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1

Pgr21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리(理)와 기(氣)로 바라본 한국사회




Pgr21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리(理)와 기(氣)로 바라본 한국사회
Date 2018/02/17 22:35:54
Name KOZE
Subject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리(理)와 기(氣)로 바라본 한국사회 (수정됨)

https://pgr21.com/?b=8&n=75848




웹서핑을 하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해서 소개를 해볼까합니다.
바로 일본내 지한파로 알려진 오구라 기조 교수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인데요,
저자는 8년동안 한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1998년에 일본에서 책으로 엮었고,
한국에서는 작년 12월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재한외국인들이 그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 쓴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유교의 근간인 성리학 그중 주자 성리학의 이기불분, 다시 말해서 한국인의 심리를 리(理)와 기(氣)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성리학에서는 리의 인간과 기의 인간을 나누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리와 기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충 쓰윽 읽어봤는데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구절을 발췌해보면 이렇습니다.


"이방에서 온 이 탁기(濁氣)의 ‘놈’은 연구실 한쪽 구석에서 벌레처럼 몸을 웅크리면서 오로지 주자학에 침잠하고 있었다.
주자학은 책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주자학이었다.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자학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주자학적 세계관에 의해 철저하게 하위(下位)로 폄하되는
탁하고(濁) 치우치고(偏) 막히고(塞) 비천하고(卑) 악한(惡) 일본인이었다."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이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 지향적인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인이 언제나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지향성’과 ‘도덕적’은 다른 것이다. ‘도덕 지향성’은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하여 평가한다.
즉 그것은 ‘도덕 환원주의’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흥분은 항상 여기에서 유래한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철학 그 자체가 영토·사람·주권으로 응결된 것이 한국이다.
여기에서 철학이란 ‘리’를 말한다. 주자학에 의한 국가 통치 이후, 이 반도를 지배해 온 것은 오로지 ‘리’였다.
항상 ‘하나임’(一個性)을 주장하는 ‘리’였던 것이다. ‘리’란 무엇인가? 보편적 원리이다.
그것은 ‘천(天)’, 즉 자연의 법칙과 인간 사회의 도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된, 아니 일치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절대적인 규범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도덕 지향성은 이 전통적인 ‘리’ 지향성의 연장이다"


"한국인에게 '한'이라는 정서가 있는 것은 유명하다. [...]
단순한 원한이 아니라 거기에는 동경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동경인가?
바로 '리'를 체현하고 싶다는 동경이다. '리'의 체현자는 '님'이기 때문에, '한'이란 '님'으로 상승하고 싶은 끝없는 동경이다. [...]
'한'은 상승에 대한 동경임과 동시에 그 동경이 어떠한 장애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슬픔, 억울함, 아픔, 맺힘, 고통의 느낌이기도 하다.
사장님이 된다, 박사님이 된다, 선생님이 된다와 같이 갖가지 '님'이 되려고 한국인은 맹렬하게 분투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질이나 환경 탓으로 어떻게 해도 상승할 수 없는, '리'를 체현할 수 없는, '님'이 될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이때 한국인은 '아이고!'라며 한탄한다. 한국인이 말하는 '한'이란 바로 이런 때 작동하는 정서이다. [...]

한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첫인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웃는 얼굴로 말을 주고받아도 눈은 매처럼 예리하게 빛나며 상대의 '리'의 많고 적음을 평가하고 있다.
상대의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이, 지위, 학력, 가문, 고향, 부 등을 측정하여 총계를 산출해 낸다. [...]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주저 없이 직접 묻는다.
한국인과 처음 대면했을 때 개인적인 데이터를 내놓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리'의 많고 적음을 모르고서는 상대에게 안심하고 말을 건네는 것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래의 한국의 민주화운동·반독재운동은 지식인과 학생들의 사대부 지향과 선비 지향이라는 두 측면의 산물이다.
전자는 군인 정권에 대항하는 문의 정치권력 지향이고 후자는 독재 부패정권에 대한 도덕적 결벽 지향이다.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전자는 정치 투쟁을 통해서 정치가가 되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권력을 지향해 마침내는 문민정권을 성립시켰다.
후자는 어디까지나 비판 세력으로서 권력이나 부에는 다가가지 않고 재야에서 몸을 청결하게 했다. [...]
한국에서는 근대화·경제발전가 함께 상공업과 같은 종래에는 천시된 활동에 도덕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행해져왓다.
그것은 근대국가 건설·일본 이기기·세계화라는 민족주의적인 정당성 및 정통성이라는 '리'이다.
이와 같은 도덕적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여받은 경제 종사들은 자기를 사대부 지향적 인간으로 인식하고 정당화하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야당인 사대부는 여당인 양반의 도덕을 공격한다.
그들의 도덕 내용 자체, 그리고 권력, 부와의 결합 관계에 비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공격이 멋지게 성공하면 양반 세력은 전복되고 사대부가 정권의 중추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핵심 권력과 부를 손에 넣은 사대부는 쉽게 귀족화, 보수화 되어버린다. 사대부의 양반화인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새롭게 등장한 사대부가 이번에는 신양반을 위와 같은 이유로 공격하게 된다.
그리고 공격이 성공하면 신양반 세력은 무너진다.
새로운 사대부가 또 신신양반이 된다. 유교 정치는 이것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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