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30

[[김효선 칼럼] ‘위안부’ 운동의 본질은 평화운동, 지속·확산해야 - 여성신문



[김효선 칼럼] ‘위안부’ 운동의 본질은 평화운동, 지속·확산해야 - 여성신문

김효선 발행인
승인 2020.05.30 09:04

정부가 외면한 위안부 존재
여성 연대로 전쟁 범죄 피해 규명
부실 있으면 책임지고 바로잡아
개방성·투명성 기반 운영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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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30년동안 이용당해왔다, 배신감 느낀다’고 문제제기를 한 후부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과 윤미향(전 정대협 대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의혹을 제기하는 뉴스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공시누락, 후원금 유용, 더 나아가 좌파 종북 시비까지 의혹의 촉을 뻗어나갔다.


5월 25일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을 있고 나서 5월 29일 한참 만에 윤미향 당선인이 국회에서 해명에 나섰다. 죄송하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윤미향 당선인은 5월 30일부터는 21대 국회의원 신분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윤 당선인을 옹호하며 신뢰를 보내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 충격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 모두 극단적인 찬성과 반대에 직면하고 그 틈에 극우논리까지 고개를 드는 혼란이 빚어졌다. 그 결과 30년 위안부 운동이 정쟁의 불쏘시개가 되어 망가지는 위기를 겪고 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검찰에서 할머니들 쉼터까지 압수수색을 해서 자료를 걷어갔다니 사실 여부를 잘 밝혀주리라 믿는다.
1992년 1월 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차 수요집회 모습.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정기 수요집회가 시작됐다. ©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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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전쟁범죄의 피해자들이다. 1차 가해자는 일본 제국주의와 그 범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다. 2차 가해자는 한국 정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의 어설픈 배상으로 팔아넘기고 자국민의 참혹한 피해를 대변하기는커녕 침묵하고 부인해온 무능력한 정부였다. 또 한국의 가부장제 문화는 전쟁범죄의 피해를 성적 순결의 문제로 왜곡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한번 더 짓밟았다. 위안부 피해자 입에 재갈을 물리고서 ‘한강의 기적’에 도취되었던 가부장적인 현대사 자체가 3차 가해자였다.

정부가 외면했던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인권 글로벌 이슈로 이끌어낸 것은 여성들이었다. 1990년 5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앞두고 여러 여성단체들과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재학생들이 함께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위안부 역사를 ‘한·일 양국의 무책임과 철저한 가부장적 사회가 빚어낸 역사 회피’라고 정리하면서 ‘정치적 협상물이 아닌 민족사의 복원 차원에서 정신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해 11월 여성단체 37곳이 모여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을 발족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로 드러내는 여성들의 조직적인 활동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90년 정대협 창립, 91년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 위안부 첫 증언자로 세상에 나왔다. 93년에 가서야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 이후로 정대협 지도자들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세계 곳곳을 다녔다. 국제인권 법정, UN인권조사관의 보고서 채택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위안부 문제는 세계무대에서 전쟁범죄로 규정될 수 있었다.

전쟁범죄의 피해 당사자들과 여성운동이 함께 연대해서 참혹한 경험을 세계 평화운동으로 살려낸 것이 위안부 운동의 본질이다. 그 안에는 여성의 힘으로 살려낸 거룩한 인류애의 정신이 담겨있다. 그 운동을 주도적으로 해왔던 단체가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 해서, 또 그 단체 대표가 의혹에 휩싸였다고 해도 위안부 인권운동의 본질은 축소되거나 부정될 수 없다.

극우적 공격, 회계 부실, 개인 비리, 이용수나 윤미향에 대한 인신공격...지금 일어나고 있는 난감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인권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더 확산되어야 한다. 세계 어디서나 전쟁은 종식되고, 전쟁범죄는 공식 인정과 사과, 법적 책임과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

논란 속에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위안부 인권운동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결론은 앞으로 위안부 운동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해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게 하라는 것, 미래세대의 평화교육을 철저히 시키라는 것. 평화운동의 보편적인 원칙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는 개인적 감정적 공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다행히 정의연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혁신안은 철저한 성찰에서 출발할 것이고 단단하고 유연한 시스템이 끌어가는 운동방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세계평화운동의 단계에 들어선 위안부운동은 개인 변수에 영향받지 않을 수 있은 운영시스템을 마련한 내공을 갖추었다. ‘없는’ 역사를 ‘있게’ 만든 여성들이었다. ‘새롭게’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힘내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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