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 칼럼]97년체제를 넘어서 - 경향신문
[김호기 칼럼]97년체제를 넘어서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2017.09.12
올해는 1987년 6월항쟁 30년과 1997년 외환위기 20년이 된다.
여러 매체들에서 6월항쟁 30년을 기리는 기획이 제법 진행됐지만, 외환위기 20년을 돌아보는 기획은 드문 편이었다. 외환위기가 1997년 10월 이후에 본격화됐기 때문에 다음 달부터 외환위기 20년을 평가하는 기획들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외환위기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넓고 깊었다. 6월항쟁이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면, 외환위기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가져왔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제·사회모델은 흔히 ‘97년체제’라 불린다. 체제(regime)란 경제와 사회가 조응된 관계를 말하며, 특히 물적 기반인 축적체제를 중시한다. 체제의 관점에서 볼 때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여 우리 사회는 정부가 발전을 선도하는 ‘전통적 발전국가’의 61년체제에서 발전국가의 요소와 신자유주의의 요소가 혼합된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인 97년체제로 변화했다.
97년체제가 갖는 주요 특징은 세 가지였다.
외환위기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넓고 깊었다. 6월항쟁이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면, 외환위기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가져왔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제·사회모델은 흔히 ‘97년체제’라 불린다. 체제(regime)란 경제와 사회가 조응된 관계를 말하며, 특히 물적 기반인 축적체제를 중시한다. 체제의 관점에서 볼 때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여 우리 사회는 정부가 발전을 선도하는 ‘전통적 발전국가’의 61년체제에서 발전국가의 요소와 신자유주의의 요소가 혼합된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인 97년체제로 변화했다.
97년체제가 갖는 주요 특징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이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구조조정·규제완화·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처방한 이 신자유주의 전략은 단시간 안에 경제위기를 벗어나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 금융자본의 영향력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사회 양극화의 강화 등 새로운 문제들을 낳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지구적 차원에서 무한경쟁·적자생존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절정을 구가했기에 우리 경제 역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부과하는 구조적 강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웠다.
둘째는 중산층의 쇠퇴다. 중산층이란 평균소득의 70~150%에 달하는 중간층과 50~70%에 머무는 중하층을 말한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중산층의 규모는 전체 인구의 68.73%를 차지했지만, 위기 직후 2000년에는 61.11%로 줄어들었고, 2006년 상반기엔 54.61%로 더욱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경유하면서 중산층 쇠퇴에 따른 양극화는 구조화됐고, 그 결과 불평등 해소는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런 중산층 쇠퇴가 공동체 구성원의 자존감을 훼손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키며, 나아가 사회통합을 약화시켰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는 불안사회의 도래다. 무한경쟁의 경제체제와 중산층 쇠퇴의 계층구조는 시민사회의 불안을 확산시켰다. 일상화된 고용의 구조조정, 자녀의 경쟁력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는 적응 압박의 강화는 국민 다수에게 불안감과 열패감을 안겨줬다. 밤 10시가 넘어야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갈 직장이 없어도 빼곡히 스펙을 늘리는 청년세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퇴출의 공포에 시달리는 30대, 마흔이 넘어서도 외국어학원 문턱을 서성이는 장년세대, 그리고 빠른 사회변동으로부터 소외된 채 빈곤 상태에서 살아가는 노년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민낯들이었다.
97년체제가 낳은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외환위기 20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다. 97년체제의 그늘은 20년 동안 구조화돼온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북핵 위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포퓰리즘의 지구적 확산이란 구조적 강제가 97년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대내적 국정목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복지국가, 국민주권 정부의 구현이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은 97년체제의 그늘을 넘어서려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둘째는 중산층의 쇠퇴다. 중산층이란 평균소득의 70~150%에 달하는 중간층과 50~70%에 머무는 중하층을 말한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중산층의 규모는 전체 인구의 68.73%를 차지했지만, 위기 직후 2000년에는 61.11%로 줄어들었고, 2006년 상반기엔 54.61%로 더욱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경유하면서 중산층 쇠퇴에 따른 양극화는 구조화됐고, 그 결과 불평등 해소는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런 중산층 쇠퇴가 공동체 구성원의 자존감을 훼손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키며, 나아가 사회통합을 약화시켰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는 불안사회의 도래다. 무한경쟁의 경제체제와 중산층 쇠퇴의 계층구조는 시민사회의 불안을 확산시켰다. 일상화된 고용의 구조조정, 자녀의 경쟁력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는 적응 압박의 강화는 국민 다수에게 불안감과 열패감을 안겨줬다. 밤 10시가 넘어야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갈 직장이 없어도 빼곡히 스펙을 늘리는 청년세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퇴출의 공포에 시달리는 30대, 마흔이 넘어서도 외국어학원 문턱을 서성이는 장년세대, 그리고 빠른 사회변동으로부터 소외된 채 빈곤 상태에서 살아가는 노년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민낯들이었다.
97년체제가 낳은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외환위기 20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다. 97년체제의 그늘은 20년 동안 구조화돼온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북핵 위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포퓰리즘의 지구적 확산이란 구조적 강제가 97년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대내적 국정목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복지국가, 국민주권 정부의 구현이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은 97년체제의 그늘을 넘어서려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외환위기 20년을 돌아볼 때 분명한 것은 97년체제가 불평등을 구조화하고 불안을 증대시켜온 발전전략이라는 점이다. 97년체제 극복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부채주도 성장 전략과 낙수 효과에만 의존하는 성장 전략과는 다른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포스트-발전국가 이후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게 중대한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지식사회는 물론 정치사회에서 활기찬 토론이 이뤄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외환위기 20년을 맞이하는 사회학 연구자로서의 바람은 하나다. 97년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국민적 관점에서 소망스럽지도 않다. 이번 가을에는 97년체제 이후의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22058005#csidx8901a40db51fe13ac8adcd55e6ac55d
외환위기 20년을 맞이하는 사회학 연구자로서의 바람은 하나다. 97년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국민적 관점에서 소망스럽지도 않다. 이번 가을에는 97년체제 이후의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22058005#csidx8901a40db51fe13ac8adcd55e6ac5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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