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2

[전우용의 우리시대]친일파의 시대



[전우용의 우리시대]친일파의 시대
 - 경향신문

전우용 역사학자


입력 : 2019.03.25



친일파. 글자 그대로 일본과 친한 일파 또는 정파(政派)라는 뜻이다. 이 말을 처음 만든 것은 일본인들이었다.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조선에 있던 일본 외교관들은 이를 친일파 대 친청파 사이의 권력 투쟁으로 규정하여 본국에 보고했고, 일본 언론들도 이런 인식을 공유했다. 그들은 정변을 일으킨 김옥균 일파를 친일파, 독립파, 개화파로, 나머지 조선 정부 내 주류 세력을 친청파, 사대파, 수구파로 구분했다. 그들은 친일을 독립과 개화, 친청을 사대와 수구에 연결시킴으로써 자기들이 조선의 문명개화를 위한 선의의 협력자인 양 행세했다.



1894년 갑오개혁 때도 주한 일본 공사관은 개혁 주도 세력을 친일파로 분류했다. 그러나 일본의 왕후 시해와 내정 간섭에 반대해 곳곳에서 의병이 봉기했음에도, 이 무렵까지 한국인들은 ‘친일파’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열강이 한국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친일 친러 친미 친청 등을 모두 선택 가능한 태도로 보았거나, 그들 사이에서 시비를 따질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들이 ‘친일파’를 오늘날과 같은 의미, 즉 ‘자기 일신과 일족만의 영달을 위하여 일본 침략자들에게 부역하면서 동족을 괴롭히는 자’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을사늑약 이후, 특히 1907년 고종 양위와 군대 해산 이후였다. 1907년 8월 공립신보는 친일파를 이렇게 정의했다. “일본을 의지하여 우리나라를 팔며, 일본을 의지하여 우리 황상폐하를 능욕하며, 일본을 의지하여 우리 동포를 학살하며, 잔인하고 악독하여 사람의 낯에 짐승의 마음을 가진 자.” 친일파와 같은 뜻으로 ‘토왜(土倭)’라는 말도 썼다. 근래 모 당 대변인이 사용한 ‘토착왜구’라는 말 때문에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이 말은 해방 후에도 사람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렸다.


1910년 대한매일신보는 ‘토왜’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1) 일본과 각종 조약을 맺을 때 세운 공을 내세우며 이권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자, (2) 흉계를 숨긴 각종 성명을 내어 백성을 선동하는 자, (3) 일본군에 의지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 (4) 일본군의 밀정이 되어 무고한 양민을 죽음으로 이끄는 자, (5) 일본으로부터 월급 받는 자로서 누군가 원망하는 기색을 보이면 허무맹랑한 말로 모함하여 참혹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자, (6) 일본어를 조금 안다고 가짜 채권을 꾸며 남의 재산을 탈취하는 자. 친일 고위 관료, 친일 언론인과 교육자, 일진회 등 친일단체 회원, 일본군 밀정, 기타 일본을 배후에 둔 사기 범죄자 등을 두루 ‘토왜’로 지목한 것이다.


‘친일파’라는 단어에 토왜, 매국노, 민족반역자, 사익 지상주의 모리배라는 의미를 덧붙이는 문화는 일제강점기 내내 유지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았다. 일차적인 이유는 반민특위 활동의 좌절로 인해 새로운 대일 관계 위에서 친일의 개념을 재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친일에 결부된 온갖 부정적 의미가 과거의 망령이 되지 못하고 현존하는 권력으로 남았으며, 일제강점기의 반민족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의식이 지배적 지위를 점했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 적극 협력한 행위를 합리화하는 의식은 다음 몇 가지 요소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도덕 관념이 결여된 힘 숭배의식이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이유는 힘이 약했기 때문이며, 약자가 강자에게 짓밟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담론이 횡행했다. 이런 의식에서는 침략자와 그에 협력한 자의 불의와 부도덕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자기 힘을 과시하며 약자의 권리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현대 한국의 ‘갑질 문화’도 이런 의식의 소산이다.


둘째는 약자 혐오와 엘리트의식이다. 힘 숭배의 짝이 약자 혐오다. 이런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회 문제를 약자들이 분수에 넘는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일제강점기 친일 부역자들이 일본 통치의 야만성은 외면하고 한국인의 저항만을 문제 삼았던 것이나, 현재의 기득권세력이 재벌의 전횡은 외면하고 최저임금만을 문제 삼는 것은, 완전히 같은 의식의 소산이다.


셋째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일본의 근대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처음 구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아시아 각국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선에서 갑신정변이 실패하자 생각을 바꾸어 일본인은 스스로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유럽인의 관점에서 다른 아시아인들을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한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이다.


이후 일본은 자기 편리한 대로 아시아의 대표 국가가 되었다가 비(非)아시아 국가가 되었다가를 반복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친일 엘리트들은 일본인의 이런 아시아관을 축소해 자기들 나름의 ‘한국관’을 만들었다. 그들은 일본을 대할 때는 한국인의 대표로, 한국인 일반을 대할 때는 준(準)일본인으로 행세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오늘날 한국 기득권층 중에 의도적 이중국적자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의식의 소산이며, 자칭 애국세력이 성조기, 이스라엘기, 일장기까지 들고 시위하는 것도 정체성 혼란의 발로이다. 빈곤한 자의식을 보강하기 위해 정치적, 군사적, 종교적 권위를 외부에 의탁하려 드는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친일’이라는 단어가 욕으로 쓰이는 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엘리트들이 과거 반민족 행위자들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리고 대중의 눈에 그런 사실이 보이는 한, 친일파라는 말이 욕으로 쓰이는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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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잔재 ‘청산의 시대’
혐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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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라
약 5개월 전
硫붾돱

우용아 진성 토착왜구는 너같은 색이란걸 알아라
넌 토착짱깨, 토착빨갱, 토착왜구 삼색색똥저고리 걸친 색인데 그중에서도 토왜 색이 가장 강하다.
너같은 색들 덕에 일본이 얼마나 큰 수혜를 입고 한국이 해를 입는지 조잡고 반성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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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1

정의감
약 5개월 전
硫붾돱

욱일기 대놓고 처달고 참 나 별 새끼 다있네 그려.
공감2

김은경
약 3개월 전
硫붾돱


너.님 얘기???
니들은 항상 남탓 잘 하드라.
세상 어떻게 돌아가나 잘보그 판단해라.
너 님 피해망상증환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252028025&code=990100&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csidx022fe18aa2daa479a4a081118fae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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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k Kim
1 hr
일전에 다른 페북 쪽글 (내친소 릴레이)에서 소개했던 내가 존경하는 이시오카 선생님이 갑자기 질문을 던지셨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일파입니까?
내가 어떤 일본인 네티즌/페친이 올린 조국 사태에 대한 글( )이 대단히 좋다 싶어, 이시오카 선생님을 링크했더니,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궁금해지셨던 모양이다.
대답은 너무 간단한데, 이걸 단답형으로 말씀드릴 수 없었다. 친일 vs 반일이라는 표현이 갖는 한국 사회에서의 맥락을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감정 여하와 무관하게 (친, 반 표현대로라면 친한이든 반한이든 혹은 심지어 혐한이든)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사 소통에 대단히 큰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선 한국에서의 친일, 반일은 영어로 직역될 pro-, anti-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즉, 호감을 가지고 있다 혹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는 함의가 있다는 것. 여기 글에 전우용 교수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는데, 또 그는 다른 글에서 ‘친’이라는 표현이 아예 부모..양친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의미도 곁들였다. 즉, 한국은 자식같은 나라이고, 강대국을 부모처럼 모셔야 한다는 의미. 그렇게 생각하니, 사실 상항이 좀 더 복잡해진다. 한국이 근대초기까지 중국에 대한 자소사대 사상을 갖고, 부모까지는 몰라도, 큰형님 정도로 모셔온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면, 그 당시에 이런 표현이 지금의 기준으로 pc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꼭 맞는 것은 아니겠다 싶기도 하다. 여하튼, 전우용 교수의 설명을 보아하니, 친일이라는 표현은 어쨌든 일본인들이 만든 것이고, 당시 그들은 우리를 한 수 아래로 본 상태에서 이런 표현을 만든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즉, 동생이 형님들 잘 모셔라… 그런 의미에서 반일은 말안듣는 못된 동생, 그 정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동생은 점쟎은 표현인데, 말잘듣는 혹은 그 정반대인 노예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법하다.
나는 이시오카 선생님께 일본 미디어가 특히, 친일, 반일로 우리 정치인들을 평가하는 것은 마치 "동생이 우리 말 잘들어, 혹은 그 반대야 “ 그런 뉘앙스가 우리에게 전해지니, 한국인들에게 모욕감을 준다고 말씀드렸더니, 여하튼, 현대 일본에서는 보통 사람들은 pro-와 anti-라는 정도의 의미로 이를 사용한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이시오카 선생님을 믿기는 하는데, 아마도 아베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무의식 속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문재인대통령 혹은 그의 선배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반일 감정을 갖고 있지 않고, 다만, 대등한 관계로 일본을 대하려 한 것인데, 그 전의 친일 대통령들 (박근혜, 이명박 그리고 박정희 등)을 정상적인 관계로 받아들이고 익숙하게 생각해 온 일본 미디어가 편향된 시각으로, 정상화를 불편하게 보니까 반일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내 기억으로 ‘반일’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 정도 박ㄱ에 없다고도 설명드렸다.
그런 의미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 주위도 그렇고, 한국인 중에 정말 ‘반일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2000년대 이후에 찾아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거나 중립적인데, 다만 어떤 사건들을 계기로 일시적인 반감을 표시하는 정도 ? 아니면 역사 평가에 대한 정당한 요구 정도. 물론, 드물게 일본회의론을 펼치는 분들도 몇분 알긴 하는데, 상대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이분들은 일본인 지인이 없다는 공통점도 있다.
나는 여하튼 친일, 반일이라는 표현이 싫어서, 일부러 ‘부일’같은 조어로 친일이라는 표현을 대신해서 사용해왔는데, 여하튼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전우용 교수도 지적하고 있지만, 아예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표현을 (한자) 만들어 우리도 사용하고, 일본 사회에도 수용해 줄 것을 요구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래야, 누가 정말 우리를 업신 여기는지, 누가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프레임을 따르는지 알 수 있고, 그러면, 최소한 피아식별이 가능해져서, 서로 오해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닐까? 한자 표현이 무엇하면, 영어를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pro-, anti-, 하지만 다양한 입장을 세분화해서 표현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No-Japan 대신 No-Abe라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를테면 나는 일본에 상당한 친화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의 어떤 면들은 확실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베나 극우파야 두말할 것도 없고, 한편으로, 속내를 털어 놓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태도라든가 (물론 지역마다 사람마다 좀 다르긴 하다. 그래서 비교적 솔직한 나고야 사람들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ㅎㅎ. 두 친구의 사례 뿐이라 일반화 시키긴 좀 그렇지만) 형식에 목숨 거는 것이, 좀 부담스럽긴 하다. 뭐 내가 싫어한다고 그게 옳고 그르고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고, 선호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일본에 삼년 정도 머물렀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일 관계와 양쪽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분들이 매우 많으니, 이런 해상도 높은 언어를 만들어서 우리가 먼저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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