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5

손민석 한국의 문제는 발전국가가 해체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축적모델로 이행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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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210225
 
나는 한국의 발전국가가 해체되었다 보는 편인데, 설령 발전국가가 포스트 발전국가 형태로 그 특질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발전국가의 핵심(이라고 내가 생각하는)인 국가의 자율성은 거의 완전히 박탈되었거나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서 알 수 있듯이 박탈되고 있는 와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의 한국의 문제는 발전국가가 해체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축적모델로 이행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국가의 특질을 유지하려는데서 나온다고 본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한국의 국가가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발전주의 전략을 내세우고 친親자본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도 그것은 한국 국가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 이후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면서 대중지지를 이끌어내려 했고 그 귀결이 반일 내셔널리즘에 입각한 독도 문제 및 천황 비판이었다. 진보적인 성향의 지식인들은 1997년 이후의 한국의 국가 성격을 신자유주의에 초점을 맞춰서 친자본주의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특히 임기 말기에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보여온 복지 등의 분배중시 성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확하지 않은 분석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국가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장 위주의 친親자본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측면과 
  • 복지확대 등의 친서민적이고 분배지향적인 측면이 공존하면서 
  • 특정 국면에 따라 어느 측면에 무게를 두는지가 달라진다. 
이 운동의 핵심에는 국가의 자율성이 민주주의로 인해 박탈당했다는 것이 있다고 본다. 
  • 국가의 자율성이 박탈당했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장 및 복지확대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본, 임노동 등을 통제해야 한다. 
  • 이것들을 통제하려면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동어반복이다. 
  •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 
  • 현대 한국의 국가는 A=A의 동어반복적 논리 속에 빠져버렸다.

 국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본과 임노동을 통제해야 한다. 
  • 자본과 임노동을 통제하려면 포퓰리즘적 대중동원에 의존하여 근대국가가 움직이도록 압박해야 한다. 
  • 근대국가를 압박해 움직이려 하는 건 근대국가의 본래적 기능을 제한한다. 
  • 심지어 국가기구에 대한 대중의 공격으로 전화되기도 한다. 
  • 기능이 제한되니 자본, 임노동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니 경제성장이든 복지확대든 제대로 되지 않는다. 
  • 제대로 되지 않으니 다시금 보다 넓은 대중동원을 통해 국가를 움직이게 하려고 한다. 
  •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 나는 문파 혹은 박빠라 불리는 적극적 지지자들이 이런 과정에서 나온 존재들이라 본다.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 국가가 보이는 신자유주의적인 특질과 함께 반反자유주의적 특질은 이 악순환 속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 다시 말해서 반자유주의적 특질은 민주화로 국가의 자율성이 박탈되어 자본, 임노동 등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 예컨대 IMF 이후 한국은 관치금융을 통한 자본시장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 일본 경제가 국가의 금융통제권을 미국에 의해 상실당한 뒤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왔듯이 한국 또한 금융통제권을 상실한 뒤부터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다. 
  • 자본 통제가 어려우니 박근혜 정부와 같이 연성 권위주의화 해서 자본과 불법적인 관계맺기를 하거나 문재인 정부처럼 대중동원과 사법정치를 통해 자본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자본통제를 행하려고 한다. 
  • 반反자유주의적인 국가주의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 그 귀결이 무엇인가. 박근혜의 감옥행이었다. 
나는 문재인도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인데.. 아무튼 국가의 자율성이 사라졌기에 국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안되는 걸 하려고 하니 보다 강한 대중동원을 시도하게 되고 그 시도가 다시 국가의 기능을 제한하여 사회개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본다.

 나는 이런 악순환의 등장을 "전제주의"라 개념화 하려고 하는 편인데 약간 애매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 발전국가 이후의 한국의 국가 성격을 지주형의 입론처럼 신자유주의적 국가라 명명하는 게 많은 통찰을 줄 수 있지만, 앞서 말했던 이유 때문에 나는 신자유주의 국가라는 네이밍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 기존의 근대성에 대한 반反경향성으로서의 전제주의를 근대성의 한 측면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 이 전제주의에는 전근대로의 회귀라는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봉건성 혹은 후진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담론화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 혹은 정치문화를 소환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본다. 
  • 최근 들어 민주당 인사들이 문재인을 정조 등에 비유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게 그런 이유라 본다. 
  • 전제주의의 본질은 근대국가가 기능하면서 무언가를 쌓아가는 경향과 그것이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기존의 근대성 자체를 부정하면서 다시금 기능하게 하려는 반反경향 간의 길항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고민이 많다. 
  • 근대 사회에 내재한 반反경향이라 한다면 유럽, 미국 등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고.. 내 이래서 근대사회 분석은 안 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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