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3

왜 이렇게 되었는가? 베네수엘라


평소에 베네수엘라에 관심도 없던 인간들이 현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의 말로이니 어쩌니 하는 걸 보면 참 어이가 없고, 이게 계급적 반격인가 싶어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차베스 집권 이전의 제4공화국에서도 지금과 똑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석유수입에 기초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해오던 4공화국은 1970년대 내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며, 그 수입으로 차베스가 했던 것처럼 보통교육의 확대, 복지정책의 확대, 적극적 산업정책의 추구, 석유산업 및 철광 산업 등의 “국유화” 등등을 꾸준하게 추구하며 1977년 경제성장의 정점을 이루게 된다.
 1978년을 기점으로 석유가격이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지금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국내총생산은 1977년부터 1985년까지 24.2%나 감소해 연평균 3.4%나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실질임금도 대폭 하락해 1인당 소득수준 또한 1979~1999년까지 27% 감소에 빈곤층은 2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사회양극화도 급격하게 진행되어 1981~1997년 사이에 최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21%에서 33%로 증가했고, 최하위 40%는 19%에서 14%로 감소했다. 
 사회주의적 변혁을 시도하지 않았던 제4공화국도 차베스 이후의 베네수엘라처럼 똑같은 경로를 겪었던 것이다. 4공화국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산압의 사유화를 추구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마두로 정부가 물러나면 똑같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펼치겠지만 아마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왜 차베스나 4공화국 등이 모두 적극적으로 개입해 산업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화가 제대로 되지 못했을까?
 왜 이렇게 되었는가? 베네수엘라 경제의 핵심은 역시나 석유이다. 석유 수출이 잘되면 베네수엘라 화폐가 고평가된다. 화폐 가치가 높아지니 수입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수출상품의 경쟁력은 하락한다. 국내 산업들이 수출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되고,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 수입이 줄어들면 경제는 파국에 빠지게 된다. 결국 석유 가격의 상승과 하락이라는 주기적인 사이클 속에서 최대한 빨리 석유산업을 대체할 수출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브라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이 없는 후진국 입장에서는 자원을 팔아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은 다시 화폐의 고평가를 가져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악순환 속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중남미 지역 등의 제3세계 지역에서 산업화가 좌절되었던 그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무슨 좌파 포퓰리즘이 어떻고 저떻고.. 산업화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인적 자본을 형성해야 하기에 교육을 시켜야 한다. 어디서 돈이 나서 교육을 시키냐? 누가 잡든 석유산업에서 나는 돈으로 교육시키고 복지 확충하면서 노동조합이나 회사, 자영업자 등을 포섭해서 정책 지지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지지 얻은 걸로 다시 산업의 다각화 시도하고 뭐하고.. 누가 잡아도 비슷하다. 
 여기에 차베스는 사회주의 운운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국유화나 공동경영 실험을 했던 것인데, 그게 베네수엘라의 실패로 직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는 차베스를 좋아하지 않고 21세기 사회주의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 생각하지만, 그가 했던 여러 시도들은 사실 근대국가라면 인민을 포섭할 때 누구나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실제로 차베스는 노동조합의 자율성 따위 인정하려 하지 않아서 노조하고 굉장히 과격하게 싸우고 그랬다. 뭘 포퓰리즘이 어떻고 저떻고.. 제일 포퓰리즘적인 한국 새끼들이.. 에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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