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EP 23
‘종전선언’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탈피해야 비핵화도 평화도 가능하다.
Issue/Region :안보, 핵문제/한반도
Expert :
차두현 / 수석연구위원,
홍상화 / 연구부문
[이슈브리프] ‘종전선언’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탈피해야 비핵화도 평화도.pdf
9월 22일(미국 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제75차 UN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UN 및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다.
1 이로써 지난 6월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174명이 종전선언 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3개월여 만에 종전선언이 다시 한 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을 공식 종료하고 평화협정 체제를 본격화하는 첫걸음”이며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를 청산해 북한이 핵 보유를 정당화할 명분을 사라지게 한다”고 강조했다.
2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8월 12일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적 지원과 교류 확대를 통해 평화 공존과 종전선언 등의 조치를 발전적으로 추진하고,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행동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3 이는 정부와 여당이 종전선언을 남북한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현 남북관계 경색의 돌파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의 6월 남북관계 전면 단절 선언 이후 대화 경색 상태가 지속되고, 평양이 대남/대외정책의 변화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과연 종전선언 카드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접근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있으며, 체제안전보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에 기초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을 선언할 경우,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화’에 대한 착시(錯視)를 유발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북한에게 자신들의 의도가 통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다 줄 위험이 존재한다.
‘종전선언’의 개념과 제기배경
종전선언은 “전쟁을 종료시켜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교전 당사국 간 공동의 의사표명”으로 정의된다.4 이는 상호 적대관계를 이어온 쌍방이 일방의 승리, 혹은 양자 모두의 국력 소모로 인해 전쟁을 종식하기로 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교전 당사국의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교전 및 전쟁상태 자체의 종식이라는 점에서 교전 행위의 일시적 중단을 의미하는 ‘휴전’(혹은 ‘정전’)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종전선언은 ‘강화조약’ 혹은 ‘평화협정’의 가장 앞머리에 등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를 위해 일본과 연합국 간 1951년 9월에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Treaty of San Francisco)의 제1조가 ‘종전선언’에 해당하며, 1973년 1월 파리에서 미국과 남북베트남 사이에 조인된 ‘파리평화협정’(Paris Peace Accords)의 전문(前文) 역시 평화협정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종전선언’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북한의 『미ㆍ북 평화협정』 체결 주장이었다. 정전 직후 북한은 남북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지만 1970년대부터는 지속적으로 『미ㆍ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왔다. 1973년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1974년 북한 외무성 허담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조ㆍ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였고, 그 이래로 북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방안으로 미ㆍ북 간 평화협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고집해 왔다. 북한은 한국이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이 아니므로,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대체하는 데에도 참가할 자격이 없으며, 남북한 간에는 ‘불가침협정’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2000년대 이후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북한은 미ㆍ북 평화협정을 체제안전보장의 방안으로 요구해 왔다.
‘종전선언’은 과거 정부들, 특히 진보성향 정부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고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되어왔다. 이 용어가 등장한 2006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평화협정에 앞서 구속력과 강제성이 없는 상징적인 ‘종전선언’을 적극 고려하였다. 이는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협정”이 아닌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라는 방향에서 접근한 것으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체제안전보장이 되어야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개발은 외부에서 오는 군사적 위협(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며, 외부 위협이 제거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종전선언’에 대해 한ㆍ미 양국의 시각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해 왔다. 2006년 11월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PEC 기간 중의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견을 수용하여 ‘한국전쟁 종전’ 선언 용의가 있다고 발언하였는데, 보다 정확한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 관련 야심을 포기하는 등 그의 무기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북한과의 안보관계조정에 착수할 것이며, 북한주민들을 위해 새로운 경제구상을 제시할 것이다.”5
물론, 대외적으로 발표된 발언내용에서는 실제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으며, 이후 부시 행정부는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선행 조치로서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반응으로 전환했다.6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 APEC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의 반응이 그 대표적인 것으로, ‘종전선언’ 발언을 명확히 하려는 노대통령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한국전 종식 평화협정의 서명 여부는 김정일에게 달렸다”고 응답한 바 있다.7 당시 미 행정부는 자칫 ‘종전선언’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약속을 결여한 채 정전체제의 전환만을 촉발할 위험이 있으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한ㆍ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종전선언’ 문제는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다루어지기도 했다. 남북은 『10.4 남북공동선언』의 4조에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한다고 명시하였으며, 이후 관심이 줄어들었던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 선언』 3조 3항에서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의 문구를 명시하면서 다시 등장하였다. 이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따로 존재하며, 선(先) 종전선언 후(後) 유관국간(남ㆍ북ㆍ미 혹은 남ㆍ북ㆍ미ㆍ중) 협의를 통해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의 대체를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합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후 북한까지도 ‘종전선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18년 남북대화 재활성화 당시 북한도 종전선언 문제에 관심을 보였으며, 9월 5일의 2차 특사단 방북 시 김정은도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8 그러나 2018년 하반기 이후 북한 매체가 한반도 문제 해결이나 체제안전보장 방안과 관련하여 ‘종전선언’을 언급한 일은 없으며, 이는 북한의 관심이 줄어들었음을 반증한다. 볼턴(John Robert Bolton) 前 국가안보보좌관도 회고록을 통해 ‘종전선언’이 북한의 관심사라고 알려졌지만 문재인 정부의 아이디어(Moon’s idea)라는 의혹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문재인 정부의 통일 어젠다를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9
‘종전선언’ 문제는 올해 6월에 들어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카드로 다시 대두되었다. 북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당 차원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종전선언’ 결의안 등을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6.25 70주년 기념사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언급하는 등 ‘종전선언’의 재추진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10 남북관계 및 북한 비핵화 여건 개선에 의해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종전선언’이 강구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이다.
‘종전선언’ 추진의 문제점
1) 한ㆍ미 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감축ㆍ철수 가능성 증가 위험
‘종전선언’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으며, 평화체제 구축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에 효과가 발휘된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의 서문 혹은 맨 첫 부분에 위치하는 것 자체가 이 선언이 이미 현실화된 평화의 상징적 강조와 추인(追認)이라는 사실을 반영한다. 실질적인 평화 여건의 조성 없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를 약속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이미 미국과 남북베트남 간의 ‘파리평화협정’에서 입증된 바 있다.
2018년 ‘종전선언’ 논의가 다시 떠오른 이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지지하는 유관국이 없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과감한 태도 변화가 유도될 수 있다면 가능하다는 정도이고, 중국 역시 2018년 초반에는 자신들이 종전선언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으나, 이후 남ㆍ북ㆍ미 3자 간의 선언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이후 적극적 지원의사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급에서 배제된 일본과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별도의 언급 자체가 없다. ‘정치적 선언’에 그치는 종전선언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주변국들의 적극적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현재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적극 추진한다기 보다는 ‘상황관리’에 치중하며 급격한 현상변화를 회피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COVID-19’의 여파와 대선이라는 국내 변수에 신경 써야 할 때이므로 대북 협상에 적극 나설 여력이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볼턴 회고록의 여파 때문에라도 당분간 양보적인 대북정책 추진은 한계가 있다.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역설해 온 트럼프의 입장에서 ‘종전선언’의 추진은 결국 트럼프가 실질적인 비핵화보다는 정치적인 이벤트에 열중했다는 볼턴의 주장이 옳았다고 인정해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의 추진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양보를 강청(强請)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전선언’이 평화에 대한 한국 국내의 착시(錯視)를 유발하고, 이는 한ㆍ미 동맹의 약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그 자체가 조기 평화 도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국내적으로 반미/진보세력들에 의한 주한미군 철수, 한ㆍ미 연합훈련 철폐, 한ㆍ미 동맹의 이완 등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사용될 것이다. 또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유엔사도 조기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한ㆍ미 동맹과 주한미군 유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이 앞장서서 전쟁 종식을 선언하려는 마당에 굳이 미국이 자신의 병력과 돈으로 한국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동맹공조’보다는 ‘민족공조’를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주어 미국의 ‘동맹파’들 역시 반감을 가질 위험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방위비 분담 정책에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분담이 없을 경우 주한미군 대폭감축 혹은 철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우려된다.
2) 오히려 북한 비핵화를 저해하는 효과
애초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종전선언’ 자체가 목적인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일어날 수 있다.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약속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토되었으나, 지금은 문서상의 약속(『판문점 선언』)에 집착하여 그 이행에만 몰두한 모양새이다. 북한이 아직 구체적인 비핵화 대상이나 로드맵, 검증 방안 등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이 먼저 추진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종전선언’ 자체가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발한다는 보장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언급했지만 종전선언은 전쟁ㆍ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11 결국 ‘종전선언’은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징벌이나 불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매달려야 하는 취약성을 지닌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 ‘종전선언’ 추진은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악용되어 북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북한은 이후 비핵화 관련 약속보다는 미ㆍ북 관계개선, 한ㆍ미 연합훈련 철폐 등 자신들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즉,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앞세우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먼저 실현되어야 비핵화 진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앞세울 것이고, 결국 ‘종전선언’이 북한의 조기 비핵화를 유도하기는커녕 북한의 비핵화를 더 지연시킬 수 있다.
3) 북한에게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 도발적 행동 지속
현 단계에서의 ‘종전선언’ 추진은 오히려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도발적 행위를 지속하며, 남북관계 단절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개성공단의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면 자신들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는 의식을 더욱 굳힐 것이다. 더욱이 “나쁜 행동을 하면 보상이 온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어 도발을 선택하는 데에도 더욱 과감해질 수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 추진 카드를 이용하여 한ㆍ미 동맹 이간을 시도할 위험 또한 증대된다. 먼저 ‘종전선언’의 재논의와 함께 대대적인 ‘민족공조’ 공세를 펼치면서 한국 정부로 하여금 동맹으로부터 이탈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도 한ㆍ미 동맹과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의 장애요인이라는 선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상황 전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희망적 사고를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접근 자체를 바꾸어야 할 때
결국 ‘종전선언’은 현재의 여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인 선언이 필요하다면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 자체가 사실상의 ‘종전선언’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종전선언 자체는 동어반복이다.12미ㆍ북 간의 ‘종전선언’은 양자 간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질 때 추진될 것이며, 이를 한국이 먼저 제기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북한이 적극 요구하지도 않는 ‘종전선언’을 우리가 추진한다고 해서 북한의 태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없다.
상징적 종전선언에 집착하기보다는 조속한 북한 비핵화를 통해 ‘평화체제’ 수립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이고 있지 않았으며, 더욱이 2020년에 들어 잇단 단거리발사체 발사, ‘전략무기 개발’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을 할 여건이 전혀 조성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실익도 없는 ‘종전선언’에 매달리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통한 평화체제 이행의 가속화를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한반도 평화에 더 부합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보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없다는 점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종전선언’은 특정 행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ㆍ안보 전반에 그 영향이 미치는 정책이다.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청회나 특위 활동 등 국민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생략된 채 결의안이나 대외적 지지의 호소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의사결정 방식인지를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젠 그 미련을 과감히 버릴 때가 되었으며, 그에 대한 의견 개진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답보 상태에 있는 남북한 관계를 풀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시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종전선언’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와 집착은 오히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도래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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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문대통령 [한반도 종전선언, 비핵화ㆍ항구적 평화 여는 문,” 『연합뉴스』, 2020년 9월 23일자.
2.“민주, 통합당에 ‘종전선언 촉구결의안 동참해달라’,” 『연합뉴스』, 2020년 7월 27일자.
3.“남북관계 활로 여는 데 한국교회가 앞장을,” 『국민일보』, 2020년 8월 13일자.
4.“평화체제? 평화정착? 평화협정?…통일부, 주요개념 정리,” 『연합뉴스』, 2018년 4월 19일자.
5. “…if it gives up its weapons — nuclear weapons ambitions, that we would be willing to enter into security arrangements with the North Koreans, as well as move forward new economic incentives for the North Korean People.”
https://georgewbushwhitehouse.archives.gov/news/releases/2006/11/20061118-4.html
이러한 대외적인 발표 이외에도 내부적으로는 ‘종전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the Korean War)이란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것이 당시의 설명이었다.
6.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정확히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평화체제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를 별 구별 없이 사용한 데서 이러한 혼란이 야기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서울: 창비, 2016), p. 324; 도경옥,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2단계구상의 의미와 과제,” 『통일정책연구』, 제18권 1호(2019), p. 37 참조.
7.당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한반도에서 새 안보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노무현: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 말씀을 빠뜨린 것 같은데, 김정일 위원장이나 우리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해달라.”
부시: “한국전 종식 평화협정에 사인하고 안 하고는 김정일에게 달렸다고 얘기한 거다.”
노무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부시: (말을 자르며) “더 명확하게는 할 수 없다. 감사합니다(끝냅시다).”
“[서소문 포럼] 11년 전 회견장으로 짚어본 종전 선언의 함정,” 『중앙일보』, 2018년 3월 23일자.
8.“김정은,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와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 『연합뉴스』, 2018년 9월 6일자.
9.John Bolton, 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 (New York:Simon &Schuster. 2020), p. 83.
10.“[전문] 문재인 대통령 ‘北에 우리체제 강요할 생각없다’,” 『한국경제』, 2020년 6월 25일자.
11.“문대통령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평화협정 우려 사전 차단,” 『연합뉴스』, 2018년 9월 20일자.
12.1조: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About Experts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홍상화 연구부문
홍상화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다. 런던대학교(SOAS)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워릭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요원(전임강사)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동북아시아 안보, 국제관계이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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