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2

대북정책, 한번쯤은 짝사랑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대북정책, 한번쯤은 짝사랑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317  0  0주성하 2021.11.21 18:24


지난주에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 힘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이제 차기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또는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중 한 명이 되게 됐습니다. 물론 기타 대선후보들도 있겠지만, 이들이 당선될 확률은 매우 낮겠죠.

이제 대선은 4개월 뒤에 열립니다. 일반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사실상 모든 이슈가 대선에 쏠리기 때문에 현 문재인 정부의 힘은 쭉 빠지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에 유엔 총회에 가서 남북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벌써 두 달이 지나도 아무 진척은 없습니다. 불과 4개월 남은 정부가 종전선언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겠죠.

김정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임기 중에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는데, 결국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 등 결국 내게 해준 것은 하나도 없이 가는구나, 가는 마지막까지 날 이용해 상황을 관리하려 하냐 싶은 불만과 함께, 이재명이 될까, 윤석열이 될까, 누가 되면 내게 유리할까 이 궁리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차기 대선 후보 두 명의 대북 공약을 비교해보고, 이들이 당선되면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한번 예상해 보려 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대선에 들어가지 않아서 두 후보의 대북 공약이 본격화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서두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점은 제일 중요하게는 대북공약이란 것이 말 그대로 공약이지,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과거 정부를 돌아봐도 대북 관계는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하는지에 더 크게 결정됐고, 또 국제 관계에 밀접하게 좌우됩니다.

저도 기자를 20년 해와도 대북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또는 꼬셔올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부족해서 어떤 공약을 내걸어도 이를 현실로 옮기긴 역부족입니다. 어쩌면 대북 정책은 대통령의 캐릭터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북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해서, 이걸 언급하는 것은 제 개인적으로도 득이 별로 없습니다.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은 욕부터 하겠죠. 그럼에도 그 후보가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가에 따라 저건 어떻게 갈지 대충 짐작은 갈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상대했던 세 정부만 봐도 제가 개인적으로 “저건 뭐 말도 안 되는 공약이지”라고 제일 어이없이 생각했던 것은 이명박 정권이 내건 ‘비핵개방 3000’이었습니다. 핵을 폐기하고, 개방을 하면 북한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준다는 것인데,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죠. 여러분이라면 어제까지 적이었던 사람이 “네가 갖고 있는 가장 비싼 것을 버리면 3000달러 줄게” 이러면 믿겠습니까. 그것도 5년 짜리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5년 뒤에 다음 정부에서 이를 뒤집으면 핵을 버린 사람만 손해죠. 이건 듣자마자 실현 가능성이 제로인 정책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신뢰는 고사하고 개성공단만 털고 나왔고,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신이 가득 쌓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정책을 내걸었는데, 초기엔 좀 되나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한 것은 없습니다. 물론 이 기간에 북한이 큰 도발은 하지 않았으니 김정은을 달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반면 김정은의 입장에선 여기 저기 끌려 다니고 쇼를 하고, 저기 하노이 싱가포르까지 갔지만 막상 대북제재를 해제한 것도 아니고,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한 것도 아니며, 또 지원물자 받아먹은 것이 없으니 당했다고 속으로 열불이 터지며 “다시는 저 남조선 놈들한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갈 것 같습니다. 뭐 김정은 속 터지게 만들었다면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겠네요.

이제 김정은의 다음 상대가 4개월 뒤 결정됩니다.

일단 대북 정책 공약만 놓고 보면 확실하게 대선공약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당 대회 때 발표한 것이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은 현 정부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햇볕정책을 유지하되, 문재인식 퍼주기 저자세 대북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고자세로 햇볕정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경선에서야 표 많이 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겠죠.

윤석열 후보는 기존 한나라당 때부터 시작된 국민의 힘의 기존 강경 노선보다는 많이 왼쪽으로 왔습니다.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 지원과 협력사업 추진, 남북 간 소통 증대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까지 언급해 홍준표 후보로부터 문재인 정권 시즌2라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왼쪽에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한다”는 비난도 받습니다. 윤 후보는 “예측 가능한 대북정책을 통해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라고 밝혔는데, 주인 노릇해오던 김정은의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볼 때는 두 후보의 대북 정책이 현재론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 어떤 공약을 내놓아도 매력적일 수가 없습니다. 저보고 대북정책 공약을 만들라고 해도 사실 답이 없습니다.

김정은 역시 누가 돼야 내게 유리할지 생각하겠지만, 아무래도 민주당 정책을 답습하고, 그 지지자들에게 얽혀 있는 이재명 후보가 낫다고 보겠지요. 추진력도 있다고 평가를 받으니 원칙주의자를 내세우는 윤석렬 후보보다 뭔가 화끈하게 진척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만약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국제사회 눈치를 보지 않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을 열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정부가 못한 것을 이재명 후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김정은은 이재명 대통령이 된다면 둘이서 화끈한 척 접근해 뭐 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잘 모르겠습니다. 법조 출신은 아무래도 고도의 외교력과 필요에 따라선 거짓된 쇼도 펼쳐야 하는 남북관계에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어쩌면 또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정치를 잘했다고 칭찬한 것을 보면 자기가 모르는 분야는 과감하게 전문가를 발탁해 맡기면 또 모르겠습니다. 특정 이념에만 매몰된 자기편의 생각만 밀어붙이기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요.

아무튼 현재 두 후보의 공약만 갖고 김정은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감은 오지 않습니다. 저는 아까 저라도 대북 정책을 만들기 쉽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 이번에 나온 각 후보 중에 가장 마음에 든 대북정책 공약은 홍준표 후보의 공약이었습니다.

뭐냐면 ‘남북 불간섭과 체제 경쟁주의’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너희는 그 위대한 김정은 주의를 내걸고 공산주의 건설해서 잘 살아라. 우린 상관하지 않고 우리 길을 갈 것인데 니들 건드리면 화끈하게 손봐줄게”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아주 호전적인 정책 같아 보이시죠. 이렇게 하면 큰 일이 날 것 같다고 보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남북 대화를 지지하는 사람이고 남북관계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홍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들었나. 영원한 정책이란 없습니다. 시대에 따라 정책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북한을 짝사랑해왔습니다. 왜 우리가 먼저 구애를 해야 합니까. 급한 것은 저쪽이고, 지금은 최악의 궁지에 몰렸습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자꾸 뺨을 맞아도 웃어주니까 아예 버릇을 잘못 들였습니다. 자기가 주인인줄 알아요.

남녀의 사랑에서도 주종관계가 바뀌는데, 결론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양보하게 됩니다. 20년쯤 짝사랑하면 아예 종이 됩니다. 그만 했으면 됐잖아요.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이번엔 무시 전략 한번 펼 시기가 된 것입니다.

“너는 너대로 잘 살고, 나는 나대로 잘 살게. 이젠 너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네가 도와달라면 언제든 도와갈게. 하지만 이젠 남남이 됐으니 과거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날 괴롭히면 가만 두진 않겠다.”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연인 관계에 매우 흔한 관계 정리입니다.

제가 볼 땐 지금 심각한 북한의 내부 사정상 우리가 등을 돌리면 김정은이 매달리게 될 겁니다. 그때에야 주종관계가 정리가 됩니다. 안 매달려도 우린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이젠 한번쯤 이런 정책을 써 봐도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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