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30

알라딘: 하버드 중국사 원.명

알라딘: 하버드 중국사 원.명

하버드 중국사 원.명 - 곤경에 빠진 제국  | 하버드 중국사 
티모시 브룩 (지은이),조영헌 (옮긴이)너머북스2014-10-23원제 : The Troubled Empire: China in the Yuan and Ming Dynasties (2010년)



하버드 중국사 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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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568쪽152*223mm (A5신)700gISBN : 978899460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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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근세사(원~ 아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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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1270년대 몽골의 중국 침략은 1500년간 이어온 유교 제국이 외세의 침략으로 한순간 떠밀려나며 중국 역사의 경로를 바꾼 사건이었다. 1279년 원 왕조로 통합되기 전에 형성된 중국의 모습이 이로서 자취를 감추고 더는 드러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4세기 뒤 초원에서 밀고 내려온 또 다른 침략군이 명 왕조를 무너뜨렸다. 이 책은 이 두 차례의 드라마틱한 외세 침략 사이에 존재했던 중국의 실체를 규명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21세기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책임편집자로 편찬을 이끈 티모시 브룩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반 서민이 대부분 철학이나 정치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만큼 나 역시 이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가 일반 서민들의 삶과 경험을 충분히 보여주기를 소망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원-명 시대의 삶의 에너지와 변화상을 포착하기 위해 그림과 다양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추적하고, 한 편의 이야기처럼 당대의 역사를 펼쳐낸다. 책을 옮긴 조영헌 교수는 "이 책은 중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드는 지적 흥미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연구자와 일반 독자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는 말

1. 용의 출현
용의 지배자 | 명의 황제들 | 유럽의 용 | 용의 정체 | 역사적인 의미

2. 행정 제도
일통 전략 | 역참 제도 | 강남과 강북 | 행정 구역 | 인구 조사 | 인구 이동 | 행정망

3. 아홉 번의 늪
한파 | 가뭄 | 홍수 | 메뚜기 떼 | 지진과 화산 | 전염병 | 기근 | 아홉 번의 늪 | 도덕 기상학 | 호시절

4. 칸과 황제
원의 황제 계승 | 명의 전제 정치 | 호유용의 변 | 정난의 변 | 토목의 변 | 대례의 논쟁 | 국본의 위기 | 충성이라는 딜레마

5. 경제 성장
농업 제국 | 운송 수단 | 도시의 제국 | 은납화 | 경세제민 | 정신적 혼돈 | 사라진 호랑이

6. 가족
친족망 | 여성의 삶 | 남성의 삶 | 직업 세습호 | 신사 사회 | 의례와 재산

7. 믿음
영혼에 대한 생각 | 유-불-도 | 우주론 | 사상적 자율성 | 같음과 다름

8. 물품 거래
살림살이 | 감식안 | 서적 | 가구 | 도자기 | 서예와 회화 | 시장과 취향

9. 남중국해
해양 무역 | 조공과 교역 | 기로에 선 해안 | 남중국해의 세계 경제 | 은의 유입 | 유럽인의 중국 진출 | 도망자의 귀환

10. 명의 붕괴
다양한 책임론 | 두 차례 만력의 늪 | 만주족의 출현 | 숭정의 늪 | 반란 | 마지막을 산다는 것

나오는 말

기온 및 강수 상황
아홉 번의 늪
황제 연표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266-267 일반 사람들처럼 이광화의 이야기도 1613년 봄에 이처럼 끝날 뻔했다. 관직을 희망했던 한 인물이 상업에 뛰어들어 죽을 때까지 잘 살았다는 평범한 스토리였다. 그의 위패는 종사에 안치되어 조상에게 드리는 정기적인 제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이후 몇 세대 동안은 가족들 사이에 기억되었을 것이고, 그의 이름은 가족 사당에 오래도록 간직되었겠지만, 결국 족보의 한 페이지를 제외하면 완전히 잊혔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비석이 일상 용품 시장에 휩쓸려 나오면서, 그의 이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의 비석은 한국의 서울에 있는 어느 대형 골동품 시장에 등장했다가 캐나다 토론토의 한 가구점에 정원 장식으로 팔려나갔다. 나는 2002년에 이 비석을 정원에서 구출하여 지금까지 밴쿠버의 내 연구실에 놓아두고 있다.
이 비석은 정교하게 세공된 상태가 아니었다. 큰 석판에서 뚝 잘라낸 표면에 고르지 않은 서체로 비문이 새겨져 있었다. 오랜 풍파의 영향으로 일부는 해독이 불가능했지만, 이광화의 평범한 성공담을 재조명하기에는 충분했다.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비석의 상단에 새겨진 두 글자로, 왼쪽에는 ‘일日’자, 오른쪽에는 ‘월月’자가 있다. 이 두 글자를 합하면 밝다는 뜻의 ‘명明’이 되는데, 바로 그가 살았던 왕조의 이름이다. 해와 달을 무덤에 표시하는 것은 고인을 망자의 세계 속으로 들이고 보호해달라는 염원을 나타낸다. 생전의 황제를 보호했던 것처럼 말이다.  접기
P. 427-428 그중 하나가 조선에서 만들어져 그대로 전해지는 원 시대의 지도인 「혼일강리도」였다. 이 지도는 1402년 제작된 것인데, 그로부터 3년 전 명에 사신으로 갔던 조선인이 입수한 원본 지도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이 지도의 제작에는 1372년 남경에서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거행한 수륙법회에 참여한 바 있는 승려 청준의 공로가 컸다. 중국에 남아 있는 청준의 유일한 지도는 1360년의 것인데, 이 지도에는 서쪽으로 버마(현재 미얀마)까지만 그려져 있다. 다만, 미얀마의 동남쪽 해안에 “천주에서 자바까지 60일, 말라바르까지는 128일, 호르무즈까지는 200일이 걸린다.”라고 적혀있다. 청준의 지도에는 「광륜강역도」라는 제목이 달렸다. 이 지도에 조선인 지도 제작자가 조선을 오른쪽에 엄청나게 확대하여 첨가하고, 다른 아시아국과 아프리카를 왼쪽에 첨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를 기묘하게 길게 늘어뜨리고 아프리카를 쪼그라뜨린 점, 그리고 지중해와 흑해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게 한 점으로 보아, 이 왼쪽 부분은 아마도 아랍 지도를 참고한 것 같다. 이 지도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원 및 명 초의 중국인들이 훨씬 폭 넓은 지식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접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북스 2014년 11월 8일자 '화제의 신간'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30일자 잠깐독서
저자 및 역자소개
티모시 브룩 (Timothy Brook)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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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캐나다 토론토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와 토론토대 교수를 거쳐 2018년 현재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 중국사 교수이자 캐나다 왕립학회 회원이다.

그의 주요 관심분야는 명대의 사회·문화사,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의 중국 침략, 세계사와 인권에 대한 역사학적 관점이다. 저서로 『쾌락의 혼돈-중국 명대의 상업과 문화』 『근대 중국의 친 일합작』 『베르메르의 모자』 『능지처참』(공저)이 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전6권)의 책임편집자로 편찬을 이끌었으며, 그 중 『하버드 중국사 원명: 곤경에 빠진 제국』을 썼다. 접기
최근작 : <셀던의 중국지도>,<근대 중국의 친일합작 (반양장)>,<하버드 중국사 원.명> … 총 65종 (모두보기)
조영헌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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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대운하와 휘주상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홍익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중국 근세 시대 대운하에서 활동했던 상인의 흥망성쇠가 주된 연구 주제이고, 최근에는 북경 수도론과 동아시아 해양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대운하와 중국 상인: 회·양 지역 휘주상인 성장사, 1415~1784』, 공저로 『도시 속의 역사』, 『해양과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등이 있다.
최근작 : <대운하와 중국 상인>,<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1~4 세트 - 전4권>,<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4> … 총 10종 (모두보기)
티모시 브룩(지은이)의 말
이미 정형화되고 기정사실화된 역사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삶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그 복잡 다양함을 오롯이 담아내는 역사서가 되기를 희망했다. 나는 또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또 곧 알게 될 지식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역사가 아니라, 역사의 내부에 밀착하여 숱한 세월을 함께 살아내고 자세히 얽어내는 역사서가 되기를 바랐다.
조영헌(옮긴이)의 말
번역 과정이 길었던 만큼 이 책의 주제에 대해 묵상할 시간이 많았다. 그 때문일까? 오늘도 날씨 정보를 확인한 후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문득 소빙하기를 살아갔던 선조들이 하늘을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보았을까 상상해보았다. 지금은 그때처럼 용이 출현하는 것은 아니나, 또 다른 자연재해와 참혹한 인재人災를 통해 브레이크 없는 욕망의 전차 같은 이 시대와 위정자에 대한 하늘의 신호가 더 강렬해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혹은 불길한 전조는 아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출판사 소개
너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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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하버드 중국사 진.한>,<비교와 연동으로 본 19세기 동아시아>,<윤이후의 지암일기>등 총 59종
대표분야 : 역사 23위 (브랜드 지수 55,272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13세기 몽골족과 4백년 후 만주족의 침략은
모두 기후 변화에서 촉발되었다
‘환경’이라는 이슈로 중국의 원-명 시대를 ‘한 권’으로 그려낸 최초의 책

1270년대 몽골의 중국 침략은 1500년간 이어온 유교 제국이 외세의 침략으로 한순간 떠밀려나며 중국 역사의 경로를 바꾼 사건이었다. 1279년 원 왕조로 통합되기 전에 형성된 중국의 모습이 이로서 자취를 감추고 더는 드러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4세기 뒤 초원에서 밀고 내려온 또 다른 침략군이 명 왕조를 무너뜨렸다. 『하버드 중국사 원·명_곤경에 빠진 제국』은 이 두 차례의 드라마틱한 외세 침략 사이에 존재했던 중국의 실체를 규명하는 책이다.
이 시기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규정하는 열쇠는 다름 아닌 기후 변화였다. 쿠빌라이 칸이 남하하여 중국을 정복했던 13세기, 아시아도 유럽처럼 소빙하기 가운데 놓여 있었다. 원 왕조는 채 1세기를 버티지 못한 채 무너졌지만, 몽골의 가치는 명 왕조의 제도 가운데 여전히 살아 있었다. 1630년대 두 번째 강추위와 함께 가뭄이 대륙을 휩쓸었을 때, 명 왕조는 더는 버틸 힘을 잃고 침략자 만주족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환경’이라는 낯선 이슈로 이 시기를 포착한 티모시 브룩 교수(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는 환경적 접근을 근간으로 독재 정치의 성장과 복잡 다양한 사회상 및 상업화를 탐구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남중국해 경제체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변화들이 중국의 향후 모습을 형성했을 뿐 아니라, 초기 근대 사회의 초석을 다지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최근 역사학계의 화두인 ‘지구사적인 관점’이 한껏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하버드 중국사』(전6권)의 책임편집자로 편찬을 이끈 티모시 브룩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반 서민이 대부분 철학이나 정치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만큼 나 역시 이『하버드 중국사』시리즈가 일반 서민들의 삶과 경험을 충분히 보여주기를 소망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원-명 시대의 삶의 에너지와 변화상을 포착하기 위해 그림과 다양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추적하고, 한 편의 이야기처럼 당대의 역사를 펼쳐낸다. 이 책을 옮긴 조영헌 교수(고려대 역사교육과)는 “이 책은 중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드는 지적 흥미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연구자와 일반 독자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한다.

“명 왕조의 몰락과 같은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설명해주는 요소가 오직 날씨만은 아니지만 날씨가 이러한 설명의 일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곤경에 빠진 제국』이란 제목이 시사하듯이 이 책은 흥미롭게도 공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국이라는 세계에 용이 출현하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무수한 용의 출현 기사를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로 해석하면서 역사적 시공간으로 끌어온다. 이는 13세기에서 17세기까지 4백여 년 동안 원-명의 집권자와 백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의 하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사이에 발생했던 수많은 정치·경제·사회적 변동과 참으로 ‘묘하게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3장에서 제시하는 아홉 번의 ‘늪’(심각한 기후 재앙과 그 때문에 발생한 대규모 참사에 대한 저자의 은유적 표현)은 원에 3차례, 명에 6차례 발생했는데, 이처럼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소빙하기의 기후 변화에 주목한 이 점이 바로 이 책의 백미이다.
정사, 실록, 지방지, 각종 필기 등의 문집 자료 등 중국사의 기본 사료에서 뽑아낸 9번의 늪에 관한 정보는 최근 나이테, 태양의 흑점, 빙하, 포도나무의 생장, 화산 폭발 등에 관한 기상학자들의 새로운 발견 및 연구 성과와도 상당히 일치함으로써 신뢰성을 더해준다. 원의 심각한 자연재해가 정력적인 쿠빌라이의 치세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 그의 사후, 즉 원 중기 혼란한 정치적 변동기에 시작된다는 점, 원 말까지 심각했던 자연재해가 명이 건국된 이후 백 년 가까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명의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알려진 만력제의 치세 기간에 두 차례의 ‘늪’이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명의 마지막 자연재해인 ‘숭정의 늪’ 동안 원-명을 통틀어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의 기근, 추위, 홍수, 지진, 전염병, 돌풍, 메뚜기 떼의 피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점 등은 사회 변화와 기후 변화의 동시성을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책은 명나라의 몰락 과정에서 정치적 변동이나 농민반란이 이상 기후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으나, 결코 환경 결정론으로 치우치지는 않는다. 저자는 동북 변경에서 팽창한 만주족의 역사, 14세기 이래 가장 대규모로 중국을 엄습했던 반란의 역사, 명의 정치가 붕괴한 역사 등 다양한 서사 구조를 담아낸다. 서사 구조에 담긴 스토리는 다르지만 이들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역사, 즉 명의 몰락을 구성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설명해주는 요소가 오직 날씨만은 아니지만 날씨가 이러한 설명의 일부분을 차지해야 한다.”는 지적은 음미할 가치가 있다.
한편 저자는 같은 시기 유럽의 왕조들과 확연히 다른 중국제국의 특징으로, 백성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을 꼽는다. 유교의 호혜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러한 신념에 의해, 황제는 백성의 삶에 늘 관심을 보여야 했고, 관료들은 백성의 삶을 보호하고 향상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관료들이 자기 배를 채우는 데 급급하여 백성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한 실패한 왕조는 천명을 잃어버린 것으로, ‘용’ 이야기는 이를 증명한 것으로 본다.

“명의 마지막 세기인 17세기에 관리들은 국가와 경제 사이에 애매하게 놓인 회색지대에 관해 새로운 정책적 실험들을 계속해나갔다. ··· 그들은 구황을 백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대한 계획으로 보고는 이를 ‘경세經世’, 즉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라 불렀다. ··· 경세가들은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백성이 어려운 시기에 쇠하지 않고 좋은 시기에 번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에 헌신하는 자신들의 소임이라고 이해했다. 그들의 관심은 백성에게 있었고 그 실천은 경제로 드러났다. 이러한 헌신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19세기 ‘이코노미economy'라는 유럽의 개념을 번역하는 새 용어가 필요할 때, ‘경세제민’으로부터 ‘경제’라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하게 된다.” -본문 246~247쪽 중에서

성균관대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경제’라고 번역한 선인들은 유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거기에는 정치적인 함의가 들어가 있었지만 지금의 경제학자들은 그것을 얼마나 의식하면서 연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의 주장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우리 시대가 다시 새겨야 할 메시지이다.

1368년은 중국 역사의 방향을 트는 전환기가 아니라 반대로 원과 명 두 왕조를 연결하는 고리의 시기

‘환경’이라는 이슈와 함께 이 책의 독특한 특징은 원-명 시대를 ‘한 권’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중국사에서 명-청 시대를 하나로 묶어서 소개하는 책은 적지 않으나 원과 명을 한목에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책은커녕 논문도 거의 없었다. 그것은 한편에서 중국인들은 주원장이 몽골을 몰아내고 명 왕조를 세운 1368년이 ‘한족’의 ‘조국’을 재건한 단절과 전환의 시점으로 인식했으며, 중국 외부의 역사학자들 역시 1368년을 ‘후기 중화제국’이라는 시대로 구분하여 근대를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되는 기점이라며 그 중요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모시 브룩은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 즉 1368년은 중국 역사의 방향을 트는 전환기가 아니라 반대로 원과 명 두 왕조를 연결하는 고리의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이 시기에 발생한 반란으로 몽골의 지배는 중단되었고 명(한족)에게 권력이 돌아갔으나 이어지는 수세기 동안 몽골의 유산이 확고히 전승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원-명 시대가 송 시대와 구별되는 특징으로 첫째는 중국의 전제 체제를 구축했고, 둘째는 중국 사회를 확대가족집단으로 재편했으며, 셋째는 상업적 부가 집중되기 쉽도록 중국의 가치를 재조정한 왕조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세 가지 차원에서 원의 유산이 명에 어떻게 계승되고 변용되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집중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수도 ‘북경’이다. 중국사에서 모름지기 수도는 ‘천하’의 중심에 거해야 한다는 ‘거중居中’의 오랜 전통을 벗어던지고 중국 전체의 동북쪽 귀퉁이, 하지만 대륙과 해양으로의 진출 모두가 용이한 북경으로 수도가 정착된 것은 새로운 시대의 기원으로, 쿠빌라이의 작품이었다.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까지 유라시아 대륙의 세계 경제가 발달하는 가운데 원은 초원을 넘어 페르시아와 유럽까지 서쪽을 향해 뻗어갔고, 반면 16~17세기 동안에는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해양의 세계 경제가 형성되면서 명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왕래하는 교역 체제를 만들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세계 경제가 중국을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으나, 이러한 교역의 생명력과 강조점은 모두 수도 북경을 중심으로 결정되었다. 7백 년 전, 북경이라는 수도와 내륙으로의 운하와 역참뿐 아니라 바다로의 해운과 원정을 거리낌 없이 병용했던 쿠빌라이의 유산은 사실상 명을 넘어 19세기 청까지 이어졌다.
옮긴이 조영헌 교수는 이 책에서 시도하는 원-명의 연속성과 변화상에 대한 검토는 기존의 지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망할 수 있는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하는 교재가 될 것이라 하면서, 이후 명과 청의 관계뿐만 아니라 원-명-청의 연속성과 변화상을 비교하는 학문연구의 초석을 마련해 줄 것이라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의 4장에서 몽골의 칸과 한족의 황제를 비교하는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7장에서 주목한 세계 지도의 등장과 변용에 담긴 세계관의 변화, 9장에서 남중국해를 중국이 종국적으로 세계 경제와 통합되는 공간으로 파악하는 것 등은 원-명 시대를 초기 근대 세계를 창조한 주역으로 그린다. ‘교역’이 ‘조공’을 뛰어넘는 가운데 중국인들이 구축한 상업망이 발달하면서 유럽인이 도래하기 전부터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세계경제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었고, 뒤늦게 이곳에 합류한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인들은 이 지역의 무역에 쉽게 편승할 수 있었다. 티모시 브룩은 이 책에서 유럽인이 단독으로 초기 근대 세계를 창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그들이 참여했던 기존의 상업망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그 교역을 가능케 했던 생산자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변화를 인식한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는 처사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일화로, 1379년 금 1백 근과 은 1만 냥을 가지고 온 고려의 사절단을 명의 홍무제가 되돌려 보낸 일이 있었다. 이유는 그 선물이 외교적 의례를 넘어선 지나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당시 동아시아의 조공과 교역 체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청하는 사례이다.

“일화나 그림, 그리고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추적하여 당시 역사를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저자는 황제 중심의 이야기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삶과 경험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고, 정치적 변화상보다 장기적인 변화 속에서 포착할 수 있는 일상생활과 물질문명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정복과 번영, 멸망과 관련되는 제국의 정치, 행정, 군사 문제뿐만 아니라 원-명 시대의 내부에 밀착하여 도시화, 가족, 여성과 남성, 의례와 살림살이, 서적, 가구, 믿음 등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당시의 삶이 어떠했는지 유려한 문장으로 오롯이 담아낸다.
이에 덧붙여 이 책은 문헌 자료와 함께 회화, 지도, 비문 등의 시각 자료를 대단히 감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진과 문징명의 「설경산수도」를 이례적으로 춥고 눈이 많았던 시대상의 방증으로 제시한다든가, 오빈의 회화 「나한」(1601)에 표현된 명암법을 포착하여,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전래된 유럽식 화풍이 중국의 화풍에 덧입혀진 문화적 융합 현상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수많은 지방지와 필기 등의 문집 자료에서 추출할 아주 작은 에피소드 몇 가지를 가지고도 당시 광범위한 사회 경제적 변화상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기법은 독자들에게 지적 희열과 독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수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하버드대 피터 볼 교수가 꼽은 흥미로운 사례는 두 가지다. 첫째, 가족을 유지시키는 재산과 의례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왕진과 장응기 사이의 무덤 관련 소송 사건(6장 참조), 둘째 동남 연해 지역에서 확산되던 외국과의 은 무역과 해금 정책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활동했던 부도덕한 은세공업자 관방주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9장 참조)가 그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서울의 골동품 시장에 등장했다가 캐나다 토론토의 한 가구점에 팔린 뒤, 다시 저자가 구입해서 연구실에 갖다놓은, 양자강 유역에 살았던 한 평범한 가정의 비석을 통해 당시 가족의 친족망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설명한 부분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재구성한 대표적인 사례다. 여성의 삶에 대한 저자의 관심도 책 곳곳에서 발견되며, 여성이 남긴 여러 시를 인용함으로써 당시 남성들의 부역, 전쟁 등으로 인해 당하는 고통과 이를 감내해야 하는 여성의 시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1세기 하버드 중국사(전6권) 시리즈

21세기의 화두인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하버드대의 특별기획이다. 『쾌락의 혼돈』, 『베르메르의 모자』,『능지처참』등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책의 저자인 티모시 브룩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았다. 이 시리즈는 기원전 3세기, 진 제국의 통일을 시작으로 20세기 초반 청 제국의 종말까지 중화제국의 역사를 추적한다. 쉽고 정확하게 쓴 이 책들은 광범위한 범위의 주제들을 간결한 길이로 다루면서도 최신의 학술적 성과에 기반하고 있다. 중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수 시리즈이다.
올해 7월 청 왕조를 다룬 『하버드 중국사 청_중국 최후의 제국』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원과 명 왕조를 다루는『하버드 중국사 원·명_곤경에 빠진 제국』이 출간됨으로써 중국의 ‘원-명-청’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최초의 제국 진부터 송 왕조까지의 네 권 역시 곧 출간될 예정이다.

『하버드 중국사 진·한_ 최초의 중화제국』(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 이성원 옮김) (근간)
2천년 동안 지속될 진 제국의 특징을 살피고, 관료와 학자들의 핵심적인 도전을 조명한다.

『하버드 중국사 남·북조_ 분열기의 중국』(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 조성우 옮김) (근간)
3세기 이후, 북과 남의 분열에서 가족, 학문, 종교 등까지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외부세계와의 교섭을 추적한다.

『하버드 중국사 당_ 열린 세계 제국』(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 김한신 옮김) (근간)
한국에서 페르시아 만까지 상업, 종교, 문화가 연결된 황금시대다. 여성의 역할과 왕유, 이백, 두보 등도 포착한다.

『하버드 중국사 송_ 유교 원칙의 시대』(디터 쿤 지음, 육정임 옮김) (근간)
당시의 송 왕조는 지구상에서 가장 문명이 발달한 제국으로, 특히 신유학은 동아시아 사회의 정치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그 거처가 되었다.

『하버드 중국사 원·명_ 곤경에 빠진 제국』(티모시 브룩 지음, 조영헌 옮김)
1270년 전후 몽골이 지배한 뒤 4세기 동안 관료제와 상업화의 증가 등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탐구한다.

『하버드 중국사 청_ 중국 최후의 제국』(윌리엄 로 지음, 기세찬 옮김)
이 광활한 영토와 온갖 긴장 상태를 수반하면서 끊임없이 증가하는 거대한 인구는 청의 계승자인 중화민국과 현재의 중국에 유산으로 남겨졌다. 청은 중화제국의 2천년 역사를 마감하는 장이 되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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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전 명저는 소장가치가 충분합니다.  구매
whpark35 2015-06-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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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와 거시사 사이의 어딘가에서 새창으로 보기 구매


작년말에 산 하버드 중국사 원나라 명나라 편을 이제서야 읽었다. 부제는 <곤경에 빠진 제국> 그리고 저자는 캐나다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티모시 브룩 교수다. 문득 왜 서구인들이 왜 그렇게 자기네 나라 역사도 아닌 중국 역사에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언어도 낯선 한자문화권의 중국어가 아닌가. 그들은 어떻게 1차 사료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거지? 교수 정도 되는 식자층은 우리만큼 한자에 익숙한 걸까? 그런 질문들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접한 대부분의 중국사는 거시사가 주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력을 담당하는 제왕들 중심의 역사 서술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그런 거시사에서 벗어나 미시사를 다루는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라고 생각한다. 한편, 티모시 브룩 교수는 특이하게도 중국 역사를 6등분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원명편에서 특이하게도 기후결정론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거시사와 미시사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백년 남짓 중원을 제패한 원나라보다는 중국의 마지막 한족 정권이었던 명나라에 대한 비중이 많은 점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는 늪(slough)이라는 표현으로 원명시기에 중국 전역을 강타한 기후에 의한 재난을 구분했다.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당대 기록에 남은 용의 출현이 홍수, 가뭄, 기근 그리고 역병 같은 재난이었을 거라는 추정에 도달한다. 세계제국이었던 원 시절에는 모두 3번의 그리고 쇄국정책으로 농업제국의 길을 걸었던 명나라 시절에는 모두 6번이 있었다고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 원나라의 실질적인 설계자였던 세조 쿠빌라이칸이 세계제국을 꿈꾸며 민족차별정책을 도입했다면, 명나라의 시조 홍무제 주원장은 일통 중화민족의 제국의 부흥을 도모했다. 다행히 명나라 건국 후, 100여년 동안 특이할 만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양 제국의 주류를 이루는 민족은 달랐지만, 그들의 이상은 거의 동일했다. 황제 전제정치의 구축은 제국 건설자들의 공통적 관심사였다. 제국 통치의 기반은 무력이었다. 몽골족의 원은 말할 것도 없고, 원말기 전국에서 할거하는 군벌 중의 하나였던 주원장 역시 무력으로 한족의 명나라를 건설했다. 물론 제국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유가적 질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태조가 모를 리가 없었다. 유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가부장 질서의 확대야말로 홍무제가 꿈꾸었던 이상향이었다.



정치 질서의 안정은 경제성장을 불러왔다. 경작할 수 없는 토지들은 모두 경작의 대상이었고, 그렇게 생산된 잉여물자를 바탕으로 상업화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지나친 경작의 영향과 산림벌목으로 홍수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다. 당대에도 이미 과도한 벌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관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환경문제는 이미 500년 전에도 심각한 문제였나 보다. 사농공상으로 분류된 명대의 신분제에서 상인들은 가장 계급제도의 가장 밑바닥이었지만, 실제 그들의 소비력은 과거제를 통해 국가를 지배하는 관료가 된 이들의 경제력을 훨씬 능가했다. 며칠 전, 이마트에 들렀다가 그전부터 탐내던 코드제로라는 무선 청소기를 하나 사왔는데, 명나라 시절 죽어라고 노동한 댓가로 세간살이을 바꾸었던 농민들과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상인들의 주거래품목이었던 곡물은 마침 개통된 운하 뱃길을 따라 중원을 남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가 있었다. 명조정에서는 기존의 현물징세보다 은(銀)을 이용한 재정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농민들이 담당하던 요역 역시 은으로 대납하는 게 정부 차원에서도 그리고 민간에서도 효율적이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한편, 과거시험을 통해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년간 과거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가문의 유력한 자제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원천적으로 과거는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던 모양이다. 과거를 통해 일단 입신양명하게 되면 중앙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지만, 전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비슷한 꿈을 가지고 관료로 선발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는 없어졌지만 한 때 고시폐인이라는 말처럼 현대판 과거에 응시해서 입신을 꿈꾸던 후예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민간 상업의 발달은 당연히 대다수 인구의 소비를 촉진시켰다. 여유가 있는 부유한 상인들은 물론이고, 농민들도 얼마 전에 코드제도 무선청소기를 무이자 6개월 할부로 산 나처럼 이런저런 세간들을 사들였다. 경덕진에서 대량생산되는 도자기는 물론이고, 의자로 대표되는 목젝가구들 그리고 서적들이 대표적인 민간 상품들이었다. 그 중에서 역시나 책쟁이의 관심을 자극하는 물품은 바로 서적이었다. <수호전>, <서유기> 그리고 <금병매> 같은 대중소설들이 대중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적유통을 촉진시켰다. 과거에 필요한 서적들은 식자층에게나 필요한 것이었고, 문자를 깨우친 이들에게 삽화가 포함된 <금병매> 같이 흥미진진한 대중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통속소설이라며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겠지만.



티모시 브룩이 점지한 감식안을 갖춘 신사계급의 대표선수는 바로 이일화였다. 빼어난 감식안을 가진 이일화는 자신이 찾는 원명기를 대표하는 문인과 화가들의 가품과 진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저자는 그런 점을 흥미롭게 여기면서 상대적으로 진품이 비해 가품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그런 싸구려 작품을 위한 시장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동시에 명 말기에 저명한 화가가 그린 <나한>에서는 서양 르네상스 화가들이 발명해낸 명암법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을 들어, 일정한 교류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티모시 브룩의 저서 <베르메르의 모자>를 한 번 구해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한 스페인이 볼리비아 포토시 은광에서 대량으로 채굴한 은과 일본에서 명나라와 무역을 위해 개발한 막대한 양의 은이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상업화의 가속도를 붙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조카 건문제를 죽이고 제위를 찬탈한 영락제는 남경성이 불타면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건문제를 추적하기 위해 정화 원정대를 남양으로 파견했다는 일설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명대 초기 활발했던 해양활동은 본토개발에 치중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정화의 원정대가 기존의 알려진 인도양과 아프리카까지 중국의 전통적 조공무역을 확대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불필요한 쇄국정책으로 훗날 해양세력에게 침탈당하게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부분 중에 흥미로운 점은 원나라는 물론이고 명나라 역시 부지불식 간에 페르낭 브로델이 발명한 세계경제(global economy)에 명백하게 편입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캘리포니아의 네이벌 오렌지가 한국 이마트에서 팔리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지만, 볼리비아에서 생산된 은광이 태평양을 가로 질러 마닐라를 거쳐 중국에서 화폐로 유통되었다는 점은 정말 놀랍지 않은가.



레이 황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명나라 황제 가장 오랫동안 제위를 지킨 만력제야말로 망국의 원인을 제공한 원흉이었다고 지목하고 있는데, 사실 명나라를 멸망시킨 것은 만주족의 청나라가 아니라 이자성과 장헌충의 반란군이 아니었던가. 만력 연간 초기에 뛰어난 정치지도자였던 내각대학사 수보 장거정의 재정정책으로 첫 번째 만력 연간의 늪은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황위 계승 문제로 정치를 외면한 만력제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위기는 임진왜란 조선파병으로 막대한 전비 지출, 누르하치와 홍타이지가 이끄는 만주족과의 끝없는 전쟁, 각종 재난으로 국가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입이 줄어들면서 망국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까 명제국의 멸망이 어떤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무능한 위정자가 이미 정상궤도에서 탈선한 국가의 방향성을 바로 잡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동하긴 했지만 말이다.



<곤경에 빠진 제국>은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중에 두 번째로 내가 읽은 책이다. 앞으로 4권이 더 남아 있고, 그 중에 두 권은 소장하고 있다. 중국의 마지막 제국이었던 청나라에 대한 책도 그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미처 완독하지 못했지 아마. 나의 세 번째 하버드 중국사 도전은 그 책으로부터 시작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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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6-28 공감(2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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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하버드 중국사 원.명 : 곤경에 빠진 제국 새창으로 보기
왕조의 흥망과 관련하여 환경기후의 영향력을 보여주고자 하고있고, 왕조사의 색채에서 벗어나서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가능한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는 면에서 즐겁게 읽었다. 다만 원조의 이야기는 너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왕조의 지속기간을 생각할때에는 그렇만하다고 생각 되지만...
가넷 2015-01-2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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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오역 새창으로 보기
조금 과하게 기후변화에 비중을 두어 산만하고, 원과 명의 연속성이 너무 강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뛰어나고 흥미로운 개설서이다.



또한, 영어로 기술된 중국사 서적치고는 번역이 매끄러운 편도 장점이다. 독자의 편리를 위해 한자 병음표기나 한국어 문장에 신경을 쓴 듯 하다. 더운 어느 날 (서평을 쓰면 제공되는) 공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위하여 '영추문 앞 역사책방'에서 본서의 서평을 남길 때, 이 장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다만 최근 아예 사실 관계가 틀린 오역을 확인하여 여기에서 기재하고자 한다. 너머북스에서 확인하고 기회가 되면 교정하기를 희망한다.



p.353-p.354에는 다음과 같은 단락이 있다. (괄호 및 한문표기 설명 생략)



왕조 말기를 경험했던 위대한 철학자 왕부지 (1619~1692) 역시 자신이 목격한 세상을 유교적 권위의 몰락으로 간주하고 한탄했던 유학자였다. 왕부지의 아들은 나중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의 부친은 부도나 노자의 조각상 앞에서 평생 단 한번도 절을 한 적이 없다." 그가 이 글을 남긴 것은, 아버지가 1644년 반란자 장헌충의 군대를 뒤쫓을 때, 그들이 호광 남부로 내려가면서 약탈하고 내버린 시체를 수습한 일이 있었는데, 이때 승려들과 힘을 합친 일이 혹시라도 오해를 살까 염려한 때문이었다.



 허나, 이에 해당하는 원서의 부분은 다음과 같다. (Brook, Timothy. The Troubled Empire: China in the Yuan and Ming Dynasties. Vol. 5. Harvard University Press, 2010. pp.183)



The father of the great philosopher Wang Fuzhi (1619-1692) was one of these end-of-dynasty Confucians who deplored what he saw as the erosion of Confucian authority. As his son later wrote, "My father to the end of his life never once offered a singe bow of respect before a statue of the Buddha or of Lao Zi." Wang put his father's attitude on record to forestall any misunderstanding of his decision to work with Buddhist monks in 1644 to clear the countryside of corpses after the army of rebel leader Zhang Xianzhong pillaged its way through southern Huguang.



 첫 문장의 주어였던 "The father of the (...) Wang Fuzhi" 가 그냥 왕부지로 오역되었다. 그 결과 뒤의 문장의 his son은 왕부지의 아들로 번역되면서 문단의 의미가 달라져 버렸다. 하지만 원래 이 내용의 출처는 왕부지가 남긴 『家世節錄』에 수록되어 있는 왕부지가 직접 쓴 자기 아버지 왕조빙(王朝聘)에 관한 술회이며, 그 내용은 티모시 브룩의 원문과 같다: ("終身未嘗向浮屠老子像前施一揖。") 다만 티모시 브룩은 청나라 말기 王之春(1842-1906)이 쓴 왕부지의 전기『船山公年譜』에서 재인용하였다: ("先君終身未嘗向浮屠老子像前施一揖。") 즉, 한국어판의 문장이 오역임을 알 수 있다.



『家世節錄』속 일부 내용이 왕부지 전공자인 김용옥의『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 인용 및 번역된 바 있다. 여기서는 상기 문장(終身未嘗浮屠老子像前施一揖。; 김용옥의 인용에는 向가 누락되어 있음)이 수락되어 있으며, 이것이 왕조빙에 대한 왕부지의 술회라는 점과 원래의 출처가 제대로 명시되어 있다(중판. 통나무, 2000. p.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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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 2018-07-05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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