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6

김규항 염치 2 386이 다 똑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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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염치 2

386이 다 똑같진 않았다.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거나 조기유학을 보낼 여건이 되면서도, 여느 아이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게 한 386 부모들이 있다. 좌파로서(혹은 옛 좌파로서) 염치를 갖기 위해 가지고 누릴 수 있는 상한선을 스스로 제한한 사람들이다. 더 적극적으로, 비입시 대안교육이나 탈학교 운동을 시작하고 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것 역시 386 부모들이다. 그 첫 아이들이 20대 중후반을 넘어서고 있다.
사회의 여러 공간에서 차근차근 제 삶을 꾸려나가는 그들은 대체로 우월한 스펙을 갖지 않았다. 제 나름의 이유로 대학을 안 간 경우도 꽤 있다. 그들은 부모의 염치나 이상주의 때문에 희생된, 교육적 ‘실패 사례’일까? 오늘 한국 교육의 일반적 관점, 교육을 ‘인적 자원의 생산 과정’으로 보는 관점에선 그렇다. 그러나 교육을 ‘인간의 성장 과정’으로 보는 기준에선 그렇지 않다. 그들이 머지않아 우리 사회에 ‘새로운 삶의 모델’을 제시하길 기대해볼 수 있다.
그들 부모 중엔 여전히 급진적 운동에서 활동하거나 '자발적 가난'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수는 오늘 비난받는 386과 크게 다르지 않게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사회문화적 기득권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을 더는 가난하지 않다고, 기득권을 가졌다고 비난할 사람이 있을까? ‘배운 사람이 역시 다르다’는 덕담이나 할 것이다. 누구도 염치를 아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Comments
최원석
인간본성을 거슬러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생각합니다. 잘살고 싶은건 본성이니 인정은 하되 염치 안에서 잘살려 노력하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그 합의 안에서 각자 살아가면 되는데 그 합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네요
 · 1 y
김규항
말씀대로, 잘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입니다. 다만 '잘 사는 게 뭔가'라는 질문이 필요하겠지요. 그에 따라 잘 사는 일과 못 사는 일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한 사회가 일반적으로 뒤틀려 있다면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하겠구요.
 · 1 y
최원석
좌파들이 자신의 정당 아이덴티티의 힘만으로 제도권 내에 진출해서 소신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 1 y
김규항
동의합니다. 정상 범주 사회의 '기본'이지요.
 · 1 y
권용식
공유합니당^^
 · 1 y
Young-ook Jang
부모와 자녀의 삶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지금 현실에서는 적절한 평가인 듯 합니다만, 자녀가 원하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에 부모의 영향을 줄일 필요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부모와 자녀의 삶에 대한 평가도 각각 따로 하게 되지 않을까요. 설익은 생각입니다.
 · 1 y
이상훈
안정적이고 편안한 섹스와 부모되기의 관문인 결혼 따위 포기하고 또 피 따위로 끈적거리는 관계 대신 그야말로 밑바닥 필드에서 오욕과 싸우면서 인민과 부둥켜 안고 사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그 삶은 꽉찬 고양감으로 늘 팽팽합니다.
 · 1 y · Edited
조혜경
대안학교도 일정수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보낼 수 있죠 1세대 30대도 있는 듯요
 · 1 y
김규항
물론입니다. 그러나 경제력이 있는 부모가 그걸 온전히 경쟁력으로 사용하는 것과, 대안적 교육 시도에 사용하는 건 매우 다릅니다. 후자에는 ‘사회적 의미’가 있죠.
 · 51 w
조혜경
김규항 네. 그렇죠. 항상 경계에서 넘나들면서요
 · 51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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