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미들 김도언 (지은이) 문학동네2006-09-22
























정가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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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6,700원

341쪽
2004년 첫 단편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을 펴낸 작가 김도언이 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위악과 냉소, 억압과 분열, 엽기와 탈주로 뒤엉킨 열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간 '악취미들'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일련번호를 매겨 발표한 작품들을 역순으로 묶은 것이다.
작가는 상식과 금기를 깨뜨리는 대담한 상상력으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밤마다 제정신이 아닌 아내를 뒷자리에 태우고 다니는 택시기사와 승객에게 몸을 파는 아내('택시 드라이버―악취미들 8'), 고양이에게 알몸을 내맡긴 채 일종의 유사 수간을 벌이는 여자아이('지붕 위의 날들―악취미들 4') 등 불구적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인간의 삶이 감내하는 불안과 공포, 이율배반을 보여준다.
목차
권태 - 악취미들 10
B시 오후, 비 오고 흐림 - 악취미들 9
택시 드라이버 - 악취미들 8
고통의 관리 - 악취미들 7
나쁜 교육 - 악취미들 6
너의 형에게 말해야겠다 - 악취미들 5
지붕 위의 날들 - 악취미들 4
잔혹 - 악취미들 3
밤하늘은 호수다 - 악취미들 2
톱스타 살인사건 전말기 - 악취미들 1
해설 - 악취미의 이율배반과 '나쁜' 자유 / 이수형
작가의 말
책속에서
나는 방목되기를 꿈꾼다. 날카롭고 질긴 풀에 내 가는 발목이 쓸릴지라도 나는 야생의 들판으로 뛰어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분노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버지를 화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야비하게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머릿속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아버지 같은 부류들 말이다. 돈을 빼앗은 학교의 선배, 욕 잘하는 생물선생님, 그리고 콧대 높은 형의 여자친구들, 수다쟁이 엄마 친구들. 나는 그들을 머릿속으로 난도질하고 머릿속으로 강간한다. 다 죽인다. - '나쁜 교육ㅡ악취미들 6'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도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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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계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자음과모음),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경장편 『미치지 않고서야』(중앙북스) 등과 산문집 『불안의 황홀』(멜론), 『나는 울지 않는 소년이었다』(이른아침), 『소설가의 변명』(가쎄), 시집 『권태주의자』(파란), 성인동화집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문학세계사), 인터뷰집 『세속도시의 시인들』(로고폴리스) 등이 있다. 현재 서울시 은평구에서 헌책방 ‘살롱 도스또옙스끼’를 운영하고 있고 197~80년대 브리티시록을 LP로 들으며 술 마시는 걸 소박한 행복으로 생각한다. 접기
수상 : 2011년 허균문학작가상,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 <가능한 토마토와 불가능한 토요일>,<너희가 혼술을 아느냐>,<권태주의자> … 총 28종 (모두보기)
김도언(지은이)의 말
에곤 실레를 포함해 그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나 역시 나의 훌륭함이 마음에 든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오해를 받을 때조차 나는 훌륭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좀 불손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아름다운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따위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글로써 만들어내고 싶은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낸 이후, 내게 찾아올 그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결핍과 결락의 공포와 관련이 있다. 나는 이 지독한 존재의 역설을 문제 삼을 뿐이다.
평점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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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들은 결국 우리가 침잠시킨 우리 안의 한부분!

악취미들이란 결국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간의 근원적 결핍을, 고통을, 집착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목이 말해주듯 열편의 단편 하나하나는 지독한 악취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하나하나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결국 그 단편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우리의 내편을 파고들어 저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것들을 저자가 악취미스럽게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에서 아마도 모두 뜨끔했을 것이다. ‘네가 사랑한 것은 무엇이냐?’라고 묻는 것 같은 작품을 읽으며 인간의 속물적 뒤틀리는 창자가 보이는 것 같고 교수가 된 친구를 부러워하는 안 팔리는 소설가의 끊임없는 전화 속에서 버리지 못하는 성공의 집착이 보여 저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가 하는 자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고 하면서 우린 성공을 원하니 말이다.
저자는 작품 안에 시들을 삽입하고 있다. 그 시어가 시로써 읽을 때와는 다르게 그러면서도 잘 어우러진다. 같은 창작의 고통의 산물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것 또한 작가의 악취미적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들쩍지근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내게는 악취 속에서 창문 열고 신선한 공기 한 모금 마시는 느낌을 주었다.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여림의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라는 작품이 어째 이 작품에 대한 역설적 울림 같다. 작가는 이런 악취미들 속에서도 알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발견하고자,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붙여서라도, 아니 어떤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악취미를 가지고라도 사는 삶, 고통과 결핍에 허덕이고 자학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삶과 우리가 고고하게 바라보는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삶의 한 편린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내 삶도 잘 뒤져보면 이런 것들이 사이사이 끼어 있을지 모른다.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너덜거리는 포장지를 벗기고 나면 말이다. 그러니 악취미들은 결국 우리가 침잠시킨 우리 안의 한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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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1-19 공감(6)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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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 그 우습고 잔인하고 씁쓸한 서커스.

내가 여고생이던 시절, 한 허풍쟁이 친구가 있었다.
도저히 믿을수 없을만큼 부풀려진 그 애의 거짓말을 믿는 아이들은 당연히 아무도 없어서
그애는 소위 말하던 "은따"였던 아이였다.
어떻게해서 그애와 어울리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나를 보고 자신과 같은 부류라 생각했던 것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애의 허풍을 들어주고 있었다.
비교적 눈치가 빠른 편이라, 그애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과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는
쉽게 알수 있었지만, 왜 그런 거짓말쟁이의 말을 내가 다 들어주고 있었을까 하고 곰곰히 되돌이켜보면,
솔직히 말해 나는 그애를 속으로 비웃는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 뻥을 치나 두고보자.
언젠가 기회를 보다가 몇마디 말로 그 애의 환상을 깨어부수고 당혹함을 느끼게 하리라.
잔인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것 역시 악취미. 두고봤다가 언젠가는 뒷통수 치려는 악의에 가득찬 친절이었던 셈이다.
언젠가 한번쯤을 스치고 지나갔을 기이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언제인가는 내가 악의를 품었고, 언제인가는 상대방이 악의를 품었던,
감히 누구에게도 드러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마음속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감정들-
김도언의 <악취미들>은 그런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 마음속의 은밀한 욕망과 위악.
그리고 가끔은 살아가는 것이 사람을 망가뜨리고 자신이 쓰레기같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은 몹시 위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요절한 천재시인의 은밀한 변태적인 욕망을 다룬 <권태>
군대 시절에 이루어졌던 상사와의 동성애의 이야기, 사랑과 증오를 묶어버리는
택시 운전을 하며 부부가 함께 매춘을 하는 <택시 드라이버>,
밤새 전화통을 붙잡고 모두를 괴롭게 만드는, 쓰레기같고 그러면서도 가련한 남자의 이야기 <고통의 관리>
열네살짜리 부잣집 삐뚤어진 도련님이 스물네살 짜리 식모여자에게 느끼는 욕망에 관한,
그리고 언젠가 터져버릴 듯한 긴장을 내제한 채 흘러나가는 <나쁜 교육>
한 때, 은밀히 누군가를 비웃었던 나를 떠올리게 해서 무척 부끄러워졌던 <너의 형에게 말해야겠다>
유사 수간, 근친상간에 대한 아주 위험한 이야기 <지붕 위의 날들>
찢어지고 망가지고 터져버린 것들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여자의 잔혹한 이야기 <잔혹>
오지랖이 너무 넓은, 그래서 기이하기까지한 여자의 이야기 <밤하늘은 호수다>
아들을 질투하는 아버지, 부정이 욕망을 이겨버리는 <톱스타 살인사건 전말기>까지,
"악취미들"에서 다루는 열가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삐뚤어지고, 내밀하며, 부끄럽다.
드러나있는 모습만 보았을 때는, 몹시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변태적인 저런 행위들 역시
"취미"중의 하나라 보고 "악취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왜 일까.
누가 누구를 처벌할수 없다는 듯이. 저런 행위를 "악행"이라 말하며 처단하고 욕할수 없다는 듯이.
아마도 누구에게나 그런 "악취미"는 하나쯤 있을 것이고,
책속의 주인공들처럼 누구나 잠재의식안의 악취미를 변호하려고 애쓰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밖에 할수 없는 이유가 당연히 있다는 듯이 말이다.
꼭꼭 숨겨두었던 잠재의식을 들켜버린 듯이 책을 읽는 내내 당혹함과 부끄러움에 시달리면서 보면서도,
읽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열가지 악취미에서 나의 그림자를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름이 끼치고, 사람이 짜증스러워졌고, 그러면서도 입안이 쓴 것은 어쩔수 없었던 소설.
우리는 여기에서 인생을 볼수 있다.
위악과 불안, 인간의 사악함과 나약함이 어울어진 우습고 잔인하고 씁쓸한 서커스.
책은 무척 재밌다. 잔인하지만, 무척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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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11-07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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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께름칙한 속내 
온 몸의 신경과 근육, 세포까지도 완전히 이완되어 마치 구름 저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이 찌릿찌릿 해지며 머리털 끝까지 따뜻하고 짜릿하며 흥분되는 감각이 전해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다. 일부러 연출하기 위해 짜낸 상황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경험했던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후에도 그 찰나의 쾌감을 다시 설명할 수 없다. 상황을 재연해 볼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말과 상황으로도 설명할 없고 묘사할 수 없는 그 순간을 나는 경험했다는 것이다.
힘든 일을 끝내고 늦은 시간 귀가하여 따뜻한 물로 씻은 후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大자로 누워 있을 때의 그 기분, 그 느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경험하고 있는 편안함이다. 혹은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편안한 공간 내지는 시간,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런 것이 있다. 일상에 찌들어 힘들 때 그 곳(상황)을 찾는다. 다른 것은 다 내려놓고 온전히 그 곳(상황)에 집중한다. 마치 나를 제외 한 모든 것이 암흑인 것처럼 상황이 조성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고 싶어 한다. 상황도, 기분도, 몸도, 마음도, 미래도……. 하지만 편안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 이다. 당장 해야 할 업무가 쌓여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사람을 오늘도 마주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군다나 나를 둘러싼 세상이라는 존재는 이것을 더욱 심화시킨다. 일어나는 일들이란 모조리 편안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아침 뉴스와 저녁 뉴스에서는 온통 불편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다. 요즘은 하루 종일 뉴스를 내보내는 곳도 있는데 그 채널만 고정시켜 놓고 있다가는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도무지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언짢은 것들 투성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오늘과 내일로 점철될 삶이라는 것도 알지만 때로는 편안함, 내 몸과 영혼이 완전히 편안해지는 상태를 경험해 보고 싶다. 그 보석과 같았던 경험이 언제 또 한 번 나를 부지불식간에 찾아올지 모르지만 지쳐 있는 요즘과 같은 때가 적절한 타이밍 인 듯싶다.
이 책 「악취미들」의 저자는 작가 김도언이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그의 책은 처음이다. 일단 제목과 책의 표지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싶었는데, 내용은 더 불편했다. 전혀 편안하게 볼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찬 소설집이다. 지난 주 업무가 과다하여 밤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천근만근 같은 몸을 추슬러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두 권이 더 있고 내가 평소 더 선호하고 좋아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거무튀튀하고 기괴한 표지의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에 더 심한 채찍질을 가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책에 실린 10편의 악취미를 단숨에 읽었다. 이른 더위로 온 몸은 찐득찐득하고 밤공기는 불쾌했다. 책상 건너편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아파트가 나를 덮칠 듯 웅웅거렸다. 이렇게 불편한 책을 단번에 읽어 내리고 나서 속이 매스꺼웠다. 맛있게 먹은 된장찌개를 모조리 게워내고 싶었다. 온 몸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 책상에 앉아도 불편하고 섬뜩하고 매스꺼웠다.
김도언 작가의 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김훈의 글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듯 했다. 두 사람의 글은 공통적으로 불편하다. 읽기도 버겁다. 두 사람의 글이 완전히 다르기는 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하게 글의 색깔과 무게, 냄새가 다른데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냥 두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 한다.
“청은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의 시는 단정하고 순정한데, 그는 순정한 시인인데,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다. 그가 만진 자리는 모두 폐허다.” (p.31)
“‘더러운 변태들. 더러운 시인들.’ 라는 미친 사람처럼 킬킬거리며 웃었다. 수는 순결한 시인의 더러운 정부였다. 아니 더러운 시인의 깨끗한 정부였다.” (p.33)
<권태>에 나오는 청은 주인공의 동생이다. 요절한 천재 시인에게 세상과 대중은 찬사와 안타까움을 함께 보낸다. 어려서부터 동생의 그늘에서 질투와 시기를 동시에 품어 왔던 주인공은 동생의 요절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다. 홀로 남겨진 아름다운 제수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한 갈무리를 하지 않는다.
세상의 칭송과 사랑을 받는 천재 시인에게도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더러운 시인의 깨끗한 정부’ [수]가 남긴 일기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인이던 동생 청의 악취미를 들여다보게 된다. 청산하지 못한 동생에 대한 질투와 시기를 그대로 마음속에 가두고 짐짓 놀란 척 하는 모습이 경악스럽지 않았다. 김도언의 글로 표현된 주인공과 순결한 듯 보인 시인 청의 작태는 더럽기 짝이 없지만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다. 그의 어깨엔 별이 두 개. 그는 사령관이고, 나는 그의 전담 당번병이다.” (p.46)
“운행을 나가는 나를 뒤쫓아 나와서 뒷좌석에 타고는 합승을 하는 남자 손님을 꼬드겨 매춘을 하는 행위를, 아내는 스스로에 대한 학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73)
<B시 오후, 비 오고 흐림>에서 나는 군 복무 시절 나를 성노리개로 전락시킨 사령관을 찾아 B시로 향한다. 그를 죽이기 위해 편의점을 털고 칼을 준비하고 켜켜이 묵혀 둔 분노를 끄집어낸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나는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으로 이상해진 아내를 뒷좌석에 태우고 매춘을 하는 택시 드라이버다. 어딘지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괴물과 같은 도시의 어둠속을 질주한다.
두 작품 모두 ‘나’는 방향이 없다. 방향성도 없고 지향하는 바도 불분명하다. 군 복무 시절 내내 그의 성노리개가 되었다고 하지만 동시에 ‘나’를 향한 사령관 그자의 사랑에 탐닉하기도 한다. 전역해 B시의 시장 선거에 출마한 그를 죽이기 위해 B시로 향하는 ‘나’의 심리적 상태 또한 다면적이고 불확실하다. 정말 주인공이 당한 것인지 그와 사랑을 나눈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시장에 당선된 그를 죽인 것인지 죽였다고 상상한 채 자살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주인공이 직접 운전하는 택시에 아내를 태운 채 매춘을 감행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진 ‘나’는 판단을 포기한다. 그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아내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향한다. 물론, 최소한 아내를 위협하고 해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외모의 남자 승객을 고르는 최소한의 책임은 행사하지만 그것으로 엉망진창인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불편하고 불편하다.
<나쁜 교육>. <너의 형에게 말해야겠다>, <지붕위의 날들>, <잔혹>, <밤하늘은 호수다>
<톱스타 살인사건 전말기>
6편 모두 불편한 내용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고통의 관리>였다.
주인공은 소설가다. 이름은 박성호.
“십사 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네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올해 삼십 구세의 중견 소설가” (p.99)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직후 주변 지인들과 가진 전화 통화 내역이 이 작품의 전부다. 23:06분을 시작으로 03:11분까지 스무 번의 전화를 걸고 계속해서 술을 마신다. 마지막 발신 전화 이후 잠이 들었고 이후 04:52분에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통의 수신 음성메시지를 받게 된다.
스무 전의 발신 전화 내용을 보면 주인공 박성호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술에 취해 있지 않을 때는 중견 소설가로서 품위를 유지한 채 예술가적 자세를 보여 주려 애쓰는 모습일 텐데 술에 취해 전화기를 통해 내뱉는 주인공 박성호는 소설가고 예술인이고 필요 없이 출세와 성적 욕망, 인정받으려는 욕구로 가득찬 성인아이일 뿐이다. 동생과 누가 어머니에게 전화해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고 이혼한 자신의 처지를 개탄하면서도 그런 중에도 다달이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있는 자신을 알아주기를 구걸한다.
또 자신보다 더 출세한 친구를 질투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 친구 뒷담화를 한다. 그리고 직접 그 친구에게 전화까지 해서 진상을 부린다.
나이는 먹고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냈음에도 속된 말로 더 이상 뜨지 않고 책도 팔리지 않는 평범하고 곧 한물 갈 소설가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의 무능함과 무관심으로 투영 한다. 출판사 사장에게 전화하고 문단 원로에게 전화해 또 진상, 진상을 떤다.
그러면서도 여자에 대한 속물적 근성은 버리지 못한다. 이제 갓 등단한 어린 여작가에게 전화해 추파를 던지고 이미 이혼한 전처에게 전화해 추억을 게워내며 구걸에 구걸을 한다. 전처와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이 이혼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정부(아내와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랑은 순수했느니, 진심이었다느니 지랄을 한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욕을 누르며 읽은 작품이었지만 뭐 내 본심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구나 ‘안 그런 척하지만 속내는 속물적이다. 원초적인 욕망과 욕구를 아슬아슬하게 다스리며 살지만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알 수 없는 미약한 존재들이다. 박성호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당신은 아닌 것 같나?
주인공 박성호는 분명 늦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밤새도록 한 진상과 지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전화하는 내내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통화 하는 사람마다 술을 줄일 것을 끊을 것을 주문했지만 그 충고가 끝나자마자 또 한 잔 꼴깍!
“선성님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생님 깊이 존경해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 (p.125)
시원한 물 한 잔 들이키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쥔 채 배터리가 나가 버린 핸드폰을 충전하며 쭈그린다. 핸드폰 전원을 켜고 발신 전화 목록을 보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며 욕을 내뱉지만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젠장, 선생님(문단 원로), 희수씨(갓 등단한 어린 여 작가), 정태(출세한 친구), 윤희씨(바람피웠던 아내의 친구)한테까지 전화했네. 씨발 내가 미쳤지 미쳤어. 에이~! 어... 근데 이건 뭐야? 뭔 메시지지?’
지끈거리는 머리에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진상에 후회할 틈도 없이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 엥? 어린 여자 목소리?
그의 작품을 읽고 팬이 된 젊은 여자 독자가 새벽에 문자를 남겼다. 너무 감명 깊게 박성호의 책을 읽고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가의 아픔과 상처를 읽어 내 오지랖 넓게도 작가의 아픔과 상처를 껴안아 주고 싶어 만나고 싶단다.
박성호의 숙취에서 단번에 깼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자신을 동경하는 어린 여자 독자를 만나 위세를 떨고 허세를 부릴 것이다. 한 번 안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 흐흐...
재밌었다. 그나마 다른 9편의 작품들 보다 덜 불편했다. 그렇다고 편하지는 않았다. 인간이 가진 속내를 너무 질펀하게 펼쳐 놔서 내가 옷을 다 벗고 오장육부를 꺼내 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피식 웃으면서도 살벌했다.
앞서 말한 대로 김훈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김도언이란 작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마음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조속히 읽어 볼 요량이다.
“어쩌면 내 소설은, 내가 시로 쓰지 못한 것들의 장황한 알리바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막역한 표현이지만 시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소설을 쓰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p.341)
- 접기
lmicah 2013-05-30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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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악취미들
나는 원래 뭘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닌데..이 책의 이야기들만은 몇 년이 지나도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아 가끔씩 곱씹어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아이가 죽은 뒤로 익명의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기 시작한 아내와 그런 아내를 택시에 태우고 다니며 남자들을 불러들이는 남편의 이야기.. 순간의 실수로 인해 자기자신의 아이를 죽이게 된 끔찍한 상황. 그에 따른 형언 할 수 없는 죄책감. 이제 부부의 새로운 취미는 `자학`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악취미의 끝은 어디일지?
sirdky 2015-05-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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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삼백십번째.- 악취미들
스토리가 너무 짧아서 사건들에 대한 개연성이 없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래도 애쓴 티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여러가지 생각할 요소를 주었다. 왠지 형식이 바르가스 요사를 닮기도 했고. (그러나 글은 진지의 극도를 달린다.) 크로노스 컴플렉스라는 언어도 독특하다. 프로이트는 왜 오이디푸스랑 엘렉트라만 보고 크로노스는 보지 못했을까? 아마 부모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앞에서 말했던 크로노스 콤플렉스는 악취미들의 마지막에 나온 단편에서 등장하는 병명이다. 배우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배우 아들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다가 질투와 시샘이 나서 결국 살해하게 된다.
뭐 성차별의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딸이었다면 질투까지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애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크로노스는 확실히 자신의 자녀가 아들이건 딸이건 가리지 않고 잡아먹었었다.
아무튼 본인이 이 소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두 가지이다. 자식이 여자배우였으면, 혹은 늦은 시각에 '이쁜 여성팬을 집까지 데리고 오지만 않았으면', 아버지는 자식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결국 자식의 이미지를 소유하려고 하고 이용하려고 한 부모의 도를 넘은 이기심에서 이 사건이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상당히 어려보이는 작품이었다. 이건 욕이 아니라 칭찬.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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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미르 2012-11-0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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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들은 결국 우리가 침잠시킨 우리 안의 한부분!
악취미들이란 결국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간의 근원적 결핍을, 고통을, 집착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목이 말해주듯 열편의 단편 하나하나는 지독한 악취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하나하나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결국 그 단편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우리의 내편을 파고들어 저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것들을 저자가 악취미스럽게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에서 아마도 모두 뜨끔했을 것이다. ‘네가 사랑한 것은 무엇이냐?’라고 묻는 것 같은 작품을 읽으며 인간의 속물적 뒤틀리는 창자가 보이는 것 같고 교수가 된 친구를 부러워하는 안 팔리는 소설가의 끊임없는 전화 속에서 버리지 못하는 성공의 집착이 보여 저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가 하는 자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고 하면서 우린 성공을 원하니 말이다.
저자는 작품 안에 시들을 삽입하고 있다. 그 시어가 시로써 읽을 때와는 다르게 그러면서도 잘 어우러진다. 같은 창작의 고통의 산물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것 또한 작가의 악취미적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들쩍지근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내게는 악취 속에서 창문 열고 신선한 공기 한 모금 마시는 느낌을 주었다.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여림의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라는 작품이 어째 이 작품에 대한 역설적 울림 같다. 작가는 이런 악취미들 속에서도 알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발견하고자,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붙여서라도, 아니 어떤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악취미를 가지고라도 사는 삶, 고통과 결핍에 허덕이고 자학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삶과 우리가 고고하게 바라보는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삶의 한 편린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내 삶도 잘 뒤져보면 이런 것들이 사이사이 끼어 있을지 모른다.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너덜거리는 포장지를 벗기고 나면 말이다. 그러니 악취미들은 결국 우리가 침잠시킨 우리 안의 한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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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1-19 공감(6)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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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 그 우습고 잔인하고 씁쓸한 서커스.
내가 여고생이던 시절, 한 허풍쟁이 친구가 있었다.
도저히 믿을수 없을만큼 부풀려진 그 애의 거짓말을 믿는 아이들은 당연히 아무도 없어서
그애는 소위 말하던 "은따"였던 아이였다.
어떻게해서 그애와 어울리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나를 보고 자신과 같은 부류라 생각했던 것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애의 허풍을 들어주고 있었다.
비교적 눈치가 빠른 편이라, 그애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과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는
쉽게 알수 있었지만, 왜 그런 거짓말쟁이의 말을 내가 다 들어주고 있었을까 하고 곰곰히 되돌이켜보면,
솔직히 말해 나는 그애를 속으로 비웃는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 뻥을 치나 두고보자.
언젠가 기회를 보다가 몇마디 말로 그 애의 환상을 깨어부수고 당혹함을 느끼게 하리라.
잔인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것 역시 악취미. 두고봤다가 언젠가는 뒷통수 치려는 악의에 가득찬 친절이었던 셈이다.
언젠가 한번쯤을 스치고 지나갔을 기이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언제인가는 내가 악의를 품었고, 언제인가는 상대방이 악의를 품었던,
감히 누구에게도 드러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마음속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감정들-
김도언의 <악취미들>은 그런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 마음속의 은밀한 욕망과 위악.
그리고 가끔은 살아가는 것이 사람을 망가뜨리고 자신이 쓰레기같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은 몹시 위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요절한 천재시인의 은밀한 변태적인 욕망을 다룬 <권태>
군대 시절에 이루어졌던 상사와의 동성애의 이야기, 사랑과 증오를 묶어버리는
택시 운전을 하며 부부가 함께 매춘을 하는 <택시 드라이버>,
밤새 전화통을 붙잡고 모두를 괴롭게 만드는, 쓰레기같고 그러면서도 가련한 남자의 이야기 <고통의 관리>
열네살짜리 부잣집 삐뚤어진 도련님이 스물네살 짜리 식모여자에게 느끼는 욕망에 관한,
그리고 언젠가 터져버릴 듯한 긴장을 내제한 채 흘러나가는 <나쁜 교육>
한 때, 은밀히 누군가를 비웃었던 나를 떠올리게 해서 무척 부끄러워졌던 <너의 형에게 말해야겠다>
유사 수간, 근친상간에 대한 아주 위험한 이야기 <지붕 위의 날들>
찢어지고 망가지고 터져버린 것들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여자의 잔혹한 이야기 <잔혹>
오지랖이 너무 넓은, 그래서 기이하기까지한 여자의 이야기 <밤하늘은 호수다>
아들을 질투하는 아버지, 부정이 욕망을 이겨버리는 <톱스타 살인사건 전말기>까지,
"악취미들"에서 다루는 열가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삐뚤어지고, 내밀하며, 부끄럽다.
드러나있는 모습만 보았을 때는, 몹시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변태적인 저런 행위들 역시
"취미"중의 하나라 보고 "악취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왜 일까.
누가 누구를 처벌할수 없다는 듯이. 저런 행위를 "악행"이라 말하며 처단하고 욕할수 없다는 듯이.
아마도 누구에게나 그런 "악취미"는 하나쯤 있을 것이고,
책속의 주인공들처럼 누구나 잠재의식안의 악취미를 변호하려고 애쓰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밖에 할수 없는 이유가 당연히 있다는 듯이 말이다.
꼭꼭 숨겨두었던 잠재의식을 들켜버린 듯이 책을 읽는 내내 당혹함과 부끄러움에 시달리면서 보면서도,
읽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열가지 악취미에서 나의 그림자를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름이 끼치고, 사람이 짜증스러워졌고, 그러면서도 입안이 쓴 것은 어쩔수 없었던 소설.
우리는 여기에서 인생을 볼수 있다.
위악과 불안, 인간의 사악함과 나약함이 어울어진 우습고 잔인하고 씁쓸한 서커스.
책은 무척 재밌다. 잔인하지만, 무척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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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11-07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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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의 신경과 근육, 세포까지도 완전히 이완되어 마치 구름 저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이 찌릿찌릿 해지며 머리털 끝까지 따뜻하고 짜릿하며 흥분되는 감각이 전해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다. 일부러 연출하기 위해 짜낸 상황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경험했던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후에도 그 찰나의 쾌감을 다시 설명할 수 없다. 상황을 재연해 볼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말과 상황으로도 설명할 없고 묘사할 수 없는 그 순간을 나는 경험했다는 것이다.
힘든 일을 끝내고 늦은 시간 귀가하여 따뜻한 물로 씻은 후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大자로 누워 있을 때의 그 기분, 그 느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경험하고 있는 편안함이다. 혹은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편안한 공간 내지는 시간,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런 것이 있다. 일상에 찌들어 힘들 때 그 곳(상황)을 찾는다. 다른 것은 다 내려놓고 온전히 그 곳(상황)에 집중한다. 마치 나를 제외 한 모든 것이 암흑인 것처럼 상황이 조성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고 싶어 한다. 상황도, 기분도, 몸도, 마음도, 미래도……. 하지만 편안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 이다. 당장 해야 할 업무가 쌓여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사람을 오늘도 마주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군다나 나를 둘러싼 세상이라는 존재는 이것을 더욱 심화시킨다. 일어나는 일들이란 모조리 편안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아침 뉴스와 저녁 뉴스에서는 온통 불편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다. 요즘은 하루 종일 뉴스를 내보내는 곳도 있는데 그 채널만 고정시켜 놓고 있다가는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도무지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언짢은 것들 투성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오늘과 내일로 점철될 삶이라는 것도 알지만 때로는 편안함, 내 몸과 영혼이 완전히 편안해지는 상태를 경험해 보고 싶다. 그 보석과 같았던 경험이 언제 또 한 번 나를 부지불식간에 찾아올지 모르지만 지쳐 있는 요즘과 같은 때가 적절한 타이밍 인 듯싶다.
이 책 「악취미들」의 저자는 작가 김도언이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그의 책은 처음이다. 일단 제목과 책의 표지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싶었는데, 내용은 더 불편했다. 전혀 편안하게 볼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찬 소설집이다. 지난 주 업무가 과다하여 밤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천근만근 같은 몸을 추슬러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두 권이 더 있고 내가 평소 더 선호하고 좋아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거무튀튀하고 기괴한 표지의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에 더 심한 채찍질을 가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책에 실린 10편의 악취미를 단숨에 읽었다. 이른 더위로 온 몸은 찐득찐득하고 밤공기는 불쾌했다. 책상 건너편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아파트가 나를 덮칠 듯 웅웅거렸다. 이렇게 불편한 책을 단번에 읽어 내리고 나서 속이 매스꺼웠다. 맛있게 먹은 된장찌개를 모조리 게워내고 싶었다. 온 몸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 책상에 앉아도 불편하고 섬뜩하고 매스꺼웠다.
김도언 작가의 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김훈의 글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듯 했다. 두 사람의 글은 공통적으로 불편하다. 읽기도 버겁다. 두 사람의 글이 완전히 다르기는 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하게 글의 색깔과 무게, 냄새가 다른데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냥 두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 한다.
“청은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의 시는 단정하고 순정한데, 그는 순정한 시인인데,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다. 그가 만진 자리는 모두 폐허다.” (p.31)
“‘더러운 변태들. 더러운 시인들.’ 라는 미친 사람처럼 킬킬거리며 웃었다. 수는 순결한 시인의 더러운 정부였다. 아니 더러운 시인의 깨끗한 정부였다.” (p.33)
<권태>에 나오는 청은 주인공의 동생이다. 요절한 천재 시인에게 세상과 대중은 찬사와 안타까움을 함께 보낸다. 어려서부터 동생의 그늘에서 질투와 시기를 동시에 품어 왔던 주인공은 동생의 요절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다. 홀로 남겨진 아름다운 제수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한 갈무리를 하지 않는다.
세상의 칭송과 사랑을 받는 천재 시인에게도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더러운 시인의 깨끗한 정부’ [수]가 남긴 일기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인이던 동생 청의 악취미를 들여다보게 된다. 청산하지 못한 동생에 대한 질투와 시기를 그대로 마음속에 가두고 짐짓 놀란 척 하는 모습이 경악스럽지 않았다. 김도언의 글로 표현된 주인공과 순결한 듯 보인 시인 청의 작태는 더럽기 짝이 없지만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다. 그의 어깨엔 별이 두 개. 그는 사령관이고, 나는 그의 전담 당번병이다.” (p.46)
“운행을 나가는 나를 뒤쫓아 나와서 뒷좌석에 타고는 합승을 하는 남자 손님을 꼬드겨 매춘을 하는 행위를, 아내는 스스로에 대한 학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73)
<B시 오후, 비 오고 흐림>에서 나는 군 복무 시절 나를 성노리개로 전락시킨 사령관을 찾아 B시로 향한다. 그를 죽이기 위해 편의점을 털고 칼을 준비하고 켜켜이 묵혀 둔 분노를 끄집어낸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나는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으로 이상해진 아내를 뒷좌석에 태우고 매춘을 하는 택시 드라이버다. 어딘지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괴물과 같은 도시의 어둠속을 질주한다.
두 작품 모두 ‘나’는 방향이 없다. 방향성도 없고 지향하는 바도 불분명하다. 군 복무 시절 내내 그의 성노리개가 되었다고 하지만 동시에 ‘나’를 향한 사령관 그자의 사랑에 탐닉하기도 한다. 전역해 B시의 시장 선거에 출마한 그를 죽이기 위해 B시로 향하는 ‘나’의 심리적 상태 또한 다면적이고 불확실하다. 정말 주인공이 당한 것인지 그와 사랑을 나눈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시장에 당선된 그를 죽인 것인지 죽였다고 상상한 채 자살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주인공이 직접 운전하는 택시에 아내를 태운 채 매춘을 감행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진 ‘나’는 판단을 포기한다. 그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아내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향한다. 물론, 최소한 아내를 위협하고 해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외모의 남자 승객을 고르는 최소한의 책임은 행사하지만 그것으로 엉망진창인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불편하고 불편하다.
<나쁜 교육>. <너의 형에게 말해야겠다>, <지붕위의 날들>, <잔혹>, <밤하늘은 호수다>
<톱스타 살인사건 전말기>
6편 모두 불편한 내용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고통의 관리>였다.
주인공은 소설가다. 이름은 박성호.
“십사 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네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올해 삼십 구세의 중견 소설가” (p.99)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직후 주변 지인들과 가진 전화 통화 내역이 이 작품의 전부다. 23:06분을 시작으로 03:11분까지 스무 번의 전화를 걸고 계속해서 술을 마신다. 마지막 발신 전화 이후 잠이 들었고 이후 04:52분에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통의 수신 음성메시지를 받게 된다.
스무 전의 발신 전화 내용을 보면 주인공 박성호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술에 취해 있지 않을 때는 중견 소설가로서 품위를 유지한 채 예술가적 자세를 보여 주려 애쓰는 모습일 텐데 술에 취해 전화기를 통해 내뱉는 주인공 박성호는 소설가고 예술인이고 필요 없이 출세와 성적 욕망, 인정받으려는 욕구로 가득찬 성인아이일 뿐이다. 동생과 누가 어머니에게 전화해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고 이혼한 자신의 처지를 개탄하면서도 그런 중에도 다달이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있는 자신을 알아주기를 구걸한다.
또 자신보다 더 출세한 친구를 질투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 친구 뒷담화를 한다. 그리고 직접 그 친구에게 전화까지 해서 진상을 부린다.
나이는 먹고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냈음에도 속된 말로 더 이상 뜨지 않고 책도 팔리지 않는 평범하고 곧 한물 갈 소설가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의 무능함과 무관심으로 투영 한다. 출판사 사장에게 전화하고 문단 원로에게 전화해 또 진상, 진상을 떤다.
그러면서도 여자에 대한 속물적 근성은 버리지 못한다. 이제 갓 등단한 어린 여작가에게 전화해 추파를 던지고 이미 이혼한 전처에게 전화해 추억을 게워내며 구걸에 구걸을 한다. 전처와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이 이혼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정부(아내와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랑은 순수했느니, 진심이었다느니 지랄을 한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욕을 누르며 읽은 작품이었지만 뭐 내 본심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구나 ‘안 그런 척하지만 속내는 속물적이다. 원초적인 욕망과 욕구를 아슬아슬하게 다스리며 살지만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알 수 없는 미약한 존재들이다. 박성호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당신은 아닌 것 같나?
주인공 박성호는 분명 늦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밤새도록 한 진상과 지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전화하는 내내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통화 하는 사람마다 술을 줄일 것을 끊을 것을 주문했지만 그 충고가 끝나자마자 또 한 잔 꼴깍!
“선성님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생님 깊이 존경해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 (p.125)
시원한 물 한 잔 들이키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쥔 채 배터리가 나가 버린 핸드폰을 충전하며 쭈그린다. 핸드폰 전원을 켜고 발신 전화 목록을 보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며 욕을 내뱉지만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젠장, 선생님(문단 원로), 희수씨(갓 등단한 어린 여 작가), 정태(출세한 친구), 윤희씨(바람피웠던 아내의 친구)한테까지 전화했네. 씨발 내가 미쳤지 미쳤어. 에이~! 어... 근데 이건 뭐야? 뭔 메시지지?’
지끈거리는 머리에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진상에 후회할 틈도 없이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 엥? 어린 여자 목소리?
그의 작품을 읽고 팬이 된 젊은 여자 독자가 새벽에 문자를 남겼다. 너무 감명 깊게 박성호의 책을 읽고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가의 아픔과 상처를 읽어 내 오지랖 넓게도 작가의 아픔과 상처를 껴안아 주고 싶어 만나고 싶단다.
박성호의 숙취에서 단번에 깼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자신을 동경하는 어린 여자 독자를 만나 위세를 떨고 허세를 부릴 것이다. 한 번 안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 흐흐...
재밌었다. 그나마 다른 9편의 작품들 보다 덜 불편했다. 그렇다고 편하지는 않았다. 인간이 가진 속내를 너무 질펀하게 펼쳐 놔서 내가 옷을 다 벗고 오장육부를 꺼내 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피식 웃으면서도 살벌했다.
앞서 말한 대로 김훈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김도언이란 작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마음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조속히 읽어 볼 요량이다.
“어쩌면 내 소설은, 내가 시로 쓰지 못한 것들의 장황한 알리바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막역한 표현이지만 시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소설을 쓰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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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icah 2013-05-30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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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악취미들
나는 원래 뭘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닌데..이 책의 이야기들만은 몇 년이 지나도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아 가끔씩 곱씹어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아이가 죽은 뒤로 익명의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기 시작한 아내와 그런 아내를 택시에 태우고 다니며 남자들을 불러들이는 남편의 이야기.. 순간의 실수로 인해 자기자신의 아이를 죽이게 된 끔찍한 상황. 그에 따른 형언 할 수 없는 죄책감. 이제 부부의 새로운 취미는 `자학`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악취미의 끝은 어디일지?
sirdky 2015-05-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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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삼백십번째.- 악취미들
스토리가 너무 짧아서 사건들에 대한 개연성이 없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래도 애쓴 티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여러가지 생각할 요소를 주었다. 왠지 형식이 바르가스 요사를 닮기도 했고. (그러나 글은 진지의 극도를 달린다.) 크로노스 컴플렉스라는 언어도 독특하다. 프로이트는 왜 오이디푸스랑 엘렉트라만 보고 크로노스는 보지 못했을까? 아마 부모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앞에서 말했던 크로노스 콤플렉스는 악취미들의 마지막에 나온 단편에서 등장하는 병명이다. 배우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배우 아들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다가 질투와 시샘이 나서 결국 살해하게 된다.
뭐 성차별의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딸이었다면 질투까지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애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크로노스는 확실히 자신의 자녀가 아들이건 딸이건 가리지 않고 잡아먹었었다.
아무튼 본인이 이 소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두 가지이다. 자식이 여자배우였으면, 혹은 늦은 시각에 '이쁜 여성팬을 집까지 데리고 오지만 않았으면', 아버지는 자식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결국 자식의 이미지를 소유하려고 하고 이용하려고 한 부모의 도를 넘은 이기심에서 이 사건이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상당히 어려보이는 작품이었다. 이건 욕이 아니라 칭찬.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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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미르 2012-11-0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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