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

이병한을 위한 변辯 by윤여경May 15. 2019

이병한을 위한 변辯

이병한을 위한 변辯
by윤여경May 15. 2019


디자인학교에서 이병한 선생 세미나를 한다. 나는 이선생과 친분이 깊은 편이다. 동생이 아닌 동지(同志) 아니 선생님이라 생각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물론 이 분에 대한 논란을 알고 있다. 내 페친분들 중에도 꽤 있으리라. 나 또한 그분들의 우려를 이해하며 그런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런 방향이란, 중국이나 러시아, 이슬람 추종 혹은 환빠와 같은 민족중심담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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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이병한 선생과 인연을 맺을때 나는 그에게 '반(反)민주'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자 그는 발끈하며 자신은 반민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뼈속까지 민주주의자이며 자유의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민주와 자유를 비판하는 것은 천주(天主)와 군주(君主)처럼 오로지 하늘과 임금만을 모시는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며 민주(民主) 또한 그런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는 민주와 자유에 대해 역사적=메타적으로 접근해 봄으로써 더 좋은 민주와 자유를 추구하자는 의도라 항변했다. 이 말에 전혀 모순이 없다고 본다. 그때까지 나 또한 '오로지 민주'를 추구해 왔기에 어쩌면 '민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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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땅의 역사에서 민주에 대한 유일한 전범을 동학으로 본다. 동학은 한살림으로 이어졌지만... 그 정신적 맥까지 이어진지는 모르겠다. 한살림 선언문을 읽어보며 분명 동학의 정신을 잇고 있는데... 현재의 한살림은 과연 그런가? 이렇게 물으면 난 반한살림이 되는가? 뭐 이런 논리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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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으로 '개벽'을 주장한다. 개벽은 동학의 주장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의미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동학은 ’군내천(君乃天), 임금이 곧 하늘’인 조선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민주시대를 열자는 의지이자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외세에 의해 좌절되고, 누군가에 의해 유보되었다. 묻고 싶다. 우리 시대는 조선시대인가? 민주시대인가? 나는 '조선시대 3.0'이라 생각하기에 그가 주장하는 개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도 개벽이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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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병한 선생의 무식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의 글을 읽다보면 상당히 감정적임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 또한 무식하기에 뭐가 무식하고 뭐가 덜 무식한지는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글을 읽으면 그런가? 싶다. 하지만 나는 그의 무식한 글에서 엄청난 배움과 통찰을 얻었기에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 뿐이다. 만약 그가 무식하다면 꼼꼼히 바로 잡아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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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뭐가 있지? 암튼 나는 당장의 우리 삶이 중요하지만 30년뒤의 우리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세상은 당장 내년 총선, 대선, 지방선거, 1년단위 4년단위에 초첨을 맞춘다. 그러면 먼 미래, 백년지대계를 논하기 어렵다. 희망이 없으니 현재만 있을뿐. 사람들은 욕망에 빠지기 마련이며, 젊은 사람들은 늘 실의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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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옛날도 그랬냐? 아니다. 불과 3년전 우리는 뜨거웠다. 불과 30년전 형님, 누님들은 뜨거웠다. 불과 60년전 부모님들도 뜨거웠다. 그들은 스스로 세상을 바꾸었고 세상을 경영했다. 그렇게 잘살게 되고 자유롭게 되었다. 그 시간이 무려 60년 30년이 지났다. 이분들이 앞으로 몇년 더 하실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분들이 역할을 내려놓으면 다음 세대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맡대로 우리에게 남겨진 난제(難題)들을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비판하기 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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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가? 그분들만큼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역사
민주
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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