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2
왼쪽은 입수 한 내부 문서 "모든 공민들은 군사복무의 요구를 철저히 구현하자". 오른쪽 사진은 영양실조가 되어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의 병사. 2011년 7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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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중에, 북한 국내 취재협력자가 입수한 내부 문서가 있다. 2020년 3월에 지방 노동당 기관이 발행한 것이다.
제목은 《(법해설제강) 모든 공민들은 군사복무의 요구를 철저히 구현하자》이고, 전체 5페이지. 간부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정치 학습 교재다. 병역에 관한 법질서 준수와 계몽을 위해 작성된 해설서이다.
"일부러 이러한 교재를 만들어 정치 학습까지 하는 건, 그만큼 군복무 법령을 무시•위반하는 사례가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한다는 방증이다"라는 것이, 군복무 경험이 있는 탈북자가 문서를 읽은 감상이다.
2003년 12월 열린 제10기 6차 최고인민회의(국회에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사복무법〉(이하 군사복무법)을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철저히 주지시키는 것이 이 문서의 목적이다.
이 법의 제정에 따라 북한에서는 〈전민군사복무제〉가 선포됐다. 즉, 전 국민이 정규군 또는 예비군, 민간무력조직 중 하나에서 군사에 종사할 것을 명문화한 셈이다.
북한의 조선인민군 병력은, 2019년판 방위백서에 의하면 약 110만 명이다. (실제는 70만 명 미만이라고 추정하는 연구자도 있다) 이는 북한 인구의 4.5~5%에 이른다. 이외에 예비역이 470만 명, 민간무력조직인 노농적위대가 350만 명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정규 병력은 2018년 62.5만 명)
정규 병력이 인구의 5%라는 건, 일본으로 치면 630만 명에 해당한다. 이 방대한 병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김정은 정권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조선인민군이 체제 운영의 요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국내의 취재파트너에게, 6월 초 한 지방의 군복무 담당 부서에 가서 신병 보충 실태를 조사해달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2020년 남자의 군복무기간은 13년, 여자는 8년이었다. 북한 청년의 대부분은 정말 가혹한 청춘 시절을 보내야 한다.
내부 문서와 국내 조사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입수한 내부 문서에서는, 먼저 김정일의 말을 인용해 국방과 군복무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2003년 제정한 〈군사복무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안타깝게도 북한 당국은 이 법률을 비공개로 하고 있어서 한국의 연구 중에서도 법문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문서는 '대외비', '비밀', '극비' 등의 취급주의 표시가 없는 일반 문서다. 그 때문인지 오탈자가 간혹 보인다. 국가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는, 내부 문서에 '오타는 간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문서는 "노동당의 선전선동부원이나 직장의 선동 담당자가, 간부나 일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학습 강연을 하기 위한 교재일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부 문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괄호 안은 필자에 의한 부기(附記)이다.
다음 페이지:◆ 본문 남자는 의무제, 여자는 지원제 명기...
"영양실조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에요"라고 말한 부사관. 가느다란 목에 헐렁한 군복 차림이다. 빵은 보다 못한 촬영자가 준 것. 2013년 8월 북부지역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본문 남자는 의무제, 여자는 지원제 명기
〈...공민은 군사등록을 제때에 하며 입대조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군사복무법 제 3조~제9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규제되여있다〉
국가는 전민군사복무제물 실시한다.
초모(입대)년령에 해당되는 공민은 군사복무를 하여야 한다.
16살에 일류 공민은 군사등록이동수속을 하여야 한다.
직장을 옮기는 공민은 군사등록이동수속 을 하여야 한다.
군사등록을 한 25살까지의 남성공민은 입대하여야 한다.
필요에 따라 18살까지의 녀성공민도 입대할수 있다.
입대하려는 공민은 기관, 기업소. 단계의 추천을 받아야한다.
기관, 기업소단체는 입대하려는 공민의 준비정도를 정확히 평가하여 추천하여야 한다.
입대하려는 공민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해당 군사동원기관과 인민병원은 신체검사에서 발견한 공민의 질병을 재때에 치료하여 입대시켜야 한다.
◆ 해설
북한의 의무교육제도는 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으로 총 12년이다. 고급중학교 3학년이 된 16살에 군사등록이동 수속을 하고 다음 해 졸업 후 입대 준비가 시작된다. 입대는 만 17세로, 남자는 의무제이며 25세까지 입대. 여자는 지원제로 18세까지 입대할 수 있다고 한다.
군사동원기관은 각지에 있는 〈군사동원부〉이다. 인민무력성의 대열보충국 산하의 병역 사무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고급중학교나 배치된 직장에서는, 〈군사동원부〉와 병원과 서로 연계하며 입대 절차를 진행한다.
이어서, 내부 문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의가 나타난다.
다음 페이지:◆
◆ 본문 부정한 입대 기피를 시사(示唆)
군사등록을 제때에 하며 신체조건을 잘 갖추는것은 인민군대의 입대에서 나서는 선차적요구이며 선결문제이다. 그러나 지난 시기 일부 청년들속에서는 직장에 새로 들어가거나 직장을 옮길 때 군사등록사업과 이동수속을 제때에 하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또한 체중이 모자라거나 질병을 가지고있는 청년들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병치료를 잘 하여 입대조건을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데 커다란 관심을 돌려야 한다.
◆ 해설 군입대는 굶주리는 것 = 북한의 상식
이 부분에서 신병 보충이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장에 배치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하면 군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인민군에서 10여 년에 이르는 병영 생활이 가혹하다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상식이다. 입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양실조로 폐인처럼 되어, 영양 공급을 위해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지금도 드물지 않다. 군대에 가는 것이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피폐를 수반한다는 사실을, 북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가 식사 사정이 좋은 부대에 배치되도록, 혹은 입대 자체를 피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사용하게 됐다. 〈군사동원부〉 담당 간부에게 뇌물을 주거나 의료기관과 짜고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거나 해서 군복무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부터 만연하고 있다. 진학에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돈이 가장 중요하다.
"군복무를 하지 않으면 노동당 입당과 출세는 절망적이지만 요즘 젊은이는 신경 쓰지 않는다. 돈의 힘을 잘 알아서, 빨리 사회로 나가 돈을 버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라고 국내 취재파트너는 말한다. 시장경제 전성시대에 성장한 신세대의 의식은 과거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 〈법해설제강〉에 의한 정치학습 강연이 3월에 열린 것에 대해, 아시아프레스의 탈북기자이며 군복무 경험이 있는 강지원은 이렇게 말한다.
"3월은 신병 입대가 다가오는 시기이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고 병으로 입대를 연기하거나, 기피하는 부모가 2월 말부터 늘어난다. 강연은 부모에 대한 경고, 또는 자녀에게 군복무의 중요성을 교육하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계속)
※ 원 자료의 명백한 오자는 수정했습니다.
※ 정정합니다.
제10기 6차 최고인민회의가 열린 것은, 2012년이 아니라 2003년입니다. 원 자료에 오탈자 등과 함께 주체 91년을 2012년으로 한 오류가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인용해버렸습니다.
내부 문서 입수, 전민군복무제의 실태를 살피다 (2) >>>
본문 부정한 입대 기피를 시사(示唆)...
<북한> 내부 문서 입수, 전민군복무제의 실태를 살피다 (2) 김정은을 지키는 '자폭용사로 단련'이라고 명기 이시마루 지로
2020.07.03
북한군에서는 최근 여성 병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4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사진은 골목의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온 여성 병사. 2013년 6월 양강도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내부 문서 입수, 전민군복무제의 실태를 살피다 (1) >>>
북한의 초모(신병입대)는 매년 4월 초순에 열린다. 고급중학교를 갓 졸업한 17세 소년・소녀들이 새 군복을 입고 모여, 부모와 지역 주민에게 환송을 받으며 배치된 부대로 향하는 의식이 성대하게 치러진다. 봄의 연례행사다.
'영광스러운 인민군 입대'는 북한에서는 경사이지만, 사랑하는 아이와 헤어지는 부모의 심정이 술렁이지 않을 리 없다. 가끔 휴가가 있다고는 하지만, 10년 정도는 거의 만나지 못한다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그보다도 입대 후 가혹한 병영 생활이 걱정인 것이다.
제일 불안한 것은 군대 내에 만연한 영양실조. 그다음으로 사고나 괴롭힘이다. 딸을 입대시키는 경우는 부대 내 성추행도 무섭다. 올해 초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4월 말로 연기되어 부모들은 잠시나마 안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별의 순간은 다가왔다.
"올해 초모는 4월 말부터 환송 행사 없이 순차적으로 보내기만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우선 신병훈련소에서 지역별로 나누어 숙식시키고 20일간 훈련을 실시해 감염 의심이 없다고 판단된 신병들은 합류해서, 중대와 분대에 편입토록 해서 훈련을 실시했다. 신병훈련 기간은 일절 외출 금지이다. 농촌동원이나 다른 동원도 금지된다. 혹시라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부대 내로 전염되지 않도록, 민간인과 접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배가 고프면 바깥에서 간식을 먹으라고, 부모들이 쥐여준 돈도 쓰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히 격리했다"
4~6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조선인민군의 상황을 조사한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전했다.
그런데, 이 북한 리쿠르트(신병 조달)의 실태는 어떠할까? 지난 회에 이어,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북한 내부 문서인 《(법해설제강) 모든 공민들은 군사복무의 요구를 철저히 구현하자》와, 북한 국내에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한다.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문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사복무법〉(이하 군사복무법, 2003년 12월 제정)을 국민에게 철저히 주지시키려는 목적으로 올해 3월 지방 노동당 기관이 발행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자. 괄호 안은 필자에 의한 추기(追記)이다.
다음 페이지:◆ 본문 병역 기간은 국가의 재량으로 변경, 결정할 수 있다...
'이라고 명기 이시마루 지로
2020.07.03
입대하는 신병을 축하하는 행사는 주민도 잘 차려입고 성대하게 치러진다. 2006년 8월 청진시에서 촬영 리준(아시아프레스)
◆ 본문 병역 기간은 국가의 재량으로 변경, 결정할 수 있다
〈...해당 복무년한에 따라 군사복무를 성실히 하여야 한다〉
군사복무법 제 12조~제17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규제되여있다.
입대한 공민은 배치받은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하여야 한다.
군관으로는 해당한 교육을 받은 공민이 될수 있다.
정치군사복무년한은 군사인원에 대한 수요와 초모대상을 고려하여 국가가 정한다.
국가는 군종별, 병종별, 또는 복무조건에 따라 군사복무년한을 달리 정할수 있다.
국가는 과학기술, 체육, 예술발전에 특별히 기여하였거나 기여할수 있는 공민의 군사복무년한은 1년 또는 3년으로 한다.
해당 기관, 기업소, 단체는 1년 또는 3년 군사복무대상을 정한 기준에 따라 선발하여야 한다.
내부 문서에는, 여기서부터 해설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군사복무는 높은 자각성과 성실성에 기초한다.
군사복무를 성실히 하는것은 우리 청년들의 고상한 풍모이며 훌륭한 전통이다.
리수복영웅을 비롯한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영웅들과 김광철, 길영조영웅을 비롯한 60년대와 90년대, 새세기의 영웅들 모두가 맡겨진 군사임무를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수행해온 성실한 군인들이였다.
모든 청년학생들은 인민군대에 입대하여 높은 충성심과 애국심을 발휘하여 군사복무의 나날을 빛나게 수놓아야 한다
특히 군사복무를 성실히 하여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와 생사를 끝까지 같이하는 운명공동체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는 자폭용사로 단련하여야 한다.
다음 페이지:◆ 해설 신병 수가 모자라 여자 비율이 40%로 상승했다는 말도...
◆ 해설 신병 수가 모자라 여자 비율이 40%로 상승했다는 말도
'정치군사복무연한'과 '군사복무연한'이라는 용어가 병기돼 있다. 군대 경험이 있는 탈북자에 의하면, 특별히 다른 개념이 아니라 비슷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된다고 한다.
('정치군사복무'의 개념에 대해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페이지에서 중요한 것은 군복무 년수다. '군사인원에 대한 수요와 초모대상을 고려하여', '군종별, 병종별, 또는 복무조건에 따라' 국가가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군복무 기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병력의 충족 상황과 배치 부대, 역할에 따라 국가가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법률상 남겨둔 셈이다.
북한의 군복무 기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남자가 10년, 11년, 13년, 여자가 5년, 6년, 7년 등 다양한 정보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째르치즈스키 표도르 씨의 박사 논문 《조선인민군의 조직적 특성과 상징 체계에 대한 연구(2017년)》에서는, 남자의 복무 기간을 1996년이 13년, 2003년이 10년, 2015년이 10/11년, 여자의 복무 기간을 1996년이 9년, 2003년이 10년, 2015년은 만 23세까지로 하고 일정하지 않다.
2003년 이후에는 법령으로 군복무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내부 문서로 판명됐다. 즉, 국가의 판단으로 매년 변경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술한, 국내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6월에 한 지역의 〈군사동원부〉 담당자를 직접 만나 물어보니, "올해 입대자의 군복무 기간은 남자 13년, 여자 8년'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전했다.
"이 기간은 지난 기간과 같다. 작년 말에 년한 변경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유지됐다. 〈군사동원부〉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여자의 선발 비율은 작년이 30%, 올해는 40%가 됐다고 한다. 이유는, 신병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는 방사포 등 포병과 통신병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보병부대에도 조직돼 있다"
참고로 1998년 군에 입대한 탈북자 지인은, 당시에는 여자의 비율이 10% 이하였다고 증언했다.
남자 13년, 여자 8년이라는 기간은 입대 시의 기준이고, 이후 배치된 부대에 따라 연장되거나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길어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과학기술, 체육,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자를 우대해 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밝혀졌다. 리수복 등 영웅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모두 자기희생정신을 발휘한 군인으로서, 북한에서는 유명하다고 한다.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는 자폭용사'라는 광신적인 단어가 나온다. 즉, 김정은을 위해 목숨을 버릴 병사가 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옛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와 닮은 정신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술한 군대 출신 탈북자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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