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3

일본, 학교마다 ‘학급 붕괴’ - 시사저널

일본, 학교마다 ‘학급 붕괴’ - 시사저널

일본, 학교마다 ‘학급 붕괴’

도쿄 채명석 편집위원 ()
승인 1999.09.23

복수 담임 · 강의 제도 등 해법 찾기 구슬땀

일본 공영 방송 NHK는 작년 6월 <번져가는 학급 붕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해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NHK는 이 프로를 제작하기 위해오사카 사카이(堺) 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한달 동안 밀착 취재하여 어린이들이 수업 시간에 멋대로 돌아다니는 모습, 교사의 지시에 전혀반응하지 않는 모습 등 수업은커녕 집단 생활 자체가 전혀 이루어지지않는 사실을 고발했다.

NHK는 이 프로에서 일본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 3천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도 함께 공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34%가 수업중 어린이들이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또는 가끔 목격했다고 대답했다. 주의를 주면 벌컥 화를 내는 어린이가 있었다고 대답한 교사는 35%에 달했다. 교사 자신이 학급 붕괴를 직접 체험했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8%.

12개 학급 중 1개꼴로 붕괴
NHK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금 일본 전국에서 12개 학급 중 1개 학급 비율로 학급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표준 규모의 학교라면 어느 학급에서인가 반드시학급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본의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학급 붕괴가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도쿄도에서는 90년대 초부터 해체된 학급이 모든 초등학교에 존재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교사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 맡기를 피하고 새로 취임한 교사에게 고학년 담임을 떠맡기는 실정이었다.

교육 평론가 오기 나오키(尾木直樹)씨는 월간지 <세카이(世界)> 7월호에서 90년대 중반부터 학급 붕괴가 급속히 확산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89년 유치원 교육 요령과 90년 보육 지침을 개정해 '자유 보육 노선'이 정착하게 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오기씨는 학급 붕괴를 '초등학교 수업 불성립 현상,교사 지도력 결여' 등으로 정의하고 '자유보육 노선'에 따라 유년기를 보낸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학급 붕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기씨는 또 80년대에 교내 폭력이 극성을 떨었던 중학교에서도 학급이 붕괴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여러 행태를 보이는 것은 메이지(明治) 5년에 학제가 제정된 이래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일본의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학급 붕괴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초등학교의 '1인 담임제'에도 그 원인이 있다. 교내 폭력이 문제가 되는 중학교에서는 학과 수업이 각각 별도의 교사에 의해 진행된다. 때문에 하루 종일 수업이 거부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초등학교는 1인 담임제이기 때문에 담임이 수업을 못하면 첫시간부터 종료 때까지 모든 수업이 무너진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일수록 교사와 어린이 간에 밀착도가높아 학급 붕괴가 일어나면 제3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학급을 재건하기가 불가능하다.

담임 보좌 임명해 학급 붕괴 방지
문부성은 이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내년부터 전국 2천개 초등학교에 '담임 보좌 제로'를 도입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문부성이 국립 교육연구소에 의뢰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급 붕괴는 한 교사가 한 학급의 수업과 학급 운영을 전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문제가 일어나도 담임 교사한 사람이 끙끙대게 되지 동료 교사가 문제 해결에 개입하기는 쉽지않다.

문부성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퇴직 교사를 학급 붕괴가 일어나는 학급에 담임 보좌로 파견할 방침이다. 담임을 보좌할 퇴직 교사는 1학기를 집중 근무토록 하며, 담임 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이 안되는 학급에는 담임 대신 수업을 맡도록 할 예정이다. 문부성은 이와 함께 전문가 회의를 발족해 동료 교사와 함께 학급을 지도하는 복수 담임제와 학과 별로 전문 교사를 두는 복수 강의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집단괴롭힘'에 이어 '학급붕괴'가 학교 현장의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쿄 蔡明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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