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5

양현아 교수 “식민주의를 보지 않고 한국 위안부들에 미친 피해를 말할 수는 없어” - 경향신문

양현아 교수 “식민주의를 보지 않고 한국 위안부들에 미친 피해를 말할 수는 없어” - 경향신문

양현아 교수 “식민주의를 보지 않고 한국 위안부들에 미친 피해를 말할 수는 없어”

‘일왕 유죄 선고’ 위안부 시민법정 20주년 행사 여는 양현아 교수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4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2000년 여성국제법정 막내이던 제가 20주년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면서 “미래세대에게 여성국제법정의 유산을 전달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4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2000년 여성국제법정 막내이던 제가 20주년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면서 “미래세대에게 여성국제법정의 유산을 전달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식민지배 문제 강조하는 것에 대해
‘한국 특수성만 부각’ 지적 있지만
젠더 문제, 국가·민족 등 맥락 교차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실체를 파악

2000년 12월 한국, 북한, 중국 등 9개 피해국과 일본이 참여한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이 열렸다. 마지막 날 재판부는 히로히토 일왕과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고, 총리이던 도조 히데키 등 개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0세기 페미니즘 운동 성과를 정점에 끌어올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이다.

이 여성국제법정이 개최된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와 국제학술대회가 다음달 4~5일 온라인으로 열린다. 여성국제법정을 기념하는 대형 국제행사는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 대회를 마련한 일본군위안부연구회 회장인 양현아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지난 24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2000년 여성국제법정에서 남북한공동검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양 교수는 “2000년 여성국제법정이 2020년에 가지는 유산이 무엇인지, 일본군 성노예제의 식민주의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2000년 법정이라는 공공기억을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울려퍼지게 하는 마당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행사 주제도 ‘2000년 여성국제법정의 공공기억과 확산: 식민주의를 넘어서, 미래세대를 향하여’라고 소개했다.

특히 일본의 위안부 범죄가 식민지배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새롭게 조명한다. 여성국제법정 한국위원회 부대표였던 정진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1년 논문에서 “여성 문제가 부각된 대신 식민지배 문제는 사상(捨象)됐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일본 식민지이던 남북한과 대만 이외에도 네덜란드 등 9개국 피해자가 참여하는 행사라서 공통분모를 추린 결과라고 한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식민주의 강조가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인 의제로 만들기보다는 한국의 특수성만 부각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도 일부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식민지성을 보지 않고 한국 피해자들에게 미친 범죄 피해의 양상을 포착하기는 어렵다”며 “젠더 문제에는 국가, 민족, 식민주의와 같은 사회적 맥락이 교차돼 있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실체를 파악하고 이론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같은 전시 성폭력
오늘날 ‘젠더폭력’과 맥 같이해
2000년 여성국제법정의 공공기억
미래세대에 전달하는 장 만들 것

이와 함께 양 교수는 “전쟁 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그동안 국제법과 국제법정에서 너무 사소한 문제이거나 법 문제가 아닌 것으로 다뤄졌다”고 했다. 그는 “전시 성폭력은 평시에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거나 대상화하는 태도와 맥을 같이하는 여성차별이자 젠더폭력”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에도 만연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차별을 회피하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면하게 하는 문제로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 여성국제법정은 장소부터 의미가 깊었다.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와 일왕이 사는 왕궁이 있는 곳이 도쿄 중심가 지요다구이다. 여기에 1932년 군인회관(현재 구단회관)이 세워졌다. 1928년 히로히토 일왕 즉위식을 기념해 재향군인회가 설계를 공모해 올렸다. 전쟁 중에는 예비역 등의 훈련과 숙박에 쓰였다. 바로 이곳에서 여성국제법정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2000년 여성국제법정과 피해자 목소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도 있을 예정이다. 기독교, 가톨릭, 원불교 추도와 무속 굿을 마련했다. 5일 국제학술대회에는 김창록 경북대 교수 등 국내외의 대표적인 위안부 문제 연구자와 활동가가 참가한다.

20주년 기념행사 및 국제학술대회 참가 신청은 인터넷(bit.ly/34Cz3JU)으로 하면 된다. 이틀간 열리는 모든 행사는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동시통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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