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9

알라딘: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2017-

알라딘: 탁월한 사유의 시선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은이)21세기북스20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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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쪽

편집장의 선택
"철학의 적극적 쓸모를 제안하다"
철학의 쓸모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때도 있었지만, 쓸모없는 일은 존재 이유도 없는 것으로 이해되는 오늘날에는 그런 논쟁조차 벌어지지 않는다. 철학 또한 쓸모를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인 지금, 철학의 적극적 쓸모를 제안하며 철학의 힘을 제대로 써보자고 독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니, 귀를 기울여 들어봄 직하지 않겠는가.

목소리의 주인공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다. 노장사상을 바탕으로 현실에 천착하여, 개인의 고민과 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꾸준히 전하던 그는, 한국의 현실과 사유가 놓인 역사의 맥락을 짚으며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인 철학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철학을 전략적인 높이에서 하는 사고로 이해하면, 시대의 흐름을 힘겹게 좇는 게 아니라 선도력을 갖고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학의 쓸모가 이르는 결론은 각기 다르더라도, 철학의 적극적 쓸모를 과감하게 제안하는 일은 시도해봄직한 일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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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왜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하는가? 철학이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철학이 지금 이 시대를 극복할 해답을 줄 수 있는가? 소란 섞인 건국, 기적적인 산업화, 혁명적인 민주화는 이루어냈지만 개인의 삶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 지금 우리는 전진과 후퇴의 경계에 서 있다.

그리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철학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거나 그들을 따라 살아보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즉 누군가가 한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철학이었다. 그러나 철학은 이론화된 진리를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란 스스로 삶에 관해 직접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하는 개인으로 이루어진 국가는 그 방향성을 상실한 것과 같다. 생각의 높이가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높이가 활동의 높이를 결정하며, 활동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하여, 결국 세계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철학이란 자기 스스로 삶의 격을 결정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갖는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은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 교수가 개인과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온 사유의 결정체다. 저자는 나라를 이끌어갈 개인을 각성시키고 함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혁명가이자 문명의 깃발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의 선진화를 철학을 통해 제시한다.


목차


서문

1강―부정(否定) : 버리다

1. 명(明)―대립의 공존을 통한 철학적 차원의 사유
‘대립의 공존’이 대립을 돌파한다
철학은 살아 있는 ‘활동’이고 ‘사유’다
‘서양의 힘’, 산업혁명
중국의 굴욕, 아편전쟁
2. 패(敗)―서양에 의한 동양의 완전 패배
‘구국구망’을 위해 서양을 학습하다
드디어 ‘배후’의 힘을 보다
‘가장 큰 힘’, 문화와 사상과 철학
동아시아 철학의 시작, 그 세 개의 풍경
3. 복(復)―서양을 배우다
궁극적 지점을 향한 열의를 갖다
미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잘 형성된 나라
전면적인 부정, 그것이 곧 새로운 탄생
희망의 근거로서의 ‘지금 이 시대’
철학은 전략 부재의 삶을 파기하는 것
4. 력(力)―문화, 사상, 철학의 힘
철학적이라는 것은 철학적인 높이의 시선을 갖는 일
철학적 높이를 갖는 것이 창의적 삶을 사는 것
판 자체를 새롭게 벌이려는 시도, 그것이 철학이다
모든 철학은 시대의 자식이다

2강―선도(先導) : 이끌다

1. 태(胎)―새로 만들다
철학은 구체적인 현실과 함께 작동하는 것
새로운 ‘장르’를 시작하는 나라가 선진국
질문이 많으면 선진국, 대답이 많으면 후진국
2. 지(知)―창의와 상상이 작동되는 지성적 차원
‘장르’의 탄생, 그것은 욕망의 변화를 담아내는 것
‘인간이 그리는 무늬’, 그 시대의 흐름을 읽다
탁월한 인간, 바로 ‘예술가’
3. 상(峠)―국가 발전의 단계
중진국 패러다임에 갇힌 대한민국
보이지 않는 ‘선진화의 벽’을 넘는 게 우리의 과제
철학, 가장 높은 수준에서 발휘하는 생각
철학은 ‘시대’라는 현실적 맥락 속에 살아 있는 것
철학은 현실 세계를 스스로 읽을 줄 아는 힘
4. 사(思)―철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
국가 발전의 기본은 ‘철학적 시선’을 갖추는 일
‘아직 오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는 삶을 살아야
꿈을 꾸는 삶이란 ‘나’로 사는 일

3강―독립(獨立) : 홀로 서다

1. 이(理)―최초의 철학적 사유와 발휘
나의 사유 능력으로 세계를 이해하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인간에게 있다”
신화의 시대에서 철학의 시대로 이동하다
2. 고(孤)―고독을 기반으로 홀로 선 자
익숙한 것과의 결별, 고독을 자초하다
질문하는 자는 예민하다
‘자기로부터의 이탈’이 세계를 응시하는 힘
‘연결’, 그것은 ‘독립’적 주체만 할 수 있는 창의적 활동
3. 시(視)―관찰과 몰입
궁금증과 호기심이 관찰과 몰입을 부른다
익숙함이 생소해지는 순간의 번뜩임
철학은 ‘경이’로부터 시작된다
4. 용(勇)―기존의 것과 불화를 자초할 수 있는 용기
홀로 밝은 빛을 보는 즐거움
세상과의 불화를 자초하는 것, 그것이 용기
진정한 용기는 삶의 불균형을 과감히 맞이하는 것
철학은 사유를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사유하는 것

4강―진인(眞人) : 참된 나를 찾다

1. 창(創)―훈고적 기풍에서 창의적 기풍으로의 이동
창의적 기풍은 생각의 주도권을 갖는 것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창의적 기풍은 인격의 문제다
기존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나’가 드러난다
2. 살(殺)―기존의 가치관을 모두 벗어던지다
자유란, 모든 것이 나로부터 말미암은 상태
기존의 가치관을 죽여야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참된 자아는 개방적이다
3. 덕(德)―나를 나로 만드는 힘
덕이 온전해지는 ‘나무 닭’의 경지
진정한 승리의 비결은 ‘태연자약’
자신을 이겨야 진짜 강자
4. 인(人)―참된 사람이 있고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
덕과 지성은 한 덩어리
대증요법에 익숙한 사회는 창의성이 없는 사회
내가 나로 존재해야 민감성이 유지된다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하겠다”

5강―문답(問答) : 공유하다

1. 논(論)―사유의 높이를 나누다
2. 공(共)―철학적 삶을 공유하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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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지금 우리에게 철학이란 무엇이고 철학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할까요?



P. 24~25철학을 수입한다는 말은 곧 생각을 수입한다는 뜻입니다. 생각을 수입한다는 말은 우리가 수입하는 그 생각의 노선을 따라서 산다는 뜻이고요. 생각의 종속은 가치관뿐 아니라 산업까지도 포함해 삶 전체의 종속을 의미합니다.
P. 28지금과는 전혀 다르면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그 시선이 인문적 시선이고 철학적 시선이고 문화적 시선이며 예술적 시선입니다. 이 차원의 시선을 우리의 것으로 가져야만 ‘따라하기’가 선도하기로 바뀌고, 훈고의 습관이 창의의 기풍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P. 76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한 단계의 사람들은 어떠할까요? 바로 전면적인 부정을 이야기합니다. 전면적인 부정은 새로운 생성을 기약하는 것입니다. 그 새로운 생성이라는 것은 바로 전략적인 높이에
서 자기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자신이 직접 그 길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P. 77지금 우리가 철학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이유는 동아시아 역사에서도 보았듯이 서양에 대한 패배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동아시아적인 승리, 동아시아적인 가치를 회복할 것인가 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P. 92철학이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삶의 격을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하는 것, 그 실천적 영역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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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진석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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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장자 연구자, 철학자, 작가.
1959년 음력 정월, 전남 신안의 하의도 곁의 작은 섬 장병도에서 태어나 함평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베이징대학교에서 『성현영의 ‘장자소’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건명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교장, KAIST 김재철AI대학원 초빙석학교수,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다. 주말에는 함평군 대동면 향교리에 자리한 호접몽가에서 새말새몸짓 기본학교를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저서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탁월한 사유의 시선』, 『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등이 있고, 『중국사상 명강의』, 『장자철학』, 『노장신론』 등을 해설하고 우리말로 옮겼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은 2013년 중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접기

최근작 : <최진석의 말 2024 일력 (스프링)>,<노자와 장자에 기대어>,<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총 3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삶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지금 전진과 후퇴의 경계선에 서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탄했던 비주체적이고 비독립적인 1925년의 조선과 2017년의 대한민국은 달라진 것이 없다. 선진화로의 상승은 고사하고 민주화 이전의 단계로도 역행하는 형상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는 철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철학은 문명의 끝에 자리하여 우리가 걸어온 삶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철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전술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시선을 통해 전략적인 차원으로의 상승을 이끌며 기능적인 대답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적이고 인격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주위의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획득한 생각의 높이는 시선의 높이를, 시선의 높이는 활동의 높이를, 활동의 높이는 다시 삶의 수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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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록을 엮은 책이라서 문장이 쉬운 편입니다. 저자의 철학을 소개하는 총론 격의 책. 앞으로 구체적인 철학을 설명하는 각론 격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키치 2017-04-20 공감 (7) 댓글 (0)





"우리는 지금까지 철학 수입국으로 살았다." 서강대 철학과 교수이자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의 책<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현재의 수준에 머무는 까닭으로 고유한 철학의 부재를 든다. '보통 수준의 생각'은 우리끼리 잘하며 살아왔지만, '높은 수준의 생각'은 수입해서 살았다. '보통 수준의 생각'으로는 세계를 선도할 수 없기에 '높은 수준의 생각'이 필요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연 높은 수준의 생각이고, 이는 철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철학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걸까? 저자에 따르면 '철학을 한다는 것은 결국 가장 높은 차원의 생각 혹은 사유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즉, 사물이나 사건을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고 한층 높은 차원에서 보는 것이다. '철학 수입국'인 한국은 외국 철학자들이 생각해낸 결과를 수용하고 그것에 종속될 뿐,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철학 교육 또한 철학 지식을 주입하는 것에 그치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는 훈련을 하도록 나아가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에는 고유한 철학이 없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를 잘 아는 철학자는 많아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세계에 이름을 떨친 철학자는 없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철학자들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닮기 위해서 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기만의 시선으로 자기처럼 산 사람들입니다. 노자도 공자도 칸트도 헤겔도 모두 '자기처럼' 산 사람들일 뿐입니다. (중략) 그런데 배우는 사람들은 칸트를 배우면 칸트처럼, 노자를 좋아하면 노자처럼, 공자를 좋아하면 공자처럼 살아보려고 합니다. (93~94쪽)




철학은 또한 누구처럼 살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장자>를 읽고 감명을 받았으면 장자처럼 살아볼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장자가 사용했던 높이의 시선을 지금 자신의 시대에 적용하는 노력을 할 일이다. 그러니 철학은 자기부정이고 자기파괴다. 기존의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한 시선을 체득하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한 번 체득하면 어지러운 세계의 흐름을 포착하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리를 갈망하고 진리라고 믿는 것을 의심하는 모순된 노력이 필요하다. 머나먼 길이겠지만 '철학 수입국'의 오명을 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키치 2017-04-20 공감 (17) 댓글 (0)





이 책은 서강대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여튼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음집이다. 그래서 매우 잘 읽힌다. 좀 시간이 있다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흔히 모음글들을 엮은 책은 주제의 일관성에서 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책은 그런 면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를 여러 용어로 약간의 차이나는 관점에서 계속 주장하는게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러 용어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하나 인것 같다. 바로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나 문화 등 세속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의 속이 알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주장이 새롭진 않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던 90년대부터, 혹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러한 담론은 있었으며 어느 정도 실천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지금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경제, 사회, 문화 여러 측면에서 거의 지금의 시스템과 영토내에서의 한계점이 이르렀고, 과거의 독창적 철학자들 역시 주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철저히 철학의 수입국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단순히 공자나, 맹자의 동양철학과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 등의 서양철학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차서 설명하는 높은 시선에서의 전략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지 못한 국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가가 짜놓은 장기판에서 놀아나는 전술가가 될수 밖에 없다. 장기판의 룰은 모두 전략가가 정하며 전술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그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강국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같고 있다. 중국의 동양철학, 일본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탈아입구, 영국은 언어철학과 논리실증주의, 프랑스는 실존주의, 독일은 관념론, 미국은 실용주의,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그것들이다.

반면 한국은 철학의 수입국으로 과거에는 중국의 동양철학,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미국의 실용주의들을 수입해서 따라가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판을 짜고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따라가기만 해서는 지금처럼 중진국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을 제외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외국의 시스템상에서 자라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남의 철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을 그들의 세계에 종속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왕조들이 중국철학을 주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사대적으로 흐른 부분들 오늘날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모습들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런 종속들은 물론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할 수 없듯이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통한 창의력의 발산은 뭔가로 꽉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왕조들의 높은 수준의 문명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 그리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력한 철학을 가진 문명국이 존재하고 이를 잘 수입하여 활용하였던 결과 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인 수준의 개인이 요구된다고 한다. 좀 돌려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와, 여러 이념들, 사회 현상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을 요구하는 것이다.









닷슈 2017-03-14 공감 (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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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독서였다.
코발트그린 2017-02-25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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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록을 엮은 책이라서 문장이 쉬운 편입니다. 저자의 철학을 소개하는 총론 격의 책. 앞으로 구체적인 철학을 설명하는 각론 격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키치 2017-04-20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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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然自若(태연:아주 크고 넓고 여유로운 모습, 자약:자기가 자기로만 되어 있음)
#태연 #자약
머리쓰기&글쓰기 2017-01-30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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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옮긴 책이라 잘 읽힙니다. 받자마자 출퇴근 길에 이틀만에 읽었습니다. 철학이 왜 필요한지, 철학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안내문 같은 책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이후 각자 풀어가야 할 과제 같습니다.
Ludv1k 2017-02-04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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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 사는 삶
커래히 2017-07-30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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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탁월한 사유의 시선

지난번 책에 실망해 더 이상 읽지않으려했으나 혹시나 하고 읽었더니 역시나다. 공명에만 관심있는 자들은 시대에 대해 발언하지않고 구렁이 담넘어가듯하더라. 이토록 저급한 시선으로 무슨 시대를 말하겠다는건지. 저자가 비판하는 한국인들이 저지르는 과오를 저자 스스로가 책을 통해 모범?을 보여준다. ‘장르‘라는 표현은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할배의 잔소리뿐노망기도 느껴진다. 했던말을 수십번 무한반복하신다. 비판할 게 수십가지지만 이만해야지. 교수님은 미쿡철학이나 하시지
시이소오 2017-06-30 공감(42) 댓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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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지정학을 논하다.



이 책은 서강대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여튼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음집이다. 그래서 매우 잘 읽힌다. 좀 시간이 있다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흔히 모음글들을 엮은 책은 주제의 일관성에서 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책은 그런 면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를 여러 용어로 약간의 차이나는 관점에서 계속 주장하는게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러 용어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하나 인것 같다. 바로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나 문화 등 세속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의 속이 알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주장이 새롭진 않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던 90년대부터, 혹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러한 담론은 있었으며 어느 정도 실천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지금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경제, 사회, 문화 여러 측면에서 거의 지금의 시스템과 영토내에서의 한계점이 이르렀고, 과거의 독창적 철학자들 역시 주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철저히 철학의 수입국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단순히 공자나, 맹자의 동양철학과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 등의 서양철학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차서 설명하는 높은 시선에서의 전략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지 못한 국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가가 짜놓은 장기판에서 놀아나는 전술가가 될수 밖에 없다. 장기판의 룰은 모두 전략가가 정하며 전술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그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강국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같고 있다. 중국의 동양철학, 일본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탈아입구, 영국은 언어철학과 논리실증주의, 프랑스는 실존주의, 독일은 관념론, 미국은 실용주의,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그것들이다.

반면 한국은 철학의 수입국으로 과거에는 중국의 동양철학,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미국의 실용주의들을 수입해서 따라가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판을 짜고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따라가기만 해서는 지금처럼 중진국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을 제외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외국의 시스템상에서 자라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남의 철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을 그들의 세계에 종속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왕조들이 중국철학을 주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사대적으로 흐른 부분들 오늘날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모습들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런 종속들은 물론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할 수 없듯이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통한 창의력의 발산은 뭔가로 꽉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왕조들의 높은 수준의 문명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 그리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력한 철학을 가진 문명국이 존재하고 이를 잘 수입하여 활용하였던 결과 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인 수준의 개인이 요구된다고 한다. 좀 돌려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와, 여러 이념들, 사회 현상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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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03-14 공감(2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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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탁월한 사유의 시선

고 신영복선생님의 「강의」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하지만「강의」보다 더 어조는 강하고 직설적이다.어려운 주제를 차근차근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솜씨가 탁월하다.책의 내용중 직업에 대한 구절을 인용한다..오늘 국민으로서 제일 중요한 직과 업인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박람강기 2017-05-05 공감(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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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철학 수입국이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우리는 지금까지 철학 수입국으로 살았다." 서강대 철학과 교수이자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의 책<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현재의 수준에 머무는 까닭으로 고유한 철학의 부재를 든다. '보통 수준의 생각'은 우리끼리 잘하며 살아왔지만, '높은 수준의 생각'은 수입해서 살았다. '보통 수준의 생각'으로는 세계를 선도할 수 없기에 '높은 수준의 생각'이 필요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연 높은 수준의 생각이고, 이는 철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철학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걸까? 저자에 따르면 '철학을 한다는 것은 결국 가장 높은 차원의 생각 혹은 사유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즉, 사물이나 사건을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고 한층 높은 차원에서 보는 것이다. '철학 수입국'인 한국은 외국 철학자들이 생각해낸 결과를 수용하고 그것에 종속될 뿐,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철학 교육 또한 철학 지식을 주입하는 것에 그치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는 훈련을 하도록 나아가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에는 고유한 철학이 없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를 잘 아는 철학자는 많아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세계에 이름을 떨친 철학자는 없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철학자들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닮기 위해서 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기만의 시선으로 자기처럼 산 사람들입니다. 노자도 공자도 칸트도 헤겔도 모두 '자기처럼' 산 사람들일 뿐입니다. (중략) 그런데 배우는 사람들은 칸트를 배우면 칸트처럼, 노자를 좋아하면 노자처럼, 공자를 좋아하면 공자처럼 살아보려고 합니다. (93~94쪽)




철학은 또한 누구처럼 살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장자>를 읽고 감명을 받았으면 장자처럼 살아볼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장자가 사용했던 높이의 시선을 지금 자신의 시대에 적용하는 노력을 할 일이다. 그러니 철학은 자기부정이고 자기파괴다. 기존의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한 시선을 체득하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한 번 체득하면 어지러운 세계의 흐름을 포착하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리를 갈망하고 진리라고 믿는 것을 의심하는 모순된 노력이 필요하다. 머나먼 길이겠지만 '철학 수입국'의 오명을 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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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7-04-20 공감(1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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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걸어갈 길이 퍽 아득하지만 기분이 좋다. 나는 이제 한 걸음 뗐고, 모르긴 몰라도 시작이 반이니까.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분열된 삶에서 벗어나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하는 활동성[明]을 통해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곳[苑]으로 건너가는 도전을 감행하고자 세워진[建] 인문-과학-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이자,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진석 교수님의 이번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교수님이 건명원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책이다.



버리고, 이끌고, 홀로 서고, 참된 나를 찾고 문답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철학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1강에 나온다. 문화, 사상, 철학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력(力)’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보통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한번 철학적으로 접근해보자” “넌 항상 문제를 철학적으로 이야기해” “이건 너무 철학적이야” 등등의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우리는 ‘철학적’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그 말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p.94



교수님은, 자신이 철학을 전공했지만 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도 몇 년이 지났을 때인 것 같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자신이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철학적’인 높이의 시선이 일반화되지 않은 문화권에서 이 말을 일상적으로 제대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익숙한 회사가 등장하는데, 그 이름은 레고(LEGO)다.



전통의 완구 회사 레고는 1990년대 들어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린이 고객들은 레고보다 비디오게임기에 더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레고는 ‘아이들은 이제 전원만 켜면 바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난감을 더 좋아한다’고 분석하고, 비디오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조립하지 않고도 바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쉬운 장난감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2004년 레고는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다.





레고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덴마크의 한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구하게 된다. 그 회사는 고객이 가져온 문제를 우선 철학적인 문제로 바꾸어서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레고는 원래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었는데, 그 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따라 기존 질문을 다음과 같은 철학적 질문으로 바꾼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레고는 이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이들을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하고 따라다니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제공된 즐거움도 좋아하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어려운 기술을 익히고 이를 자랑하는 것에서도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그래서 레고는 이때부터 힘도 더 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지만, 스스로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장난감인 블록 장난감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세계에 대한 창의적 활동에 직접 참여하려 한다는 철학적 발견이 이룬 결과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집중이 잘 되는 곳에서 읽겠다며 찾아 들어간 북카페에서 《레고 :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를 발견하고 꺼내 읽게 된 것은 인연이었다. 전엔 그저 레고의 경영에 관한 서적으로만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 나니 레고의 ‘철학적인 높이의 시선’이 어떠했기에 회사를 살렸고, 지금의 레고가 된 것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당연하게도 레고는 이와 같은 철학적 접근만으로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은 것은 아니었다. 허나 분명한 건,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은 첫 블록은 철학적 발견에 있었다. 여기에, 장난감이라는 나무에서 놀이라는 큰 숲으로 시선을 돌려 아이들의 창의적 활동에 집중했던 레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레고가 이룬 결과를 실감하게 된 건 지난 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브릭 라이브 인 코리아’에서 레고를 맞추는 아이들을 보면서다. 전시 공간은 크게, 며칠에 걸쳐 만들었을 큰 레고 작품들을 전시해둔 공간과 빨간색이면 빨간색, 하얀색이면 하얀색 색깔별로 블록을 모아두고 원없이 맞출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전시를 잠깐 둘러보고, 이내 후자의 공간에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보라색 블록으로 가득한 곳에서는 보라색 집을 지었고, 초록색 블록으로 가득한 곳에선 성을 높이 쌓아올렸다.

크기가 맞는 블록을 찾기 위해 내내 고개를 숙이느라 힘도 들고, 오랜 시간이 드는 놀이이지만 블록으로 만든 자신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그 뿌듯함, 그 성취감은 그 어떤 게임이 줄 수 없는 것임을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일상에서 철학적인 높이의 시선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 경험이 내게는 너무 인상 깊었던 나머지 레고 이야기만 하고 말았는데,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일단 잘 읽혔다. 강의를 묶은 책이라 그런지 ‘철학’이 여전히 낯선 내게는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드는 가독성이 좋은 책이었다.

1강에서 철학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산업혁명으로 시작해서 동아시아의 역사 발전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새삼 세계사가 이렇게 재밌었나 싶었다. 세계사에서 ‘철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덧붙이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 거다. 또, 책 곳곳에 언급된 공자, 장자, 순자 등 동양 철학 역시 굉장히 흥미로웠다. 내게 동양 철학이라 하면 중-고등학생 시절 배웠던 윤리 교과서 속 화석 같은 철학이었는데, 철학 강의 중간 중간에 장자의 한 구절, 순자의 한 구절을 읽으면서 고여 있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는 물과 같은 철학임을 느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 생각이 트였고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된 일이 아닐까.



가치의 결탁물로 되어 있는 자기를 장자는 ‘아我’로 표현하고, 이 가치의 결탁을 끊고, 즉 기존의 자기를 살해하고 새로 태어나는 자기를 ‘오吾’로 새겼습니다. 가치관으로 결탁되어 있는 자기를 살해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자기살해를 거친 다음에야 참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등장합니다. 이 참된 인간을 장자는 ‘진인眞人’이라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무아無我’라는 표현도 글자 그대로 ‘자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자기로 등장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무아라는 말은 ‘진아眞我’라는 말과 같아집니다. 진인으로 새롭게 등장한달지 진아로 우뚝 서는 일을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그것을 반성이라고도 하고, 각성이라고도 하며, 깨달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기살해 이후 등장하는 새로운 ‘나’, 이런 참된 자아를 우리는 비로소 독립적 주체라고 하는 것이지요.

-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p.244



자기를 살해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나는 일은 어쩌면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것 역시 자기 살해이며,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아주 쉬운 방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분명한 건,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가치의 결탁물로 되어 있는 ‘아我’였으나 이 책을 완독한 뒤에 새로 태어나는 자기인 ‘오吾’는 아니라는 것.



‘진아珍我’인 내가, 위에서 말하는 ‘진아眞我’가 되기 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앞으로 걸어갈 길이 퍽 아득하지만 기분이 좋다. 나는 이제 한 걸음 뗐고, 모르긴 몰라도 시작이 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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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2017-02-01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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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김헌-최진석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일본의 대표 독서가이자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묵직한 책이 출간되었기에 앞자리에 세운다. 648쪽 분량이니까 2,000쪽이 넘어가는 <천황과 도쿄대1,2>(청어람미디어, 2008)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635쪽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청어람미디어, 2008)은 살짝 넘어선다(이 책은 절판됐군).









띠지의 홍보 문구대로 '압도적인 지의 세계'라는 게 다치바나 다카시의 트레이드 마크다. 인간이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지, 대체 몇 권이나 읽을 수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범 사례이고. 제목대로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일본의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유명한 고양이 빌딩 서재를 샅샅이 해부한 책"이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서광이자 애서가인 다치바나의 서재에는 과연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약 20만 권에 달하는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그가 전하는 독서와 공부의 의미, 종이책과 출판의 미래"가 궁금한 독자라면 손에 들어봄 직하다.




다치바나의 책은 다수 소개되었고, 지난 연말에는 <죽음은 두렵지 않다>(청어람미디어, 2016)가 출간되기도 했다. 1940년생이니까 올해 77세다(알라딘에서 저자 프로필이 다 사라졌다. 오류인지 정책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현역 독서인이란 점이 놀랍다(내게도 아직 30년이 남아 있단 말인가?).









<천황과 도쿄대>를 손에 드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만,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청어람미디어, 2002) 정도라면 기억을 더듬어 다시 읽어볼 만하다. '다치바나다운' 시각을 잘 드러낸 책으로 기억한다.









서양 고전학자 김헌 교수의 학술교양서로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서울대출판문화원, 2017)이 출간되었다. "신화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그리스 문학을 조망한 책. 이야기의 형태로 그리스 문학을 개괄하면서, 작품들에 녹아 있는 그리스인들의 신화적 상상력을 짚어내 보여준다. 시간의 순서를 따라가며 그리스 문학사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서정시, 비극, 희극 등을 차례로 다루었고, 그리스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그리스 문학사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특별히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저자의 저작으론 <위대한 연설>(인물과사상사, 2008),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이와우, 2016) 등을 잇고 있는 책. 번역서와 공저도 많은데, 공저 가운데는 <서양고대철학1,2>(길), 번역서로는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민음사, 2015)과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세종서적, 2012/2015) 등이 눈에 띄는 책들이다.









동양철학자이자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진석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위즈덤하우스, 2017). 단독 저작으론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에 이어지는 책으로 두 권 모두 강의록을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것으로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 교수가 개인과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온 사유의 결정체다. 저자는 나라를 이끌어갈 개인을 각성시키고 함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혁명가이자 문명의 깃발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의 선진화를 철학을 통해 제시한다."









지금은 강연자로 더 이름이 높지만, 돌이켜보면 내게 노장철학 전공자인 저자는 <노장신론>과 <장자철학>의 번역자였다. 지금의 독자라면 '노자인문학'의 강사로 알아보겠다. 역시나 그 사이를 지나간 건 물 같은 세월이다...




17.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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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7-01-21 공감 (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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