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9

[주장] '피해자의 기억이 달라졌다'... 조심했어야 할 그 말 - 오마이뉴스

[주장] '피해자의 기억이 달라졌다'... 조심했어야 할 그 말 - 오마이뉴스





[주장] '피해자의 기억이 달라졌다'... 조심했어야 할 그 말[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쟁에서 유의해야 할 점
20.05.11 10:04l최종 업데이트 20.05.11 10:04l
김종성(qqqkim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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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시민당 비례 당선인 윤미향 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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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대표(국회의원 당선인)의 논쟁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의혹 규명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경우에는, 자칫 '위안부' 문제 해결의 근간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7일 대구광역시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성금이 어디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또 "'위안부' 문제는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윤미향씨는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 12월의 한·일 '위안부' 합의도 거론했다. 양국 정부가 10억 엔으로 '위안부' 문제를 무마하려 했던 것과 관련해 "2015년 한일협정 당시 10억 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대표만 알고 있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내가 알았다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미향 전 대표는 8일 페이스북 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정의연의 활동과 회계 등은 정의연에서 설명할 것"이라며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 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금 목적에 맞게 사업도 집행"한다고 덧붙였다.

또 기금이 피해자들에게 쓰이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정의연은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라면서 "보관할 당시에는 할머니들의 기억 확인용으로 보관했지만, 어느새 그 기록들은 사료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당시 할머니들에게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그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말은 이렇다.

"2015. 12. 28 한·일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받은 10억 엔에 대해서... 오늘 오전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와 다른 할머니들은 박근혜 정부가 10억 엔을 받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당신만 몰랐다고. 1월 28일 윤병세 장관 편지에 써 있는 것을 알았다고..."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대표의 논쟁은 활동을 함께한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의혹을 가진 쪽에서는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의혹을 받는 쪽에서는 당연히 자기 입장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위안부' 문제 해결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은 양쪽 모두 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윤미향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 속의 한 표현이 아쉽다.

윤미향 전 대표는 "오늘 오전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라면서 '기억'의 문제를 거론했다. 물론 윤미향 전 대표가 다른 뜻을 갖고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을 거론한 것이기에 이 부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의 '기억'을 물고 늘어지는 일본

남북한과 중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위안부' 문제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것은, 여성들을 강제동원해 성노예로 착취한 반인간적인 범죄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인들이 공분하는 것은 그것을 입증할 공문서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공문서가 일본정부와 일본군의 수중에 있고 일본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공문서 증거가 충분히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응원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 속에서 '일본군이 관여했고, 강제동원됐으며, 성노예로 착취당했다'는 공통분모가 한결같이 드러나기에, 세계인들이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 극우는 다르다. 그들은 빈틈을 찾고 있다. 주된 증거가 할머니들의 증언뿐이라는 사실을 이용하려 한다. '기억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의 증언이 때때로 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약해진다는 인간의 상식을 악용해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깎아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같은 접근법은 일본 및 미국 극우세력의 '위안부' 활동 방해를 폭로하는 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 영화 <주전장>에서도 소개됐다. 이 영화가 11분을 경과할 때 등장하는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은 "자칭 '위안부'라는 할머니들의 증언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 2행 2번째(파란 원).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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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 그는 할머니들의 기억력과 연관되는 부분을 언급한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증언이 달라진다고 언급한 것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다 기억이 조금씩 바뀌는데도 이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지금 와서 보면 아무런 증거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 증언들조차 계속해서 번복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재판정에서도 그런 것들은 증언으로 취급되지 않죠."

피해자들이 의도적으로 말을 바꾸고 있거나 아니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발언이다. 이런 식으로 일본 정부와 일본 극우는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그들만 그런 접근법을 구사하는 게 아니다. 우리 내에도 그런 이들이 있다. 뉴라이트 학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 역시 <반일 종족주의>에서 동일한 논법을 구사했다. 그는 '양아버지가 팔아넘기는 바람에 위안부가 됐다'고 증언했던 피해자가 나중에 이 부분을 뺀 것을 문제삼는다. 그의 말은 이렇다.

"어느 여인은 철도 역전에서 일본군에게 잡혀 중국으로 끌려갔는데, 기차 안에는 많은 여인과 군인들이 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맨처음 행한 증언은 그와 달랐습니다. 그녀는 양아버지가 자신을 팔았으며, 이에 일본군보다 양아버지를 더 미워한다고 했습니다."

처음 증언과 나중 증언의 공통점은, 어느 경우에도 일본군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처음 증언 때는 양부가 강제연행에 협력한 사실에 증오심을 표했다가, 나중에는 그 부분을 뺐다. 하지만 일본군이 개입됐다는 점만큼은 두 증언에서 한결같이 나타난다.

이런 식의 증언 변화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증언할 때마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 처음 증언 때 양부를 언급했다가 나중 증언 때 뺀 것은, 두 시점 사이에 양부에 대한 감정의 변화가 있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양부를 언급하고 안 하고는 '위안부' 강제연행의 본질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위안부'들이 무장병력의 감시를 받으며 이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위안부'가 집에서부터 무장병력한테 끌려간 것은 아니다. 관청 직원에게 연행돼 기차역에 집결한 뒤 거기서부터 무장병력의 감시를 받을 수도 있었다.

나중 증언에서 '역전에서 일본군에 잡혔다'고 한 것은 피해자가 최초 연행된 장소가 기차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역전에서 일본 군·경에 인계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중 증언 때는 양부보다 일본군에 더 강조점을 두다 보니, 일본 군경과의 조우를 자세히 언급했을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위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영훈이 함께 언급한 예시가 미국 흑인노예 피해자들의 증언 변화다. 그는 이 같은 증언 변화가 연로한 흑인노예 피해자들의 기억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의 증언은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희미할 수도 있고, 앞뒤가 착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을 청취하는 사람과의 상호관계에서 기억이란 행위 자체가 정치화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흑인노예 피해자들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증언이 조금씩 달라졌다 해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미국 백인들이 아프리카 흑인노예들을 착취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불변의 진실이다.

피해자의 증언이 달라졌다? 변하지 않는 진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억에 다소간의 변화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해도 일본군이 '위안부'들을 강제연행해 성노예로 만들었다는 불변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 및 극우, 한국 뉴라이트는 특정 할머니들의 기억력을 문제삼는 방법으로 '위안부' 문제 전체를 무너트리려 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의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그에 맞춰 책임자를 처벌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면 된다. 만약 할머니의 인터뷰가 과장되거나 잘못됐다면, 그것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면 된다. 할머니가 오해했거나 서운해 하는 대목이 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된다.

하지만, '할머니가 오해했다'고 말하는 것과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후자는 정신적 능력과도 관련될 수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피해자다. 그래서 일본 정부 및 극우가 주목하는 대상이다. 그런 그를 상대로 '기억이 달라졌다'는 식의 반박을 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억이 수시로 달라진다는 점을 어떻게든 입증하고 싶어 한다. 이번 사안의 해결에 있어 신중한 표현과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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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용수, #정대협, #정의기억연대, #위안부,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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