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7

손민석 전두환의 조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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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조문 문제는 단순히 전두환 개인에 대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본다.

내가 좌파든 우파든 만나는 사람마다 항상 말하는 것인데 광주항쟁에 대한 긍정과 전두환에 대한 부정은 단순히 586 민주당 세력에 대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제6공화국을 탄생시킨 사회계약 그 자체이다. 광주항쟁을 부정하고 전두환을 긍정한다는 건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라는 정치적 견해의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합의의 문제이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간의 대립이 광주항쟁에 대한 해석을 놓고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주항쟁이 존재하는 한 극좌적인 혁명운동이 불가능한만큼 극우적인 군부쿠데타 또한 불가능하다.
극좌, 극우적인 시도 모두를 봉쇄하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만 제6공화국이 존립할 수 있다. 프랑스사에서 파리코뮌의 진압과 불랑제 사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애당초 제6공화국을 낳은 6.29 선언 자체가 노동자 혁명과 급진주의적 운동으로 좌경화되는 것에 대한 전두환 군부집단 및 미국의 우려로 중산층과 발빠르게 타협함으로써 나올 수 있었다.

그 이후에 있었던 노동자들 대투쟁과 1991년 학생운동이 중산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노태우의 탄압 속에서 무너지면서 극좌적 급진주의 운동이 소멸했다. 1987년 이후부터 1991년까지의 이 시기는 마르크스의 저작으로 치자면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에서 쁘띠부르주아 집단이 노동자 계급 배신하고 노동자 계급이 진압당한 1848년 6월폭동 사건과 그 이후의 '민주적 공화정'의 기간에 해당된다.
30여년 넘게 우리는 그 민주적 공화정 단계 속에서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중산층적 정치 속에서 내부적 동력만 낭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합의틀 속에서 좌우가 공존하며 공적인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두환을 옹호한다는 건 이 합의틀, 사회적 계약을 깨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담론구조라면
나같은 좌파는 이미 박현채 선생이 그러셨듯이 광주를 그저 군부쿠데타에 대응한 집단적 자위, 즉 자연발생적인 운동에 지나지 않다고 낮게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담론지형이 이상하고 다들 무식하다보니.. 정상적인 담론구조라면
  • 보수우파는 광주항쟁을 신원시킨 것이 자신들이라며 광주항쟁을 보수적인 공화주의 운동의 일종으로 해석할 것이고,
  • 리버럴들은 저항권 운동의 차원에서 해석하며,
  • 좌파들은 무장봉기를 중시하며 급진주의적인 정치운동으로 재해석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정상적인 근대사회가 아니다보니..
아무튼 왜 나같은 좌파가 정리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위치를 좀 지켜주길 바란다.. 우리는 광주라는 죽은자들의 기억 속에 사로잡혀 있다. 이것을 깰 것이라면 좀더 나은 기억들로, 좀더 나은 가치들로 그 자리를 메울 생각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YoonSeok Heo and 86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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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on Ju Seok
    오 상당히 일리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맥락과 유사하게 최근에는 5.18에 입혀진 '민중항쟁'이라는 계급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광주항쟁이 존재하는 한 극좌적인 혁명운동이 불가능한만큼" 이 부분은 너무 거칠게 서술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극좌적 혁명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건 글에 나온 6공적 합의라고 하는게 더 타당하겠지요.
    또 쿠데타와 폭력적 시위진압에 대응한 자연발생적 자위행위가 좌파로서 낮게 평가해야 할 사건인지도 의문이 듭니다.
    물론 좌파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행위는 아니었어도, 외부의 폭력에 맞서 공동체를 지키려는 의지는 충분히 높게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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