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교수 2명의 핵심을 벗어난 램지어 두둔 기고

입력
 
 수정2021.02.21. 오후 7:39
[경향신문]
국내에 학적을 둔 외국인 교수 2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두둔하는 글을 미국 언론에 기고했다. 한국 내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하면서, 단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램지어 논문의 학문적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두 교수의 이러한 비판이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게재된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와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의 공동기고문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를 보면 이들은 “일본과의 사적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증처럼 들린다. 그의 글에 한국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적인 한국 시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2013년 <제국의 위안부>를 발간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거론하며 “위안부 납치설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던 일부 학자들은 활동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 측 조사를 받고 당국에 기소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일본 제국과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7년 10월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두 교수는 2008년 발간된 한국계 미국인 교수 소정희씨의 저서 <위안부: 한국과 일본간 성폭력과 식민 이후의 기록>을 인용해 “활동가 단체들은 자신들의 얘기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는 선택적으로 삭제하고 들어맞는 정보는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윤정옥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에게 중국에서 ‘위안소’ 관리자로 일하던 양부가 자신과 다른 소녀를 중국으로 데려갔다고 말했지만 1993년 발표된 증언에는 양부의 역할이 삭제됐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성노예제였다는 사실은 수많은 증거와 증언, 국제기구 보고서, 한국 사법부 판결에서 명백히 드러났다”며 “피해자 모욕 행위가 학문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현정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행동’ 대표도 “램지어 논문이 나온 배경은 해마다 일본 정부가 서구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은폐하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붓는 것과 무관치 않다”며 “학자의 탈을 쓰고 자행되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가해행위는 단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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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열린 ‘역사왜곡 논문 철회 촉구’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인 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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