약자가 강해지는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다.
키신져는 북한이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원칙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것을 비난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가려는 목적으로 한 핵개발을 미국이 저지하지 못한것은 허에 찔린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다.
이처럼 핵 보유국 전략은 김정일의 성과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정일이 김일성보다 못했으며 그 이유는 경제를 망쳤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데 태영호 전 공사의 책에 보면 이처럼 위대한 책략가도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김정일 이미지는 영화를 좋아하고 비밀파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나도 김정일이 놀기 좋아하고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외톨이는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태영호 책에서 책략가 김정일의 일화를 읽고 있으니 사람이 달라보인다. 소름끼치도록 전략적이다. 협상력은 남북한 통틀어 가잘 셀지도 모른다. 아무튼 태영호 전 공사는 일 맡은 사람으로서 김정일의 외교력을 굉장히 높히 평가 하고 있다.
이 책이 3층 서기실까지 들어갔을지 궁금하다. 아직 그들이 입수 못했더라도 곧 들어갈 것이다. 너무 두꺼워서 읽느라 오래걸리고 요약정리가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김정은이 보고 받지 말고 직접 읽었으면 좋겠다. 태영호는 북한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이다.
3층 서기실의 암호
저자 태영호
출판 기파랑
발매 2018.05.15.상세보기
덧붙임- 요즘 태영호 관련 게시글에 꾸준히 달리는 악플이 있다. 태영호가 북에서 미성년자를 강_간하고 탈출했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놀랍게도 출처는 북한이었다.
http://naver.me/Glqx6UZ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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