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uha
이번 선거가 나한테는 “민주화투쟁”이라고 쓴 적이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사회의 지적 퇴행과의 싸움”이었다.
가볍게는
위안부 문제 주류 연구자들과의 싸움이자,
호사카/전우용등의 잘못된 대일인식 전파자들과의 싸움.
그리고 전공은 달라도 뒤쳐진/혹은 모순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 보거나 마주 했던 학자들.
전자는 물론, 후자가 이재명을 지지한 건 우연이 아니다.
여성학자들은 민족주의 자체가 여성차별적이라는 걸 몰랐거나 무시했고,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수십년 전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좌우 마찬가지.)모순으로 보이는 모든 행동들은 거기서 나온 것들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그런 학문이 지식인의 이름으로 확산시킨 사고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학문과 정치는 이어지지만 근본적 역할은 같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 입장과는 다른 정치적 선택이 때로 필요해 질 수도 있다.
더구나 정치지형 자체가 변질되고 말았으니 내 선택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거운동 때는 그런 걸 자세히 쓸 여유가 없었다.
나의 윤석열 지지를 ‘자기 배반’으로 보는 이도 있었지만 나의 가치관과 학문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이 공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저열하거나 잘못된 인식과 지식이 학문의 이름으로 유포되는 일을 막는 일이자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준 정치를 막는 일이라고 판단 했을 뿐.
만약 이재명이 이겼다면 한국의 학문과 인식과 교육은 30년 후퇴했을 것이다. 물론 그 위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주당을 지지했거나 쿨한 포즈로 보이콧한 ‘지식인’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적자장의 퇴행에 참가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물론 윤석열 지지자들중엔 또 다른 문제적 보수학자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에도 정치적 입장에도 찬성하지 않으니 윤석열지지도 당연히 그저 쾌적하지는 않다. 한국은 물론, 해외에 있는 나의 지인들한테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벌써부터 난감할 만큼.
윤석열 지지이후 보수계층 분들이 많이 팔로우 한 걸로 안다. 하지만 어제 글같은 글이 나의 기본 스탠스이고, 선거 무사히 끝났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팔로 취소하셔도 좋겠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윤석열지지는 '국민통합'이라고 했지만,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실은 아주 좁다는 걸 안다.
이 몇년 조금은 넓어졌고 , 조금 더 넓어지길 기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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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comments
이지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단지 보수쪽으로의 정권교체 뿐만아니라 처음으로 보수가 고리타분함을 탈피하고 제대로 혁신할 계기와 발판을 마련한듯 싶어 기대가 큽니다.
Reply5 d
Park Yuha
이지원 그럴 가능성에 걸어 봤습니다. 아무튼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나은 건 분명하고요.
Reply5 d
이지원
박유하 네... 그렇쵸? ㅎ
Reply5 d
Dohyung Kim
적어도 한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윤 당선자는...
Reply5 dEdited
Park Yuha
Dohyung Kim 그렇겠지요. 주변인들에게도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고 싶네요.
Reply5 d
Chee-Kwan Kim
교수님 서 계신 자리의 넓어짐과 비례하여 한국 사회도 조금씩 정상화된다고 생각합니다.
Reply5 dEdited
Park Yuha
김치관 함께 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변님 같은 분들이 많아지면 좋은 사회가 되는 건 분명!^^
Reply5 d
Alex J Hur
전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Reply5 d
Park Yuha
Alex J Hur 반갑습니다.🙂
Reply5 d
David Yoo
정치판이 처음에는 휘둘리거나 잡음도 따르겠지만 소신을 갖고 원칙에서 벋어나지 않고 잘 헤쳐나가길 기대합니다.
Reply5 d
Park Yuha
David Yoo 네, 윤당선인의 이상실현이 쉽지만은않겠지만요.
Reply5 d
김준영
더 넓어지리라 믿어 마지 않습니다.
Reply5 d
Park Yuha
김준영 그래야 모두가 행복할 듯 합니다.
Reply5 d
SeHan Kim
윤 당선자가 일종의 말실수 비슷하게 '본의 아니게 국민의 힘에 들어왔다'고 말한 부분이 제 머리 속에는 계속 남습니다. 물론 그 말의 진짜 뜻이 저의 희망적 해석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계속 남아요. 그 지점, '이건 아니기 때문에'라는 지점이 선생님의 '윤석열 지지'와 이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와 '갈아 봤자 별 수 없다'의 싸움을 연상하게 했던 이번 대선, 저는 이재명도 윤석열도 후련하게 지지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역사인식과 한일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이번 정권에서 진보(진보!)의 한 걸음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꼭 선생님(과 저)의 소망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Reply5 d
Park Yuha
김세한 저도 그 비슷한 말을 들은 듯 한데, 아마 그런 생각이겠죠. 아무튼 정치욕망 없이 시작한 사람이니 그것만도 큰 자산 아닐까 해요. 지켜봐야죠.
다시 보니 다른 말인 듯 하네요. 그런 뜻이라면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서"라고 하기도 했어요.
Reply5 dEdited
Q-seok Baik
맞습니다. 더이상의 퇴행은 이제 그만!
Reply5 d
Hyonggun Choi
자유민주적인 시스템이 정착되기 바랍니다. 윤석렬당선자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한두 사람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공고한 시민사회 시스템이 잘 정착되기 바랍니다.
Reply5 d
Park Yuha
Hyonggun Choi 지난 5년은 학자들 스스로가 그걸 깬 시간이었죠.
Reply5 d
김종현
교수님께서 서 계신 자리는 말씀처럼 비록 좁을지는 몰라도 보수와 진보의 교집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Reply5 d
Park Yuha
김종현 교집합인 부분이 있긴 한데, 양극단으로 나뉘는 힘에 끌려 가는 사람들이 숫자적으로는 훨씬 많죠. 특히 좌빨 /친일파 운운하며 서로 증오하는 사람들.
Reply5 d
김종현
박유하 지난 10년간 수구보수와 수구진보를 겪어내면서 더 현명한 국민들은 윤석열을 선택했습니다. 교수님처럼 치우치지 않은 지성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앞으로도 그 교집합의 크기를 조금씩 조금씩 키우셔서 우리 사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Reply5 dEdited
Kiki Lee
교수님 글을 통해 많은걸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Reply5 d
Park Yuha
Kiki Lee 저도 고맙습니다.^^
Reply5 d
Hyunjoon Shin
선생님께 질문 하나 드립니다. 비판이 아닙니다. "잘못된 대일인식" 등의 표현에서 '잘된/잘못된' 혹은 '맞는/틀린', '옳은/그른'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유일하게, 객관적으로, 보편적으로 '맞는/옳은' 인식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궁금합니다. '뒤처지다/퇴행'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지만 그건 생략합니다.
Reply5 d
Park Yuha
신현준 말 그대로 잘못된 인식/지식을 말한 겁니다.
말씀하시는 고차원의 문제조차 아닙니다.
예로 든 호사카 전우용 교수에 대해 여러번 언급했는데 못 보신 듯 하니 몇 개만
링크해 두지요.
- https://www.facebook.com/100000507702504/posts/2954831031210458/
- https://www.facebook.com/100000507702504/posts/1685899158103658/
- https://www.facebook.com/100000507702504/posts/4319871214706426/
- https://www.facebook.com/100000507702504/posts/5484804508213085/
-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2949058565121038&set=a.296221900404731&type=3
- https://www.facebook.com/100000507702504/posts/5034234473270093/
- https://www.facebook.com/100000507702504/posts/4459463617413851/
Reply5 d
Park Yuha
신현준 ‘세상에 유일한 진실이란 없다’는 명제는 저역시 공유합니다. 그런데 그런 명제와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아주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뒤쳐진다는 건 말 그대로 학문적 인식틀에서의 뒤처짐이고요.
’올바른’역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그런 것 중 하나죠. 헤이든 화이트의 인식조차 없어 보이니까요.
Reply5 d
Hyunjoon Shin
박유하 역사에 대한 유일하게 올바른 인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여러 개의 인식이 공존하고 토론하면서 경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는 올바른 인식인데 당신은 그릇된 인식이다'로 논쟁을 하면 피곤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 생각이고 선생님이 위 포스팅에서 피곤하게 했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의 적들이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Reply5 dEdited
이현택
'역사에 대한 유일하게 올바른 인식'이라는 망치로 다양한 인식의 틀과 해석을 때려잡으려는 태도는 그야말로 몰역사적이며 의식통제를 전제하는 반동적인 행태지만, 박유하 선생님의 성토자들은 사실관계를 외면 혹은 왜곡하거나 심지어 사실과 그것이 해석되는 맥락 자체를 아예 무시한 친일 반민족 프레임 게임에 몰입하는 종자들이기에, (이런 말하면 그렇지만) 유일하게 올바른 인식은 없다...는 하나마나한 당연한 소리는 선생이 집요하게 공격당한 현실에 비추어 굉장히 한가한 소리로 들리는게 저만은 아닐듯요...
Reply3 d
Hyunjoon Shin
이현택 다양한 소리를 한가한 소리로 치부하는 경험을 많이 했다는 논평을 드립니다. 저는 박유하 선생님을 지지하는 사람이 생각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수고하세요.
Reply3 dEdited
이현택
신현준 동어반복이신듯 한데요, '유일한 인식'의 틀로 다양한 소리를 한가한 소리로 치부하는게 일반적으로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그 말씀을 '박유하 선생'께 하니깐 한가하게 들린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한가한 소리란 표현이 좀 거시기하다면,, 그 일반론을 들이미는데는 상대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보시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합니다. 원론적으로 선생님 말씀에 전혀 반대하지 않구요.
저도 이만 줄입니다. 수고하세요.
Reply3 d
Hyunjoon Shin
이현택 박유하 선생님의 생각에 이견이 있으면 지지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면 충분합니다. 상황과 맥락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말씀은 새겨 듣겠습니다. 정말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Reply3 d
김재근
이번 선거는 그렇게 복잡한 생각이 필요없는 선거였읍니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多數 국민의 의사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큰사고 없이 수렴되었다는게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Reply5 d
Park Yuha
김재근 그럼에도 과거 민주당 지지자가 돌아섰다는 게 아주 중요하니까요.
Reply5 d
김재근
박유하 그렇습니다.
현재 민주당도 간판만 민주당이지 뭐하는 정당인지 정체성도 불투명하고 하는 짓거리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양아치 그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가장 실망스런점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지나치게 함량미달이고 국익보다는 끼리끼리 자리와 이권을 중심으로 패거리 인사가 대부분이었단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과 최재형 같이 정신이 제대로 된 공직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인사가 되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외교와 국방, 경제와 민생, 코로나 대책, 국가부채의 급증등 심각한 수준입니다.
진보나 보수 따위의 이념타령에는 별 관심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586운동권 세력들의 무지와 무능에 국민들이 발목을 잡혀야 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되는 싯점에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5년만에 정권교체의 여론이 꾸준이 압도한 것은 국민이 현 민주당 정부에 더이상 기대할게 없다는 뚜렷한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Reply5 d
Park Yuha
김재근 민주당 지지자가 돌아선 건 이재명 때문이죠. 논점이 조금 다른 듯 합니다. 그리고 현황을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
Reply5 d
김재근
박유하 저는 문재인이 더 문제였다고 봅니다.
박근혜와 이명박 감옥에 보낸 것 말고 엄청난 국고를 축내며 뚜렷이 한 일이 없는것 같아요.
두전직 대통령 비리를 합친 것보담 문재인이 같은 기준으로 볼땐 몇배나 감옥 갈 일이 많아 보입니다.
최측근이던 드루킹 김경수가 선거조작범으로 감옥 간게 결국은 이해 당사자인 문재인과 공범이라 보는게 상식이겠지요.
결국은 민주당이 대통령을 강탈 한 것과 같은 중범죄의 공범이라 보는게 올바른 인식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정당이 이재명 같은 전과4범+ @를 당당히 후보로 국민앞에 뽑아 놓고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본 것이라 봅니다.
Reply5 dEdited
Chanjeen Koas Pak
교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응원합니다.
어제 말씀하신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소수자등), 택하지 않았으나 약자가 된, 그리고 누구든 언젠가는 거쳐야 하거나 거칠 수 있는 (장애인,노인등)인생의 시기에도 누구나 ‘개인’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참에 그런 제도와 사고를 장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진보성을 새 정부가 가져주기를.
이른바 ‘정상’이라는 것도 근대적사고일 뿐이다.
기존의 ’가족’틀이 아니라도 보호받고 연대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여기까지 쓰고 보니 마침 새대통령이 될 사람도 기존범주에서 벗어난 가족을 꾸리고 있다. ‘부부’가족. 그리고 혈연가족 아닌 동물들과 함께 하는."
새 정부에서 꼭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Reply5 dEdited
Park Yuha
박찬진 과분한 말씀 고맙습니다.🙂
Reply5 d
Jimin Kang
문재인이 (정권의 경제정책의 기조인) 한은총재 (정부감사기능의 컨트롤타워인) 감사원장등을 알박기 하려는거 보고 이들은 정말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1도 없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냥 지네가 할수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차기 정권을 방해하려는거고 그렇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거에요. 진짜 치가 떨립니다. 저런 깡패집단이 온힘을 다 동원해 깽판치려는시점에 역사관이니 뭐니 는 아직 사치같아요.
Reply5 d
Park Yuha
Jimin Kang 역사를 양분으로 해서 국민을 조정하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말씀대로 참 한심하네요.
Reply5 d
정기수
이상하게 내 페이스북은 처음 열면 박 교수 글이 맨위에 뜹니다. 날마다... 어떤 마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가요?
Reply5 d
Park Yuha
정기수 그럴 능력이 있었으면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Facebook 알고리즘은 저도 잘 이해가 안 돼요.
Reply5 d
정기수
Park Yuha 대선 기간에 이걸 써보기 시작했는데, 불편한 게 많습니다. 어제(아니, 한 시간 전에) 읽었던 글을 도대체 찾아볼 수가 없어요. 순서대로 좀 가만히 놔두면 좋으련만...
Reply5 d
Young-il Hong
올해 들어 최고로 공감가는 포스팅입니다. "한국사회의 지적 퇴행"
Reply5 d
Park Yuha
홍영일 반갑습니다.🙂
Reply5 d
김경철
정권교체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Reply5 d
Park Yuha
김경철 네. 다행입니다.
Reply4 d
Jongyil Ra
어려운 일 하셨습니다
Reply4 d
Park Yuha
Jongyil Ra 딱 열흘인걸요.^^ 감사합니다.
Reply4 d
Cho Jung-Kwan
이재명이 이겼다면 기가 막힌 세상이 이미 펼쳐지고 있겠죠. 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
Reply4 d
Park Yuha
조정관 네.지금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만도
너무나 다행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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