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아닌 `코리아`로… `양국체제`여야 통일 가능하다 - 전남일보
한반도 아닌 '코리아'로… '양국체제'여야 통일 가능하다
광주 출신 경희대 김상준 교수 제시
독일 빌리 블란드의 동방정책 주목
By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게재 2019-11-28 16:29:28
코리아 양국체제
코리아 양국체제
남북 관계를 재정립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 방법을 논의한 책 '코리아 양국체제'가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 공감 포럼'에서 이종석 전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시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유승민 IOC 위원. 이종석(왼쪽부터) 전 통일부 장관이 토론을 하는 모습.
남북 관계를 재정립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 방법을 논의한 책 '코리아 양국체제'가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 공감 포럼'에서 이종석 전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시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유승민 IOC 위원. 이종석(왼쪽부터) 전 통일부 장관이 토론을 하는 모습.
코리아 양국체제 | 김상준 | 아카넷 | 1만5800원
"지난 70여 년 남북은 수없이 많은 '통일방안'을 경쟁적으로 제안해왔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통일은 멀어졌다는 역설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까지 한국(ROK)과 조선(DPRK) 두 나라는 상대를 국가로서 인정한 바 없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통일을 말해봐야 통일이 이뤄질리 없다"
남북이 분단된 채 적대와 대립의 상태로 70여년 넘게 살다보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이 이상화·관념화로 굳어졌다. 시기와 정세에 따라 미묘하게 남북 관계는 달라졌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치권은 '통일'에 대한 실질적 방법을 논의하기 보다는 갈등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개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통일로 가기 위한 남북 단절의 분위기 해소는 요원하기만 하다.
1960년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라 '서울의 봄'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뒤 현재는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상준이 코리아의 평화와 공존에 이르는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국가의 평화체제이자 공존체제로 '코리아 양국체제'를 주장한다. 책 서두에 저자는 '한반도'가 아니라 '코리아' 용어를 쓰는 이유로 "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에서는 '코리아 반도'를 '한반도'라고 부르지만,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조선반도'라고 부른다. 양국체제는 한국과 조선 두 나라 모두를 인정하고 위하자는 것인데, 그 이름을 한국에서만 쓰고 있는 용어로 '한반도 양국체제'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이름부터 남북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것을 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서 인정하고 공존하는 체제를 구축하자는 '양국체제'의 발상은 간헐적으로 논의된 적이 있지만 체계적 이론으로 정립하여 선보이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1부에선 양국체제의 이론을 종합 정리해 보여준다. 2부에선 촛불 이후의 현실 흐름과 이에 대한 양국체제론 입장에서의 진단을 모았다. 3부에선 분단체제론과 양국체제론 간의 논쟁을 담았다.
양국체제로 전환의 과정에서 주목할 것이 독일의 사례로 서독의 수상 빌리 브란트(1913~1992)가 추진한 동방정책이다.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상대인 동독을 국가로서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성급한 통일을 배격하고 평화로운 공존과 교류를 통해 상호 번영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이러한 점에서 코리아 양국체제의 지향과 같다.
브란트 정부 하에 동서독 간에 체결된 '동서독기본조약'은 동서독 화해의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지난 1991년 남북이 교환한 '남북기본합의서'도 이를 준용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의 합의서가 '쌍방'의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한 데 비해 동서독의 기본조약은 조약 쌍방을 정식국호로 분명히 칭하고 두 국가가 주권과 영토를 상호 인정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 인정의 수준 차이는 향후 뚜렷한 평화공존의 차이를 낳았는데, 남북한이 화해의 단절을 맞았던 것과 달리 동서독은 기본조약 이후 정식 외교관계를 맺고 일반 수교국 대사보다 격이 높은 장관급 대표를 상호 파견하는 등 신뢰 구축을 다지는 길로 나아갔다. 그 후로 동독은 미국과 수교를 맺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지난 독일의 경험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하는 양국체제의 주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러한 양국체제의 청사진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게 지금의 한중 관계를 예시로 든다. 한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를 맺은 1992년 전후를 비교하면 두 나라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규모로 이루어진 셈이다. 저자는 "한중이 서로 번영하는 길을 택했던 것처럼 남북이 그러한 선택을 한다면 한 민족 간의 '특수한 수교'는 일반적 국가 간의 수교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의 관계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한국 정부가 남북의 평화관계를 지속되는 장기적 체제(system)로 굳히는 일에 집중한다면 약 30년 후에는 현재의 경색된 남북 관계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평화적 모드가 '코리아'에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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