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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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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논문을 준비하느라 강동진 선생님의 불후의 명저 『일본의 한국침략정책사』(한길사, 1980, 원서는 1979년 출판)를 읽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 이미 몇 번인가 읽고, 작년에는 대학원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모든 명저가 그렇지만 읽을 때마다 늘 새로운 느낌이다. 근 40년 전에 쓰인 책(1979년 출판)이지만 워낙 방대한 사료를 구사해서 쓴 역작이므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느낌이 새로워진다.
여러 번 읽다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소한 실수, 흠 등이 가끔씩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그 한 가지만 소개해볼까 한다.
강 선생님은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조선인이 사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의 지배에 복종하든가 죽든지 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말했다고 서술하고 있다(36쪽). 강 선생님과 책의 권위 때문인지 이 서술은 무단통치, 데라우치 총독의 억압성, 폭력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후학들의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거가 없다. 강 선생님은 왜 전거도 없이 이런 사료를 인용하신 것일까 늘 의아했다. 실수로 빠뜨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거를 찾아보려고 각방으로 알아봤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데라우치 총독 시대의 사료를 제법 읽어봤던 나도 공부가 부족해서 못 찾은 게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하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위 사료가 등장하는 연구서(박경식·강재언,『조선의 역사』삼일서점, 1957)를 발견했다. 일본어 표현은 다르지만 데라우치의 훈시로 등장한다. 문제는 1957년 출판된 『조선의 역사』도 참고문헌은 물론 주가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인터넷을 떠돌고 있던 있지도 않는 ‘아베총독의 예언’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데라우치의 훈시 역시 데라우치라면 반드시 그렇게 이야기했으리라는 강·강 선생님들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일까.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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